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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7왕자가 싸움을 너무 잘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1.05.08 00:44
최근연재일 :
2021.07.26 19:1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368,733
추천수 :
5,987
글자수 :
184,596

작성
21.07.06 00:49
조회
4,496
추천
85
글자
10쪽

49화

DUMMY

"절대 안 돼!"


엘리샤 왕녀는 탁상이 들썩거릴 정도로 강하게 내려치며 재차 소리쳤다.

웃음기를 찾아 볼 수 없는 냉랭한 표정.

방금 전까지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다.


"차라리 다른 걸 말해. 아까 군용 검을 원했나? 필요하다면 열 자루도 구해다주지. 아니면 마갑(魔甲)이라도 구해주길 원하나? 아무튼 루쟌만큼은 내어줄 수 없으니 딴 데 가서 알아봐."


그녀가 자신의 신념과 같은 '왕국 법'까지 어기며 내건 조건.

그만큼 엘리샤 왕녀는 단호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러날 베히문트가 아니었다.

베히문트는 고개를 돌려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루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함께 가겠나?"


베히문트의 짧은 물음.

이에 루쟌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많은 고민을 하는 듯 오랫동안 말을 잇지를 못하더니 이윽고 그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저는 어린 시절 저를 거둬주어 지금까지 살아갈 길을 만들어주신 왕녀님을 배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가? 이곳 급여보다 두 배는 줄 수 있는데?"

"죄송합니다."

"어쩔 수 없지."


베히문트는 입맛을 다셨다.

그가 탐나는 인재는 분명 맞았지만,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갈 생각은 없었다.

이미 과거에 충분한 배신을 당한 바.

베히문트가 진정 원하는 자는 진심을 다해 자신의 등을 맞길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게 베히문트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을 엘리샤 왕녀를 상상하며 고개를 돌리는 찰나.


"하··· 왠지 이럴 것 같더니···. 그때 두 사람을 같이 묘지에 보내는 게 아니었어."


예상과 달리 엘리샤 왕녀는 채념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미간을 살포시 찌푸리며 말했다.


"루쟌. 언제나 말하지만 너는 거짓말 할 때 사람 눈을 못 쳐다 보는구나."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변명하는 듯 황급히 말하는 루쟌의 말을 손짓으로 막은 채, 엘리샤 왕녀는 베히문트에게 말했다.


"베히문트."

"말씀하시지요. 엘리샤 왕녀."

"루쟌의 정체가 무엇이든 방금 그 제안은 계속하여 유효한 것이길 바란다."

"···?"


이에 베히문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루쟌의 정체? 자신처럼 도망자 신세라도 되는 건가?

아리송한 엘리샤 왕녀의 말에 베히문트가 말을 채 잇기도 전.


"루쟌, 복면을 벗어라."

"하오나."

"명령이다!"


엘리샤 왕녀의 명에 루쟌은 어쩔 수 없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을 벗겨냈다.

그러자 드러난 그의 모습은···.

결단코 평범한 인간의 얼굴은 아니었다.

베히문트는 조심히 루쟌의 정체를 가늠했다.


'···오크? 아니 하프 오크인가?'


하프 오크(half orc).

오크족 전사가 인간 여자를 겁탈하여 태어나는 존재.

태생적 이유로 두 종족 사이에서 모두 환영 받지를 못하며, 왕국 내에서는 천민 취급 당하는 아인종보다 더욱 못한 취급을 받았다.

단순히 몬스터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히기도 일 수.

능력에 비해 그의 성격이 유독 겁이 많았던 이유도 이제야 이해가 가는 바였다. 그것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내 정체를 단숨에 파악할 수 있던 거였나?'


한편으로 베히문트는 깨달을 수 있었다.

혼혈종은 부모의 유전적 특징을 강하게 물려 받는데, 오크족의 혼혈이라면 후각이 특출날 터였다.

베히문트가 아무리 변장을 해봐야 의미가 없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렇게 베히문트가 잠시 생각에 잠길 찰나.


"······."


자신의 숨기고 싶던 치욕적인 비밀이 드러남에 얼굴을 붉히던 루쟌.

이내 베히문트가 아무 말이 없자, 아쉬움과 채념 어린 빛을 내비치며 다시금 얼굴을 가리려 복면에 손을 올리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찌이익!


어느새 창으로 변한 스톰 브링거가 복면을 갈갈이 찢어버렸다.


"앞으로 내 앞에서 복면을 쓸 필요는 없다."


놀란 눈으로 루쟌이 올려다보자, 베히문트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베히문트는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구 앞에서든 복면을 쓰지 않아도 될 날을 만들어주마."


그 말에 루쟌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베히문트를 향해 진심을 다해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그날 베히문트는 새로운 가신을 획득할 수 있었다.


+++


<북부의 영웅! 엘리샤 왕녀! 훌륭하게 자신의 영지에 침범한 좀비 군단을 처단하다!>


베히문트는 <왕국 신문>에 실린 엘리샤 왕녀의 특집을 읽고 있었다.

다행히도 좀비 킹이 된 카르킨에 대한 내용은 없는 바.

이 좀비 사태를 일으킨 주범은 오히려 드높아진 엘리샤 왕녀의 명성에 꽤나 속이 타들어갈 것이었다.


'그나저나 꽤나 배려를 받은 셈이군.'


베히문트는 삐뚜름한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엘리샤 왕녀가 준 것으로 '좀비 킹에 대한 대가로 너무 큰 손해를 봤다'며 불평과 함께 반강제적으로 맡긴 의뢰서였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그 의뢰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했는데, 아마도 이후 베히문트와의 지속적인 연결 라인을 유지하려는 엘리샤 왕녀의 생각인 듯 보였다.


