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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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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94
추천수 :
36
글자수 :
73,265

작성
21.06.0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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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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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8화. 보호자의 미덕

DUMMY

다시 자연의 냄새와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몸이 차가워졌고 바람이 분다. 스산한 가운데 풀벌레 소리들만 가득했다. 진호는 바깥으로 빠져나왔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떴다. 아까와 같은 위용 넘치던 거대한 드래곤은 없다. 기껏 해야 일어 섰을 때 70cm밖에 되지 않을 검은색 드래곤만 눈 앞에 있을 뿐이다.

 

이제키엘은 그의 앞에 허리를 펴고 꼿꼿히 앉아 가만히 진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이제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


 

이제키엘은 그 긴 세월, 자신의 기억 속에 전혀 없었던 단어.

그것이 감히 인간의 입에서 면전에다 대고 튀어나왔다는 사실에 멍하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멘탈 네스트에서 돌아올 때 어디가 잘못 된 것인가, 오히려 걱정까지 될 정도였다.


 

“불러봐, 주인님이라고 말이야. 어쨌든 이제 너는 나와 함께 지내야 된다는 거잖아?”

“아니, 이 샊···.”


 

그때 진호가 단호한 표정으로 이제키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안 돼!”


 

이제키엘은 다시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었다.

진호는 속으로 쾌제를 불렀다. 이게 되는구나, 역시 강용욱 선생님의 행동강의는 대단하다니까!


 

“그런 나쁜 말은 쓰면 안 되지, 주인한테 말이야! 난 이제부터 너의 보호자야. 그럼 당연히 나를 따라야지, 네가 먼저가 아니라고, 알겠어?” 

“하, 나, 진짜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네···?” 

“황당하다니, 무슨 소리야. 어차피 너는 지금 나를 공격할 수도 없잖아? 뭐 어쩔껀데? 때릴꺼야? 뭐할꺼야?”


 

까득-

 

이제키엘이 이빨을 가는 소리가 진호의 귓가를 서늘하게 울렸지만 그럼에도 진호는 본인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래, 네가 진짜 그 용제 이제키엘이라고 쳐. 그렇다 해도 나는 너를 그렇게 기를 수 없어. 그 망나니에, 돌아이에, 생명의 가치는 쥐뿔만큼도 이해하지 못하고 뭐든지 다 파괴하고 무너트리고 죽이고 없애는 미치광이 살인귀로 만들 수 없다구, 알겠어?”


 

아니, 내 면전에 대고 이렇게 떠들어 댄다고?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엄청난 화를 느끼며 이제키엘은 자신의 피부가 검은 색임에도 전신이 붉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자,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내 통제에 따라. 알겠지? 내가 가자면 가는거고 오라고 하면 오는거야, 알겠어?”


 

진호는 스스로 자신이 참 멋지고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강용욱 선생님이 곁에 계셨다면 박수를 쳐주셨을 것이다. 이정도면 박인해 교수님도 훌륭하다고 해주셨을 테고. 이제 이 녀석을 다시 잘 연구실로 데려가야 한다. 순혈 드래곤은 개인을 떠나 국가적으로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사실 크게 믿기지도 않는다. 용제니, 용인이니. 그런 거대한 일이 평범하디 평범한 자신의 삶에 벌어질리 만무하다.


전처럼 그냥 용덕후로 불리면서 용리학 우등생 코스를 밟아가면 그만이다. 황망해 하고 계실 박인해 교수님께 어서 돌아가야 한다. 안전하게 말이다.

 

아직은 유약한 몸이라 다시 멘탈 네스트로 놈을 끌고 갈만큼의 힘이 없었던 이제키엘은 거친 호흡만 뱉고 있었다.


이 작은 몸으로 아직 디테일한 마나 활용이 어렵다. 수급도 마찬가지다. 전성기 때였다면 몇시간이고 그곳에서 여유와 회복의 시간을 누릴 수 있었겠지만 그정도가 되려면 성체가 되고도 시간이 좀 더 흘러야 될 것 같았다.

 

물론 그럼에도 인간 따위, 그리고 어중이 떠중이 드래곤 정도는 충분히 찢어놓을 수 있다.


저 빌어먹을 자식이 용인만! 아니라면! 말이다!!!


이제키엘은 자신의 한쪽 발로 바닥을 쿵 하고 내리쳤다. 진호는 그의 반응에 다시 꺽어버리고 싶은 저 손가락을 쳐 들고 단호한 표정으로 그에게 응수했다.

 

그때, 이제키엘은 주변의 공기가 작게 진동하고 있음을 느꼈다.

뭔가, 뭔가가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깊은 밤, 그보다 더 깊을지 모를 이 산 속으로 그들을 향해 정확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반응···할 수 있었으나 이제키엘은 여전히 자신에게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는 진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포기한 듯 아주 고개를 숙이고 몸을 바닥에 뉘여 엎드렸다. 진호는 더욱 만족한 표정으로 함박 웃음을 지었다. 자신에게 완전히 굴복한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의 행복은 거기서 끝났다. 얼굴에 자루가 씌워지고 동시에 뒤통수를 가격당한 것이다.

 

 

-


 

“교수님 오랜만입니다.”

