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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관 파괴급 미친 검술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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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러글
작품등록일 :
2024.04.13 08:53
최근연재일 :
2024.05.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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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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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10

작성
24.04.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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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형벌부대(3)

DUMMY

***


형벌부대는 내부 규율이 빡빡하지 않다.

소모품에게 엄정한 군기를 주입할 가치가 없는 데다, 그러지 않아도 마법 족쇄가 있어 명령체계가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막사 안은 야생이나 다름없었다.

날붙이만 휘두르지 않으면 웬만해서는 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어깨싸움이 벌어졌다.


마치 옛날 범죄 영화 속 감옥 같은 분위기였다. 병사 대부분이 죄짓고 군에 들어온 놈들이니 따지고 보면 비슷한 게 당연했다.



여하튼, 처음 덤볐던 대머리 털보가 사타구니를 움켜쥐고 쓰러진 뒤 나머지 네 놈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는데······.


“아악! 그만, 제발 그만!”

“이 씨발 새끼, 가만 안 둔··· 잠깐! 거긴 반칙, 끄악!”

“사, 살려···, 으헉!”


부대의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나는 마음껏 빗자루를 휘두를 수 있었다.


혹시나 나중에 문제가 될까 싶어 도중에 칼집을 놓고 빗자루로 바꿔 들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손때와 기름을 잔뜩 먹은 빗자루는 웬만한 무기 못잖게 탄력 있고 단단했다. 손잡이 끄트머리가 비스듬히 뭉개져 있어 뒤집어 들고 찌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 끝으로 늑골 사이, 사타구니, 허벅지 옆쪽, 새끼발가락 등의 부위를 푹푹 쑤시니, 건들거리던 병사들이 좋다고 자지러졌다.


신나게 매타작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머리 털보 행크였다.

어디서 가지고 왔는지 손에 계란 굵기의 철봉을 들고 있었다.


“이 개자식, 비겁하게 사타구니를 때려?”


놈이 시뻘게진 얼굴로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두피에 핏줄이 꿈틀꿈틀 솟을 걸 보니 제대로 열이 뻗친 모양.


“죽여버리겠다!”


고함과 함께 달려들며 철봉을 휘두른다. 자칫 잘못 맞으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사정없는 공격이었다.


선 넘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겠어.

그렇게 결정한 나는 행크를 향해 한발 내디디며 빗자루를 휘둘렀다.


서걱.



***


11조의 소식을 들었을 때 행크는 환호했다.

이제야 이 미어터진 8조의 막사를 벗어나 널널한 곳에서 지낼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다.


부리나케 부관에게 쫓아가 조 이동을 신청한 뒤 11조 막사에 도착했을 때도 기쁨은 사라지지 않았다.

남은 11조원이라고는 덜 자란 애송이 하나뿐이니, 동료들과 함께 이 넓은 막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애송이에게 사타구니를 공격당했을 때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고통에 화가 치솟았을 뿐.


그래서 철봉을 들었다.

이럴 때를 대비해 미리 준비해 들고 다니던 물건이다.


그런데 막 애송이를 두들겨 주려던 순간, 놈이 눈 깜빡할 사이에 코앞까지 다가와 빗자루를 휘둘렀다.


빗자루의 목표는 행크가 아니었다. 빗자루는 행크의 손에 들린 철봉을 노리고 있었다.


‘병신 새끼, 내가 철봉을 놓칠 것 같아?’


행크는 손아귀에 힘을 꽉 주며 애송이를 비웃었다.

철봉을 떨어트리려는 얄팍한 술수도, 사람이 아닌 무기를 노리는 물렁한 심성도 가소로웠다.


그런데 행크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일이 일어났다.


서걱.

빗자루와 닿은 부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철봉 반쪽이 뚝 부러져 옆으로 날아갔다.


깜짝 놀라 손에 쥔 철봉을 내려다본 행크의 눈에 동강 난 단면이 들어왔다.


“잘렸어? 이, 이거 왜 이래?”


거울처럼 매끄러운 그 단면을 본 행크가 얼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나무 빗자루로 철봉을 베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꿈인가 하고 눈알을 굴리다가 애송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귀찮음과 짜증이 뒤섞인 그 눈빛을 본 순간 행크는 끔찍한 진실을 깨달았다.


