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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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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892
추천수 :
36
글자수 :
73,265

작성
21.06.0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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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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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10화. 벌써 죽는건가?

DUMMY

“아이, 우리가 누군지 알아버리면 이거, 그냥 보내줄 수는 없는데···.”


 

남자는 자신의 손을 보다가 고개를 획 돌려 진호를 쳐다보았다. 모자의 그늘 아래 표정이나 얼굴이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분위기로 보아 농담삼아 던진 말은 아니라고 그는 확신했다. 심장이 아플만큼 조여온다. 공포가 삽시간에 다시 증폭되었다.


 

“하핫, 자식. 걱정 마, 인마. 안 죽여. 안 죽여. 야, 필요없으면 진작 죽였지. 고, 고기 근처에 그것들 봐라. 우리가 뭐 시간이 남아 돌아서 너까지 그 깊은 숲에서 납치해왔겠냐? 그것도 살려서? 다, 이유가 있는거다. 이유가.”


 

진호는 이유가 있다는 남자의 말이 더 섬뜩하게 다가왔다.

잠깐의 정적. 남자는 기댔던 몸을 일으켜 다시 철장으로 다가와 양 손으로 철장을 강하게 잡고 얼굴을 최대한 가까이 댔다. 그렇다고 모자 챙이 철장에 구겨지진 않았다.


 

“너··· 용인이지?”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사실 진호는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현실감이 없다고 해야 하나?


전북 1호가 이제키엘이라는 사실도 납득이 되지 않는데 자신이 용인라는 사실이 납득이 될리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평범하게 살았다. 아니, 오히려 불우하게 살았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에 군인으로 해외 파병을 나가셨다가 분쟁지역에서 사망하셨다. 어머니는 그 충격으로 오랫동안 병을 앓으셨고 진호가 20살이 되었을 때 세상을 떠나셨다. 남은 재산 같은 것은 없었다. 국가 유공자의 자녀가 된 것 말고는.

 

사망한 아버지의 명예에 누가 되지 않게 군대도 적절한 시기에 다녀왔다. 무엇보다 드래곤을 관리하는 보직에 투입되어 오히려 군대 생활은 즐거웠다. 대학교 학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았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아르바이트의 삶이지만 그 사이에도 드래곤에 관련된 지식만큼은 성실하게 계속해서 쌓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전하러 왔던 아버지의 동기 분은 드래곤을 데리고 오셨었다.


어렸던 진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무너지셨던 어머니보다 그 동기라는 군인아저씨 뒤에 늠름히 서 있었던 드래곤에게 빠졌다. 그때부터 진호는 꾸준히 드래곤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했던 것이다. 언젠간 어떤 방법으로든 드래곤을 길러보겠다고 다짐하며 말이다.

 

특별할 것 없는 삶이었다.

누구나 이정도의 아픔은 가지고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해 소심하고 내성적이어도 누구 하나 탓하지 않고 사회 탓도 하지 않았던 성실한 청년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이런 특별한 일들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런 내가 용인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관심도 없었다. 용인이 어떻게 생기는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알 필요 없었다. 어차피 자신에겐 그들이 드래곤의 아류같은 느낌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이 남자를 만나기 전 공포 속에서 가슴을 울리던 괴이한 음성 전달 방식으로 보아 자신의 몸에 분명이 이상한 반응이 있는 것은 확실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자신이 용인이라면 더블디에게 자신은 어떤 취급을 받게 될까?


 

“생각해봤는데.”


 

남자가 가만히 동공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진호를 보며 말했다.


 

“너는, 좀··· 별로긴 해. 뭐 그렇게 자신감 있어 보이지도 않고, 내가 보기엔 오줌만 안지렸지 내가 이 철장 문 열고 들어가면 질질 울면서 싸고 난리 칠 것 같거든? 덩치에 안맞게 말이야.”


 

남자는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보통은, 용인이라고 하면 우리가 어느정도 정신세뇌해서 데리고 다니긴 하는데, 너는 영 가망이 없어보인다. 상부에는 그렇게 보고 하려구. 괜찮지?”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진호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에, 그냥 보내줄수는 없을거 아냐? 그래서 일단 그 마나핵 축출기를 가지고 네 심장에 기생하고 있는 저 드래곤의 마나핵을 잡아 뺄꺼야. 봐봐, 꽤 재밌어.”


 

남자는 양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남자의 손에서 마나와 비슷한 것이 잔잔히 흘러나와 그의 양 손 중앙에 밀집했다가 어떤 영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영상의 가운데에는 거대한 기계가 있다. 그곳에 몸부림 치는 사람이 결박된 채로 눕혀진다.


사람을 기계에 잘 묶어 놓고 나면 기계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기계의 상부에서 기계팔 4개가 나와 목과 양 팔을 각각 잡는다. 남은 팔 하나가 천천히 사람의 심장부위를 뚫고 들어가기 시작한다.

 

몸부림 치던 사람은 가슴이 뚫리자 마자 피를 토하며 움직임을 멈춘다. 기계팔의 끝엔 어떤 플라스크가 결합되어 있었는데 몸을 뚫고 들어갔던 팔이 나오자 플라스크가 빛을 발한다. 뭔가가 가득 담긴 것이다.


