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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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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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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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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65

작성
21.05.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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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이게 진짜 일리 없어

DUMMY

눈을 뜨자 마자 빌어먹을 인간 놈들에게 둘러 쌓였다.

미친 듯이 발버둥 쳐봤지만 왜일까, 전신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심장의 고동은 여전히 우렁차다. 발톱 끝부터 날개막 뒤까지 마나가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근데 왜? 이 녀석들은 나를 아래로 깔보고 있는 건가?

 

나, 나라고!

나 이제키엘이라고!

 

놈들은 나를 어떤 답답한 곳에 밀어넣었다가 조금 더 넓고 새하얀 공간으로 데려갔다. 나를 방 안으로 풀어놨을 때 녀석들을 공격해보았지만 곧바로 붙잡혀 젠장맞게도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들어와 내··· 내···!

 

발톱을 깎았다.

 

자존심이 나락까지 추락했다.

 

이 괴이한 공간의 한 쪽 구석에서 웅크린채 생각해봤다. 판단컨데 지금은 내가 기억하고 있는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인간들이 입고 있던 괴이한 옷도 처음 보는 것들이었고 바깥의 풍경 어디에도 벽돌로 지어진 거대한 성들이나 나무로 지어진 작은 집들이 보이지 않았다. 고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어떤 것들이 날아다니거나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건물들도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는 건 이 영악한 놈들이 어쩌면 더 강한 힘을 얻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 봉인이 풀렸다는 건.

 

역시 곧 ‘그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겠지.

 

멀린, 그놈이 예언한 그 일 말이다.

 

이제키엘은 자신의 찬란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지구상의 모든 종족들의 위에서 군림하며 다른 드래곤들의 머리를 짓누르고 우렁찬 고함 한번으로 모두를 조아리게 만들었던 순간. 자신의 넘치는 마나는 항상 모든 자들의 가슴을 억누를 만큼의 위압감을 가지고 있었고 한번의 날개짓에 폭풍을 만들어내며 입에서 내뿜는 브레스로 하나의 마을을 통째로 소멸시키는 것조차 어렵지 않았다.

 

인간들은 감히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못했다.

하물며 원소의 근본적인 힘을 누리고 있는 다른 드래곤들조차 이제키엘의 비상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의 힘은 영원토록 계속될 것만 같았다.

 

이제키엘은 긴 시간을 살았다. 서쪽의 거대한 섬 전체를 자신의 네스트로 삼아 그곳에서 자신만의 즐거운 삶을 누렸다. 누구도 방해하지 않고 누구도 범접하지 않았던 이 땅의 완전한 제왕이었다. 그러나 그 긴 시간, 이제키엘이 놓친 것은 인간의 영민함과 다른 드래곤들의 시기와 그만큼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이었다.

 

월등한 강함은 교만을 낳았고 교만이 그의 눈과 귀를 가려 그의 영토를 향한 인간들의 공격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는 것 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했었다. 그저 저 먼 땅에서 인간들과 드래곤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것만 들어 알고 있을 뿐. 그러던 어느날 급작스럽게 찾아온 거대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용인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인간들에 의해 이제키엘은 무릎을 꿇었고 당대 최고의 마법사 멀린의 마법으로 완전히 봉인당해 버렸다.

 

멀린은 그가 다시 깨어날 날을 예언 했다.

그가 반드시 필요한 그 때에 그가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눈을 뜰 것인지는 이야기 하지 않았었다.

이딴 식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이런 새끼 드래곤의 모습으로, 인간들 사이에서 구출되는 것이 첫 등장이라니. 이제키엘은 산산조각난 자존심을 이어 붙이지도 못하고 여전히 피폐한 마음으로 구석에 웅크려 있기만 했다.

 


“저기 보여?” 

“와, 교수님. 처음 봐요!”

“그렇지? 나도 이렇게 어린 개체는 처음이야.”

 


왠 인간 둘이서 투명한 막 바깥에 서 있다. 여자로 보이는 인간은 자주 봤던 녀석이지만 옆의 남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 킁킁


 

녀석의 마나향이 나쁘지 않다. 아니··· 나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선다. 어라?


 

“이제까지 대한민국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드래곤의 숫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어. 너도 알다시피 드래곤은 부화 하는 것부터가 굉장히 어렵잖니. 언론에서는 우리나라에도 암시장엔 순혈 드래곤이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이야기 하지만 우리 연구소의 조사 결과엔 아직까지 민간에서 거래되는 드래곤 중에 순혈 드래곤은 단 한마리도 없다고 되어 있거든. 근데?”