이는 엘리샤 왕녀가 비공식적이지만 확실히 베히문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왕자님 거의 다 도착한 듯 보입니다."


베히문트는 루쟌의 말에 창 밖을 응시하였다.

빠르게 흘러가던 풍경이 느려지는 것으로 보아, 그의 말처럼 목적지에 거의 도착한 듯 싶었다.


"불편한데는 없나?"


베히문트는 루쟌의 얼굴을 응시하며 말했다.

이에 루쟌은 자신의 코를 매만지며 답했다.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헌데 정말 감쪽 같군요. 이곳까지 오면서 만난 사람들 누구도 변장을 못 알아볼 정도였으니깐요."


<변장술 lv.5>로 분장한 루쟌의 얼굴은 그야말로 잘 생긴 한 명의 청년이었다.

오크 특유의 들창코를 낮추고 납작한 귀를 세웠을 뿐이었는데, 사람들은 누구도 그가 하프 오크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히려 몇몇의 여성들은 그에게 추파를 던질 정도.


'그저 생김새가 조금 다를 뿐인데··· 왕국 내에 자리한 인종 차별은 그 뿌리가 너무 깊다···.'


왕국에 자리한 인간 우월주의는 그 뿌리가 깊었다.

물론 베히문트는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짐승만도 못한 악인들이 있는 방면, 처음 본 베히문트에게 식량을 나눠줄 정도로 착한 묘랑족의 소소같은 소녀도 있지 않던가?

그렇게 베히문트가 씁쓸한 표정을 지을 찰나.


"손님들 도착했습니다."


채찍 소리와 함께 정차하는 마차.

베히문트는 마부에게 은화를 하나를 건네주며 반나절만 이곳에서 기다리라 말하였다.

마차 대금으로 너무 큰 금액에 마부는 깍듯이 허리를 숙이며 그들을 배웅해주었다.

그렇게 베히문트와 루쟌은 목적지인 벨트라 외각에 있는 한 마을의 입구를 향해 나아갔다.


"확실히 좀비 떼가 휩쓸고 지나갔는지 시취가 장난이 아니네요."

"그런가?"


엘리샤 왕녀가 맡긴 임무는 좀비 사건 이후에 연락이 끊긴 외각 마을의 방문.

하지만 묘지에서 탈출한 좀비 떼들이 이곳을 습격했는지 마을은 텅 빈 채 방치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유령 마을이 따로 없는 광경.

이에 베히문트는 루쟌에게 물었다.


"생존자는 있어 보이는가?"

"워낙 피 냄새와 좀비의 시취가 뒤섞여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왕자님."


간혹 어떠한 주군이라는 작자들은 자신의 가신들을 하인 쯤으로 여겼다.

그렇기에 자신들의 말을 법이자 철칙으로 생각하며, 명을 완수하지 못한 가신들을 엄하게 다루기 일수였다.

하지만 베히문트는 그러지 않았다.


"별 게 다 미안하군."


베히문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그저 어깨를 으쓱거리며 좀 더 안채의 집들을 훑어봤다.


<기척 감지 lv.3>


베히문트는 <기척 감지>를 사용했다.

레벨이 낮아 효율성이 낮지만 이렇게 조용한 마을에서라면 문제될 게 없었다.

그렇게 베히문트가 한 집씩 지나가는 찰나.


"···흠."

"왜 그러십니까?"


베히문트는 한 집 앞에서 멈춰섰다.

그러곤 그 집의 문을 밀고는 안으로 들어섰다.

지독한 시취가 뭍혀질 정도로 그 집 안은 약초 냄새라 가득했다.

약초꾼의 집이었을까?

베히문트는 주변을 둘러보다 수북히 쌓여 있는 약초 더미를 발견했다.

뭔가 위화감이 드는 모습에 베히문트가 다가가는 찰나.


-번쩍.


약초 더미 사이로 금속 날붙이가 빛을 반사하며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 안에 누군가 있음을 알고 있던 베히문트는 어렵지 않게 날붙이를 쳐내었다.

그러곤 그곳에서 뛰쳐나온 한 작은 생명체를 한 손으로 잡아 들어올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생명체, 한 8살이나 됨직한 소년은 베히문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쳤다.

하지만 이내 힘이 다했는지 움직임이 줄어들었다.


"왕자님, 이 꼬마는?"


뒤늦게 집으로 들어온 루쟌은 깜짝 놀라하며 물었다.

하지만 베히문트라고는 딱히 알지 못하는 바였다.

단지 그가 아는 것이라고는 이 꼬마 아이가 좀비 사태 이후 지금까지 이 곳에 숨어 있었다는 것과 그리고 영양 상태가 심히 좋지 못하다는 것 뿐이었다.

꼬마 아이는 젖먹던 힘까지 끌어내 들릴 듯 안들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

"···할아버지를··· 돌려내··· 이 '납치범'···들아···."


베히문트는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이곳에 자신이 알지 못하는 특이한 일이 발생했던 모양이었다.

베히문트는 아이를 루쟌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의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군."


베히문트는 삐뚜름한 미소를 지었다.

단순한 좀비 습격인지 알았던 사건, 아무래도 숨겨진 내막이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베히문트는 아이가 다시 깨어나기를 기다라며 쓰러져 있는 의자를 세워 앉았다.

그렇게 아이가 다시 깨어난 것은 정확히 두 시간이 흘러간 뒤였다.


작가의말

 오늘은 분량 많아요. 힘 좀 내봤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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