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89
추천수 :
36
글자수 :
73,265

작성
21.06.04 22:10
조회
22
추천
1
글자
8쪽

15화. 서효주

DUMMY

“뭐? 뭐라고?”

“느낌상 그렇다는 거야.”


 

여자는 휴대폰 너머로 비명을 지르듯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귀를 뗐다가 인상을 쓰며 웅얼거리 듯이 말했다.


 

“그래서?”


 

성이 난건지 텐션이 잔뜩 올라간 목소리가 다시 튀어나온다.

여자는 가만히 귀를 다시 가져다 대고 턱을 만지작 거리다가 대답했다.


 

“글쎄? 만약에 내 추측이 맞다면 그 사람이 다시 나에게 연락하지 않을까?” 

“아니, 그걸 그냥 보내면 어떡해?” 

“그럼? 민간인이면 어쩌려구, 잡아서 뭐, 고문이라도 할꺼야?” 

“···그건 아니지만.” 

“가만히 있어봐. 어차피 용인이라면 어쩔 수 없이 우리들의 레이더에 걸려들 수밖에 없으니까.” 

“이번엔 안 돼, 알지?”

“알지. 미국이나 중국놈들에게 빼앗길 생각없어.”

“보고해, 계속.” 

“그래.”


 

여자는 통화를 끊고 다시 한 번 턱을 쓰다듬었다.

찬 기운이 몽글몽글 맺힌 유리잔 안에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평온한 바깥을 바라본다. 카페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은 꽤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그때였다.

익숙한 옷차림의 한 남자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카페 안을 한번 둘러보더니 여자를 보곤 눈썹을 살짝 올렸다가 그녀에게 거침없이 다가왔다.


남자의 등장으로 카페 안이 조금 웅성거렸다. 카페 앞에는 검은색 커다란 벤이 멈춰서 있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이 마치 차 앞에 내려 대기하고 있는 의문의 남성들을 피하듯 한참 돌아 지나가고 있었다. 벤의 외부에는 “KDPA”라는 영어가 새겨진 특이한 마크가 자리하고 있었다.


 

“남부장님?”


 

여자는 남자가 다가오자 떨떠름한 목소리로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다가온 남자는 쓰고 있던 썬글라스를 벗으며 악수를 청했다.


 

“네, 남현석 부장입니다. 조금은, 오랜만이에요 서효주씨.”


 

효주는 그의 손을 잡고 몇번 흔든 뒤 놓았다. 남부장은 앉겠다는 듯이 손짓을 했고 효주는 고개를 한번 끄덕 했다. 남부장은 의자를 살짝 빼 그녀의 옆에 앉았다.


 

“커피 한 잔 하시죠? 여기 아메리카노 괜찮거든요.” 

“아뇨, 아닙니다. 커피는 워낙 많이 마셔서요.”

“아, 하긴.”


 

효주는 싱긋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곤 커피를 다시 한 모금 한 뒤 물었다.


 

“그, 감시를 너무 철저히 하셔도 곤란해요. 때와 장소를 좀 가려주셔야 하지 않나요?”

“감시와는 별개의 일로 온겁니다. 이런 곳까지 찾아왔다는 것 만으로 충분히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네에, 그러시겠죠.”


 

조금의 비아냥.

그러나 남부장은 꿋꿋히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몇장을 넘겼다.


종이를 넘기는 손이 거칠다. 그러다 뭔가 찾은 듯 한 장을 찢어 서효주에게 건네주었다.

서효주는 그것을 가만히 보다가 오른손 두 손가락으로 잡고는 물었다.

 


“어쩌라는 거에요?”

“협조를 바라는 겁니다.”

“이런 하찮은 일에 저희를 쓰겠다는 겁니까?”

“하찮은 일이 아닙니다. 아시잖습니까. 1호께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입니다.”

“그건 제 알바가 아니잖아요?”

“부탁드립니다.”


 

남부장이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고 효주의 말에 재깍재깍 대답했다. 효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종이를 찬찬히 보았다. 그 사이 남부장이 조금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이미 예상하고 움직이고 계시다는 것을 말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KDPA는 효주씨와 단씨의 편입니다. 물론, 늘 무리한 부탁을 하고 불편한 자리에 모시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계시잖습니까." 

“···그럼 더욱이 이번엔 우리끼리 알아서 하게 두세요.”

“아니, 그럴 수 없습니다. 더블디에서 이미 냄새를 맡았단 말입니다. 분석과나 수사부에선 더블디의 관여도가 꽤나 깊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들은 더블디에게 붙잡혔다가 풀려났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하, 정말.”


 

순간, 서효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녀의 동공이 갑자기 좁아지더니 마치 파충류의 눈처럼 변했다.


그리곤 탁자를 강하게 내려치자 탁자가 부서짐과 동시에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남부장을 제외한 카페 안의 모두가 멈춰버린 것이다.

 

시간이 멈춘 것과는 달랐다.

시간은 흐르고 있으나 그들의 사고가 멈춘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남부장님.” 

“예, 효주씨.”

