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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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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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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9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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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미션 임파서블

DUMMY

자신의 덩치에 딱 맞게 압박해오는 특수 자루에 담긴 이제키엘은 몸부림 칠수록 더 조여오는 이 괴상한 천조각에 당황하면서도 공중으로 자신의 몸이 떠오르는 것을 느끼며 전율했다. 이런 식의 비행을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중을 날아가고 있다는 이 느낌만큼은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었다. 상쾌함과 불쾌함이 공존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키엘은 곧 난생처음 느껴보는 고약한 냄새와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질 나쁜 공기를 마시고 헛구역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사방이 온통 더럽고 불결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자루가 자신의 몸을 조여온다 하더라도 고통스러움에 반사적으로 몸부림 칠 수밖에 없었던 이제키엘은 자신이 살던 시대와 다른 이곳의 환경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인간 놈들의 불결함이 결국 모든 것을 망쳐 놨구나

 

이제키엘은 이빨을 깨물며 으르렁 대다가 다시 헛구역질이 올라와 몸부림쳤다.

 


-


 

박인해 교수는 아연실색하여 망가진 자신의 연구실과 도난당한 드래곤들이 있었던 보소호들을 바라보았다. 주변으로 바삐 다른 연구원들, 교수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뛰어다녔다.

 


“교수님! 괜, 괜찮으세요?!”

 


연구소 실장이 다급히 박인해 교수에게 달려와 그녀의 안위를 살폈다.


 

“어···어 그래, D···DPA(Dragon Protection Association)에 우, 우선 연락을 취해줘. 지, 진호야?”


 

박인해 교수가 진호를 부르며 몸을 휘청였다. 옆에 있던 실장이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진호···학생이요? 여기 같이 계셨었나요?” 

“어···? 있었는데? 옆에 있었는데?”


 

박인해 교수는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그런 그녀의 눈에 괴한들의 공격에 의해 갈라진 전북 1호의 보호소 틈이 보였다. 박인해 교수는 침을 꿀꺽 삼키며 한숨을 깊게 쉬었다.

 

설마, 그녀석이.


 

-


 

진호는 후회하고 있다.

괴한 놈들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증거라도 파악하고자 보호소 가까이 다가갔을 때 강한 충격과 함께 보호소의 벽면이 갈라졌다. 그 사이로 진호의 몸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울부짖던 전북 1호의 몸으로 검고 질겨 보이는 재질의 자루 같은 것이 발사되어 씌워졌다. 그것의 끝은 천장에 난 거대한 구멍과 연결되어 있었다.

 

전북 1호가 자루에 씌워지자 마자 자루는 챡 하고 전북 1호의 몸에 감겼다. 녀석이 발버둥 쳤지만 작고 여린 드래곤의 힘은 현대과학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진호는 녀석의 에메랄드 빛 눈망울을 떠올렸다.

 

이 짓을 벌인 자들은 분명 녀석이 순혈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들었을 것이다. 드래곤 공장들은 대개 뒷 세력들과 맞닿아 있다. 돈 많은 부자들이 개인의 물욕의 상징으로 드래곤을 구매하기에 돈이 된다고 드래곤 공장을 여는 자들도 분명 있지만 이런 공장들은 보통 쉽게 국가에 적발되거나 주변에 신고를 당해 철거되기 일쑤다.

 

이번 전북지역에서 발견된 드래곤 공장은 꽤 오랫동안 비밀리에 유지되어 왔으며 드래곤을 부화 시킬 수 있는 장비와 기술까지 갖춘 것으로 보아 뒷돈이 상당히 투입되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런 거대 자금이 투입되는 드래곤 공장은 분명 뒷냄새가 구릴 수밖에 없다.

 

자유 연대는 아닐 것이다.

그들의 방법은 이렇게 고약하지도 않고 드래곤 공장에 뒷돈을 대지도 않는다. 아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접근해 데모와 홍보로 보기 드문 순혈 드래곤인 전북 1호를 유럽의 드래곤 격리 구역으로 후송시키고자 했을 테지.

 

그렇다면 MR이나 더블디(DD)일까?

둘 중 어디도 녀석의 자유와 생존권을 보장 하진 않을 것이다. 진호는 본능적으로 녀석에게 달려갔다. 자루를 만져보니 역시나 평범한 재질이 아니다. 일정 용량 이상의 마나는 가볍게 무효화 시킬 수 있는 천인 것 같다. 군대나 경찰의 방호복에 들어가는 재질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매고 있던 가방 안에 작은 칼이 있긴 한데 그걸로 끊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자루에 연결된 끈이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삐에에에에에엑-

 

전북 1호가 구슬프게 울부짖었다.

