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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7왕자가 싸움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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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1.05.08 00:44
최근연재일 :
2021.07.26 19:1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368,747
추천수 :
5,987
글자수 :
184,596

작성
21.07.26 19:10
조회
1,175
추천
46
글자
11쪽

62화

DUMMY

"하아···."


리템은 호수가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은 아버지의 복수에 집중해도 부족할 판에 왠지 모르게 자꾸 신경이 '그'에게 분산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

리템은 답답한 마음에 주변에 떨어져 있는 돌멩이 하나를 주어 호수를 향해 던지었다.

그렇게 수면 위로 퍼져나가는 파문을 보고 있는 찰나.


"음?"


리템은 문득 호수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떠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 흐물거리는 것이 꼭 해파리 같았는데, 이윽고 그것은 그가 있는 호수가까지 떠내려왔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무려 '사람의 얼굴 가죽'이었다.


"헉!"


리템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찌었다.

수중에 사는 괴수가 먹고 남긴 찌꺼기라도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곳은 괴수의 사냥터라는 이야기. 이곳에 있으면 위험하다는 증거였다.

그는 등골이 싸늘해짐을 느끼며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다.


"어?"


하지만 리템은 그러지 못하였다.

이유? 바로 그 얼굴 가죽이 자신이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을 너무 닮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알렌'의 얼굴과 너무나도 똑같은 모습.

이에 리템이 불안한 눈동자로 혹여 있을지 모르는 알렌의 다른 신체 부위를 찾는 찰나.


-뽀글.


수면에 공기방울이 떠올랐다.


-뽀그르르르를!


이윽고 처음에는 한 두 방울에 불과하던 기포가 눈에 띄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아아아아앗!


그러한 수면을 뚫고 거대한 형상이 튀어나왔다.

이윽고 그것의 모습을 확인한 리템은 자신도 모르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말?'


그것은 말(馬)의 머리였다.

하지만 보통의 말이 아니었다.

윤기 어려야할 가죽 대신 비닐이 덮여 있었고, 터질 듯한 근육질의 뒷다리 대신 물고기와 같은 꼬리가 붙어 있었다.

그것은 본디 '켈피(kelpie)'라고 불리는 몬스터로, 사람을 물속으로 끌고가 불어 터진 시체를 뜯어먹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뭐지?'


리템은 문득 켈피의 등에 무언가 붙어 있음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사람이었다.

켈피에게 유혹 당해 멋모르고 등에 올라탄 채 물속으로 끌려간 희생자인가?

하지만 이내 리템은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사실은 정 반대였다.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든 자신의 등에서 떨쳐내려는 켈피와 그러한 켈프의 목을 조르며 악착같이 달라붙어 있는 사람과의 팽팽한 승부.

이윽고 켈피가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히이이이이잉!


리템은 멍하니 그 모습을 쳐다봤다.

어떻게 해야 저 사나운 켈피가 저런 구슬픈 울음소리를 내게 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누구지?'


리템의 시선은 자연스레 켈피의 목을 조르고 있는 자에게 향하였다.

물고기와 같은 미끌거리는 피부를 두 팔뚝만으로 부여잡을 수 있는 믿을 수 없는 근력.

옆 왕국에서 매년 개최되는 미노타우로스 타기 경주에 나간다면 1등상은 따놓은 당상일 터였다.


-푸아아아아앙!


그렇게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한참을 이어져갔다.

켈피가 몸을 거칠게 털거나 혹은 그대로 물속에 한참을 잠수함을 반복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모자란 호흡으로 인해 나가 떨어져야 정상이었지만 오히려 지친 기색을 먼저 보인 것은 켈피 쪽이었다.

몬스터를 상대로 체력 싸움에서 승리하다니?

어느쪽이 괴물인지 알 수가 없었다.


-히이이이이잉!


결국 수중전을 포기한 켈피는 육지로 올라와 그대로 자갈이 가득한 땅바닥에 몸을 굴러댔다.