이 기괴한 현상은 꿈이 아니며, 자신이 얕잡아 보던 저놈도 결코 덜 여문 애송이 따위가 아니었다.

놈은 행크가 한평생 만나 본 적도 없는 괴물이었다.


행크는 주춤주춤 뒷걸음쳤다.

괴물이 입가에 서늘한 미소를 띤 채 다가오고 있었다.


“자, 잠깐! 일단 대화로······.”


행크의 애원 섞인 외침은 채 완성되지 못하고 끝났다.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빗자루가 훨씬 더 빨랐던 까닭이다.


빡-!



***


“제발 그만! 그만 좀 때리··· 컥!”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행크의 늑골 사이를 빗자루 손잡이로 쿡 찌르며 나는 좀 전의 상황을 회상했다.


‘설마 했는데, 그게 되네.’


빗자루로 철봉을 벤 것은 확실한 기선 제압을 위한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말이 안 되는 시도였는데 결과는 성공이었다.


당황하지는 않았다. 왠지 할 수 있을 거란 직감이 들었거든. 검술에 대해서만큼은 내 직감이 틀릴 리 없다는 확신도 있었고.


근데 생각해 보니까 이거 빗자루잖아.

날붙이도 아닌데, 이게 되네? 왜지?


“사, 살려 주십쇼, 형님! 절대 기어오르지 않겠습니다! 제발!”


고민하며 관성적으로 빗자루를 휘두르다 보니 기다리던 소리가 들렸다.


덜떨어진 형님 소리를 원한 건 아니고. 존댓말 말이다, 존댓말.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말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시키지도 않은 존댓말을 내뱉는다는 건 저놈이 심리적으로 꽤나 굴복했다는 뜻이다.


“형님은 개뿔, 거울 안 보냐?”

“그럼 조장이라 부르겠습니다! 제발 그만 때리십쇼. 조장님!”


인원이 수시로 바뀌는 형벌부대는 한 막사를 쓰는 조원끼리 알아서 서열 정리를 한 뒤 조장을 결정한다.


호칭까지 옳게 부르는 걸 보니 이만하면 되었다 싶어, 빗자루를 바닥에 툭 던졌다.

행크와 놈이 맞는 동안 숨죽인 채 눈치만 보던 나머지 병사들이 동시에 흠칫 몸을 떤다.

나는 얼어 있는 그들에게 빗자루를 눈짓하며 명령했다.


“자, 시작.”

“예? 뭘······?”

“빗자루로 뭐 하겠냐? 청소하라고, 청소. 나가서 모포 털고 걸레 빨아서 침상 닦고 비질도 하고. 실시!”

“시, 실시!”

“해 떨어지기 전에 안 끝내면, 오늘 편히 잘 생각은 버려야 할 거야.”


내 으름장에 떨거지들이 헉하고 헛숨을 들이켜더니 후다닥 청소를 시작했다.


내 손으로 하기 귀찮았는데 마침 잘 됐다. 마구 부려 먹어도 미안한 마음이 안 드는 놈들이 생겨서 참 다행이야.


그렇게 서열 및 숙소 정리를 끝마친 뒤에도 나는 계속 막사에 머물렀다.

밖에 나다니지는 않았지만 꽤 많은 일을 처리했다.


첫 번째로 한 일은 도검술 재능에 대한 확인이다. 빗자루에 적용되는 걸 보고 알아봐야 할 필요를 느꼈거든.


실험 결과 내 도검술 재능은 게임 속 설정과 달랐다.

형태가 길쭉하고, 내가 그것으로 무언가 벨 수 있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모든 물건에 적용되었다.


명백한 설정 파괴다.

게임에서는 분명히 도검(刀劍)으로 분류된 무기에만 적용되는 재능이었으니까.


아마도 세 자릿수에 달한 도검술 재능 수치 때문이겠지?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좋은 일이니 더 따지지 않고 그 정도로 넘겼다.


두 번째로는 더 빠르게 강해지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기억을 더듬어 강력한 스킬, 유용한 장비, 신체 능력을 올려주는 영약의 획득 방법 등을 정리해 나갔다.


그 결과 어떻게 이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지킬지, 비상식적인 내 재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감이 오기 시작했다.


세 번째로, 틈틈이 신체 단련까지 하다 보니 금방 며칠이 지났다.


안톤의 부관이 찾아왔다.


