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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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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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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수 :
73,265

작성
21.06.03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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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3화. 궁금증 해소하기

DUMMY

진호는 잠시 집에 들려 옷만 대충 갈아 입고 현금을 조금 챙긴 뒤 재빨리 산들 대학교로 향했다. 휴대폰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친구 상일에게라도 연락해보고 싶었지만 요즘시대에 누가 개인 전화번호를 외우고 다니겠는가.


그저 학교 캠퍼스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래 볼 뿐. 당장에 박인해 교수님에게 찾아가 볼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용인이라는 사실이 조금 걸린다.

 

또한 박인해 교수님 마저 이런 일에 연루되게 할수는 없다. 교수님은 진호에게 어머니나 다름 없는 분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순혈 드래곤이 교수님에게로 인계되었다간 더블디나 다른 뒷조직들의 목표가 될수도 있다. 자신이 당했던 끔찍한 경험을 교수님이 당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버스에 설치된 작은 TV에 강릉서 벌어진 참극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헬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촬영한 영상과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경찰과 구급대원들이 보인다. ‘끔찍한 사건 현장, 경찰 당국은 원인 규명 중, 과학수사대 전격 투입’ 등의 자막이 흐른다.

 

진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구도 저 영상에 관심이 없다. 다들 개인의 휴대폰만 들여다 볼 뿐이다.


진호 역시 세상 돌아가는 것엔 큰 관심이 없었다. 눈앞에 닥친 일들에만 급급했을 뿐.


그런 것이 평범함이었는데, 지금은 그 궤도에서 한참 벗어나버렸다.


 

“다음 정류장은 산들 대학교 정문 앞, 산들 대학교 정문 앞 입니다.”


 

진호는 버스의 정지와 함께 정류장에서 내렸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대학교 도서관을 향해 달려갔다. 왠지 주변에 눈치가 보였다. 뭔가 도망자라도 된 것 같은 불쾌한 기분이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제발, 이제키엘이 가만히 있어주기만 바랄 뿐이다.

 

서늘한 공기와 함께 도서관 특유의 향이 콧속을 간질인다.

산들 대학교는 나름 드래곤과 관련된 논문이나 서적들이 잘 갖춰져 있는 편에 속한다.


애초에 도서관 분류에 용리학이라는 분야가 있는 도서관도 찾기 어려운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인데 산들 대학교는 그런 면에선 인프라가 훌륭하다. 진호는 도서 검색대에서 ‘용인’에 대해 검색했다.


두 권의 책이 검색되고 그는 책의 위치를 출력해 그곳으로 걸어갔다.


 

“용인의 심리학··· 그리고··· 용인”


 

진호가 작게 소리를 내며 용리학 코너, 그것도 제일 안쪽에 숨어들어 있는 두 권의 책을 찾기 위해 넓은 책장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용인의 심리학’ 보다는 ‘용인’이라는 책이 훨씬 더 명확한 정보를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진호는 그 책이라도 빨리 발견할 수 있기를 속으로 바랬다.


 

“아, 있다.”


 

한 눈에 낡은 책 한 권이 보였다.

많이 봐서 낡았다기 보단 꽤 오래 이 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었음에도 누구도 찾지 않고 보지 않아 낡은 것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응?”


 

진호가 그 책을 쑥 하고 꺼내 들자 어느새 그의 곁에 왠 여학생이 자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


너무 책에 정신을 팔고 있어서 였는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느끼지도 못했었다. 그녀는 자신이 꺼낸 책을 보고는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진호를 올려다보았다.


 

“···왜요?”

 


그녀가 아무런 말없이 자신을 보기만 하자 되려 그가 물었다. 그러나 여학생은 대꾸없이 가만히 진호를 계속 보기만 했다.


그러다가 풉 하고 웃는다. 기분이 썩 좋진 않았다.

 


“아니, 미, 미안해요, 혹시 그쪽, 그 머리 봤어요?”


 

여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으면서 진호의 앞머리를 가리켰다.


진호는 그때서야 자신의 앞머리의 상태에 대해서 떠올렸다. 어쩐지 앞이 잘 보이더라니. 그놈들에게 잡혀 갔을 때 멋대로 앞머리를 잘라 놓았을 텐데 경황이 없어 자신의 머리 상태가 어떤지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들렸을 때도 급한 마음에 아무것도 신경쓰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씻지도 않은 상태였다.

 

진호는 황급히 머리카락을 정리해봤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앞머리를 무슨 수로 정리하랴.

 


“미용실이라도 가셔야 될 것 같아요.”


 

여학생은 여전히 미소를 띈 얼굴로 말했다.

 


“좀···씻으셔야 될 것 같기도 하구요.”


 

민망했다.

