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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7왕자가 싸움을 너무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1.05.08 00:44
최근연재일 :
2021.07.26 19:1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368,739
추천수 :
5,987
글자수 :
184,596

작성
21.07.20 00:13
조회
2,115
추천
56
글자
11쪽

59화 - 귀찮게 하는 그녀(2)

DUMMY

베히문트가 한 발자국 나아가자,

이에 반응하듯 경호 병사들이 일제히 둘 사이의 공간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흡사 갑자스레 단단한 벽이 생겨버린 느낌이었다.


'절도 있는 태도와는 달리 살기를 제대로 숨기지를 못하고 있군. 오랜 전쟁터에서 칼밥을 먹으며 살아온 이들이야. 군인일까? 아니 그보다는 용병일 거 같아.'


그러한 베히문트의 직감은 옳았다.

그들은 <배익의 까마귀>라고 불리우는 용병단으로, 하루 고용 비용만 '몇십 골드'에 달하는 프로 용병들이었다.

그것도 한 사람의 몸값으로만.

즉, 흔해 빠진 용병단들하고는 근본부터가 다르다는 얘기로, 그들이야말로 돈의 망령이라고 부르기 손색 없는 자들이었다.


'싸워볼까?'


물론 용병단과 15대 1의 싸움을 못할 것도 없는 그였지만, 이내 베히문트는 검을 뽑는 것을 포기하였다.

그것은 바로 다른 용병들과 달리,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 물잔을 들이키는 넓은 챙의 모자를 쓴 남자 때문.

베히문트는 그자에게서 오러 중급 유저였던 글라우스와 비슷한 냄새가 물씬 풍겨옴을 느꼈다.


"어허. 이거 왜 이러십니까. 밥 먹으러 왔다가 체하겠습니다. 그려."


웃음기를 머금으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바르만.

하지만 베히문트는 저 미소 밑에 숨겨진 추악한 본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 증거로 방금 전 습격을 받았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태도이지 않던가.

그만큼 많은 원한을 사왔다는 증거였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직업 상 오해를 사는 일이 많아서 이런 일이 뜸뜸히 있더군요."

"흠··· '오해'라. 그렇군요."

"감사의 의미로 오늘 저녁 식사 값는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추가로 더 드셔도 되니 부담 없이 더 드셔도 되십니다."


그렇게 바흐만은 짧은 대화를 끝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는 베히문트에게는 곤란한 일이었다.

어떻게든 그와의 향후 접점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우연찮게 들으니 아까 허니베어 엉덩이 스테이크를 주문하려고 하시더군요."

"그렇습니다만?"


그게 뭐 어쨌다는 듯 바라보는 바흐만.


"먼저 먹어본 소감으로는 안에 들어가 있는 '데릭데릭 갈릭'이 허니베어 특유의 잡내를 없에주어 그 육즙의 달콤함이 배가 되더군요."

"오! 그렇습니까?"


순간 바흐만이 두 눈을 빛내며 베히문트는 바라봤다.

마치 같은 취미를 공유한 동지를 발견한 눈빛이었다.


"데릭데릭 갈릭은 다른 향신료들에 비해 향이 옅어 음식에 들어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용케 그것을 눈치채셨군요. 미각이 꽤나 대단하신가 보군요."


이에 베히문트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그저 <미식 lv.4>의 효과로 알아낸 허니베어 엉덩이 스테이크의 레시피 중,

데릭데릭 갈릭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대충 아무런 말이나 섞어서 대답했을 뿐.

베히문트는 데릭데릭 갈릭이 어떻게 생긴지도 몰랐다.


아무튼 바흐만의 관심을 이끌어냈으니 반은 성공한 바.

그의 '먹성을 공략한 것'이 유효한 공략수단인 셈이었다.


이윽고 베히문트는 조마심을 내지 않고 느릿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제 직업 상 희소 식재료를 많이 접하다보니 미각이 절로 향상될 수밖에 없더군요."

"실례지만 직업이?"

"마수 사냥꾼입니다."


마수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겠지만, 귀족이나 돈이 많은 부자들에게는 그저 고급 식재료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수의 고기를 그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바로 마수 사냥꾼.

그렇기에 고랭크의 마수 사냥꾼은 희소한 인재로 취급 받으며, 그들을 향한 귀족들의 러브콜은 항상 끊이지 않았다.


"이거 귀한 분을 여기서 만나게 되는군요."


바르만은 눈을 뱀처럼 번뜩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고보니 제 소개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잉신드 도시의 가장 큰 상단인 자베스 상회의 부단주가 되는 바르만이라는 사람입니다."

"사냥꾼 알렌입니다."

"그렇군요. 과연 호걸 같은 용맹함 느낌이 절로 느껴지는 이름이십니다."


이에 베히문트는 입술을 이죽였다.

베히문트가 알렌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이유는 그저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들 사용하는 특색 없는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변방 농가에 가도 한 두명 정도는 사용하는 이름일 정도.

바흐만의 아부가 제법 노골적이었다.


"혹여 기회가 된다면 마수의 고기를 저희 상회에 납품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뭐, 나야 제 값만 치뤄준다면야."

"그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역시나 탐욕스러운 바흐만답다.

돈 냄새가 풍긴다싶으니 바로 덥썩 물어버리는 꼴이라니.

그렇게 생각하며 베히문트는 이만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이었다.


'흠, 이 자가 있었지···.'


베히문트는 바닥에 널브러져 끙끙거리고 있는 미소년을 응시하였다.

