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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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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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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65

작성
21.06.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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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1화. 투닥투닥

DUMMY

사이렌이 사방을 울렸다. 그들이 있던 곳은 지하층. 지상으로 올라가려면 다시 위로 향해야 했다. 이제키엘은 단숨에 철장을 부숴버리고 진호의 목 뒷덜미의 옷을 단단히 물었다. 그리곤 거침없이 지하 감옥을 모두 파괴하며 지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붕괴하고 무너지는 소리가 사방을 채우고 진호의 주변에 흙더미와 먼지가 가득했다. 눈을 질끈 감고 있을 수밖엔 방법이 없었다. 진호의 몸으로 이제키엘의 콧김이 계속 닿았지만 묘하게 그것이 안정감을 주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 폭발을 끝으로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와닿자 그때야 진호는 눈을 뜰 수 있었다. 밝았던 달빛은 어느새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었고 세상은 아침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진호와 이제키엘이 있던 곳은 바닷가 근처의 오래되고 낡은 3층짜리 시멘트 건물이었다. 방치된 시간만 몇년은 넘어 보였다.

 

이제키엘은 물고 있던 진호를 냅다 던졌다. 그는 인간을 입에 물고 있었다는 사실(씹어 먹지 않고 마치 어린 새끼 다루듯이 물어 옮겼다는 것)에 굉장한 불쾌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몇번을 앞발질로 입가를 닦고 그 자리를 혀로 핥아 댔다.

 

그것도 잠시 시멘트 건물이 천천히 붕괴되기 시작할 때 두 마리의 드래곤과 소수의 인간들이 그 안에서 튀어나왔다. 이제키엘의 눈빛이 반짝였다.

 

진호는 그때서야 진실로 그가 이제키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키엘은 전광석화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곳에는 검붉은 마나가 안개처럼 잔상으로 남았다. 그리곤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어둠에서 나타나 번쩍일 때마다 피의 향연이 시작됬다. 저물어가는 달빛과 바다의 찬란함과 검붉은 마나의 잔상, 그리고 낭자하는 핏방울이 그 현장을 마치 하나의 예술행위로 만들어갔다.

 

녀석은···진짜다.

 

두 마리의 드래곤은 모두 잘 단련된 군사용 드래곤 같았다. 외형으로 보아 적갈색의 드래곤은 화염룡, 은은한 하늘빛 드래곤은 수룡 타입으로 추정된다. 군사용 드래곤 답게 크기도 반려 드래곤에 비해 조금 더 컸다.


녀석들은 대략 2m 정도? 마나 제약도 분명 다른 드래곤들과 다를 것이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이제키엘이었지만 그들을 모두 압도 했다. 아래의 더블디 소속 괴한들이 모두 총을 쏴댔지만 단 한 발도 이제키엘의 몸을 뚫지 못했다. 검붉은 마나가 그의 주변을 동그랗게 감싸 어떤 총알도 배리어를 뚫지 못했다.

 

인간들도 마찬가지로 마나 배리어를 가지고 있었다.

그저 무용지물이었을 뿐.

 

이제키엘은 드래곤이고 인간이고 할 것 없이 사지를 하나씩 뜯어갔다. 고통에 나뒹굴고 신음하는 소리가 총성보다 강해질때 쯤 이제키엘은 씨익 웃으면서 진호의 곁으로 돌아왔다. 녀석의 입에는 씹다 남은 수룡의 꼬리를 마저 목구멍으로 넘기며 바닥에 쓰러진채 꿈틀거리는 사람들과 드래곤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공중으로 높게 날아올라 자신의 양 날개를 활짝 펼치며 소리쳤다.


 

“죽어라.”


 

그와 동시에 바닥에 뒹굴던 생명들의 마지막 숨이 그들의 머리에서 터져버린 검붉은 마나 폭발로 인해 일제히 끊어졌다.


이 모든 끔찍한 학살극의 시작과 끝이 불과 30초 안에 이루어졌다.

 

진호는 그저 멍하니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모든 사건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태어난지 일주일도 안 된 드래곤이다. 그럼에도 이미 1m는 되어보이는 덩치를 가졌다. 아직 본연의 마나를 컨트롤 하는 것이 미약할텐데도 숙련된 드래곤 두 마리와 드래곤을 잡는 것에 이골이 났을 법한 더블디의 조직원들을 모두 정리하는데 3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만약,

만약에 이 드래곤이 모든 힘을 되찾게 된다면

그리고 진호가 보았던 그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이 되어버린다면

세계는 정말··· 끝장일 수도 있다.

 

강용욱 선생님.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고 하셨잖아요···.

틀리신 것 같습니다···.

 

진호는 속으로 마른 침을 삼키며 자신을 향해 천천히 내려오는 이제키엘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봐도 자기만족에 취해 어깨가 태산같이 솟은 것 같다. 잡생각을 떨쳐내려는 듯 머리를 흔들며 진호는 의지를 다졌다.

 

그래요, 선생님

그러나 세상엔 나쁜 용은 없는 겁니다.