가슴 떨리는 일을 잠깐 사이에 너무 많이, 또 험난 하게 겪었다 보니 이성적인 사고가 흐려진 모양이다.

 

진호는 대꾸없이 고개만 끄덕하고 뻣뻣하게 뒤로 돌았다.

여학생은 동그란 눈에 알이 없는 안경을 끼고 애쉬 그레이 색상의 긴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으며 작은 입술과 매끈한 얼굴형을 가진 타고난 미인이었다. 이런 여학생에게 자신의 개판인 모습을 들켰으니, 역사적으로 지워지지 않을 흑역사가 오늘 생긴 것만 같았다.


 

“저기, 이거요.”


 

바로 달아나려는 진호의 뒤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예?”


 

진호가 뒤로 돌아보자 여학생이 언제 다시 꽂아 놓았는지 ‘용인’이라는 책을 쥐고 있었다.


 

“빌리려고 꺼내신 거 아니셨어요?”


 

진호는 황급히 그 책을 받아 들고 다시 인사를 꾸벅 했다. 그리곤 기계처럼 도서관에서 도망나오기 시작했다. 여학생은 진호의 뒷모습은 잠자고 바라보았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계속해서 머금은 채 말이다.

 

진호는 다시 집으로 향했다.

최대한 고개를 숙인 채로 말이다.

 

집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미용실로 향해 머리를 정리했다.

미용사 아주머니가 굉장히 이상한 표정으로 계속 진호를 쳐다보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무시해버렸다.


덕분에 조금 짧게 머리가 다듬어졌다. 그동안 적당히 긴 머리를 유지해왔었는데 뭐 잘 됐다 싶었다.

 

집에서 ‘용인’이라는 책을 가지고 나와 이제키엘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행이 근처에서 특별한 인기척은 없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는 동네 야산이다.


일전에 뉴스에서 연쇄 살인범이 살해한 시신이 이쪽 야산에서 다수 발견되어 특히나 오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진호는 자신만이 낸 길을 타고 창고까지 나아갔다.

 

창고가 보이자 진호는 호흡을 고르고 다가가 창고 문을 살짝 열었다.

꿈이길 바랬지만 역시나 꿈은 아니라는 듯 이제키엘이 심드렁한 얼굴로 엎드려 진호를 바라보고 있다.

 


“약속이 틀리지 않나?” 

“나도 씻긴 해야 할 거 아냐.”

“흥. 귀찮군, 인간이라는 건.”


 

진호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가 이제키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하긴, 생각해보면 이 녀석도 용인에 대해서 뭘 좀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이제키엘, 용인에 대해서 알려줘.”


 

진호는 자신의 물음이 약간 AI에게 질문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그의 곁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이제키엘은 진호의 물음에 껌벅 껌벅 눈만 감았다 뜨곤 어떤 대꾸도 하지 않았다. 진호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다가 고개를 갸웃 하며 다시 물었다.


 

“알려달라니까, 용인에 대해서?” 

“모르는데?”

“뭐?”

“모른다고.”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자식이···!

진호는 속으로 욕을 한 사발 뱉으면서 이제키엘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제키엘은 노려보면 어쩔건데 라는 느낌으로 맞응수 할 뿐 그 이상의 말을 하진 않았다.


 

“아니, 너가 모르면 어떻게 해?”  

“야, 꼬맹아. 너 내가 어떻게 멀린한테 당했는지 아냐?” 

“···멀린···? 멀린은 뭔데?”

“아··· 됐고, 내가 어떻게 봉인··· 그러니까 니들말로 죽었냐 이 말이야.”

“용인들의 공격에 의해서 죽었지. 사실은 뭐, 워낙 교만하고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쎄다, 자만하면서 시대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떵떵 거리다가 당한 거니까, 자업자득이라고 불릴 만 하지 않아?”

 


탁탁-

 

이제키엘의 꼬리가 두 번 바닥을 쳤다. 기분이 상했다는 신호다. 진호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내가 그랬다 쳐도, 내가 만약 이 용인들에 대해서 잘 알았다면 그렇게 당했겠어?”

“···그것도 그렇네.” 

“그치? 내가 아는 건 별거 없어. 파악하기도 전에 놈들에게 당했으니까 말이야. 그저 그때 나와 전쟁을 치르던 용인들과 그들이 다루는 마나의 결과 같은 드래곤들이 그 현장에 같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둘은 서로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 그러나 추가적으로 추측해 보는 건, 마나를 교류하기 때문에 아마 너의 힘은 이 세계의 어떤 용인이나 마법사들보다 강할 껄? 무려, 내 마나를 쓰니까.”

“마법사···?” 

“뭐야, 그 반응. 마법사 몰라? 마법 쓰는 인간 말이야.”

“그런건 없어진지 오랜데?”

“에에에엥?”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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