 


박인해 교수가 안에 있는 드래곤을 잘 보라는 듯이 거대 보호소의 유리창을 툭툭 두드렸다.

고농축 마나로 이루어진 배리어가 박인해 교수의 두드림에 약하게 진동하며 꿀렁거렸다.

진호는 반짝이는 눈으로(사실 머리카락에 가려 잘 보이진 않지만) 안에 있는 작은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순혈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런 마나 교란이 느껴지는거구요.”


 

진호의 목소리에 그의 벅찬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그렇지. 우리나라의 네번째 순혈 드래곤인데, 참, 웃기게도 그 개체가 ‘드래곤 공장’에서 발견된거야. 암시장 판에 내어 놓아졌을 녀석이지.”

“이걸 웃프다고 해야 하나요?”

“글쎄, 뭐 여하튼 잘 데려왔으니까, 다행이지?”


 

박인해 교수가 안경을 살짝 올렸다.


 

“이름이 어떻게 되요?”


 

진호가 여전히 드래곤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어···전북 1호?” 

“···예?”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시선을 돌리지 않을 것 같았던 진호의 얼굴이 부자연스럽게 돌아가며 박인해 교수를 쳐다보았다. 어째서 그녀의 작명 센스는 이렇게나 바닥일까? 몇몇 이제까지 연구소를 거쳐갔던 드래곤들이 있었다. 구출되거나 혹은 국가에서 부탁한 개체들이었는데 모두들 이름이 괴랄했다.

 

지금 이 ‘전북 1호’처럼 지역의 이름에 몇호 숫자를 붙이거나 영어 알파벳 하나에 숫자를 붙이는 등 전혀 애정조차 담기지 않고 멋도 없는 이름들만 보호소마다 즐비했다.

 

박인해 교수가 어깨를 한번 으쓱 했고 진호는 입맛을 쩝 하고 다시며 다시 시선을 보호소 안으로 옮겼다. 그때 방금까지도 저 멀리 구석에 뱀이 또아리를 틀 듯 웅크리고 있던 전북 1호가 어느새 진호의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아무리 새끼라지만 드래곤은 드래곤, 게다가 새끼일때는 성체가 되기 전까지 성장 속도도 굉장히 빨라서 6개월이면 성체에 가까운 크기가 된다.

 

지금은 섰을 때 대략 70cm정도 되는 녀석이 보호소의 벽, 그러니까 배리어가 몇겹이 싸여진 이 유리창 앞에 딱 하고 달라붙어 진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진호는 흠칫 놀랐지만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을 기억에 가득 담고 싶었다. 무려 순혈 드래곤이 아닌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드래곤들이 있었지만 녀석은 완전히 어두운 색이다. 무광의 검은 빛을 띈 전신에 긴 꼬리와 넓은 날개 입 양 쪽으로 두 송곳니가 삐죽이 나와 있다.

 

초록빛 에메랄드 색깔의 눈동자가 굉장이 인상적이다. 호흡이 조금 가빠보이지만 그렇다고 많이 흥분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박인해 교수도 관심을 보이며 손에 들고 있던 차트를 꺼내 종이를 휙휙 넘기며 뭔가를 체크하고 적어내려갔다. 진호는 집에 돌아가 이 녀석을 꼭 그려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에 반응한 것 같은데, 뭘까?”


 

박인해 교수의 물음에 진호는 마치 보호소 안으로 들어가려는 듯이 얼굴을 유리창에 처박은 채로 대답했다.

 

“글쎄요? 저한테 무슨 냄새라도 난걸까요?” 

“무슨 소리야, 이 배리어의 마나는 이곳과 저곳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어. 녀석의 마나가 워낙 깊긴 하지만 해봐야 우리에게 이정도의 마나 교란만 유도해 낼 수 있을 뿐 이곳의 어떤 것도 저 안으로 전달시키지 못해. 알잖아? 우리 연구소?” 

“그렇긴 하죠? ···제가 옆으로 한번 이동해볼까요?”


 

박인해 교수가 도진호의 말에 흥미롭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호는 오른쪽으로 몇걸음 움직였다. 그러자 그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따라 움직였다. 창에 바짝 붙어 있던 전북 1호는 천천히 진호 쪽으로 몸을 따라 움직인다. 진호는 뭔가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조금 찝찝한 기분을 느꼈다.