그제서야 켈피에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사내.

그 사내는 이내 바닥에 쪼그러 앉아 어쩔줄 몰라하는 리템을 발견하고는 입을 열었다.


"리템, 물러나있어."


사내의 목소리에 리템은 움찔거렸다.

달빛에 드러난 사내의 얼굴은 그가 처음 보는 사람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라던가 풍채는 너무나도 잘 아는 이의 것이었다.

리템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알··· 알렌님?"


하지만 사내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팔에 채워진 팔찌를 변형시켜 칠흑의 창을 만들어냈다.

그 사내, 베히문트의 신경은 이미 켈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씻으러 왔다가 왠 봉변이람.'


베히문트는 입술을 씰룩거렸다.

아침부터 아이언 호스를 시작으로 미스릴을 먹은 은빛 아이언 호스까지.

결국 늦은 밤에는 반어반마(半魚半馬)인 켈피에게 습격을 받아 싸우게 되었다.

혹시 이러다가 내일은 환수인 유니콘이라도 만나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유니콘이란 처녀들만 좋아하는 변태적인 종족으로, 사내만 들끓는 자신들의 파티에 접근할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히우우웅!

-따각! 따각!


그렇게 베히문트가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어느새 튼실한 뒷다리를 만들어낸 켈피가 그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하앗!"


베히문트는 달려드는 켈피를 향해 스톰 브링거를 횡으로 강하게 내질렀다.


-촤악!


하지만 그런 스톰 브링거의 날카로운 창 끝은 어쩐 일인지 켈피의 피부를 타고 쭉 미끄러질 뿐.

마치 기름을 잔뜩 들이부은 미끄러운 빙판을 내리긁는 느낌에 베히문트는 미간을 살포시 찌푸렸다.

켈피 특유의 미끄러운 <그리스 스킨(grease skin)>의 효과 덕분으로 날붙이의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은 것이었다.


-퍼억!


베히문트는 재빨리 두 팔을 엑스자로 만들어 상체를 보호했다.

그와 동시에 켈피의 머리가 그의 몸통을 가격함에 베히문트는 밭고랑을 만들어내며 뒤로 물러났다.

흡사 바위도 부셔버릴 강력한 일격.


"하앗!"


하지만 모든 충격을 그대로 흘려버린 베히문트는 그대로 스톰 브링거를 역수로 잡고는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마치 드넓은 바다에서 홀로 상어 떼를 사냥하는 늙은 어부와 같은 분위기가 베히문트에게서 물씬 흘러나왔다.

그렇게 작살을 내던지듯 베히문트는 스톰 브링거를 강하게 내질렀다.


-푸우욱!

-히이이이이이이잉!


놀랍게도 날붙이의 공격을 무시하는 그리스 스킨의 특성을 무시하고 스톰 브링거가 켈피의 몸통을 꿰뚫었다.

이에 베히문트는 사나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역시나 생각대로인가?'


베히문트는 스톰 브링거를 던질 때 한 가지 능력을 담았다.

그것은 바로 <작살 투척 lv.1>.

이전에 카니발 플랜츠를 사냥할 시, <추수하기> 능력으로 강한 데미지를 입힌 것을 떠올리곤 사용하였는데 효과가 상상 이상이었다.

확실히 야생의 몬스터를 상대로는 '의외의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더 정답인 바였다.


-푸히이이잉!


켈피는 푸른 피를 토해내며 다시금 호수 속으로 사라지려고 했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하여 이내 바닥에 주저 앉았다.

싸늘한 시체로 변해버린 켈피.

베히문트의 압승이었다.


<배틀 포인트 +1>

<최초 업적 '초보 어부'를 달성하였습니다.>

<배틀 포인트 +10>

<'그리스 스킨'을 습득하셨습니다.>


그렇게 베히문트는 켈피에게 박힌 스톰 브링거를 뽑아 푸른 피를 털어내었다.

그 순간 그를 향해 리템의 옅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알렌님이시죠?"

