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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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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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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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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수 :
73,265

작성
21.06.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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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2화. 사건 현장에서

DUMMY

이른 아침, 남부장은 강릉의 사건 현장에 급히 도착했다.


바닷가 근처에 방치된 오래된 시멘트 건물은 지하까지 깊이 무너져 있었고 그 주변으로 사람들의 잔혹한 시체와 두 마리 드래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남부장은 정장 안쪽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고 경찰들이 쳐놓은 폴리스 라인을 건너 사건 현장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봤을 때보다 현장은 훨씬 더 심각했다.

 

사지가 멀정한 시체가 없었다. 머리 부분 마저 산산 조각나 신원을 확인하기가 상당히 힘들어보였다. 그러나 남부장은 이들의 옷에 새겨진 심벌과 남은 신체 부분의 동일한 문신으로 보아 이들이 더블디 소속의 조직원임을 판단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남부장은 산들 대학교의 연구소에서 벌어진 드래곤 강탈 사건을 떠올리며 그와 이번 사건이 연결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과학수사대가 도착하고 과학수사대 소속 탐지 및 탐색 드래곤들이 투입되는 것을 지켜본 남부장은 현장에 따라나온 과학수사부 박과장을 발견하고 그에게 달려갔다. 박과장과 남부장은 과거 경찰대학 동기로 각자 다른 길을 걸어갔지만 여전히 친분은 유지하고 있는 사이였다.


 

“박과장!” 

“오, 남부장! 여기까지 DPA가 왠일이지?”


 

박과장이 반색하며 남부장에게 악수를 건넸다. 둘은 반갑게 악수를 하며 서로의 어깨를 따뜻하게 툭툭 쳤다. 박과장은 알겠다는 듯이 현장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아아, 저 두 마리 드래곤 때문인가?” 

“아니, 아니야. 저 녀석들 때문이면 그나마 다행이지.” 

“뭐, 어차피 극비라서 이야기도 안해줄 거잖아, 그치?”

“···그렇긴 하지만 자네 도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라.”

“에이, 왜 이래, 국제 사회의 최고 권력 집단 DPA의 한국지사 전력사업부 남부장께서 가오 떨어지게, 갑자기 이렇게 약한 모습 어색해?”

“음···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네.”

“···그래?”

 


남부장의 일관된 모습에 박과장도 장난기어린 얼굴을 거두고 펜과 메모장을 꺼냈다. 남부장이 그런 그를 보며 여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박과장은 아랑곳 하지 않고 메모장을 몇장 넘겨 빈 페이지를 찾아내 손으로 꾹꾹 눌러 고정시켰다.


 

“난 여전히 아날로그가 좋아. 자, 말해봐, 뭐 어떻게 해줄까?” 

“이곳에서 채취되는 모든 마나의 분석 결과를 전부 내쪽 요원들에게 전달해줘, 분석과 요원의 번호야.”


 

남부장은 자신이 아는 요원의 번호를 그에게 말해주었고 박과장은 성실히 그 번호와 요원의 이름을 받아 적었다.


 

“그리고 행여 특별한 무언가가 발견되더라도 절대 자네 팀원들이나 상부에 보고하지 말아줬으면 해” 

“어··· 그건 좀 쉽지 않겠는데···” 

“알아봐야 상부도 골치 아플거고, 어차피 우리가 전화 하게 될거야. 서로 불필요한 마찰은 일으키지 말자구.”

“오케이, 그래. 알겠고. 또?” 

“봐서 알겠지만 여기는 반사회테러단체 더블디와 연루된 사건 현장이잖아. 아마 이 사건이 언론에서 괜찮은 먹이감이 될거야. 언론에서 주목하면 주목할수록 더블디 놈들은 더 대한민국에 관심을 가질거고 우린 맨날 천날 야근하게 되겠지.”


 

박과장이 남부장의 말에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관련 취재가 들어오면 이렇게 이야기 해줘.”


 

남부장은 품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박과장에게 건넸다.


 

“뭐야, 메뉴얼이야? 언론 대응용?”

“뭐, 그런거지. 그냥 그런 식으로만 이야기 해주고. 마찬가지로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관련 내용들은 대외적인 침묵과 우리에겐 공조를 해주길 바래. 직원들 입단속 잘 시키고.” 

“이야, 이런 부탁은 오랜만···인데···. 어? 그러고 보니까 너, 이거 세번째 순혈 드래곤 등장 때랑 반응이 유사하다?”

 


박과장의 말에 남부장은 눈을 매섭게 뜨곤 검지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댔다. 딱딱한 그의 표정에 박과장은 어깨를 움츠리고 입을 꾹 닫았다. 남부장이 가보라는 듯이 손을 앞으로 내밀자 박과장은 메모장을 찢어 고이 접은 다음 자신의 주머니 깊숙한 곳에 밀어 넣고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갔다.

 

남부장이 몸을 돌리려다가 번뜩 뭔가가 생각난 듯 걸음을 멈추고 박과장을 불러세웠다.


 

“박과장! 친구야!”

“어! 왜?”


 

갑자기 멈춰 선 박과장이 고개를 돌렸고 남부장은 재빨리 그에게 달려가서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 혹시 어떤 남자애와 관련된 증거들이나 흔적들 있으면 우선적으로 알려줘. 24살 짜리 남자애야.”

“엥? 이곳에? 그런 젊은 애가 있었다고? 살았겠어?” 