 

역사 속 드래곤의 위용에 비하면 지금은 보잘 것 없는 파충류의 한 종류이지만 그럼에도 녀석은 맹수다. 저 에메랄드 빛 눈동자에 살기가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놈에게서··· 왜···?

이제키엘은 남자를 계속해서 관찰했다. 왜인지 모르겠다만 이 녀석은 특별했다.

멀린이 말한 남자가 이 자일까?

 

그렇다면···.

제일 먼저 죽여야 할 놈이다.

그래, 찢어 죽일 놈이다.


 

“자, 잠깐만요, 교수님!”


 

진호가 다급히 박인해 교수를 찾았다. 보호소를 감싸고 있는 강도 높은 배리어의 보이지 않는 막이 마치 고주파에 떨리듯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박인해 교수는 다급히 보호소 중앙으로 달려가 컨트롤 판넬 앞에 서서 몇가지를 확인했다. 그 사이 진호는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아···아니, 이게 왜···?”


 

박인해 교수의 손이 다급히 움직였다. 그러나 몇번 신경질적으로 판넬의 몇가지 센서를 두드리던 그녀가 결국 옆의 커다란 보호판을 박살내곤 그 안의 빨간 버튼에 손바닥을 댔다.


 

“진호야! 얼른 뒤로!”


 

진호가 재빨리 몸을 돌려 박인해 교수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바로 이제키엘

네놈들이 부르는 전북 1호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내 힘을 보아라!

 

이제키엘은 흡족한 미소를 띄우며 고농축 마나막을 파괴시키기 위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엄청난 양의 마나가 심장에서부터 전신을 타고 보호소 안을 터트릴 기세로 퍼지기 시작했다.

 

진호가 안전지대로 빠져나온 것을 보자 박인해 교수는 다급히 빨간 버튼을 내려쳤다.

연구소 전체에 레드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고 다수의 연구원들이 전북 1호가 있는 보호소로 달려왔다. 그와 함께 보호소 외부에 또 하나의 배리어가 씌워지기 시작했다. 이는 몇겹에 몇겹을 더해 더 깊은 농도로 보호소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하··· 이정도의 마나 농도는 저녀석에게도 좋지 않을텐···?”

 


박인해 교수가 말을 마무리 하지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안경을 벗었다.

 

 

이제키엘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밖에서 우왕좌왕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압박하기 위해서인지 마나의 깊이가 점점 더 깊어지기 시작했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이 모든 마나들 역시 자신의 콧방귀 한번이면 모두 자신의 손 안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그럴 수 없긴 하지만.

 

그렇다 해도 힘을 계속해서 쏟아부을 수 있다. 그런다면 이따위 장난질로 나를 더이상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저, 저 남자를 여기서 놓칠 수 없다. 이제까진 목적이 없었고 혼란스러워 너희들은 장단에 놀아났지만 저 녀석을 머리부터 씹어 먹어버린다면 분명 효과가 있으리라!

 

자···!

보아라, 이 이제키엘의 힘을!

너희들의 힘이 고작 이정도 밖에 안됨을 뼈져리게 느껴봐라!


 

- 쿠콰강!


 

보호소의 천장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이건 비단 전북 1호의 보호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제 데려온 나머지 두 마리의 보호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전북 1호의 마나에 반응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진동은 외부에서 보호소를 타겟팅하여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어떤 공격에 의한 것임을 컨트롤 판넬을 통해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저 작은 녀석이 이런 힘을 가지고 있을리 만무했다. 그렇다는 건 이 개체들을 노리고 있는 외부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위험을 감지한 박인해 교수가 추가 배리어로 보호소를 감싸 보호하려 해보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보호소 내부가 뿌옇다.

천장이 뚫리는 순간 연구소의 모든 전기가 나가버렸다. 뿌연 보호소 안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몇몇 스쳐지나간다. 진호는 재빨리 보호소로 다가가 먼지 속으로 급히 전북 1호를 붙잡으려는 괴이한 자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전북 1호는 지금 납치 당하고 있는 것이다. 괴한들에 의해서 말이다.

 

이상하고 불쾌한 자들에 의해 괴상한 망태기에 씌워지면서 이제키엘은 고함을 내질렀다.

왜 자꾸만 이런 식인 거냐고···!!!


작가의말

현재까지는 분량이 많은 편인데요! 


공모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다음주 까지는 매일 2편씩 올릴 예정이라 다음편 부터는 분량이 대략 4000자 정도로 줄어들 예정입니다! 


그래도 응원해주시고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화는 오늘 22시에 업로드 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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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화. 프롤로그 +3 21.05.29 186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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