"이런···."


순간 베히문트는 자신이 변장을 위해 쓰고 있던 인두겁이 사라져 있음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켈피에게 매달려 물속과 수면을 왕복할 때 떨어져 나간버린 모양.

여러 모로 골치 아픈 상황을 계속하여 만들어내는 것이 아무래도 몹쓸 저주에라도 걸린 것만 같았다.


"저를··· 속였군요?"


리템은 짧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하지만 딱히 책망하거나 질책 어린 목소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목소리에는 섭섭함의 감정이 짙게 묻어 나오고 있었다.

이에 베히문트는 여러 의미가 복잡하게 섞인 미소를 띄으며 입을 열었다.


"속인 것은 피차 일반 아니었던가?"

"네? 앗!"


리템은 켈피가 일으킨 물에 흠뻑 적은 셔츠 아래로 가슴에 두른 압박 붕대가 훤히 드러나 있음을 깨달았다.

그가 커다란 상처를 입지 않은 이상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였다.

그렇게 드러난 그의 정체는 놀랍게도···.


"여자였었나?"

"······."


리템은 그저 얼굴을 붉힌 채 아무런 말을 잇지 않았다.

대신 리템은 머리에 쓰어져 있던 모자를 벗겨냈다.

그러자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에쉬 블론드 색상의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왔다.


"그저 잘 생긴 미소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상 여자들 눈에 눈물 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글쎄요. 오히려 알렌님께서 그러지 않을까 싶네요. 이미 여자 몇 명은 울리고도 남았을 거 같은 외모인데. 헌데···."


순간 리템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베히문트는 자신의 정체를 리템이 알아차렸음 직감했다.

그렇게 베히문트가 리템의 반응을 묵묵히 기다리는 찰나.

하지만 예상 외로 리템은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휙하고 돌렸다.


"죄송한데···. 그··· 옷 좀 입어주실래요? 시선을 둘데가."


베히문트는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수압으로 인해 찢겨진 것은 인두겁만은 아닌 모양.

그나마 다행인 점은 바지는 멀쩡하다는 점이었다.


"······."


베히문트는 씻고 갈아입으려고 준비한 예비용 옷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뒤를 돌자 왠지 모르지만 강렬한 시선이 온몸에 훑고 지나감이 느껴졌다.

기분탓일려나? 그 순간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베히문트의 귓가로 똑똑히 들려왔다.


"리템."

"네? 네? 켁!"


리템이 놀라하며 사례가 걸린 듯 켁케거렸다.

이내 헛기침을 몇 번하던 그녀는 베히문트에게 말했다.


"말씀하세요."

"혹시 카벙클을 만났다는 지점이 여기서 멀지 않은 장소인가?"

"네. 맞아요. 여기에서 산 하나만 넘어가면 금방이에요."

"그래?"


그 순간 베히문트는 몸을 돌려 숲속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루쟌에게 돌아가 있어! 날이 밝기 전에 돌아올게."

"잠깐만요! 저도 따라갈래요!"


리템은 질세라 있는 힘껏 베히문트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무도 남아 있지 않는 장소, 그곳에는 적막함만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라? 아무도 안 계시네?"


베이스 캠프에서 둘의 귀한을 기다리던 루쟌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돌아오지 않는 둘을 찾으러 호숫가로 찾아왔다.

하지만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죽어 있는 켈피의 시체 뿐.


"뭔 일이 있던 거람."


루쟌은 코를 킁킁거리며 혹여 남아 있을 흔적들을 찾기 시작했다.

이윽고 조금 떨어진 옆 바위 위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팔찌였다.

베히문트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벗어둔 상태에서 급히 뛰어나가는 바람에 남겨진 것이었다.

물론 루쟌은 이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설마··· 무기도 없이 뛰어나간거야?"


하지만 이미 베히문트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

루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 팔찌를 잘 보관하고 있다 베히문트에게 다시금 돌려주는 일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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