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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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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906
추천수 :
36
글자수 :
73,265

작성
21.05.30 10:10
조회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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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5화. 늬가 이제키엘이라구여?

DUMMY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걸까.

진호는 차가운 기운에 몸서리 치며 정신을 차렸다. 사방이 어두웠다. 초 봄이긴 했지만 낮엔 따뜻해서 그렇게 두껍게 입지 않았기 때문일까, 숲속에 몰아치는 바람이 매서웠다.


 

주머니를 뒤적거려봤다. 아차, 휴대폰은 가방을 떨어트리면서 잃어버린 모양이다. 아무것도 없다. 어딘지 모를 강원도 산자락에 홀로 남겨진 것이다. ···홀로···?

 

진호는 번뜩 고개를 몇번 흔들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혼자가 아니다. 분명히 이 두 손으로···?

 

진호는 자신의 양 손을 번갈아보면서 일전의 그 촉감을 상기시켰다.


난생처음 영상 속에서나 보던 드래곤 핸들링을, 그것도 반려용 타입의 작고 조그만 드래곤을 만진 것이 아니라 야생의 순혈 드래곤의 얼굴을 만졌던 순간. 절대, 결코 잊지 못할 순간일 것이다.

 

이상한 것은 그 한번의 접촉이 있고 나서 기억이 없다. 뭔가 아찔한 것이 가슴을 뜨겁게 달구다가 목을 타고 머리 끝까지 솟구쳐 올랐는데 그리고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정신을 잃으며 아득해지는 시야 너머로 자신과 함께 바닥에 쓰러지고 있는 전북 1호를 본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없다.

 

가뜩이나 어두운 녀석인데 보일리가 없다. 숲 속이다보니 더 그렇다. 바람 소리가 세차서 나뭇잎들이 스치는 스산한 소리만 가득하다.


진호는 멍하니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눈까지 가리던 앞머리를 몇번 쓸어 올리며 한숨을 크게 쉰다. 일단 어떻게든 밝아질때까지 여기서 견뎌야 하는 걸까.


 

“야.”

“으엑?”


 

진호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년? 아니다. 그보다 조금 더 젊어보이는 남자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 것이다.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들린 이 목소리는 바람 소리를 뚫고 정확히 진호의 귓속을 파고 들어왔다. 굉장히 매력적이면서도 낮은 목소리였다. 진호는 벌떡 몸을 일으켜 신경을 곤두세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어둠 뿐이다. 나무의 움직임이 공포를 더한다.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소름이 돋아올랐다.


 

“나참, 돌아버리겠네.”

“뭐, 뭔데요?”


 

반사적으로 진호가 대답했다.

그리곤 숨을 쉬다 목이 컥 하고 막혔는지 기침을 몇번 하며 재차 소리쳤다.


 

“나와요! 누구시죠? 어딥, 딥니까! 쿨럭!” 

“얼씨구.”


 

목소리는 진호를 조롱하는 듯 했다.

진호는 불쾌했지만 그렇다고 티내진 않았다. 사실 많이 무서웠다.


그 놈들일까? 더블디 이거나 혹은 MR이 진호가 쓰러진 사이에 이곳을 찾아낸 것이다.

원하던 드래곤은 도망치고 없어졌지만 꿩 대신 닭이라고 쓰러져 있던 진호를 문책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너튜브의 음모론자들이 떠들었다.

더블디는 잔혹해서 잡혀간 사람들은 모두 반신불구가 되거나 혹은 사상 세뇌를 당해 충성스런 조직원이 된다고 했다. MR은 그것보단 났다. 적어도 기절정돈 시켜서 마나 배터리로 쓴다고 했다.

 

눈이 다 시리다. 긴장한 상태에서 계속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눈동자를 굴렀기 때문일까. 좌우 상하 몇번을 둘러봐도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지만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때 저 멀리 두 개의 불빛이 보였다.

초록색 불빛. 눈···같았다.

그것은 몇번 깜박이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었다.


 

“당신···입니까?”


 

사람일까?

아니다. 사람이라기엔 눈과 눈 사이의 거리가 너무 먼데?

이상하다. 저 눈동자 색깔은 상당히 익숙하다. 잠깐만···?


 

“전북···1호?” 

“너 이씨!”

 


순간 어둠 속에서 커다란 어떤 것이 불쑥 튀어나와 진호를 덮쳤다. 진호는 마른 나뭇가지처럼 픽하고 바닥으로 쓰러졌고 진호를 깔아 뭉갠 채 진호 위에서 으르렁 거리고 있는 것은 전북 1호 였다.


 

“감히 나를 전북 1호 따위로 불러? 감히?”


 

전북 1호는 살기어린 불쾌감을 마구 발산했다.

진호는 지금 이 상황이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갸웃 했다.