 

“뭐, 죽인채로 마나핵을 축출할 수 있다면 너도 좋고 우리도 좋은데 심장이 뛰는 채로 축출해야 이게 또 제대로 거든, 아니면 마나핵이 금방 흩어져 쓸모 없어지더라구. 그래서 어쩔수 없지. 도덕적이진 않지만 살아있는채로 축출할 수밖에. 아휴, 괜히 보여줬나?”


 

진호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자는 손을 탁탁 탈었다. 어느새 영상처럼 보여지던 마나가 싹 흡수되어 사라졌다.


 

“헤헤, 에이, 긴장하지마 금방 끝나니까. 나도 오랜만에 사냥이라 즐거웠긴 했는데 아쉽네, 너도 생 초짜바리고, 잡아온 드래곤도 뭐 새끼라, 금방 재미가 식었어. 뭐, 수확은 나쁘지 않았지만 말이야. 저 드래곤 말이야, 좀 특이하더라구. 우리쪽 연구원에 따르면 순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대? 보유한 마나의 농도가 태어난지 일주일도 안 된 녀석치고는 꽤 상당하던데. 키야, 그런 녀석의 용인이면 네 장래도 창창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아쉽지 뭐. 그래서 우리의 타겟이 되어버렸으니.”


 

남자는 쯧 소리를 내며 입맛을 다셨다.


 

“아니, 그러니까. 왜 우리 업장을 들쑤셔서 이런 사단을 만드나. 우리가 저런 녀석 한번 부화 시켜보겠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죽어나간 드래곤들만 수천은 될꺼야. 너도 알지, 드래곤을 교미시키고 부화시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개체수도 많지 않는데 그걸 수천마리 희생시킬 정도면 우리가 얼마나 오랜시간 공을 들였겠어.”


 

그는 되려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어깨를 으쓱 했다.


 

“그런 녀석을 검증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드퐈 끄나풀에게 빼앗겼으니 우리는 정당방위지 그치? 그치?”


 

공포감으로 물들어있던 진호였지만 그의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무섭고 떨린다 해도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들은 모두 비상식적으로 비인도적인 행위였다. 강력한 개체를 ‘만들기’위해 다른 생명들을 모두 희생시켰다는 말이지 않은가? 드래곤이라는 생명을 물건 취급하는 것이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진호는 이 공포와 분노가 교차하는 순간에 들린 전북 1호의 목소리가 반갑고도 슬펐다.


 

“듣고 보니 열 받잖아, 안그래?”


 

대꾸하고 싶었다. 녀석이 전부 들었다면 부탁하고 싶었다. 내가 죽어도 좋으니 저 놈만큼은 꼭 물어 뜯어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당당히 도망치라고 하고 싶었다. 진호의 마음은 천천히 이 현실에 순응하고 있는 중이었다. 앞에 떡하니 저런 남자가 버티고 있다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힘이 있는 것도, 무도를 배운 것도 아니니 말이다. 용인이라고 해봤자 뭘 어떻게 할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억울함, 이 분노. 자신보다 월등히, 태생적으로 강한 존재, 드래곤에게 부탁해도 되지 않을까.

 

제발, 내 바람이 들렸으면···!


 

[···이···놈들···제발···]


 

진호는 가슴 깊이 어떤 힘이 응집되는 것을 느꼈다. 이 느낌은 곧 어딘가로 뻗어나갔는데 그것은 벽을 뚫고 나아가 검은 어떤 형체에게 닿았다.


 

[어라? 너?]

[제발, 이 녀석들을 뭉개줘. 부탁할께.] 

[얼씨구.]


 

역겹지 않았다. 구토도 나오지 않았다. 내면의 대화라고 했던가? 얼떨결에 자신의 마음의 소리가 전북 1호에게 닿은 것이다.


 

[보호자씨, 어떻게 이번엔 명령이야, 부탁이야?]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이놈들 때문에 드래곤들이 엄청 희생됬어! 사람도!]

[아니, 아니지. 논점이 잘못 됐잖아. 다른 드래곤이니, 인간들이니. 그런 것보다 감히 내 마나핵을 노린다는 것이 문제인거야. 알겠나, 인간 나부랭이? 그래서, 도와줘? 어떻게, 응?] 

[···부탁··· 합니다.]


 

진호가 큰 숨을 들이 쉬었다. 그때 감옥 전체가 무너질 것만 같은 진동이 일어났다.


남자가 몸을 휘청이며 창살을 붙잡았고 그와 동시에 남자가 있던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무너진 천장의 돌무더기에 발이 끼여 쓰러졌다. 뿌연 먼지 사이로 번뜩이는 초록빛 눈동자가 보인다.


잠깐 사이에 전북 1호는 더 커졌다. 진호는 그 광경에 놀라면서도 당황해 허우적 거리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가 급히 양 손에 빛무리를 모으는 것이 보였다. 전북 1호는 정확히 진호를 바라보며 앞발로 남자의 머리를 후려쳐버렸다. 남자의 머리는 정확히 몸과 분리되었다.


 

“이제, 누가 주인이냐?”


 

나긋하면서도 날이 선 전북 1호. 아니, 용제 이제키엘의 목소리가 진호의 귀를 파고든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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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화. 용리학 우등생 +2 21.05.29 111 4 13쪽
1 0화. 프롤로그 +3 21.05.29 186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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