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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관 파괴급 미친 검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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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작품등록일 :
2024.04.13 08:53
최근연재일 :
2024.05.03 21:25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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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1
글자수 :
121,610

작성
24.04.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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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기술

DUMMY

***


임무 당일 새벽.


“다됐습니다, 조장. 얼른 드십쇼.”


행크가 스튜 그릇을 내밀었다.

아직 식사 시간이 되지 않아 배급을 받을 수 없기에 조원들을 부려 아침밥을 차리게 했다.

먼 길 가기 전에 배는 채우고 출발해야지.


“시킨 건 다 준비했지?”

“예, 건량이랑 나침반 배급 받아놨고, 물주머니도 말씀하신 대로 넉넉히 챙겨놨습니다.”


행크는 첫날의 교육 덕분인지 몹시 고분고분해졌다. 험악한 외모와 달리 꼼꼼한 성격이라 부려먹기도 좋았고.


점검을 하며 스튜를 막 한 숟갈 입에 떠 넣었을 때 저쪽에서 한 무리의 인원이 등장했다.


2조장 브론즈와 그 조원들이었다.

인원은 브론즈를 포함해 총 9명으로, 임무를 나서는 길인지 꽤 그럴싸한 군장을 갖춰 입은 상태였다.


근데 왜 이쪽으로 오지? 굳이 우리 막사 앞을 지나치지 않아도 밖으로 나갈 수 있을 텐데.


의문을 느끼며 스튜를 퍼먹는데 그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브론즈의 조원들이 이쪽을 보며 저마다 한 마디씩 떠들기 시작했거든.


“푸흡, 여태 밥이나 처먹고 있어? 11조 멍청이들은 마경에 들어갈 땐 최대한 일찍 출발해야 된다는 것도 모르나?”

“기본도 안 되어 있군.”

“저런 놈들과 경쟁이라니, 도대체 대장님은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어.”


피식피식 웃으며 지나가는 꼴을 보니 열불이 나는지 행크가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됐어, 반응하지 말고 그냥 놔둬.”

“저, 근데 진짜 이렇게 늑장부려도 되는 겁니까? 이러다 저놈들에게 공을 다 빼앗길 거 같은데요.”


대거리 하려던 것을 말려놓고 나니, 2조원들이 떠날 때까지 눈알을 부라리던 행크가 슬그머니 물어 왔다.

출발이 늦는 게 걱정되나 보다.


2조원들 말대로 우리가 미적거리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보통 마경에 들어갈 때는 하루라도 밤을 덜 보내기 위해 해 뜨는 시간에 맞춰 출발하는 게 불문율이었으니까.


다만, 이번 경우는 사정이 좀 달랐다.


“괜찮아. 우두머리만 우리가 잡으면 돼.”


강력한 우두머리 없이 큰 세력을 유지할 만큼 고블린은 강하지 않다. 홉고블린만 처치하면 알아서 와해될 터였다.

그러니 승부의 관건은 누가 홉고블린을 처치하느냐였다.


“아! 역시 다 생각이 있으셨군요.”

“그렇다고 너무 늑장 부릴 생각은 없으니까, 얼른 밥이나 먹어.”

“옙.”


해가 지평선 위로 확연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 나는 조원들을 이끌고 부대를 벗어났다.


성벽을 끼고 한참을 걸어 멀리 성문이 보이는 곳에 다다랐다.

성문 앞 광장에는 아침부터 많은 사람이 오가고 있었는데, 막상 밖으로 나가는 쪽문 앞은 한산했다.


인파의 대부분이 탐험가에게 물건을 파는 노점상과 몬스터 부산물을 매입하려는 도매상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탐험가도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성문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포탈 이용소 때문이다.


마경의 각 구역에는 전초기지가 세워져 있고, 각각의 전초기지에는 도시와 공간이동을 통해 오갈 수 있는 포탈이 설치되어 있다.


1구역에 용건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통행이 포털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성문으로 직접 오가는 인원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붐비는 포탈 이용소를 구경하며 열심히 발을 놀린 결과 우리는 곧 성문 앞에 도착했다.


경비대에 신분을 증명하고 성문을 벗어나니, 습하고 묵직한 공기가 비강을 자극한다.


고작 담장 하나 차이일 뿐이지만, 실제로도 마경과 도시의 공기는 확연히 달랐다.


끊임없이 몬스터가 나타나고 유적이 생기며, 때로는 지형마저 급격히 변하는 마경의 신비.

그것은 모두 성벽을 경계로 북쪽 대륙에 가득 차 있는 어떤 기운 때문이었으니.