“···그럴리 없겠지. 그래도, 혹시나 있다면 좀 알려줘. 확실히 해야 될 부분이라 그래.”

“뭐, 알겠다. 시키는게 많네. 나중에 한 잔 사는거지?”


 

박과장이 손가락을 간단히 꺽으며 말하자 남부장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수고하라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박과장은 싱긋 웃고는 다시 현장을 향해 달려갔다.

 

남부장은 다시 차에 올랐다. 함께 온 비서가 시동을 걸었고 그는 뒤에서 노트북을 꺼내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 휴대폰이 울리고 문자가 왔다. 박인해 교수였다.


 

- 강릉에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우리 연구소의 드래곤들과 관련된 일일까요? 꼭 진호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탁드려요.


 

“하··· 알겠습니다, 알겠다구요. 지금 중요한 건 그 젊은 놈이 아니라, 이 빌어먹을 순혈 드래곤이 어디로 사라졌나라니까요.”

 


남부장은 한숨섞인 중얼거림과 함께 거칠게 휴대폰을 반대쪽 좌석으로 던져버리곤 이마를 몇번 문지른 다음 노트북의 빈 화면 속 규정된 보고서 양식에 각각 관련 사실들을 입력하기 시작했다.


 

-



 

“아··· 진짜 다행이다.”


 

진호는 겨우 찾은 그의 집 근처 야산 속 버려진 창고 밖에서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겨우겨우 이제키엘의 등 뒤에 달라붙어 낙사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그는 아직 이른 새벽임을 감안하고 그의 반지하 원룸으로 향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덩치가 그 방 안에 들어갈 수 있을리 만무했다.

 

진호는 고민과 고민 끝에 평소 너튜브를 보며 드래곤 행동학을 연구하고 연습했던 그만이 알고 있는 낡고 허름한 버려진 창고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곳으로 이제키엘을 인도 했다.

 

창고를 보는 순간 이제키엘은 또 한번 진호를 향해 앞발을 내질렀다. 그러나 결과는 동일했다. 오히려 나동그라진 건 이제키엘이었다. 이제키엘의 입장에선 이 창고가 화장실이나 다름없었다.

 

이제키엘은 자신이 본래 살고 있던 거대한 섬, 그 곳의 자연 경관과 아름다움에 대해 수분을 강조하며 떠들어댔다. 얼마나 훌륭하고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깨끗한 네스트였는지를 말이다. 진호는 그의 말에 거칠게 반박했다. 지구엔 이제 그런 자연이 보전된 땅은 거의 없다고 말이다.

 

그나마 바닷가에 있을 땐 좀 났다고 느꼈던 공기와 자연의 질이 어둠고 칙칙한데도 현란하고 밝은 거대한 건축물들의 숲에 들어오자 다시 더럽고 축축해진 것을 깨닫곤 심기가 더 불편해진 이제키엘이었기에 그의 분노는 더욱 드세지기만 했다.

 

그런 그를 납득시키는데 또 한참이 흘러 어느새 동까지 터버렸다.


 

“그래! 알겠다! 그럼 도찐! 너도 여기서 함께 있어! 그럼 내가 감수하지, 이런 빌어처먹을 공간에 몸을 뉘이는 것을 말이야!” 

“오케이 오케이! 그렇게 할테니까 일단, 제발 들어가자. 제발!” 

“으아아아 진짜!”


 

이제키엘이 빼액 거렸지만 결국 그의 말에 순응해 떼어지지 않는 걸음을 창고 안으로 옮겼다. 그는 이제키엘을 겨우 창고 안으로 밀어 넣고 밖으로 나와 땀을 닦으며 한숨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그래 일단, 박인해 교수님을 찾아 뵈야 하지 않을까?


진호는 최대한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해보기로 했다.


대한민국의 네번째 순혈 드래곤이다. 작은 땅덩어리에 무려 네번째 순혈 드래곤이 발견 된 것이다. 이 파장은 국제 사회에 큰 소용돌이가 될 것이다.

 

소수의 드래곤, 그 중에서 순혈 드래곤은 인간의 떼를 타지 않은 순수 드래곤의 DNA를 가지고 있는 종자이며 인간들의 입맛에 맞게 유전자 변형을 하고 마나 제약에 의해 오랜 시간 유약해진 다른 드래곤들에 비해 월등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순혈 드래곤은 소위 로또와 같다. 자연적 번식을 통해 수억만분의 일의 확률로 탄생할 수 있는 유일무이 최강의 개체인 것이다. 드래곤의 수가 소수라곤 하지만 이는 다른 생물들에 비해 소수라는 것이지 멸종의 위기까지는 아니다. 인간들의 니즈에 의해 드래곤들을 번식시키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는 결국 과학적인 방법으로 혹은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드래곤을 생산해 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드래곤은 반려 동물로도, 산업이나 군사용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순혈 드래곤은 다르다. 완벽히 다르다.

 

순혈 드래곤의 보유 숫자는 국가의 권력과 일맥상통한다.

특히 이 순혈 드래곤이 용인과 연결되어 있을 경우엔 더욱이 그렇다.

 

그래, 맞다. 일단 용인에 대해서 알아보자. 박인해 교수님을 찾아가기 전에 내 스스로의 지식이 더 필요하다.


 

“여기 있어. 금방 돌아올테니까!”


 

진호의 말에 쿵- 하고 창고의 벽이 한번 비명을 질렀다. 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재빨리 산 아래로 내려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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