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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관 파괴급 미친 검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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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작품등록일 :
2024.04.13 08:53
최근연재일 :
2024.05.03 21:2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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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1,610

작성
24.04.2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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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마도공학자(4)

DUMMY

***


퐁-


갱단 두목의 아티펙트에서 푸른색 반투명한 구체가 발사되었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생소한 종류의 직감의 경고였다.


‘저건, 베면 안 돼.’


충격을 가하면 터진다. 베어서 해결할 수 없는 종류의 공격이다.

피하는 것도 안 된다. 폭발의 위력이 강해 방안을 죄다 날려버릴 것 같다.


그럼?

다른 방법을 쓰는 수밖에.


마음먹는 동시에 옆으로 움직였다.

내 옆을 스쳐 뒤로 날아가려는 구체 앞에 검면을 내민다.


검면이 구체에 정확히 닿은 순간, 아기 다루듯 조심스레 칼자루를 움직여 구체의 방향을 비튼다. 원심력을 이용해 내 몸을 중심으로 큰 원을 그리도록.


충격을 가하지 않기 위해 마나 탄환을 쳐낼 때보다 몇 배는 더한 정교함이 요구되었지만, 내 칼은 얼마든지 그보다 더 세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제자리에서 두 바퀴, 춤추듯 검과 함께 돌며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수평으로 내민 채 멈춘 검면 위에 물 가득 넣은 물풍선을 올린 것처럼 구체가 놓였다.


“···!”


흠칫 놀라는 갱단 보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검을 까딱 튕겼다. 구체가 벽 상단에 뚫린 쪽창 밖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천둥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건물이 진동하고 천정에서 먼지가 부스스 떨어져 내렸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진동이 멎는 순간 두 종류의 목소리가 동시에 똑같은 말을 내뱉었다.

하나는 감탄 가득한 탄성이었다면, 나머지는 불신과 분노, 두려움 섞인 현실 부정이었다.


나는 후자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미끄러지며 칼을 휘둘렀다.


“도대···체··· 왜···?”


갱단 두목이 억울한 표정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12번째 주검이 생겼다.



***


“방금 그건 어떻게 한 건 가요? 검술이 맞긴 한가요? 밀알만 부딪혀도 터지는 마나 폭탄을 어떻게 터트리지 않고 밖으로 던진 거죠?”


후다닥 갱단 두목에게 달려가 반지 아티펙트를 수거한 아론은 다시 출구 쪽으로 이동한 뒤 질문을 쏟아냈다.


방문 쪽으로 엉덩이를 뺀 채 묻는 꼴을 보니, 특유의 경계심과 호기심이 충돌하고 있는 모양이다.

마법사면서 왜 내 검술에 저렇게 관심을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엘리제가 기다립니다. 자세한 건 가서 이야기하죠.”


엘리제의 위치를 알려준 뒤 아론을 먼저 돌려보냈다. 동생의 이름이 거론되니 아론은 더 묻지 않고 황급히 방을 벗어났다.


나는 두목의 손에 있던 원통형 아티펙트를 회수한 후 갱단 아지트를 털었다. 작은 금고에서 나온 현금 300골드를 제외하면 크게 값나가는 건 없었다.

마지막으로 대문과 창문 몇 개를 부숴놓고 건물을 나섰다.


돌아온 아카시아나무 앞 공터는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빈민가의 주민들이 싹 가져가 버린 것이다.


옷가지와 날붙이는 그렇다 쳐도 시체는 뭐 하러 가지고 갔는지 모르겠지만, 사건 당사자 입장에서 쓸데없는 흔적이 사라진 점은 좋다.

망한 티를 내어놓았으니, 갱단 아지트도 곧 비슷한 방식으로 청소될 것이다.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시 만난 아론은 고개부터 숙였다. 그사이 엘리제에게 사정 설명을 들은 듯했다.


어려서부터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것치고는 꽤 예의 바른 태도였다. 기본적인 사리 분별은 하는 캐릭터라는 걸 알고 찾아왔기에 놀라지는 않았지만.


“아티펙트 제작을 맡기고 싶습니다.”

“도와드리고는 싶은데,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가 없어서······.”


은혜 운운하는 순간 놓치지 않고 용건을 꺼냈더니, 아론이 궁색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는 챙겨온 메카 고블린 렌즈와 마석을 꺼냈다.


“재료는 제가 가지고 왔습니다.”


렌즈는 아티펙트 제작의 핵심 재료다.

마석은 마나를 끌어들여 저장하는 성질 때문에 아티펙트의 동력원으로 많이 사용된다.

당연히 게임을 통해 알고 있던 제작 래시피상의 재료였다.


“보통 분이 아닌 건 알았지만, 아티펙트 설계에도 조예가 있으셨군요!”


원하는 아티펙트에 관해 설명하다 보니 게임에서 얻은 관련 지식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오해를 샀는데, 굳이 정정하지는 않았다.

