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상체는 여자이며 팔과 하체는 조류인 몬스터 하피(harpy).
그녀들은 독특한 사냥 습관이 있었는데, 바로 짙은 안개 낀 날에 무소음의 날개짓으로 사냥감의 등 뒤를 잡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려 흘러나온 내장을 먹어치우는 것.
그렇기에 대대로 여행객들은 그녀들을 두려워 하며 하피를 '안개의 암살자', '여행객의 두려움' 등의 별명으로 부르었다.
"엎드려!!"
베히문트는 큰 소리로 외침과 동시에 드워프제 검을 빠른 속도로 던졌다.
그렇게 날아간 드워프제 검은 루쟌의 머리 위를 스쳐감과 동시에, 루쟌을 향해 날아오고 있던 안개 속 그림자를 정확히 적중시켰다.
-케엑!
그러한 드워프제 검에 가슴팍이 꿰뚫린 하피.
그대로 뒤로 날아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물론 즉시 배틀 포인트를 획득하긴 했지만 전투 시작 전부터 무기를 잃어버리다니, 뼈 아픈 손실이었다.
하지만 베히문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초에 메인 무기는 따로 있었으니깐.
-샤앗!
이윽고 베히문트가 손을 뻗자 그의 손목에 끼여 있던 팔찌가 그 본연의 모습을 들어냈다.
파멸의 창 '스톰 브링거'!
그러한 스톰 브링거를 손에 쥔 베히문트는 앞을 향하여 엑스자 베기를 시전하였다.
<배틀 포인트 +1>
<배틀 포인트 +1>
묵직한 손맛과 함께 순식간에 차오르는 배틀 포인트.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격적인 싸움을 알리는 경종에 불과했다.
-슈우우우욱!
공중에서부터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다수의 하피들.
가속도를 이용하여 베히문트를 찍어 뭉게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베히문트는 오히려 이를 반겼다.
-콰앙!
바위도 일순간 부셔버리는 하피의 공중 킥.
하지만 압도적인 베히문트의 피지컬 앞에서는 의미 없는 행위였다.
베히문트는 그런 하피의 공중 킥을 스톰 브링거를 쭉 늘이켜 한 번에 받아냈다.
-끼엑?
하피의 상체인 인간의 얼굴 부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만난 사냥감들은 지금쯤 온몸에 뼈가 부러져 바닥을 기어다녔었는데, 왜 이 인간만은 멀쩡하지?
하지만 그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샤샤샤샤샤샷!
<배틀 포인트+1>
<배틀 포인트+1>
<배틀 포인트+1>
······
베히문트가 속사와 같이 휘두른 스톰 브링거에 하피들은 순식간에 배틀 포인트로 변해버릴 뿐.
-끼엑?
-끼에엑?
자신들의 동료가 순식간에 죽어버림에 하피들 사이에 일순 소요가 일어났다.
베히문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단검을 던졌다.
그 순간이었다.
<'단검 투척 lv.4' → '단검 투척 lv.5'로 레벨업 되었습니다.>
-lv1의 효과: ···
-lv2의 효과: ···
-lv3의 효과: ···
-lv4의 효과: ···
-lv5의 효과: 대상을 적중함과 동시에 주변의 대상도 함께 공격할 수 있습니다.
꾸준히 수련하여 레벨 5까지 올라간 단검 투척의 효과.
이에 베히문트는 삐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레벨 5의 추가 효과를 사용하며 다시 한 번 단검을 던졌다.
-슈욱!
-탁! 탁! 탁!
그렇게 날아간 단검은 하피 사이를 바운딩하며 동시에 세 마리에게 상처를 입혔다.
물론 간접적인 공격이기에 스치기만한 상처에 불과했지만, 그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바로 단검에 미리 묻혀놓은 '부패의 독' 때문.
독에 당한 하피들은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켁!
-끄엑!
베히문트는 멀리 떨어져 있는 하피들에게는 단검 던지기를, 근거리로 접근하는 하피들에게는 스톰 브링거의 매운 맛을 보여주었다.
삽시간에 줄어들기 시작하는 하피의 무리.
그야말로 하피의 비가 내린다고 무방할 정도였다.
-끼에에에에엑!
으익고 그렇게 많던 하피가 어느새 단 한 마리만 남은 상황.
베히문트는 겁에 질려 황급히 도망치려는 하피를 향해 단검을 날리려고 했지만 더 이상 수중에 남은 단검이 없었다.
물론 아공간에 있는 활을 쏴도 되었지만 베히문트는 다른 방법을 선택하였다.
-슈우우욱!
베히문트의 손에서 뻗어나가는 스톰 브링거.
<형태 변환>의 효과로 그 길이가 수십 미터로 길어지는 것이었다.
이윽고 빠른 속도로 날아간 스톰 브링거는 마지막 하피의 몸통을 꿰뚫었다.
그 순간이었다.
<최초 업적 '하피 슬레이어' 달성.>
<배틀 포인트 +10>
이윽고 보상 메시지와 함께 신기하게도 그 자욱하던 점차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음?"
잠시 후, 베히문트는 지금까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던 어떤 마을을 발견하였다.
그 거리가 얼마나 가까웠냐면 그 거리가 싸움이 일어났던 곳에서 채 10m도 채 떨어지지 않았을 정도.
얼마나 안개가 짙은 곳에서 싸웠는지 알 수 있는 대목기도 했다.
"어라? 왕자님 저거 마을 아닙니까?"
싸움과 동시에 던져 잃어버렸던 드워프제 검을 들고 루쟌이 나타났다.
옷에 하피의 피가 뭍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꽤 열심히 싸운 모양.
그렇게 베히문트가 루쟌에게 고생했다 말하려는 찰나였다.
"오, 그간 저희 마을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하피들을 이렇게 몽땅 사냥해주시다니···."
마을 입구에서 주름살이 깊이 패인 노인이 걸어나며 감동 받은 듯 입을 열었다.
"아, 이런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이곳 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는 '아룬'이라는 사람입니다. 일단 이럴 것이 아니라 마을에 들리시죠. 감사의 인사로 성대하게 음식을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중한 태도로 인사를 건네는 노인.
오랜 여행으로 여독이 쌓인 그들은 그렇게 노인을 따라 마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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