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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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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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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65

작성
21.05.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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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화. 떨리는 첫 경험

DUMMY

아차, 한 건 이제키엘이었다.

산 채로 잡아 먹어야 효력이 있다. 게다가 느낌상 자신을 매달고 날아가던 공중에 저 불쾌한 냄새를 풍기는 거대한 배같은 것이 자신을 놓쳤음을 깨달은 것 같다. 세 놈들은 속도를 줄이고 있다. 숨어야 한다. 마음이야 당장에 저 놈들의 심장을 가르고 싶지만 아직은 아니다.

 

이제키엘은 몸을 움츠려 빠르게 아래로 낙하했다. 그리곤 눈물을 한바가지 흘리며 떨어지고 있는 인간 남자를 낚아채 깊은 숲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오랜만에 비행이었지만 생각대로 몸이 따라줘 다행이었다. 지면에 가까워지자 이제키엘은 남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러나 곧 자신을 찾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상공에서 들자 인간 남자를 자신의 날개막 으로 덮어 가리며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덩치가 크지 않아 날개막으로 인간 남자를 완전히 다 가릴 순 없었지만 눈치를 챈건지 인간 남자도 자신의 몸을 최대한 둥글게 말아 이제키엘의 날개막 안으로 최대한 몸을 숨겼다.

 

이제키엘은 그런 남자를 보며 코웃음을 친 뒤 바닥에 얼굴을 뉘이고 오랜만에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와 그 안에 담긴 천연의 마나를 느꼈다. 공기 중에 나무 사이를 스친 자연의 마나와 상쾌한 바람이 피부 전신을 타고 흐른다. 아까까지 느꼈던 그 역겨운 공간과는 질적으로 다른 곳이었다.

 

이제키엘이 군림했던 때보다는 훨씬 낙후된 조건이긴 했지만 아까 그곳보다야 훨씬 났다. 마치 공기를 찢는 것 같은 소리가 머리 위를 한참 어지럽혔다. 남자도, 이제키엘도 숨을 죽였다. 머리 위를 날아다니던 세 녀석은 그렇게 30분 넘게 상공에 머물렀다가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그때서야 이제키엘은 날개막을 살짝 들었다.

날개막 안에서 남자는 이제키엘의 날개막을 톡톡 건드리고 있었다. 뭐랄까 엄청나게 만족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이제키엘이 인상을 구기며 거칠게 날개막을 거두고 날렵하게 뛰어올라 근처의 거대한 나무의 가지 위로 올라 앉았다.

 

아직 70cm밖에 되지 않는 덩치이다보니 어느정도의 굵기를 가진 이 나뭇가지도 자신의 무게를 버텨줄 수 있었다. 이제키엘은 나뭇가지 위에서 가만히 남자를 바라보았다. 조걸, 어디부터 먹나. 입에 침이 고인다.

 

일석 이조 아닌가? 녀석, 덩치도 어쩜 좋아서, 참 맛있겠다.

게다가 녀석 덕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완전한 봉인 해제, 그것이면 충분하다.

 

나는 다시

이 혼란한 세상에서 날아올라 하늘에서 위용을 떨치고 
지상에서 공포의 존재가 되어 전 세계를 발 아래 둘 것이다.

 


-


 

진호는 저녁이 가까워지고 있는 오후, 아직 빛이 들어오는 숲속에서도 나무들 사이에 숨자 형체 조자 잘 보이지 않는 전북 1호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감싸 쥔채 감격에 떨고 있었다.

 

만졌다, 녀석을 만지고야 말았다.

게다가 날개막이라니. 그 얇고 맨질 맨질한 부분을 만진 것이다. 천상 죽는 거라 생각했는데, 녀석은 갑자기 빠르게 자신에게 날아와 자신을 낚아 채더니 이렇게 보호해준 것이다. 이걸 누구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아, 상일이에게 꼭 이야기 해줘야겠다. 평생, 평생을 떠들 수 있는 무용담이나 다름없다. 수십 수천번 자랑해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전북 1호는 어둠 속에서 에메랄드 빛 눈동자를 반짝이면서 진호를 주시하고 있다. 진호는 승천하는 광대를 붙잡을 길이 없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여전히 손가락을 쥐고 싱글벙글이다.

 

그 순간.

어둠 속으로 완벽히 전북 1호가 사라졌다.


 

“···어?”


 

그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자신의 얼굴 앞에 순식간에 나타난 전북 1호는 양 날개를 펼쳐 진호의 얼굴 앞에서 낮게 떠올라 입을 벌려 진호의 목덜미를 물기 위해 달려들었다.


