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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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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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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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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65

작성
21.05.3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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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용제 이제키엘

DUMMY

귀여운(?) 빼액거림을 뱉으며 자신을 잡아 먹을 듯 달려드는 전북 1호를 피해 숲을 헤치고 도망치던 진호는 저녁무렵에 있었던 일과 지금이 비슷하다는 것을 문득 깨닫고 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자신에게 달려오는 전북 1호를 향해 돌아 서서 씨익 웃어보였다. 전북 1호는 거대한 입을 벌리고 진호의 목덜미를 물어 뜯기 위해 번개와 같이 날아들었으나 이내 뭔가에 튕겨져서 저 멀리로 내동댕이쳐졌다.

 

전북 1호는 고개를 몇번 털면서 씩씩 거렸다.

 

전북 1호의 반응을 살피면서 진호는 못내 아쉬움 삼켰다.

노트, 노트만 있었다면 지금의 모든 기분과 관찰 결과를 남김 없이 기록했을텐데!


 

- 전북 1호. (사칭. 이제키엘)

* 순혈 드래곤이자 보유하고 있는 마나의 깊이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 (마나 교란 수준이 느끼기에 거북할 정도)

* 상당히 귀여운 울음 소리를 가지고 있음 / 처음 만져 봄!

* 사람의 말을 구사하는 능력을 가짐

  (연구해볼 가치가 무궁무진! 반드시 박인해 박사님께 보고해야 함! 이번에도 A쁠 가능?)

* 전라도 출생이라 그런 건지 약간의 사투리를 사용하는 것 같음!

* 전체적으로 성격이 더러워 보임! 강용욱 선생님의 특별 코칭이 필요함!

* 드래곤은 태어난지 하루 이틀 만에도 발정을 하는가? (연구 과제!)


 

정리하면 이정도이지 않을까?

진호는 자신의 머릿속에 나열한 여러 리스트들을 계속해서 곱씹으며 만족한 표정으로 머리를 땅에 처박고 있는 전북 1호를 바라보았다. 녀석은 몇번이고 맨 땅에 머리를 내려치고 있었다.

 

어쩌다 이런 신세가 된 것일까.

저런 놈을 데리고 앞으로 무수히 많은 난관들을 과연 어떻게. 도대체 이 세계는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길래 이제키엘이라는 이름 앞에 벌벌 떨지도 않는 건지. 답답하고 또 억울하다.

 


저 녀석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저 녀석은 용인이다.

어처구니 없게도 나, 이제키엘의 용인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이 위대한 존재에게 용인 같은 찌꺼기가 붙어 있다니 말이다. 녀석이 자신에게 첫 접촉을 했을 때 그의 내면에 마나가 알 수 없는 흥분에 의해 폭발하던 순간 이제키엘의 마나 역시 반응하여 터져나와 잠시 기절한 것이다. 이 반응은 같은 결의 마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용인.

이는 모두 드래곤으로부터 말미암아 생겨난 특별한 힘을 가진 자들이다.

어중이 떠중이들 말고 순수 혈통의 힘, 즉 개별적인 마나의 결을 가진 드래곤들에게 종종 생기는 그 결을 나눈 인간들을 말한다. 어떻게 탄생하게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인간보다 월등히 긴 시간을 살아가는 드래곤들에겐 참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 용인들 때문에 드래곤의 힘이 상대적으로 쇠약해지기 때문이다.


 

용인들의 힘의 원천은 드래곤이다.

지들 마음대로 드래곤의 힘을 빼앗아 쓰는 것이다.

인간들을 비롯해 이 세계의 어떤 존재도 드래곤 만큼의 마나를 품을 수 없고 만들어 낼 수도 없다. 그러니 용인들은 결국 자신들의 강한 힘을 사용하기 위해 드래곤들을 볼모로 잡는 것이다.

 


그렇다고 드래곤이 그들을 제거할 수도 없다.

드래곤은 절대 같은 마나의 결을 가진 존재를 해칠 수 없다. 살기를 가지고 조금이라도 용인을 죽이려는 마음이 든다면 모든 공격은 용인에게 닿지도 못하고 오히려 본인이 고꾸라지게 된다.

 


이제키엘이 룡제로 군림하던 시절 주변의 내노라하는 드래곤들은 대부분 용인들이 있었다. 아무리 드래곤이 용인들 때문에 쇠약해진다고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 그들의 힘은 얕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의 드래곤들은 용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용인들을 이용해 세력을 넓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키엘은 이 용인들이 너무 싫었다. 결국 남의 힘을 빼앗아 쓰면서 인간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왕으로 군림하는 꼴이 보기 싫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도 자신의 이런 사고를 바꿔버렸던 사건이 있었지만···.

이제키엘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곤 정신을 차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자신의 용인을 바라보았다. 저 멍청이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허공에다 대고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고만 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적어도 그 시절에 용인들은 모두 강했다.

인간들의 사회에선 분명 인정받고 정의로운 편에 서거나 혹은 악당이 되어 어둠의 세계에서 파멸을 인도했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관심 없었다. 어둠을 가르며 날아가 깊은 하늘 저편에서 인간들의 쌈박질을 바라보는 것도 이제키엘의 즐거운 취미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저 인간은 하나도, 조금도!