“가자.”


내가 신호하자, 지도를 꺼내 든 행크가 앞장 서 걷기 시작했다.

뒷골목 건달처럼 보이던 행크는 뜻밖에도 잡다한 재주에 능했는데, 그중에는 독도법도 있었다.


게임과 달리 미니맵이 없어서 길잡이가 필요한 참이었는데 때마침 잘 된 일이었다.


“따라 오십쇼.”


아마존을 모티브 삼았는지 울창한 수풀이 가득한 1구역을 행크의 인도를 따라 나아갔다.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는 구간이라 몬스터가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마경이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아, 풀숲에 숨어 있던 굶주린 초록색 퓨마와 나무 위에서 날아온 날개 달린 아나콘다를 만났다.


두 마리 다 배를 채운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누구 하나 물어뜯기 전에 내 칼에 동강 났거든.

썩 값나가는 놈들이 아닌 데다 별도로 임무가 있었기에 우리도 주머니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저 위쪽 같습니다, 조장.”


그렇게 네다섯 시간쯤 이동했을 때 행크가 거센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을 발견했다.

계곡 위쪽에는 폭포가 떨어지고 있었는데, 높이가 웬만한 아파트에 버금갔다.

저 폭포가 임무의 목표인 고블린 부락이 위치한 곳이다.


“가자.”


나는 행크를 물리고 폭포를 향해 앞장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


폭포 앞은 꽤나 어지러져 있었다.

잘린 나뭇가지, 쓰러진 풀, 땅에 뿌려진 혈흔과 고블린의 것으로 보이는 작은 화살까지.

2조가 먼저 목적지에 진입했음을 나타내는 흔적이 가득했다.


시간이 제법 지난 듯했지만, 괜찮았다.

정예인 1조도 사상자를 내며 실패한 임무였기에 2조가 목표를 해치울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폭포 뒤 동굴로 진입한다.”


나직이 속삭인 후 폭포로 다가갔다.

고블린 소굴은 폭포수 뒤에 뚫린 동굴에 위치한다.

마음 같아서는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강물과 동굴의 습기 때문에 들어가서 직접 처치해야 했다.


앞장 선 내 뒤를 방패와 석궁을 든 조원들이 쫓아왔다.

내가 앞에서 싸우고 조원들은 석궁으로 지원, 독침 등의 원거리 공격이 날아오면 방패 뒤로 숨는 게 미리 약속된 전술이었다.


잔걸음으로 빠르게 걸어 폭포수를 우회했다.

고막을 찢을 기세로 떨어지는 폭포수 덕분에 굳이 기척을 숨기지 않아도 되었다.


잠시 후, 우리는 무사히 폭포수를 지나 동굴로 진입했다. 안쪽 광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직경 30미터쯤 되는 둥그런 공터 중앙에는 바위틈에서 스며나온 폭포수가 개울을 이루며 졸졸 흐르고 있었다.


동굴 입구 맞은편은 건물 10층 높이의 벽으로 가로막혀 있었는데, 사람 키만 한 구멍이 곰보처럼 숭숭 뚫려 있었다.

구멍과 구멍 사이에는 잔도를 연상시키는 나무 계단이 벽을 따라 지그재그로 설치되어 있었다.


“헉! 뭐가 저렇게 많아?”


내 뒤를 쫓아 동굴 내부를 확인한 행크가 당황한 얼굴로 헛숨을 들이켰다.


언뜻 보기에도 100마리는 되어 보이는 고블린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놈들은 안쪽 절벽을 올려다보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는데, 원인은 금세 발견할 수 있었다.


‘계단을 끊었군.’


고블린 둥지로 연결된 나무 계단이 3층 정도 높이에서부터 박살 나 있었다. 누군가 고블린을 유인해낸 뒤 올라가며 계단을 부순 듯했다.


보금자리를 침범당한 고블린들은 당황과 분노에 차 허공에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


악의가 느껴졌다.

본래 이런 몬스터 부락은 외곽부터 처리하며 조금씩 깎아 들어가는 게 정석이다.

베테랑인 2조가 그걸 모를 리 없으니, 눈앞의 광경은 우리를 겨냥한 함정이 분명했다.


귀찮은 일은 떠넘기고 꿀단지만 빨겠다는 약아 빠진 심산이다.

근데 그게 생각처럼 잘 될까? 무릇 꿀이 있는 곳에는 벌이 있기 마련인데······.


“오, 옵니다, 조장!”