 

투쾅!-


 

“···잉?”


 

다시 한 번 진호의 고개가 갸웃 했다.

방금의 공격으로 진호는 목이 물려 뜯겼거나 혹은 달랑달랑 한 상태가 되어야만 했다. 그런데 전북 1호의 선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은 마치 무언가 단단한 것에 부딪쳐 저지당한 것처럼 크게 맞닿는 소리가 나더니 되려 전북 1호가 뒤로 튕겨져 나가 나뒹굴었다.

 

진호는 양 손으로 자신의 목을 만졌다.

붙어 있다. 다행이다!


그리곤 점점 뭔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바닥에 나뒹굴었던 전북 1호는 으르렁 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혀를 낼름 거리며 마치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둔 맹수의 모습으로 진호를 노려보았다. 진호는 일전에 우리 안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녀석의 눈빛과 지금의 눈빛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비상 신호가 전신을 타고 흐르는 것 같았다.

드래곤은 맹수다. 타고난 맹수이자 사실 모든 종의 최고점에서 군림하는 최강의 생명체였다.


긴 시간이 지나 그들의 본성이 많이 유약해지고 크기와 힘이 줄어들은데다 모든 힘이 인간의 통제 안에 있다고 해도 고삐 풀린 망아지를 쉬이 말릴 수 없듯이 아무런 사회화도 되지 않는 야생의 드래곤이 인간을 먹이로 생각하지 않을리 만무했다.

 

방금의 공격을 어떻게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인진 알길이 없으나 방금 같은 요행이 반복 될 거라는 멍청한 생각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지금은, 당장은, 무조건 도망이다!

 


“왜 이러는 거야!!!”


 

진호는 고함을 내지르며 뒤로 돌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 수십번 좌, 우측에서 놈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리곤 계속해서 진호에게 달려들었다. 보이지도, 피할 수도 없는 속도였다.


 

투쾅- 쿠쾅- 쾅- 쿠쿵!-


 

그러나 마치 진호와 녀석 사이에 어떤 벽이 있는 것처럼 급소를 노리고 정확히 달려드는 녀석의 모든 공격들이 진호에게 닿지 못하고 튕겨져 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던 진호는 헉헉 거리면서 걸음을 멈추었다.

 

정확히 13번이다.

3분도 안 되는 전력질주의 시간동안 녀석이 자신을 공격한 횟수다. 그러나 모든 횟수에 유효타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는 건? 첫번째 공격도, 지금까지의 공격도 진호에게 통하지 않았다는 것이 요행이 아니라는 건가?


 

-


 

이제키엘은 당황했다.

어째서냐. 어째서 자신의 공격이 녀석의 몸에 닿지 않는 거냐. 멀린 이 개자식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해 놓은 거냐!


이미 산산조각이 나고도 남았어야 했다. 이미 몇조각을 입에 넣고 씹으며 만족스런 만찬을 즐기고 있어야 했다. 그런데 왜? 왜 녀석에게 단 한 차례의 공격도 들어가지 않는 거냐!

 

이제키엘은 엄청난 모멸감에 사로잡혔다.

그럴 수 없다. 아무리 자신이 다시 태어났다 해도.

아직 성체가 아닌 몸이라고 해도.

봉인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 유약한 인간 하나 죽일 수 없는 몸일 수 없다.

그럴 수 없단 말이다!

 

그때, 인간 남자가 도망치다 멈춰섰다. 이제키엘은 약간의 거리를 벌리고 녀석을 주시했다.


저거 봐. 달린 거리가 고작 이만큼 밖에 안 되면서도 헉헉 거리는 꼴이란. 아니, 저런 놈을 왜 공격할 수 없는 거지? 왜 자꾸 막히는 거냐!

 

남자는 한참을 무릎에 양 손을 기대고 몸을 숙인 채 헉헉 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이제키엘을 바라본다. 땀방울이 송글 송글 맺혀 있지만 눈동자는 정확히 이제키엘의 눈과 마주하고 있다. 그러다 남자가 씨익 웃는다. 이제키엘은 순간 남자의 웃음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


 

진호는 깨달았다.

녀석은 자신을 공격할 수 없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뭔가 잘못 된 것이 분명하다.