“11조장, 부대장님의 호출이다.”


아무래도 슬슬 다음 퀘스트가 주어질 모양이다.



***


부관을 따라 간 안톤의 집무실에는 방 주인 외에도 한 사람이 더 서 있었다.


날카로운 인상의 붉은 머리 병사였다.

목의 징표를 보면 형벌부대 소속이 맞는데, 일반 형벌부대원과는 복장이 달랐다.


허리에 찬 아밍소드, 종아리의 단검, 등 뒤의 망토까지, 모든 장비가 낡은 보급품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훌륭했다.

좋은 장비를 전리품으로 얻을 만큼 오래 살아남았다는 뜻이다.


얼굴이 낯선 걸 보니 그럭저럭 비중 있는 조연인 1조는 아닐 테고, 2조나 3조의 조장쯤 되려나?


“2조장 브론즈, 11조장 세인. 이 자리에 너희를 부른 것은 너희에게 한 가지 임무를 맡기기 위함이다.”


예상이 맞았다. 붉은 머리 병사는 2조장이었다.

이름은 처음 듣는다. 게임에서는 1조를 제외하면 다 ‘병사’로 통일이었거든.


그나마 2조에 대해 아는 건 그들이 1조에 결원이 생기면 대체할 스페어라는 점. 그리고 1조보다는 못하지만 짬밥이 보통이 아니라는 점 정도?


“1구역 최심부에 고블린 부락이 둥지를 틀었다. 규모가 커서 그대로 두면 성벽 근처까지 기어들어 올 태세라 당장 토벌해야 한다.”


목을 가다듬은 안톤이 말을 이었다.


“문제는 홉고블린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전력상 1개 조만으로는 토벌이 어려울 테니, 너희 두 조에게 고블린 부락 및 홉고블린 토벌을 맡기겠다. 두 조장이 잘 상의하여 토벌을 성공적으로 마치도록.”


안톤의 명이 끝나자마자 브론즈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굳이 이런 애송이까지 출동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대장님.”

“무슨 뜻이지, 2조장?”

“2조만으로도 얼마든지 홉고블린을 처치하고 고블린 부락을 전멸시킬 수 있습니다.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말을 마치며 내 쪽을 흘기는 눈빛에는 멸시가 가득했다.


어이없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언제 봤다고 애송이야?

내가 원해서 불려 온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시비지? 성을 내려면 안톤에게 내든가.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세인?”


안톤의 질문에 기억을 더듬었다.


고블린 부락 토벌은 매번 등장하는 퀘스트다.

그런데 게임에서와는 시기가 달랐다.


본래 이 임무는 이맘때 1조에게 맡겼다가 사상자를 내며 실패한다. 그 후 한동안 방치되다가 형벌부대를 떠나기 직전에 주인공에게 넘어간다.


시기상 한참 뒤에나 받을 임무고, 당연히 난이도가 높다.

임무 보상이 훌륭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몹시 유용한 아이템이 드롭된다.

고로, 내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저도 그 정도 임무에 두 조나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임무에서 빠지고 싶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11조가 단독으로 임무를 처리하겠습니다.”


대답이 끝나자마자 2조장 브론즈가 발끈하며 끼어들었다.


“개소리! 방금 들어온 애송이 새끼가 마경 무서운 줄 모르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이는구나!”

“상급자 앞에서 근본 없이 굴지 마라, 2조장.”

“뭐? 이 새끼가!”


자꾸 무례하게 굴기에 슬쩍 긁었더니 단박에 얼굴을 구기며 주먹을 부들부들 떤다. 이거 참 보람차구먼.


“그만!”


과열될 뻔한 분위기를 환기한 안톤이 미리 생각이라도 해놓은 것처럼 곧바로 결정을 내렸다.


“두 조장이 모두 자신 있다니 이렇게 하면 되겠군. 각 조는 단독 행동을 하며 고블린 부락을 토벌한다. 이번 일의 보상은 더 큰 공을 세운 조에게 몰아주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저런 애송이 따위 보낼 필요도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겠습니다!”


안톤의 명이 끝나자마자 브론즈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어쩌나? 이번 임무는 그냥 홉고블린을 때려잡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텐데.

나중에 가서 울고불고 매달리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작가의말

文pia블랙 님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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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튜토리얼 +5 24.04.14 5,465 1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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