고블린 일부가 우리를 발견하고 소리치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동족의 움직임에 반응한 고블린 무리 전체가 술렁이더니, 이내 파도치듯 우리를 향해 쏟아져 왔다


“쏴!”


엉거주춤한 자세로 물러나는 행크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외쳤다.

고블린보다 내가 무서웠던지, 행크가 물러서던 걸음을 멈추고 석궁을 발사했다.


연이어 날아간 화살에 앞장 선 고블린 대여섯 마리가 쓰러졌지만, 놈들은 동족의 죽음에 아랑곳않고 계속 밀려들었다.


“조, 조장! 튀어야··· 어!?”


옷자락을 잡는 행크의 손을 가볍게 뿌리치며 고블린을 향해 튀어 나갔다.

몬스터의 파도가 내뿜는 살의가 한겨울 바닷바람처럼 뒷골을 서늘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렇게 선두의 고블린과 열 걸음쯤 떨어진 곳에 다다랐을 때.


나는 칼자루를 쥐며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전력으로 바닥을 박찼다.

달리던 몸이 누가 떠밀기라도 한 듯 쭉 앞으로 미끌어지고, 그 속도가 정점에 다다른 순간.


검을 뽑았다.

가가각 하고 칼집을 긁다가 튀어나온 검신이 허공에 빛살 같은 속도로 직선을 그리고.


번쩍!


하얀 검광이 번뜩였다.

번개를 올곧게 편 듯한 그 빛줄기는 지면 위를 평행하게 내달리다 사라졌다.


파도가 멈추었다.

전방에 갑자기 생겨난 고블린 사체 수십 구가 방파제가 되어 동족의 진군을 막아내고 있었다.


“끼에엑-?”

“끼우웨에에엑!!”


당황과 두려움이 범벅된 고블린의 비명도.


“미친! 무슨 칼질이······.”

“한번에 도대체 몇 마리나 벤 거야?”


등 뒤의 조원들이 내뱉는 얼빠진 소리도 지금의 내 귀엔 잘 들리지 않았다.


나도 그들만큼 놀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번 봤다고 이게 되네.’


방금 나는 스킬을 복사했다.

형벌부대장 안톤이 나를 시험하기 위해 사용했던 발검술 스킬 백섬(白閃)을, 단 한번 구경한 것만으로 구현해 냈다.

심지어 사전에 어떤 연습이나 고찰 따위도 없이 말이다.


미리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

고블린의 파도에 맞서 달려 나가면서도 스킬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직감이 위험을 경고하지 않기에 싸울 만할 거라 생각했을 뿐.


동굴을 가로지르는 개울 덕분에 한번에 상대해야 하는 고블린의 수는 몇 마리 안 되겠구나, 하는 게 그 순간 내가 이성적으로 떠올린 생각의 전부였다.


그런데 적을 열 걸음 정도 앞뒀을 때 머릿속에 벼락처럼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

번개를 망치로 두드려 펴놓은 듯한 검광이었다.


저걸 구현하면 고블린 무리를 쓸어버릴 수 있겠지? 막연하게 염원했다. 그랬을 뿐인데······.


내 손은 이미 칼자루를 쥐고 있었다.

그리고 곧 머릿속 그림을 세상에 복사해 냈다.


충분히 자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재능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나 보다.

세계관 한계가 10인 세상에서 100짜리 재능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어? 저기 불 났는데요?”


압도적인 광경에 멈춰 있던 시계를 다시 돌린 것은 고블린 둥지로부터 치솟은 화염이었다.


절벽 최상단 가장 큰 구멍에서 꽈르릉하는 폭음과 불꽃, 거뭇한 연기가 차례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뒤이어 시커먼 무언가가 자욱한 연기를 가르고 튀어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시체다!”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새까맣게 그을린 인간의 주검이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와 고기 굽는 냄새가 보는 이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시체에 집중되어 있을 때, 나는 퍼뜩 고개를 들어 절벽의 구멍을 확인했다.


‘메카 고블린!’


그곳에 육체의 일부가 기계로 이루어진 거대한 고블린이 서 있었다.

눈알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박힌 두 개의 렌즈가 살의를 토하듯 붉게 빛나며 우리를 응시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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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도공학자 +1 24.04.19 3,996 9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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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형벌부대(2) +2 24.04.15 4,576 102 12쪽
3 형벌부대 +6 24.04.14 5,103 107 11쪽
2 튜토리얼 +5 24.04.14 5,427 112 7쪽
1 프롤로그 - 100 +7 24.04.14 6,135 117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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