 

박인해 교수는 대략 5평 정도 되는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그리 밝지 않은 불빛 아래 차가워 보이는 철제 책상과 편안하지 않은 의자였지만 박인해 교수는 익숙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 차트를 든 키 큰 남자가 다가와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 박인해 교수는 일어서서 남자가 건네는 악수를 받았다. 둘은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잠시 긴장 섞인 적막이 흐르고 먼저 말을 꺼낸 건 남자였다.


 

“먼저는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나름 연구소의 보안을 철저히 관리감독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아닙니다, 협회에서도 최선을 다하셨을 거라 믿어요.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예, 저희도 통감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네번째 순혈 드래곤의 발견인데 녀석을 다른 자들에게 빼앗길 순 없습니다. 아직 연구적 가치도 충분하고 말이죠.”


 

그의 말에 박인해 교수의 미간이 조금 찡그려졌다.


 

“아니요, 무슨 소리에요. 전북 1호, 그녀석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녀석을 구하려고 따라간 제 학생의 목숨 역시 소중합니다. 그 친구의 안위가 우선이에요, 아시겠나요?”


 

박인해 교수의 거침없는 언변에 남자는 조금 위축된 듯 뭐라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박인해 교수도 알고 있다. 협회 측에서야 당연히 드래곤의 목숨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그러나 사람의 목숨이 함께 달린 이상 드래곤보다는 사람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약속 해주세요. 어려운거 아니잖아요?” 

“네··· 그 도진호 라는 청년도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남부장님께서 충분히 도의적인 사람이라는 걸 믿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무렴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남부장이 차트를 몇개 펼쳐놓고 말을 시작했다.


 

“제가 쭉 설명할텐데 오류가 있다면 집어주세요. 일단 드래곤은 검은색에 초록 눈동자, 순혈 드래곤이고 아직 세부 능력이나 특성은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모계나 부계의 뿌리를 찾을 수도 없지만 성장 속도는 다소 빠른 감이 있구요. 어제 오후에 산들 대학교 용리학 연구소 천장이 무너짐과 동시에 순혈 드래곤 전북···1호를 포함한 나머지 드래곤 두 마리도 함께 헬리콥터로 추정되는 비행체에 의해 납치되었고··· 그 도진호 학생도 여기에 함께 연루되어 있다. 맞습니까?”


 

박인해 교수는 고개를 한번 까딱 하며 수긍의 표시를 취했다.


 

“순혈 드래곤 전북 1호에 대해서는 뭔가 추가적으로 말씀 하실 부분이 있으실까요?”


 

박인해 교수는 남부장의 말에 곰곰히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세 가지 입니다. 먼저는 다른 순혈 드래곤들에 비해서 가지고 있는 마나핵이 그렇게 크진 않았습니다. 이는···.”


 

남부장의 표정이 갑작스럽게 딱딱히 굳어졌다.


 

“···용인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예, 그럴 가능성이 있죠. 두번째는 마나핵이 평균수치에 비해 작음에도 불구하고 마나의 농도와 파동이 심상치 않았다는 점입니다. 만약 녀석이 성장하여 성체가 될 경우 혹 IDPA에서 기준하는 마나 제약 수치를 뛰어넘을 수도 있겠다는 우려가 있어요.” 

“그렇다는 건 마나 제약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겁니까?” 

“가능성은 열어봐야죠.”

“···하··· 여러모로 골치가 아프네요, 마지막은요?”


 

남부장이 난감하다는 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마지막은 그저 제 개인적인 추측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는데···.”


 

박인해 교수가 뜸을 들이자 남부장은 초조하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불규칙적으로 두드렸다. 박인해 교수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뭔가 생각에 잠긴 듯 하다가 결심했다는 굳은 표정으로 남부장을 보며 말했다.


 

“녀석의 마나는 깊은 어둠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남부장은 그녀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며 의자 뒤로 몸을 깊이 물렸다. 그리곤 한숨과 함께 작게 중얼 거리듯이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찾아 내야 겠군요. 그녀석 말입니다.”

“도진호 학생두요.”

“아,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


 

박인해 교수는 남부장의 말에 몸을 일으켜 간단히 그에게 목례로 인사를 한 뒤 구두소리를 내며 작고 어두웠던 방 안을 나왔다. 그녀는 뭔가 고민에 쌓인 얼굴로 방에서 나오자 마자 잰걸음으로 KDPA 건물 본청에서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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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서효주 21.06.04 23 1 8쪽
15 14화. 생각 맞추기 +1 21.06.04 27 1 9쪽
14 13화. 궁금증 해소하기 21.06.03 20 2 9쪽
13 12화. 사건 현장에서 21.06.03 21 2 10쪽
12 11화. 투닥투닥 +2 21.06.02 28 2 9쪽
11 10화. 벌써 죽는건가? +1 21.06.02 24 1 10쪽
10 9화. 진짜 납치 21.06.01 27 2 10쪽
» 8화. 보호자의 미덕 21.06.01 32 2 9쪽
8 7화. 동상이몽 21.05.31 32 1 9쪽
7 6화. 용제 이제키엘 +1 21.05.31 42 0 10쪽
6 5화. 늬가 이제키엘이라구여? +2 21.05.30 60 2 9쪽
5 4화. 떨리는 첫 경험 +2 21.05.30 50 1 12쪽
4 3화. 미션 임파서블 21.05.29 74 1 13쪽
3 2화. 이게 진짜 일리 없어 21.05.29 115 3 12쪽
2 1화. 용리학 우등생 +2 21.05.29 111 4 13쪽
1 0화. 프롤로그 +3 21.05.29 186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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