아티펙트 재료를 사전에 완벽하게 준비해 올 수 있는 이유를 납득시키려면 그편이 나았다.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아론은 믿고 맡겨 달라는 듯 단호하게 선언했다.


“열흘, 아니 일주일 안에 꼭 완성해 놓을게요.”


다른 마도공학자에게 의뢰하는 것보다 기간이 확연히 짧다. 이것이 내가 아론을 찾아온 또 다른 이유였다.


매혹술 재능에 짓눌려 제대로 발현될 기회가 없었지만, 아론의 마공학 재능은 7이다. 천재에는 못 미치지만 석학이라 불려도 무방한 수준.

거기에 [신속 제작] 스킬을 가지고 있어, 제작 기간은 짧은 반면 성능은 잘 뽑는다.


콧대 높은 천재는 아니면서, 능력에 걸맞은 화려한 삶을 살려는 욕망도 없고, 집 밖에 나가는 것도 안 좋아한다.

반면, 실력은 업계 최상급이며 제작 속도도 빠르다.


요약하면, 공밀레 분야 최고의 인재라는 뜻이다.


“그럼 일주일 후에 찾아오겠습니다.”


벌인 갱단과의 푸닥거리가 아깝지 않은 보람찬 대화를 끝으로, 나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났다.


괜히 오래 머물러 봐야 아론의 경계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은거 장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물으면 대답이 궁색했거든.


그길로 곧장 부대에 복귀하니, 막사에서 뒹굴던 행크가 뜻밖의 이야기를 전했다.


“부관이 내일은 밖에 나가지 말고 대기하시랍니다, 조장.”

“이유는?”

“안톤 대장님과 미리 말씀이 되셨다고 하던데요?”

“아, 상견례?”


지난 식사 자리에서 내 신분에 대한 협의가 끝난 후 안톤과 몇 가지 대화를 나눴다.

검술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지만, 1조와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허접한 임무는 맡지 않겠다는 요구 때문에, 나는 앞으로 단독 작전 아니면 거의 1조와 함께할 터.

임무에 투입되기 전에 서로 얼굴이라도 익혀두라는 뜻에서 안톤이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었다. 그 날짜가 정해진 모양이다.


이튿날.


“갑시다, 세인 조장.”


나는 부관의 안내에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


간부용 식당을 비워 만든 간이 연회장.


중앙에 놓인 긴 테이블 상석에 안톤이 앉아 있었다.

그 한쪽 옆자리에 세 명의 남성이 일렬로 앉아 있었는데, 그들이 바로 1조원들이었다.


맞은편 자리로 안내된 내가 그들의 면면을 살피는 사이 안톤의 입이 열렸다.


“파견 나간 조원을 빼면 올 사람은 다 왔으니, 인사부터 나누지. 이쪽이 앞으로 1조 여러분과 함께 임무에 투입될 세인 11조장이네.”

“세인입니다.”


안톤의 소개에 이어 인사를 건네자 1조원들이 차례로 대꾸해 왔다.


“나는 잭이네. 잘 부탁하네.”

“싸우는 자에게 힘과 명예를. 스칸다의 종 넬슨입니다.”


듬직한 중년 남성은 기사 잭, 축언으로 인사를 대신한 바가지머리 청년은 사제인 넬슨이었다.


“베커다.”


마지막은 마른 체형에 강퍅한 인상의 남자였는데, 스스로 이름만 밝혔기에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다.


게임에서는 메카 고블린과의 싸움에서 잭만 살아남기 때문에, 베커에 대해서는 나도 사전에 알고 있는 정보가 없다.


“오늘은 특별히 포도주도 준비했으니, 많이들 들게.”


곧 식사가 준비되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안톤은 이런 자리가 처음이 아닌지 자리를 잘 이끌었다.

붙임성 있는 성격의 잭도 분위기를 잘 맞췄다.


“며칠 전에 이레귤러 전리품을 들고 온 조가 있다더니, 그게 저 친구 작품이었군요.”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오, 스칸다시여.”

“넬슨, 그놈의 축언 좀 그만하게. 자네 신께서도 밥상머리에서까지 그러기를 원치는 않으실 거야.”


술이 돌고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넬슨은 내내 신 타령이었고, 잭이 사람 좋은 표정으로 그런 그를 타박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1조 또한 형벌부대 소속이라는 점이다.

푸짐한 인상의 잭은 도박 빚 때문에 가문을 팔아먹고 잡혀 온 자였고, 나머지 둘도 비슷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나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지. 음식을 더 준비하라 말해놓을 테니 자네들은 충분히 즐기다 돌아가게.”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병사들끼리 편하게 놀라는 듯 안톤이 자리를 떴다.


식당에는 그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분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장내가 조용한 가운데 식기 부딪히는 소리만 들려온다.

식사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잭과 넬슨의 시선이 슬쩍슬쩍 나와 베커 사이를 오갔다.


베커가 뭔가 하려는 모양인데······.

