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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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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91
추천수 :
36
글자수 :
73,265

작성
21.06.01 22:10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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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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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9화. 진짜 납치

DUMMY

머리가 깨질듯한 아픔을 느끼며 도진호는 눈을 떴다. 시야가 밝았다. 눈을 가리고 있던 앞머리를 누군가 잘라버린 것이다. 그것에 대한 불쾌함을 오래 곱씹을 수도 없었다. 이내 퀴퀴한 냄새가 코를 밀고 들어왔고 이 냄새가 어찌나 지독했는지 가뜩이나 아픈 머리를 더욱 자극하는 것 같았다.

 

눈이 천천히 주변에 적응하느라 진호는 한참을 찡그리고 있었다. 코를 막고 싶었지만 양 손이 뒤로 묶여 있어 그럴 수 없었다. 머리 뒤통수가 축축했고 뭔가 찐득하게 눌러붙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곳에 신경을 집중할수록 고통이 따라왔다.

 

머리를 몇번 흔들며 뒤로 묶인 손을 꼼지락 거려봤다. 케이블타이 같은 것으로 단단히 묶여있어 움직일때마다 아팠다. 절대 자신의 힘으로는 끊을 수 없어보였다. 전북 1호가 생각났다. 녀석은 어떻게 된 걸까? 마지막 기억은 자신의 명령에 순종하고 엎드렸던 것 뿐인데. 그 이후로 뭔가 번쩍 하더니 정신을 잃었다.

 

전북 1호 때문에 어딘가로 납치된 것일까? 뭘까?

모르겠다. 슬슬 눈이 적응되어 주변의 것들이 시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아!”


 

진호는 몸부림치며 뒤로 물러섰다. 앉은채로 얼마나 뒷걸음질 쳤는지 어느새 벽에 부딪쳐버린 그는 사방에 널린 썪다 만 새끼 드래곤들의 시체와 그 사이에 인간의 것으로 보이는 유골들을 바라보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파리와 벌레들이 사방에 넘쳤다. 진호는 자신의 좌우에도 끔찍한 몰골의 시체들이 있는 것을 보고 몸을 잔뜩 움츠렸다.


 

“쫄았냐?”


 

익숙한 목소리.

진호는 반색하며 소리쳤다.


 

“전북 1호!” 

“아니라고, 그거···!”


 

이제는 거의 포기했다는 듯이 축 처진 전북 1호의 목소리가 되돌아왔다. 진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앞에는 녹슨 쇠창살로 막혀 있다. 감옥은 감옥인 듯 했다. 통로와 함께 반대쪽 감옥도 훤히 보였다. 그러나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목소리는 어디서 들려오는 것일까?


 

“나는 지금 너와 다른 공간에 있다.” 

“···뭐?”

“첫번째. 용인과 그와 연결된 드래곤은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드래곤이 하는 말은 같은 마나의 결을 가진 용인만 들을 수 있지만 그외의 자들은 들을 수 없다. 그러나 너의 그 공포에 질린 목소리는 누구든 들을 수 있지. 그래서.”


 

잠깐의 적막


 

[이렇게 내면으로 대화하는 방법 역시 익혀야 한다.]


 

진호의 가슴 속으로 어떤 음성이 울려 머리까지 들어왔다. 처음 느끼는 이상한 경험에 진호는 헛구역질을 해댔다. 주변 환경의 도움(?) 덕분에 속에 있는 것을 완전히 게워낸 진호는 어깨춤으로 입을 겨우 닦은 뒤 말했다.


 

“···제발··· 그냥 말로 해줘···.” 

“어처구니 없구나. 이정도도 아직 할 수 없다니.”


 

다시 전북 1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호는 주변을 살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는거야?” 

“어떻게?”


 

전북 1호의 목소리엔 물음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대답이 없다. 진호는 초조하게 그의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


 

“그걸 왜 나한테 묻지? 보.호.자. 양반?”


 

전북 1호는 ‘보호자’라는 단어를 상당히 강조하며 말했다. 진호는 살짝 입술을 깨물으며 그의 이런 반응에 대해 고민해봤다. 드래곤은 자존심이 강하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반려동물들과는 다르게 한번 기분이 상하면 그로 인한 반응이 확실히 오래 간다고 한다. 이녀석,


삔또 제대로 상한 것 같다.


 

“아니, 전북 1호야.” 

“이···제키엘이라고 이 빌어먹을 인간놈아.”


 

전북 1호의 살벌한 분노가 들려왔다. 진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그, 그래. 이제키엘, 이제키엘. 무, 물론 내가 너의 ‘임시’ 보호자이긴 하지만 사실 그, 뭐, 음.” 

“뭐.” 

“그래! 신체! 신체적으로는 네가 월등히 강하지 않을까? 너의 어떤 그, 힘! 너 마나도 엄청 막 많고 쎄고 그러잖아? 그걸로 어떻게 안될까?” 

“아··· 그러니까 너는 음, 지금 일어 서도 너보다 작은 태어난지 일주일도 안 된 드래곤 새끼가 너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는거냐?” 

“···그···하···그게.” 

“왜? 또 막 어? 안 돼! 이딴 소리 해보지, 왜? 응? 막 해봐, 뭐 다음엔 뭐냐, 기다려? 엎드려 이런거냐?”