아마 그 자루의 어떤 제약이 아직 몸에 남아 있거나 연구소에서 조기에 1차로 안전장치를 전북 1호의 몸에 심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까지의 치열한 공격에도 몸에 생채기 하나 안난 것을 보면 확실하다. 그럼 이제 갑과 을, 사냥꾼과 사냥감, 공격자와 방어자가 바뀐 것 아닌가?

 

진호는 숨을 크게 쉬었다. 여전히 입가에 미소가 만연하다.


한번도, 한번도 드래곤을 만져본적이 없다. 이제까지 박인해 교수님을 몇번이고 따라다녔지만 드래곤을 만지는 행위는 위험하다며 단 한번도 허락하지 않았었다. 진호는 날개막에 닿았던 검지 손가락의 촉감을 기억하며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몇번 꿈틀댔다. 그리곤 오늘이 바로 자신의 버킷 리스트가 이루어지는 날이노라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전북 1호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


 

이제키엘은 순간 심각한 압박감을 느꼈다.

뭔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다.

단숨에 서로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었다.

아니다, 이럴 순 없다.


나, 이제키엘이다. 모든 드래곤의 제왕! 이 땅의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을 손안에서 결정했던 존재!


근데 이 내가? 저 놈에게 압박감을 느낀다고? 심장이 갑자기 이렇게나 뛴다고?!

···저···저놈을 두려워 하고 있다고?

 

아니다! 절대 아니다아!

 


삐에에에엑!-


 

이제키엘이 강하게(?) 울부짖었다. 그러나 이런 귀여운 울부짖음은 이제키엘을 쓰다듬고자 하는 진호의 불타는 마음에 기름을 붓는 겪이었다. 이제키엘은 도망치고 싶었다. 아니, 하지만 자존심이 도망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럴 수 없다. 도망이라니 말도 안 된다. 무기도 없이 맨 몸으로 돌아버린 것 마냥 처 웃으며 다가오는 인간이 무서워서 도망을 친다니. 허락할 수 없다. 죽어도 허락 할 수 없다.

 

이제 인간은 자신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이제키엘의 자세는 꽤 웃펐다. 양 다리는 지면에 박힌것 마냥 단단하게 자신의 신체를 붙들고 있었다. 긴장 한 것인지 꼬리가 좌 우로 움직이며 땅을 탁 탁 하고 쳐대고 있다. 남자가 다가오자 얼굴과 상체를 쭈욱 뒤로 뺐다. 그리고 고개를 왼쪽으로 틀어 숙였다. 그러나 눈동자는 여전히 남자를 치켜올려 보고 있다.

 

진호는 손바닥을 부들 부들 떨며 전북 1호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으르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온 몸으로 진호가 다가오는 것을 부정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녀석은 다른 곳으로 도망치지 않았다. 지금 녀석이 도망친다 해도 진호의 입장에서는 녀석을 따라 갈 수 없었다.

 

도망 쳤다면 아쉽다 여기며 포기했을 텐데 왜인지, 녀석은 가만히 있다.

진호는 몇번이고 침을 꿀꺽 꿀꺽 삼켜댔다. 솔직히 말하면 방금 헬기와 전북 1호 사이에 연결된 자루 끈에 매달려 몇미터인지도 감이 오지 않는 높이에 매달려 날아가고 있을 때보다 더 오금이 저리다. 머리가 폭발할 것만 같다. 짜릿하고 기분좋은 순간이다.

 

손 끝부터 녀석의 감촉이 느껴진다.

까끌 까끌하면서도 오돌토돌한 녀석의 머리는 잔뜩 흥분한 전북 1호의 거친 숨소리와 움직임을 그대로 전해주고 있었다. 손가락을 타고 전해지는 짜릿함. 진호는 천천히 나머지 손가락도 머리 위에 댔다가 이제 완전히 손바닥까지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손바닥을 밀착 시킨 채 몸을 좀 더 앞으로 당겨 다른 손으로 전북 1호의 턱 아래를 만지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아버지, 핸들링의 달인, 드래곤 행동 교정학의 대가, 강용욱 선생님께서 그랬다. 드래곤이 안정감을 느끼는 터치는 이렇게 머리의 정수리에서부터 미간 사이를 타고 코끝까지 이어지는 라인과 목 선에서부터 턱선을 타고 그 끝까지 이어지도록 양손을 이용해 함께 쓰다듬어주어야만 한다고.

 

그렇게 두 손이 완전히 전북 1호에게 닿아 쓰다듬는 순간

둘 사이에 푸른 빛이 번쩍 하더니 동시에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작가의말

응원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연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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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화. 프롤로그 +3 21.05.29 188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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