예상은 했다. 어떤 집단이든 외부인이 들어오면 거쳐야 할 절차가 있기 마련이니.

게다가 나는 정식 1조원도 아니면서 임무는 함께 할 예정이니 더더욱 서열 정리를 하고 싶겠지.


저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포도주를 마시고 포크로 음식을 집어 먹었다.

이 세상에 오고서야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게 되었는데, 병사용 배식은 질이 형편없어서 이럴 때 즐겨둬야 했거든.


“나는 민폐를 싫어한다.”


베커가 말했다. 개의치 않고 식사를 계속했더니 본래부터 차갑던 눈빛에 적의 비슷한 게 엿보이기 시작했다.


“무능한 놈이 동료랍시고 발목을 붙잡는 걸 혐오한다는 말이다.”


나는 계속하라고 눈짓하며 식사를 이어갔다. 베커의 눈에 어이없다는 듯한 빛이 떠올랐다가 금세 사라졌다.


“나는 남의 피나 빠는 모기 새끼들이 싫다. 근데 여기도 그런 모기가 한 마리 날아다니는 거 같군.”


말이 끝남과 동시에 베커의 손이 움직이고, 스테이크를 썰던 나이프가 나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쎄에엑-


바람을 가르고 날아든 나이프는 내 얼굴 앞에 다다랐을 때 부르르 떨더니, 세 자루로 분리되었다.

개중 두 자루는 내 가슴을 향해, 나머지 하나는 얼굴 옆 허공을 통과하는 궤적이었다.


그때까지 식사를 계속하던 나는 들고 있던 포크를 움직였다. 세 자루 나이프 중 가슴으로 향하는 둘을 무시하고, 허공을 스치는 것을 향해서.


깡- 하는 금속음과 함께 나이프가 포크의 이 사이에 끼어 멈추었다.

가슴으로 날아오던 두 자루는 신기루라도 되는 양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으하하하하- 내가 이겼네, 넬슨! 피하기는커녕 잡아버렸으니, 이 정도면 그냥 이긴 것도 아니고 베커의 시험을 완전히 박살 내놓은 거 아닌가?”


금속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잭이 폭소했다. 넬슨이 미간을 찌푸리는 걸 보니, 방금 일로 내기라도 한 모양이다.


“하아, 졌군요. 아직 제 믿음이 부족한가 봅니다.”

“넬슨 자네는 허튼소리 그만하고 얼른 10골드나 내놓게. 세인 자네도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게. 새 멤버가 오면 실력 테스트 삼아 늘 하던 일이니까.”


예상치 못한 결과에 딱딱하게 굳어 있는 베커와 달리, 잭과 넬슨은 별일 아니라는 듯 분위기를 풀기 시작했다.


나는 잡은 나이프를 포크 째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기분 안 나빠요.”


오히려 기분이 굉장히 좋다.

예상치도 못한 자리에서 예상치도 못한 방법으로 불로소득을 얻었는데, 기분 나쁜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래도 받은 게 있으면 돌려주는 게 사람의 도리다. 도리를 지키고 살아야 마음의 평온을 지키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


“그런데, 모기는 저쪽에도 한 마리 있는 듯하네요?”

“응?”


잭이 의아한 소리를 내는 순간 나는 손에 든 나이프를 던졌다.


베커가 한 것과 꼭 같은 속도로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나이프는 그의 앞에서 똑같이 세 갈래로 나뉘었다.


번쩍하고 검광이 빛났다.

나이프 한 자루가 벽에 부딪혀 금속음을 내며 떨어졌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 나이프를 베려다 허공만 자른 베커가 경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앞에서 스킬을 강탈당했으니 놀랄 만하지.’


게다가 자신이 시험이랍시고 부린 수작을 고대로 돌려받은 끝에 환영에 낚여 허공에 칼질까지 했으니, 동료들 보기가 얼마나 창피하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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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유적(3) +4 24.04.28 2,848 103 15쪽
16 유적(2) +3 24.04.27 3,083 96 13쪽
15 유적 +2 24.04.26 3,276 94 12쪽
14 별빛(3) +7 24.04.25 3,311 95 12쪽
13 별빛(2) +7 24.04.24 3,408 89 12쪽
12 별빛 +3 24.04.23 3,641 97 13쪽
» 마도공학자(4) +5 24.04.22 3,691 9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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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마도공학자(2) +13 24.04.20 3,894 92 12쪽
8 마도공학자 +1 24.04.19 3,996 98 14쪽
7 기술(2) +5 24.04.18 4,104 93 15쪽
6 기술 +4 24.04.17 4,271 103 11쪽
5 형벌부대(3) +3 24.04.16 4,371 112 11쪽
4 형벌부대(2) +2 24.04.15 4,576 102 12쪽
3 형벌부대 +6 24.04.14 5,103 107 11쪽
2 튜토리얼 +5 24.04.14 5,427 112 7쪽
1 프롤로그 - 100 +7 24.04.14 6,135 11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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