강해보이지 않다.


덩치는 쓸만 하지만 속은 모래알 같다. 별다른 힘도 없어 보인다. 게다가 저, 야리꼬릿한 상기된 얼굴이 너무 싫다!


마치 자신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를 모두 분해해 투시하여 보는 것만 같다.

 


“너···”


 

이제키엘이 한숨을 길게 쉬었다. 진호는 눈빛을 반짝이며 이제키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지금 얼마나 내가 심각한지 모르는 거냐?” 

“심각···하세요? 왜요?” 

“됐다. 물어본 내가 나빠. 이리 가까이 와라.”

 


이제키엘은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계속 질질 끌다간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녀석은 전혀 현실감이 없다.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것이다. 이제키엘은 이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전혀 모른다. 조금 전에는 심지어 납치도 당할 뻔했다.


운 좋게 자신과 마나의 결이 같은 녀석을 발견해 집어 삼켜 힘을 회복해보려 했지만 마나의 결이 같은 자, 곧 용인이라는 사실을 깜박 했던게 화근이다. 애초에 본인에겐 용인 같은 존재가 있을리 만무했다. 그러나 이젠 용인까지 존재하게 되었으니 용제의 위치에 다시 올라서기 위한 강대한 힘을 되찾는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일단.

한 보 물러 선다.

 

이 맛이 간 것 같은 인간놈을 어떻게든 정신개조 시켜서 이, 이제키엘이 다시 정상에 올라설 때까지 아까와 같은 위협을 막는 방패막이로 삼는다.

 

적어도 나의 마나와 같은 결을 가진 이상

다른 인간들의 아래에서 빌빌 기는 꼴은 볼 수 없다.

 

이놈을 강하게 만들어야 내가 산다. 결론은 이것 하나다. 다른 선택지는 생각해볼 필요도, 가치도 없다. 그러기 위해선 정신부터 두들겨 패야만 한다.

 

진호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 전북 1호의 부름에 따라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전북 1호는 달빛을 받아 영롱히 빛나는 자신의 검은 비늘들을 뽐내며 매력적으로 앉아 있었다.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새 덩치가 조금 더 커진 것 같았다.

 

혹, 요행이 일어 한번 더 녀석을 만져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까의 그 감촉에 의한 감동을 미쳐 제대로 음미해보지도 못했다. 기절해서 기억조차 왜곡되어 버린 것 같았다.


그렇게 전북 1호에게 가까이 다가가던 진호에게 되려 전북 1호가 불쑥 다가왔다. 그리곤 녀석이 코 끝으로 진호의 심장 부근을 정확히 톡 하고 쳤다. 그와 함께 진호는 몸 속에 휘몰아치는 맹렬한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몸이 지면으로부터 떠오르기 시작했다.

당황과 혼란한 상황 속에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귓속에 심장의 쿵쾅거림이 빠르게 들렸다. 그 소리가 커지고 커지다 곧 터질는 것은 아닌지 염려될 정도로 커졌을 때 진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꿈일까.

진호는 아주 어두운 어떤 공간에 홀로 서 있었다.

어두웠지만 동시에 따뜻했다. 발 아래는 마치 수면과 같았다. 어찌 보면 자신이 물 위에 떠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어두운 공간 너머로 거대한 드래곤 한 마리가 균열을 만들어 뛰어들어왔다. 말도 안 되는 크기였다. 날개를 활짝 펼치고 비행하는 것을 보니 그 크기가 아파트 한 채는 족히 넘어보였다.

 

빛을 발하지 않는 짙은 검은 색 신체

에메랄드 빛 눈동자는 계속해서 수면 위의 진호를 바라보고 있다. 드래곤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낙하해 진호의 앞에서 멈춰 선 다음 강렬하게 날갯짓을 하며 그를 노려보았다. 진호는 깨달았다. 이건 분명 전북 1호다. 그 성체의 모습이 확실했다. 성체가 된다면 이정도나 커지는 거라고? 아니다. 이렇게나 큰 드래곤은 진호가 알기론 없다. 모든 드래곤들이 전부 커봐야 2m를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전세계에서 그들의 마나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크기다.

그렇다는 건 이 크기는 용인전쟁이라 불리는 '검은 하늘 전쟁' 이전, 드래곤이 강대했던 그 역사 속의 시절의 크기라는 건데. 이만큼이나 크다니. 온 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크우와아아아아아아-


 

전북 1호가 허공에 울음을 내뱉었다.

일전의 울음 소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탐욕스럽고 우렁차며 폭발적이고 소름돋는 울음 소리였다.


 

“보아라··· 이 내가 바로, 용제 이제키엘이니!”


 

전북 1호. 아니, 용제 이제키엘은 긴 울음과 함께 공중으로 치솟아 날개를 활짝 펼치고 허공에서 잠시 멈췄다. 그와 동시에 그의 주변에서 검은 마나가 쏟아져 나와 둥글게 뭉쳐졌다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진호는 벌어진 일을 다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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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용리학 우등생 +2 21.05.29 111 4 13쪽
1 0화. 프롤로그 +3 21.05.29 188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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