 

이제키엘이 흥분한 듯 언성이 높아졌다. 진호는 이 녀석이 좋지 않은 타이밍에 자신의 앙금을 모두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이렇게 투닥거릴 시간이 없는데. 진호도 겨우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인데 말이다. 한수 접어줘야 한다. 어찌되었건 지금 이곳에서 믿을 만한 생명체는 저 녀석 하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때 였다.

어두운 통로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호는 그 소리가 벽을 타고 울리는 것을 느끼며 공포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주변에 널브러진 썩어가는 시체들 때문에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어 갔다.


 

“누가 왔나보지?”


 

전북 1호의 말이 들려왔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 졌고 진호는 오른쪽 감옥 벽 끝의 통로를 계속 주시했다. 그러나 그 걸음 소리는 진호가 있는 감옥 벽 바로 앞에서, 그러니까 진호의 시야에 보이지 않을 그의 감옥 우측 벽끝과 통로가 만나는 모서리 부분에서 정확히 멈춰섰다. 긴장감에 요동치던 심장이 그 순간 터지는 줄 알았다.


 

“혼잣말이 많은··· 친구네.”

 


중저음의 남자였다.

그 한마디와 함께 남자의 전신이 진호의 감옥 앞으로 등장했다. 적당히 큰 키에 낡아 헤진 복장과 회색빛 망토를 차려입고 있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마치 영화 반헬싱에서 악마들을 사냥하던 주인공과 같은 느낌이랄까? 중세시대? 그때의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옷차림이었다. 챙이 긴 모자 덕분에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외형적인 모습 만으로 충분히 진호는 기가 바짝 죽어버렸다.


 

“누구랑, 그렇게 대화를 하셨을까아?”


 

남자는 약간 조롱 섞인 목소리로 비아냥 거렸다. 진호는 또 한번 침을 꿀꺽 삼켰는데 자신이 느끼기엔 무슨 돌덩이 하나가 목구멍 속으로 넘어가는 느낌이었다.


 

“난처하지? 그치? 너 그거 내 말에 그렇게 말로 대답하는거 좋지 않다니까.”


 

전북 1호는 뭔가 쌤통이라는 듯이 말했다. 진호는 어떤 대꾸도 하지 못했다. 남자는 철창 가까이로 다가와 양 손으로 청장을 꽉 움켜잡았다. 낡은 철장이 남자의 강한 충격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가 끔찍하게 소름돋았다. 긴 모자 챙 안에 있을 어떤 얼굴. 그 속에 눈동자 두개가 정확히 진호를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번엔 또 조용하구, 그래도 숨길 순 없어.”


 

남자는 오른 손으로 감옥의 오른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엔 옅은 붉은 빛을 주기적으로 깜빡이고 있는 CCTV 카메라가 한대 설치되어 있었다. 진호는 겨우 고개를 돌려 절망적인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곤 다시 남자를 주시했다. 제발 저 남자가 철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남자는 철장에 어깨를 기대고 비스듬하게 서서 손톱을 정리하는 것처럼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긴장 꽤나 하신 것 같은데, 그럴 필요 없어요. 우리 뭐, 나쁜 사람들은 아니야.”


 

저런 말 하는 사람 치고 안 나쁜 사람은 없던데.

진호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아니, 그러니까 곱게 잡혔으면 피차 볼일도 없었는데. 아니다, 애초에 주제도 모르고 도마뱀 녀석 포박 자루에 냅다 매달리지만 않았어도 네놈의 오늘은 훨씬 아름다웠겠지.”


 

남자는 손 끝을 후후 불면서 말을 이었다.


 

“어머~ 드래곤이 납치 됬네! 짭새들 와가지고 조사 받고, 이랬네, 저랬네, 뭐가 낚아 챘네 징징징, 징징징 하다가, 어떻게든 드퐈~가 알아서 해줄꺼야! 라면서 또 막 술자리 가가지구 자기가 겪었던 일을 무용담 마냥 주저리 주저리 떠들면서 잔뜩 취해가지고 집에서 드래곤 등에 올라 타는 같잖은 꿈이나 꾸고 있었을거야, 기지?”


 

남자는 드퐈라는 단어를 굉장히 느끼하게 발음했다. 아마도 DPA를 그렇게 부르는 것 같았다.


진호는 번뜩 DPA를 이렇게 얕잡아 부르는 것을 즐겨하는 집단을 떠올렸다. 박인해 교수님께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기억이 맞다면 이들은 더블디(DD)일 것이다.


 

더블디.

그들은 반사회폭력집단이다.

정식 명칭은 ‘Dragon Destroyer’이지만 쉽게 ‘더블디’라고 불리며 군사와 사회 보호 차원에서 드래곤을 활용하는 국가 기구들이 많아지자 점점 사상적인 파괴적 행위들을 마음껏 할 수 없어진 이들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드래곤을 모두 말살함으로서 물질만능주의를 꼬집고 조직 자체적으로도 강력한 드래곤들을 모아 이들을 이용해 또 다른 국가들을 전복시키는 테러 행위들을 일삼고 있다.

 

IDPA, 즉, 국제 드래곤 보호 협회(International Dragon Protection Association)에서 수년간 최선을 다해 추적, 섬멸하고 있는 이 시대 최악의 테러집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워낙 전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어 애먹고 있다고 들었었다.


 

“어라어라, 너···? 혹시 우리에 대해서 뭔가 알고 있는 건가?”


 

아차. 진호는 상황이 더 안좋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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