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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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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타이드
작품등록일 :
2021.05.29 10:12
최근연재일 :
2021.06.05 10: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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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265

작성
21.05.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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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동상이몽

DUMMY

주변에서 폭발하는 엄청난 힘에 진호는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점점 근처로 확산되는 것 같은 폭음에 놀라 두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인채 웅크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성체인 드래곤의 날갯짓 아래에서 휘몰아치는 하강풍은 몸 전체를 지탱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폭음 사이로 이제키엘의 울음소리가 함께 퍼져나갔다. 진호는 눈을 질끈 감고 꿈이라면 어서 깨기를 바랬다.

 

이제키엘.

녀석은 “용제”라는 칭호를 가진 드래곤의 제왕이었다고 역사는 기록한다.

 

사실 드래곤들 사이에서 제일이라면 지구최강이나 다름없다. 지구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감히 드래곤을 이길 수 없었다. 당시 인간이 가진 기술로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긴 인류의 역사에서 “드래곤 헌터”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새끼 드래곤들을 공략해 그들을 어릴 때부터 길러 역으로 드래곤을 사냥하는데 활용했다.


이런 드래곤들이 “검은 하늘 전쟁”의 승리 이후에 사육되어 지금의 여러 마나를 활용한 기술의 발전이나 이나 혹은 반려 동물의 문화 등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이런 소수의 소위 조련된 드래곤들로 용제를 이겼을리 만무하다.

그래서 역사 속에는 이들과 함께 하는 “용인”들이 있었다.

 

용인은 검은 하늘 전쟁 이후로 인류의 전쟁사에 함께 했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그 수가 점차 줄어들었으며 지구촌 사회에 들어와 IDPA(국제 드래곤 보호 협회)의 설립 이후 여러 범국가적 분쟁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드래곤들의 마나 제약에 힘써서 인지 이들과 연결된 용인들의 힘도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례적으로 강력한 용인들이 전세계적으로 몇몇 있긴 하지만 말이다.

 

쿠궁-

 

날갯짓으로 인한 바람이 줄어들고 폭발음도 줄어들었다. 귀가 아릴 정도여서 한동안 주변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진호는 조심스럽게 귀에서 손을 떼고 눈을 떴다. 자신의 앞에는 검은 드래곤 하나가 당당히 몸을 세우고 서 있었다. 진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알겠나, 나의 진짜 모습을.”

“그, 그쪽이 지금 그래서. 뭐, 이제키엘이라는 거, 겁니까?”


 

크릉-

 

이제키엘은 콧김을 훅 하고 뱉었다. 진호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걸 어, 어떻게 납득합니까? 이건 꾸,꿈일지도 모르고, 또···.”

“꿈!?”


 

우레와 같은 이제키엘의 울음소리가 쏟아졌다. 진호는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잘 들어라 조무래기야. 네가 나와 어떤 악연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처구니 없게도 너는 나의 용인이다.” 

“예···?” 

“모르느냐, 용인 말이다. 용인.”

 


진호는 또 한번 멍하니 이제키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용인···이라니.

내가?

그것도 역사 속에서나 등장하던 폭력적이고 잔혹한 용제 이제키엘의 용인이라고···?

 

진호는 눈을 한번 깊게 감아보았다. 그리고 눈을 떴지만 장소는 여전히 똑같았다.


검은 공간, 잔잔한 수면, 그 위에 자신과 집채만한 드래곤 한 마리. 빛을 반사시키지도 못할 만큼 짙고 어두운 검은 색의 몸과 에메랄드, 그 은은한 초록빛 눈을 가진 검은 드래곤.


 

“손을 뻗어라.”


 

진호는 이제키엘의 말에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보았다. 손을 뻗자마자 진호는 자신의 어깨에서부터 손 끝까지 마치 혈류가 강하게 무언가를 밀어내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괴이한 느낌은 손끝에서 다시 손바닥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고 어두운 느낌의 안개같은 것으로 변했다가 뭉쳐져 동그란 구체가 되었다.


 

딱딱해보이면서도 유연해 보이는 조금은 불쾌한 느낌의 검은 구체였다.


이제키엘은 그의 손에 뭉쳐진 어떤 것을 보면서 실망과 만족을 동시에 느꼈다.


이 녀석이 진실로 자신의 용인이 맞다는 것을 그의 손에 모인 자신의 마나핵을 보며 사실로 깨닫자 실망한 것이며 한편으로는 마나를 다루는 데 있어 영 쑥맥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안도에서 오는 만족이었다.


 

지금은 비록 저렇게 작은 마나핵이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강대해질 것이다.


하기야, 이 공간은 이제키엘의 ‘멘탈 네스트’이기 때문에 그의 도움으로 저렇게 형체화 할 수 있었던 것이지 다시 현실로 돌아가면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인간 나부랭이일 것이다. 멍청하게 땍땍거리기만 하겠지, 또.


 

“으엑, 이게 뭐에요, 징그러워.”


 

이제키엘의 이마에 힘줄이 불쑥 솟아올랐다.


 

“···징그···럽다고?”


 

감히, 내 마나핵이 징그럽다고 했겠다···?


