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베히문트는 로젠과 노라 일행과 짧은 작별을 고했다.
애초에 그들의 목적은 유적 탐사에 있었으니 더 이상 벨트라 도시에 체류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베히문트도 용병 길드에서 보상으로 받은 'B랭크 용병증-무려 2계급 특진-'을 가지고 떠날까도 고민했지만, 접수원의 발급까지 일주일이 걸린다는 말에 출발 일정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드디어 내일 출발이군.'
베히문트는 여관에서 준비해준 간단한 아침 식사를 끝내고 한가로이 창밖 구경을 하고 있었다.
새벽부터 부산스레 장사 준비를 하고 짧은 휴식을 즐기는 장사꾼들부터 친구들과 오순도순 손에 손잡고 노는 아이들.
그가 카니발 플랜츠를 무찌르지 못했다면 보지 못했을 평온한 풍경이었다.
-탁.
이윽고 베히문트는 창문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안에 옅은 어둠이 깔리었다.
'출발 준비는 대강 끝났고···.'
베히문트는 침대 위에 올려둔 자신의 무기들을 둘러보았다.
깨지거나 파괴된 방어구들은 새로이 구입하고 활대가 휜 강단목 활은 수리하였다.
그는 그 무구들 중에 고블린 프린스의 지팡이를 집어들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눈앞에 새로운 형태의 상태창이 나타났다.
[고블린 프린스의 주술 지팡이]
-등급: 에이션트(ancient)
-설명: 고블린 프린스가 사용하던 주술 지팡이.
-능력: 주술을 사용하면 강한 산성의 독이 지팡이에 맺힌다. 일단 독이 아닌 주술적 독으로 보통 방법으로 해주하기는 불가능하다.
베히문트는 입술을 빼죽 내밀고 팔짱을 단단히 꼈다.
이전 카니발 플랜츠를 쓰러트리고 습득한 <현자의 눈>의 효과였다.
몇 번이나 이 상태창을 확인했음에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 현자의 눈이 아니었다면 이 독이 주술적 효과를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겠지.'
괜히 '현자'라는 칭호를 가진 것이 아니었다.
특히나 이런 에이션트급 아이템들은 유래나 사용 방법이 실전된 것이 많은데, 그것을 이 현자의 눈이 모두 해결해주었다.
그야말로 치트급 능력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
베히문트는 자신의 능력 리스트를 훑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초악력 lv.6>을 확인하고는 집중하여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다른 상태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초악력 lv.6>
-손아귀의 힘이 강해집니다.
-lv.1의 효과: 손아귀의 힘이 '조금' 강해집니다.
-lv.2의 효과: 손아귀의 힘이 '제법' 강해집니다.
-lv.3의 효과: 손아귀의 힘이 '많이' 강해집니다.
-lv.4의 효과: 손아귀의 힘이 '놀라울 정도로' 강해집니다.
-lv.5의 효과: 손아귀의 힘이 '경악할 정도로' 강해집니다.
-lv.6의 효과: 손아귀의 힘이 '초월적으로' 강해집니다.
원래라면 <초악력 lv.6>이라는 단어만 확인 가능한 상태창.
<현자의 눈>과 결합하여 배틀 시스템이 극적인 진화를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베히문트는 대상을 바꿔 <몬스터 지식 lv.3>를 응시했다.
<몬스터 지식 lv.3>
-몬스터의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lv.1의 효과: 몬스터의 이해도가 약간 증가합니다.
-lv.2의 효과: 몬스터의 움직임이 예측되기 시작합니다.
-lv.3의 효과: 몬스터의 약점이 보입니다.
※<도륙>이나 <해체> 능력을 사용할 시 추가 시너지를 받습니다.
베히문트는 몬스터의 약점이 갑작스레 보이기 시작하던 이유를 이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더욱이 베히문트가 미쳐 몰랐던 능력들의 자세한 효과들도 확인할 수 있으니 대박 그 자체였다.
'솔직히 이건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능력이라고 생각될 정도야.'
베히문트가 아니라면 이 <현자의 눈>의 능력을 반의 반도 발휘하지 못했을 터.
그를 위한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렇게 베히문트가 능력들을 하나씩 읽어내려가던 찰나.
-쾅! 쾅!
누군가 베히문트의 방문을 거세게 두들겼다.
베히문트는 처음에 이곳 여관의 여주인인가?라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돈도 선불로 지불했고 친절한 태도였음을 기억해내고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기척 감지 lv.3>
베히문트는 기척 감지 lv.3를 사용했다.
기척 감지의 lv.3의 효과는 바로 벽 넘어 사람의 움직임을 대략적으로 머릿속에 그려내는 것.
현자의 눈 덕분에 알아낸 추가 효과 중 하나였다.
그렇게 베히문트의 머릿속에 대략적인 실루엣이 그려지려는 찰나.
-빠아아아아악!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나버린 문.
강제로 열려버린? 문 넘어에는 절세미녀가 따로 없는 황금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창을 든 채로 서 있었다.
중갑옷을 입고 있는 그녀는 성난 표정으로 베히문트를 응시하고 있었다.
"설마했거늘. 정말로 베히문트 네가 이곳에 있을 줄이야."
"오랜만이군요. 엘리샤 왕녀."
베히문트는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
이에 엘리샤 왕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음? 뭔가 분위기가 달려졌군."
"아직도 울보였던 시절의 저로 생각하십니까?"
"······."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180도 달라진 베히문트의 모습에 엘리샤 왕녀는 말을 잃었다.
베히문트는 계속하여 말을 이어나갔다.
"어떻게 저를 찾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대로 보내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어차피 내일이면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습니다."
"미안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줄 수는 없겠···."
"제가 부탁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까?"
오만불순하기까지 한 베히문트의 태도.
물론 그만한 실력을 가진 강자였기에 모든 것이 용납이 될 수 있었다.
베히문트는 침대에 놓여 있던 무기 중 새롭게 구입한 강철 검을 집어들었다.
[왕위 쟁탈전 - 엘리샤 왕녀]
[왕위 계승권을 가진 정통 후계자끼리의 싸움입니다. 패배는 용납하지 않습니다. 승리하여 진정한 왕이 누구인지 세상에 알리십시오.]
퀘스트를 알리는 메시지창.
그와 동시에 엘리샤 왕녀는 들고 있던 자신의 애병기 '이졸데'를 들어올렸다.
듣기로는 아티팩트급의 아이템으로 그의 외조부인 북방의 장군 '헥타르'에게 하사받은 창이었다.
베히문트는 문득 저 무기의 성능이 궁금했다.
이윽고 이졸데를 현자의 눈으로 감정한 그는 이내 미간을 살포시 찌푸렸다.
'어처구니가 없군. 뭐, 저런 아티팩트가 다 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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