진호는 녀석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자꾸만 그 눈동자가 눈에 밟혔다. 진호는 그대로 자루 위에 올라탔다. 어떻게든 끊어보려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자루와 연결된 고정 끈이 완전히 팽팽해져 전북 1호가 쑤욱 하고 위로 올려질 때 진호도 자루와 함께 공중으로 치솟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미친놈

미친놈, 미친놈

개미친놈, 진짜 미친놈, 상도라이 같은 놈

 

진호는 속으로 수십번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책하고 욕지거리를 뱉어댔다. 자루의 반대편 끝은 어두운 색으로 장식된 헬리콥터의 배면 중앙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끈의 길이가 5m는 족히 넘어 보였다. 앞서 두 대의 헬리콥터가 더 날아가고 있었는데 그곳에도 각각 자루가 하나씩 달려 있었다.

 

그는 지금 이 5m의 끈 아래 자루의 연결부위에 대롱 대롱 매달려 서울 상공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북 1호의 발버둥이 계속되었다. 아마도 이 자루의 천은 녀석이 움직일수록 계속 몸을 조여갈텐데 그럼에도 아랑곳 없이 뭔가 불편한 모양으로 요동쳐댔다.

 

진호는 제발 녀석이 가만히 있어주기를 기도하며 정신을 바짝 붙잡았다. 벌어졌다. 이미 일은 벌어졌다. 이제부터는 수싸움이다. 이들이 어디 소속인지 알 수 있을까? 헬리콥터는 배면까지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배면에는 어떤 데칼도 없어 힌트를 얻을 수 없다. 그저 검은 색이다.

 

대낮인데도 이들의 헬리콥터가 서울 상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교란 전파를 사용하고 있거나 마나를 활용한 스텔스 모드를 적용하고 있는 듯 했다. 수준급의 기술이다. 이런 전반적인 고등 기술을 다루는 것을 보면 더블디 보다는 MR일 가능성이 높긴 한데. 하긴,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둘 다 국제 사회에서 뿌리 뽑고자 하는 사회 악이라. 드래곤들을 내려놓을 공간에 도착하고 진호의 존재를 알게 되면 그는 자차없이 살해 당할 것이 분명했다.

 

어쩌자고 여기 올라타서 진호야, 어쩌자고. 진호는 계속해서 진자운동을 하는 자루에 담긴 드래곤 위에서 입술을 깨물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


 

후각은 독특하다.

시간이 지나니 불쾌하고 역겨운 냄새에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키엘은 흥분을 천천히 가라앉히며 공중에 날고 있다는 느낌에 집중했다. 그나마 이 편이 나았다. 괴상한 우리보다야 아무리 더러운 냄새가 가득하더라도 상공이 났다. 자신의 두 날개로 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다.

 

문득 이제키엘은 자신의 웅크린 등 위로 뭔가가 자신을 ‘밟고’ 서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불편한 느낌과 무게는 확실히 인간 하나의 것과 같았다. 이젠 황당하다 못해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웃을 수만 있었다면 이 땅이 떠나가라 웃음보를 터트렸을 것이다.

 

감히 나 이제키엘의 등을 ‘밟고’ 올라 섰다고?

 

눈을 가만히 감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러자 눈을 감고 있음에도 주변의 모든 것들이 인식되기 시작한다. 지금의 온도, 고도, 속도, 공기 중의 수분기, 민감해지는 감각 만큼 상공에 머무는 불쾌한 냄새와 요소들이 더 자극적으로 다가왔지만 한번 적응하고 나니 이도 버틸만 하다. 하지만 저 빌어먹을 발바닥은 용서할 수 없다.

 

어라?

근데 이거, 아까 그 놈이다. 이제키엘은 눈을 감은 채로 웃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의 혀가 살짝 나왔다가 들어간다. 찢어 먹어버려야 할 그 놈. 그 놈이 운좋게 따라 온 것이다. 좋다. 이 놈만 처리 한다면 일전의 모든 굴욕을 전부 갚아 줄 수 있을 것이다.


 

“저, 전북 1호,호야. 괘, 괜차,차늘거,거으야.”


 

자루 너머로 놈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덩치는 산만한 놈이 공포로 가득 차가지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이제키엘은 콧방귀를 뀌었다. 근데, 뭐? 전북 1호? 그게 뭐야? 설마 날 부르는 건가? 나 이제키엘을?


 

“내, 내가, 카, 칼을 가,가지고 이거드은? 그, 그걸로 지금 이 끈으을 자,잘라볼께.”


