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대마법사가 지구에서 펼치는 일상, 힐링, 육아, 육성 깽판 이야기.
프롤로그
《10클래스를 돌파한지 10년이 지났다. 심심했다.》
《12클래스를 찍었다. 드래곤 로드가 왜 안죽냐고 물었다. 입을 뭉갰다. 이 빠진 골드 드래곤이 펄쩍펄쩍 뛴다. 낄낄낄. 그래도 심심했다.》
《15클래스를 찍었다. 드래곤 로드가 오빠라 부르더라. 싸웠다. 가볍게 이겼다. 아주, 조금 심심함이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심심해졌다.》
《손자의 손자의 손자의― 아 더럽게 기네. 아무튼, 손손손손자놈들이 땅 갖고 싸웠다. 기껏 평화를 얻게 해줬더니만. 그래서 메테오 하나씩 선물 해 줬다. 조용해졌다. 낄낄. 그래도 심심했다.》
《시장 거리에서 삼류소설을 얻었다. 심심하다고 하니, 시장에서 뛰어놀던 귀여운 아이가 선물로 준 것이다. 전생과 회귀라는 시간을 역행한 소재의 책들이다. 이런 것이 뭐가 재미있다고. 쯧. 손녀 같아서 봐줬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삼류소설을 사들였다. 재밌다. 드래곤로드도 좋다고 웃는다. 낄낄.》
《마법을 완성했다. 심심해서 소설 속에 나오는 전생, 회귀를 할 수 있는 마법을 만들었는데, 이게 될 줄이야. 역시 나는 천재다. 나도 이젠 소설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드래곤 로드, 고것도 관심 있어 보였다. 낄낄!》
《············실패했다. 힝.》
***
이안·엘므그르드.
드래곤 조차 도달하지 못했다고 알려진 15클래스를 마스터한 신급 능력을 지닌 마법사.
그게 나다.
나는 너무 심심했다.
전쟁도 잡고, 악룡도 잡고.
마왕도 막고, 천신도 이겼다.
갖가지 별난 일들을 다 막고, 세상의 평화를 되찾은 지 수천 년.
상대할 자도, 상대할 곳도 이제 없었다.
드래곤 로드도 지나가는 도마뱀 정도였지만, 그나마 비빌 정도였다.
심심함에 극에 달하여 미쳐 날뛰고 싶을 때.
시장에서 손녀만큼 귀여운 아이가 선물로 준 삼류소설을 보았고, 같은 장르의 소설책 수만 권 읽었다.
이후, 마법을 하나 연구했다.
환생하거나 회귀를 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마법이었다.
3천년 만에 즐거운 일이 생겼다.
50년 만에 완성했다.
너무 기분 좋았다.
당장 마법을 발동하였다.
“그리고 이 꼬라지군.”
하하.
허탈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이는 어려졌는데, 전혀 다른 세상이다.
마계도, 천계도, 정령계도 아닌―
가이스타 대륙과 완벽히 다른 차원.
어딘지는 안다.
눈 뜨자마자 정보들이 바로 들어왔으니까.
지구라는 이름의 별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서울이라는 이 나라의 수도.
“그 안에서도 달동네라 불리는 곳의 작은 집.”
그리고 내가 빙의되어 버린 이 몸의 이름은 장구원.
본래의 영혼은 없어진 지 오래였다.
눈떠 살펴본 몸 상태를 보아하니, 피로 누적으로 인한 과로사였다.
“이 정도면 마스터급도 몸져누울 정도야.”
마스터 급이라면 이미 인간을 초월한 존재다.
그런 존재마저 몸져누울 정도의 피로라니.
대체 얼마나 몸을 험하게 굴렸으면 이 지경이 될까.
“거기다 갖가지 골병까지.”
이야.
참.
개떡 같은 몸이네.
왜 이렇게 미친 듯이 몸을 혹사한 것일까?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우웅······ 아바아아?”
“······.”
허름해 보이는, 그렇지만 이곳에서 가장 따뜻해 보이는 이불 속에서 꼬물거리며 나오는 한 아이.
작고, 여리다.
눈을 비비며 입을 여는데, 그 발음이 시원치 않다.
미성숙함에 아직 언어를 다 깨우치지 못한 것이겠지.
걷는 것도 비틀비틀.
잠이 덜 깬 것도 있고, 여전히 제 몸 가누기 어려운 나이다.
그러면서 잘도 걸어와,
“아빠아아아······”
벽에 기대, 앉아 있는 내 품에 쏙 안긴다.
품에 얼굴을 비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헤헤.”
헤프게 웃는다.
그래.
이 작고, 여리고, 세상 때 하나 물들지 않은 작은 아이 때문이다.
본래의 몸 주인이 과로사로 쓰러질 때까지 혹사하고, 병에 걸려도 일을 놓지 않았던 이유가.
품 안에 얼굴 비비고, 웃음 흘리는 아이를 양손으로 들어 얼굴을 마주했다.
“꺄하하!”
간지러운지, 아니면 높이 들어줘서 그런지.
아주 해맑게 웃는다.
입고 있는 옷이 참 낡았다.
그런데 깨끗하다.
아이를 번쩍 든 손의 손톱에는 때가 잔뜩 있다.
그런데 아이는 참 깨끗했다.
어디 하나 모난 곳 없고, 흉터도 없고.
정말 깨끗하다.
더군다나,
귀엽다.
마법사로 살면서 보았던 그 어떤 것들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저 맑게 웃는 웃음은 성녀의 빛보다 아름다웠다.
다시 조심히.
내 품 안에 넣고, 등을 꼬옥 안았다.
“아빠. 쪼아.”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도. 나도 우리 연아가 세상에서 제일 좋구나.”
마법은 실패했다.
그러나,
심심함은 사라질 것 같다.
잘부탁드립니다!
- 작가의말
심심했던 15서클 대마법사 이안의 지구 생활, 육아, 육성 병맛 힐링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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