진호는 손을 막 털어보았다. 그러나 전혀 손안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인상을 마구 구기며 계속해서 손을 털던 그는 그의 손에서 마나핵이 다시 흩어져 자신의 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경기를 일으킬뻔 했다.

 

이제키엘은 심호흡을 했다.

맘 같아서는 찍어 누르고 싶지만, 그러면 정말 시원하겠지만, 개운하겠지만!


빌어처먹게도 저놈이 자신의 용인인 이상!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당장엔 방법도 모르겠고 먹어봐야 손해다.


잘 키워서 어떻게든 방법을 만들어 잡아 먹어야만 한다.


그것이 더 완전한 용제로 돌아가는 유일한 방법일테니 말이다!


자신의 마나핵의 크기에 비하면 저 인간나부랭이의 마나핵의 크기는 볼품 없는 먼지와 같지만 저놈이 강해질수록 저 마나핵의 크기도 점점 강대해질 것이다. 그때까지 누워서 떡이나 먹으며 저놈이 날뛰는 꼴을 보다가 그때까지 맞닥드린 드래곤들을 잡아 족쳐서 용인을 삼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때까지, 참자···참아.


 

진호는 몇번 자신의 손을 쥐었다 펴 보았다. 다시 아까와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리곤 물끄러미 이제키엘을 바라보았다.


조금, 이성적일 필요가 있겠다고(드디어) 생각했다. 이 상황이 이젠 더이상 꿈같진 않았기 때문이다.

 

정리해보면

용제 이제키엘이 어쩌다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자신을 만났는데 하필 자신이 저 녀석과 마나의 결이 같은 용인이었다. 아마 저 녀석이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진호는 평생을 살면서도 전혀 몰랐을 일이었겠지만 사태는 벌어졌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강용욱 선생님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너무 예뻐하고 사랑해주고 만져주는 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람과 드래곤 사이에도 분명 서열이라는 것이 존재해요! 특히 드래곤의 DNA 속 꿈틀거리는 최강의 포식자로서의 본능은 마나 제약에 의해서 잠자고 있다고 해도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보호자님께서 반드시, 드래곤의 경우에는 반드시 그 드래곤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납득시키고 인정하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관계의 시작인 거에요.”


 

용인이 뭔지, 자세히는 잘 모른다.


관심이 없었던 분야였고 그저 세계의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몇 알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대한민국을 비롯 전세계의 용인들은 대개 정보 자체가 일급 비밀로 분류되어서 일반인들이 떠드는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 팩트체크를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저녀석이 그 유명한 이제키엘이 진짜, 정말 맞다고 해도 자신이 용인인 이상 어떤 이유에선지 자신을 해할 순 없다는 사실이다. 이 이상한 공간에서도, 아까의 현실 속에서도 말이다.

 

서열.

서열이 가장 중요하다. 이곳은 어쩌면 용리학에서 배웠던 네스트의 일종일 수도 있다. 자신의 정신을 확장시켜 거대한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는 옛 드래곤의 특별한 능력 중 하나. 얼떨결에 이곳에 들어와버렸으니 일단 굽신거려주다가 현실로 돌아가면 그때 어떻게든 해보는 거다.

 

어차피 그곳에서는 새끼의 상태일 거고

버릇은 어릴 때 잡아가면 된다. 이제키엘이라니. 그거야 예전의 모습이고 지금은 그렇게 기를 수 없다. 착실하고 성실한 검은 드래곤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나라에 도움이 되면 더 좋고.

 

진호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

이제키엘은 본능적으로 그 미소가 썩 달갑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여기에선 언제 나갈 수 있나요?”


 

어느정도 이해 한 것일까?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이제키엘은 고개를 갸웃 하면서도 뭔가 협조하는 듯한 인간의 반응에 조금은 흡족해졌다.


 

“다 이해한 것이냐. 너의 운명에 대해서 말이다.” 

“운명···까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용인이라는 것과 제 앞에 계신 분이 위대에하시이인 용제 이제키엘님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흐음··· 그래, 좋다!”


 

멍청한 드래곤이구나.

녀석의 반응을 보며 진호는 생각했다.


 

“이제 나가서 저희도 앞으로의 일을 도모해야 하지 않을까요?”


 

진호가 손바닥을 몇번 비비며 말하자 이제키엘이 씨익 웃었다.

 

멍청한 인간녀석 나가면 그때부터 네놈을 단련하기 위한 지옥이 펼쳐질텐데.

진호의 반응을 보며 이제키엘이 히히덕거렸다.


 

“알겠다. 첫 대면은 이정도로 마무리하도록 하지. 눈을 감아라.”


 

진호는 이제키엘의 명령에 따라 눈을 감았다. 가슴 깊은 곳의 어떤 점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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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생각 맞추기 +1 21.06.04 2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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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5화. 늬가 이제키엘이라구여? +2 21.05.30 60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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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화. 이게 진짜 일리 없어 21.05.29 115 3 12쪽
2 1화. 용리학 우등생 +2 21.05.29 111 4 13쪽
1 0화. 프롤로그 +3 21.05.29 188 1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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