 

-


 

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추워서 말도 잘 안 나오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으며 진호는 생각했다.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거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만약 그렇다면 이대로 동해든 서해든 지나서 해외로 나가 버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여기까지 번지자 진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다. 진호는 한 손으로 끈을 단단히 잡고 가방을 풀어 양 허벅지에 고정 한 뒤 다른 손으로 가방 안에 손을 넣었다.


평소 박인해 교수와 언제든 드래곤 관련 현장을 지원 나갈 수 있게 가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즉각 사용이 가능한 여러 물품들을 항시 소지하고 다녔었는데 그 중엔 다목적 나이프도 있었다. 진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꺼내 톱날 모양의 칼날을 찰칵 하고 펼쳤다.

 

그 사이 가방이 저멀리로 날아가버렸다. 허벅지에 힘이 풀린 것이다. 허공으로 몇 안 되는 진호의 짐이 흩날려 떨어졌다. 진호가 아끼는, 그가 그린 그림들이 들어있던 노트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당장은 그런것에 미련을 둘 수 없다.

진호는 침을 삼키고 굳은 표정으로 단단히 끈을 쥔 뒤 칼질을 시작했다. 다행히 날이 선 칼날이 천천히 정교한 끈에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조금 더 힘을 주어 긋는다면 머지 않아 끊어 질 것 같았다.

 

근데, 그래 좋다 이거야.

끊으면? 끊으면 어쩔건데?

 

진호는 자신의 발 아래 조금 잠잠해진 전북 1호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 아래 아득히 보이는 도시와 도로, 산등성이들. 여기서 떨어지면? 진호는 헛웃음을 지었다. 뭘 물어, 당연히 죽는 거지.

 

이거 참. 이리로 가도 죽고, 저리로 가도 죽네.

그래도 놈들의 손에 죽는 것 보다야 이 녀석을 풀어주는 편이 훨씬 나으리라고 진호는 자신을 납득 시켰다. 애초에 이 녀석 때문에 이 미친 짓을 선택한 것 아닌가? 진호는 마음을 단념하고 거침없이 칼질을 해댔다. 찌직, 찌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견고하게 꼬아진 끈의 한 줄 한 줄이 끊어져 가기 시작했다.

 

그때 어디선가 바다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진호는 고개를 들어 헬리콥터의 진행방향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해안선이 보였다. 진호의 추측이 맞았던 것이다. 서울에서 서쪽으로 비행했다면 금방 서해가 보였을 텐데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바다가 보였다는 점, 그리고 이 아래에 산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점으로 보아 이들은 동해쪽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결국 바다를 통과해 다른 나라로, 다른 곳으로 가려는 것이다.

 

그의 손길이 더욱 빨라졌다. 찌직 거리는 소리는 이제 투툭 하고 굵은 줄이 끊어지는 소리로 바뀌었다.


이제, 조금만···! 조금만··· 더 하면···!

 

진호의 눈으로 이것만 끊으면 완전히 자루가 풀릴 것 같은 마지막 꼬임줄이 보였다. 진호는 시시각각 가까워지는 해안선과 아래의 높이와 발 아래 전북 1호를 번갈아 보았다. 심장이 마구 쿵쾅거렸다.


떨어지면···무조건 죽을 것이다. 무조건. 그럼에도!


진호는 이빨을 꽉 깨물고 마지막으로 손에 힘을 주어 끈을 끊어냈다. 끈이 끊어지자 마자 진호는 아래로 추락했다. 자루가 열리고 웅크려 있던 전북 1호가 두 날개를 활짝 폈다. 진호는 녀석의 날개짓을 보며 싱긋 웃었다.

 

내심. 녀석이 살려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솔직히 영화나 드라마처럼 녀석이 자신을 향해 날아와 주기를 바랬다. 그런 믿음으로 칼질을 했었다. 그래, 아닌 척, 대의를 위하는 척, 멋진 척 좀 했다! 그래! 근데, 녀석은 가만히 진호가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을 보며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

 

진호는 녀석을 보며 고개를 갸웃 했다. 그러자 녀석도 공중에서 진호를 내려다 보며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갸웃 한다.


 

“야이 도마뱀 새끼야아아아아아!”


 

진호는 고함을 내지르며 산 언저리로 맹렬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내일은 시간대를 나눠 두편과 한편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응원해주시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로 피드백 환영입니다! 댓글은 언제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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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미션 임파서블 21.05.29 7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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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용리학 우등생 +2 21.05.29 111 4 13쪽
1 0화. 프롤로그 +3 21.05.29 188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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