“당신 만큼이나 우리도 노력중이니까. 제발 찬물 붓지 말고 가만히 있어요. 기억하죠?”

 “···예,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당신들이 삽질 한 덕분 아닌가요?” 

“···부정하진 않겠습니다.”


 

남부장의 이마에 핏줄이 하나 올라섰다.


 

“이번에도 순혈 드래곤을 다른 나라에 뺏길 요량이 아니면 좀 가만히 있어봐요. 나하고 단이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그래도···.”

 


남부장은 자신의 양 팔에 소름이 돋아오르는 것을 느끼고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남부장님, 고생하시는 거 충분히 아는데요. 사람이 할 일이 있고 그쪽들이 농담삼아 말하는 저희같은 ‘괴물’들이 할 일이 있는 겁니다. 탐색이요?”


 

서효주는 남부장이 건네준 종이를 몇번 찢었다. 종이는 신기하게도 얇게 조각난 뒤 화르륵 불타 그녀의 손 안에서 사라졌다.


 

“무슨 탐색이요? 어차피 말씀하신대로 우리가 다 알고 있을 테니 빨리 어떻게든 알려달라는 거 아닌가요? 이런 식의 접근때문에 우리도 KDPA를 신뢰하지 못하는 거에요. 아시겠어요? 그 사람의 마음은 제가 더 잘 알아요. 제발, 우리를 국제적 힘싸움의 도구로 보지 말고 그냥 한 사람으로 봐달라구요.” 

“···알겠습니다.”


 

남부장은 고개를 떨구며 깊이 한 숨을 내쉬었다. 효주는 혀를 한번 차곤 창밖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분주히 지나다니곤 있지만 누구도 카페 안의 이 괴이한 순간을 쳐다보지 않고 있다. 각자의 앞길을 향해 걸어갈뿐.


 

“효주씨, 그럼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드리고 가겠습니다.”



효주는 남부장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다.

 


“이번 순혈 드래곤은 뭔가, 뭔가 다릅니다.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마나 제약’원활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한 개체가 한국에 있는 것 같다고, 공조하자더군요. 그 시기가 이번 순혈 드래곤 사태와 비슷합니다. 전···”


 

효주가 싱긋 웃자 남부장은 말끝을 흐렸다.


 

“···언젠간 효주씨의 생각을 들을 기회가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럼, 평안한 휴가 기간이 되시길.”

 


남부장은 인사를 한번 하곤 의자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다졌다.

그리곤 효주에게 작게 목례를 한 뒤 카페 밖으로 나갔다. 효주는 자신이 망가트린 카페 테이블을 보곤 인상을 살짝 썼다. 그녀가 눈을 한번 감았다 뜨자 주변이 다시 카페의 소음과 사람들의 대화 소리로 가득 찼다. 누구도 방금 전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카페 주인이 커피잔을 닦다가 박살난 테이블을 발견하곤 경악해서 달려왔다. 효주는 거듭 사과의 인사를 하며 카페 테이블의 가격을 훨씬 넘을 것 같은 금액을 카페 주인에게 쥐어주었다. 카페 주인은 돈을 받았으니 됐다는 표정과 더불어 도대체 무엇이 카페 테이블을 저렇게 만들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는 눈치였다.

 

KDPA의 차량이 도로를 타고 사라지자 효주는 카페를 나와 거리를 걸었다. 저 멀리 야산 한 곳을 바라본다. 그리곤 숨을 한번 크게 들이 쉬었다가 뱉었다. 발걸음이 경쾌하게 이어진다.

 


작가의말

댓글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선작과 추천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죄송한 말씀 드립니다! 21.06.05 43 0 -
공지 업로드 시간 공지입니다! 21.05.31 20 0 -
17 16화. 멘탈 네스트에서 21.06.05 23 1 8쪽
» 15화. 서효주 21.06.04 23 1 8쪽
15 14화. 생각 맞추기 +1 21.06.04 27 1 9쪽
14 13화. 궁금증 해소하기 21.06.03 20 2 9쪽
13 12화. 사건 현장에서 21.06.03 21 2 10쪽
12 11화. 투닥투닥 +2 21.06.02 28 2 9쪽
11 10화. 벌써 죽는건가? +1 21.06.02 23 1 10쪽
10 9화. 진짜 납치 21.06.01 26 2 10쪽
9 8화. 보호자의 미덕 21.06.01 31 2 9쪽
8 7화. 동상이몽 21.05.31 32 1 9쪽
7 6화. 용제 이제키엘 +1 21.05.31 42 0 10쪽
6 5화. 늬가 이제키엘이라구여? +2 21.05.30 60 2 9쪽
5 4화. 떨리는 첫 경험 +2 21.05.30 50 1 12쪽
4 3화. 미션 임파서블 21.05.29 74 1 13쪽
3 2화. 이게 진짜 일리 없어 21.05.29 114 3 12쪽
2 1화. 용리학 우등생 +2 21.05.29 110 4 13쪽
1 0화. 프롤로그 +3 21.05.29 186 1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