활동성을 중시한 농가 남아의 의복인 것에 비해, 그러한 옷 사이로 보이는 맨 속살은 하얗기 그지 없었다.

마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힌 느낌.

분명 이자에게도 본인만이 아는 복잡한 사정이 있을 터였다.

물론 그러한 사정까지 일일히 헤아려줄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이것도 뭔가의 인연이겠지.'


베히문트는 그자를 들어 어께에 들쳐메었다.


"내가 잡은 사냥감이니 내가 처리하겠습니다."

"어쩌실려고?"

"아는 귀족이 남색을 밝히는 변태로 이런 곱상한 얼굴의 남아를 좋아하지요. 데려다주면 꽤나 짭짤한 금화를 받을 수 있습니다."

"뭐, 저야 두 번 다시 그 얼굴만 보지만 않으면 되니. 그럼 뒷처리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베히문트는 바흐만과 다시 만날 약속을 정하고 식당을 떠나갔다.

이제 남은 문제는 하나였다.

어깨에 걸치고 있는 이자를 과연 어떻게 해야할꼬?


+++


잉신드 도시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골목.

이곳에는 이미 선객 아닌 선객(양아치 무리)이 미리 자리하고 있었지만, 베히문트의 '정성 어린 요청(?)'에 그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물러나주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러갔을까.


"으으으으···."


줄곧 기절해 있던 그가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으으···응?"


이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올린 그는,

이윽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베히문트와 루쟌을 발견하곤 숨을 들이켰다.


"흐윽···!"


그러곤 황급히 자신의 옷섶과 바지춤을 더듬거더니, 별달리 풀려진 흔적이 없어보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본 베히문트는 삐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옷에 뭐 중요한 거라도 숨겨뒀나?'


마치 무언가 중요한 것을 옷 안에 숨겨두었던 모양.

베히문트는 그렇게 그 모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를 향해 말을 걸려고 했다.

아무리 외곽진 장소라지만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 자칫 곤란해지지 않겠던가.

하지만 그 소년이 취한 행동은 전혀 예상 외의 것이었다.


"저를··· 구해주신 거군요. ···감사합니다."


소년의 말에 베히문트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사태파악을 하지 못하고 악을 쓰거나 주먹을 휘둘렀을 텐데.

하지만 그는 자신을 구해줬다는데 이미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아마 기절하기 들었던 대화와 주변 상황들을 보고 빠르게 파악해낸 모양일 터.

머리 회전이 빠르고 예절을 지킬줄도 아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인물임에 분명했다.

베히문트는 소년이 마음에 들었다.


"감사 인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애초에 이쪽의 이득 때문에 한 행동이니깐. 그저 정말로 고맙다면 이대로 이 도시를 떠나줬으면 좋겠어."

"그게 무슨?"

"바르만에게 너를 어떤 변태 귀족에게 팔아버리겠다고 하고 데리고 나왔거든. 혹여 네가 다시 그에게 접근하면 되려 이쪽이 곤란해."


그렇게 말하며 베히문트는 금화 하나를 그에게 던져 주었다.


"벨트라 도시로 떠나 엘리샤 왕녀를 찾아라. 그에게 '알렌'이 보냈다고 전하면 분명 일자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베히문트가 처음 그를 구해준 것은 변덕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노잣돈으로 금화를 던져주고 엘리샤 왕녀를 소개해준 것은 분명 그의 미래에 대한 투자인 셈이었다.

저 정도 사태파악과 머리회전이라면 훗날 고위 관료직까지 올라갈 재목임은 분명했다.


"제 이름은 리아나··· 아니 리템이라고 합니다. 혹여 알렌님께는 계획이 있으신가요?"


베히문트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말해준다고 딱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냥 계획을 말해주었다.

솔직히 그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함이 크기도 했다.

이야기를 들은 리템은 잠시 생각하는 듯 싶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카벙클을 잡는 게 어떨까요?"

"카벙클?"


카벙클.

일명 보석수라고 불리우는 존재들로, 그 귀여운 외모와 이마에 있는 보석 때문에 많은 사냥을 당해 이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마수였다.

사냥꾼들 사이에는 '뛰어다니는 황금'이라고 불리울 정도.


"이마 중심에 보석만 값비싸다고 알려져 있지만,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최고급 식재료입니다."

"그렇군."


베히문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만한 식재료로는 바흐만의 고용인 수준에서 거래가 끝날 확률이 높았다.

최소 고용인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그것도 시세가 가늠하기 어려운 식재료.

바흐만 본인이 와야만 처리가능한 정도가 알맞은 바.

카벙클이라면 최적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위치를 모른다는 점인데.


"흠?"


베히문트가 리템을 응시하는 찰나.

그의 입가에 걸려 있는 진한 미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거 봐라?


"위치를 알고 있군?"

"예전에 아버지를 따라간 장소에서 우연찮게 카벙클을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길을 잃은 바람에 발견한 장소라서 마을 사냥꾼들도 그 존재 자체를 모를 것입니다."

"위치는?"

"글쎄요. 제가 직접 가야만 알 것 같네요."


이에 베히문트는 짙은 미소를 지었다.

똑똑한 이들은 세상에 넘쳐 흘렀다.

하지만 그러한 이들이 모두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다면 그것은 아니었다.

허나 리템은 자신의 몸값을 확실히 올릴줄 아는 인재였다.

그에겐 관료직이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상인이 더 적성에 맞을지도 몰랐다.


"이 금화는 안내비라고 생각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리템은 자신의 품으로 금화를 챙겨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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