어떻게 드래곤이 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아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본적이 없다. 물론 역사서에 보면 먼 과거 드래곤들은 인간으로 변하기도 하고 인간들과 말도 할 수 있었다곤 했었다. 그러나 모든 학자들이 이는 전설과 같은 이야기, 소위 말해 허구의 구전동화 수준으로 치부하고 있다.


 

실제로 드래곤은 구강 구조상 사람들이 말하는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없다. 해부학에서도 분명히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전북 1호는 어떻게?


 

“으, 진짜 한입 거리도 아닌 것이, 짜증나게 하네, 정말.”


 

녀석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천천히 진호의 몸 위에서 벗어나 몇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걸음 조차 우아하고 고급지다. 진호는 순간 저 드래곤의 발바닥에도 꼬순내가 날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언젠가 꼭 한 번 맡아보고 말리라. 진호의 눈동자가 자신의 발에 꽂힌 것을 느낀 이제키엘은 눈을 부라리며 삐엑 하고 울었다. 진호는 재빨리 시선을 거두고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어, 어떻게 말하는 거지?···요?”


 

진호는 왠지 존댓말을 써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뒤늦게 존칭을 붙였다.

이제키엘은 진호와 다섯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허리를 세우고 앉아 꼬리를 몇번 탁탁 바닥에 내리쳤다. 진호는 그 꼬리를 보며 입을 씰룩이다가 못참겠다는 듯이 소리쳤다.

 

“기분 나쁘신거죠? 그쵸?” 

“아···진짜···”


 

이제키엘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구었다.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걸까. 어쩌다 저렇게 머리 한 가운데가 빈 것 같은 이상한 놈과 엮이게 된 걸까.


아니, 왜, 어째서?

 

이게 다 빌어먹을 그 멀린 때문이다.

내 장담컨데 이 세계 어딘가 멀린의 후예가 있을 것이다.

그놈의 전신을 잡아 뜯어 먹어버릴 거다.


 

“강용욱 선생님 특강이랑 프로그램에서 본 것 같아요! 그 꼬리를 막 땅에 두드리면 심기가 불편하다는 신호라고 하더라구요! 땅을 치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점점 화가 끓어오르는 거라고 하던데. 근데 또 발정이 나면 그러기···” 

“너 진짜 죽여버린다, 너!”


 

이제키엘이 삐엑 거리며 소리쳤다.

진호는 입을 꾹 닫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가만히 전북 1호를 응시했다.

 

“잘 듣는다. 인간 나부랭이야.” 

“···예···옙!”

“자, 일단 나는 그 개떡같은 전북 1호가 아니다. 알겠냐? 나는 용제 이제키엘이다.” 

“하···압”


 

진호가 오른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가 나머지 왼손으로 그 위를 덮었다.

가뜩이나 컸던 눈이 더 커진것 같았다.


 

“세상에··· 드래곤이 구라도 치네요?”


 

진호가 입을 막을 채로 한마디 하자 이제키엘이 고갤를 갸웃 했다.


 

“구···라?” 

“아, 예, 그 구라라고 좀 된 말이긴 한데. 거짓말을 그렇게 표현 하기도 합니다.” 

“아, 거짓말을··· 뭠마? 너 지금 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거냐?” 

“하하, 무슨 소리에요, 당연하죠! 무슨 이제키엘입니까, 그쪽이 이제키엘일리가 없죠!" 

“왜? 어디가? 어떻게?”

“아니! 뭐, 그걸 다 말로 해야 아나?”


 

진호가 양손을 앞으로 뻗어 이제키엘을 위 아래로 슥슥 훑었다. 이제키엘은 진호의 손을 따라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전북 1호가 싫으면 싫다고 말을 하지, 그게 뭡니까, 유치하게. 무슨 이제키엘? 어이구 지나가는 개가 웃겠네. 아, 나도 솔직히 그 드래곤씨 이름이 굉장히 촌스럽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뭐, 박인해 박사님 작명센스는 전부터 알아주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그래, 진짜 전북 1호가 뭐야. 그래도 나름 희귀한 순혈 드래곤이신데 그쵸? 아유, 너무 했다니까. 그래도 알죠? 이제키엘이라는 이름을 감히 자신한테 붙이는 건 좀 심한 무리수에요. 선 넘었죠, 진짜 씨게 넘으셨어··· 아, 혹시 개그···였···ㄴ···?”


 

진호가 말 끝을 흐렸다.

뭔가 가슴이 급격하게 답답해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직감상 눈 앞의 전북 1호에게서 어떤 힘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전북···1호···님?” 

“이 개자슥이!”

 

순간 진호는 드래곤도 사투리를 구사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자신을 잡아 먹을 듯 달려드는 새끼 드래곤의 발악에 기겁하여 사력을 다해 또 한번 도망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이번화 부터는 분량이 조금 적습니다! 

다음주까지 매일 2화씩 올리기 위함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항상 감사합니다! 댓글과 응원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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