 

그는 뻔뻔히 일어나 자신에게 당당히 다가오는 이제키엘에게 어깨를 으쓱 한 뒤 몸을 뒤로 돌려 자신의 팔을 보여주었다. 이제키엘은 이 인간의 반응이 뭔가 껄끄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불쾌한 콧김을 내며 자신의 앞 발톱으로 툭 하고 묶인 케이블 타이를 끊어주었다.


 

“뭐냐, 이 반응.” 

“왜?” 

“이 자식이 또 반말이네?”

“여전히 내가 너의 보호자잖아?”

“왐마?”

 


이제키엘이 황당하다는 듯이 진호를 보며 콧김을 길게 뱉었다. 잔여 마나가 콧김을 타고 흘러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주도권! 놓쳐서는 안된다. 이 참극을 순식간에 벌일 수 있는 녀석이다. 녀석이 유일하게 해칠 수 없는 존재가 나라면, 그렇다면 녀석의 모든 행동의 책임은 나에게 있을 것이다.


 

“···그래, 어쨌든 이제 좀 명확해진거지?”

“···인정할께. 네가 이제키엘이라는 거, 그리고 내가 너의 용인이라는거.” 

“아니, 네가 나의 용인인 것이다.” 

“아니아니, 내가 너의 용인 인거지.”

“아니라고.”

“아니라니까.”


 

잔인한 살육의 현장 너머에서 유치하게 말다툼이나 벌이고 있는 둘의 모습이 현실적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진호는 이 싸움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이제키엘은 한숨을 길게 쉬면서 꼬리를 탁탁 쳤다. 그리곤 몸을 돌려 엎드린채 고개를 틀어버렸다. 진호는 그를 가만히 보면서 자신도 역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이렇게 긴 밤은 오랜만이었다. 아니, 그보다 바닷가에 와본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

 

이 모든 사실 앞에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평범함의 범주에서 회전하던 자신의 삶이 불운하게도 어떤 운석의 충돌에 의해 궤도가 벗어나버린 느낌이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이제키엘의 등을 바라본다. 그렇게도 키워보고 싶었던 드래곤이었는데, 그럼에도 결코 이룰 수 없을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하필이면 지상 최악의 드래곤을 키우게 되다니, 그것도 용인이 되어서 말이다.


 

“···고마워.”

“뭐?”


 

이제키엘이 킁 하는 소리와 함께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도 덕분에 살았잖아.”

“건방지게, 이제와서 그딴 소리가 먹힐 것 같냐.”


 

진호의 말에 차갑게 따박따박 이제키엘이 반박했다. 그러나 그의 호흡은 아까보다 조금 편안해져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진호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키엘은 한참을 대답하지 않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모래 먼지가 뭍은 몸을 몇번 탈탈 털고 진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네놈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자. 일전의 그 이상한 공간에 데려가면 거길 다 없애버릴테다.” 

“···알겠어. 야, 근데 너 인간적으로 네 보호자의 이름 정도는 물어봐야 되는거 아니냐?” 

“내가 그걸 알아야 돼? 인간 나부랭이라고 부르면 안되는 건가?”

“하··· 도진호, 그렇게 불러.”

“도진호? 빌어먹게 길구만.”

“네 이름이 더 길거든!”

“눼 의르믜 듸 길긔든”


 

뭘까.

이 녀석 점점 이상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아. 그건가. 사춘기? 드래곤들도 사춘기를 겪는다고 하던데 말이다.

덩치만 보면 그 시기가 빨리 온 것 같긴 한데.

 

이제키엘이 하늘로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 올랐다.

도진호는 녀석이 날아오르는 것을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이제키엘이 앞으로 날아가려다 말고 번뜩 뭔가 떠오른 듯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진호는 그와 눈을 마주치고 싱긋 웃어보였다.


 

“아··· 젠장할.”


 

이제키엘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곤 정말, 진심을 다해 싫다는 표정으로 진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못날지.”

“보시다 시피?”

“뭐, 어떻게 안 돼? 뭐, 내가 널 따라가면 되잖아?”

“난 걸어갈수밖에 없는데···? 뭐, 난 그래도 좋고.”

“아, 이샊···도찐 진짜.

“아니, 도찐이 아니라 도진호라고.”

“됐고, 진짜 딱 한번만이다. 진짜로.”


 

이제키엘이 몇번 자신의 이빨을 드러내며 꼬리로 마구 지면을 쳐대다가 몸을 숙였다. 진호는 벅찬 가슴을 안고 조심스럽게 녀석의 목 위에 올라탔다. 이제키엘은 답답한 듯 목을 몇번 꿀렁였고 그와 함께 진호의 몸이 그의 등쪽으로 밀려났다.


 

“꽉 잡아라. 그리고 안내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 알겠···으···어어어어어어어어!!!”


 

이제키엘은 그런 그를 놀리듯 총알처럼 지면을 박차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가뜩이나 잡을 곳이 없었던 진호는 하마터면 뒤로 굴러 떨어질뻔 했으나 겨우 그의 비늘 몇개를 움켜쥐고 몸을 밀착시켰다.

 

진호는 그렇게 군대에서도 못해봤던 드래곤 라이딩을, 부자들만 누릴 수 있다는 반려 드래곤과의 비행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다소 과격한 방법이긴 했지만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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