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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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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7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6.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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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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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5.미지와의 조우(05)

DUMMY

카앙. 카아앙. 카앙.


라이칸슬로프는 거대한 낫으로 강율의 목을 베려고 했지만 낫에 익숙하지않은 듯 맨 처음 손에 쥐었던 톱보다 속도가 느렸기에 쳐낼 수 있었다.


“리퍼! 똑바로 안 할거야? 저 인간 뒤에 있는 반인반수가 무섭기라도 한 거야?”


몇 번을 공격해보더니, 자신의 공격이 먹히기는커녕 쳐내는 모습에 열이 받은 듯 몸을 공유하고 있는 리퍼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라이칸슬로프.


리퍼 또한 짜증이 났지만, 그의 짜증이 향한 곳은 강율이 아닌 자신의 계약자였다.


“내가 어쩌다 이런 머저리랑 계약을 했을꼬. 잘들어라. 계약자. 네가 딸리는 거다. 그리고 저 뒤에 있는 존재가 저 남자에게 몇 번이라도 훈수를 해주었다면 우리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거다.”


리퍼는 자주 자신에게 투덜거리긴 했어도 거짓말을 한 적은 없었기에 낭패어린 표정을 짓는 라이칸슬로프.


낫을 추욱 늘어트리는가 싶더니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리퍼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봐. 리퍼. 혹시 내가 당신에게 이름 알려주면 저 빌어먹을 놈한테 한 방 먹이는 건 가능해? 어차피 낫에 독이 발려있어서 한 방만 먹이면 픽하고 쓰러질 것 아냐?’


‘내게 이름은 죽어도 안 알려주고 내 살인 기술만 배워간다고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랬다. 지금 리퍼와 라이칸슬로프의 관계는 강율과 케이론처럼 정식 계약을 맺은 상태가 아닌 구두계약이었다.


리퍼는 그와 같이 지내며 몇 번이고 나와 계약을 하자며 그를 설득했지만 라이칸슬로프는 계약서로 남기는 건 족쇄를 차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번번히 거절하는 중이었기에 놀란 리퍼는 그와 둘을 감싸는 녹빛의 벽을 만들어 그에게 되물었다.


“그랬지. 그런데 저 놈의 눈빛이 꼭 날 깔보는 인간들이 하던 눈빛이라서. 내가 예전 세상에서는 당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잖아?”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건 무슨의미냐?”


“딩신이 내 옆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설마 나랑 있으면서 같이 바보가 된 건 아니지? 당신 그 최초의 연쇄 살인마. 잭 더리퍼라며”


‘.....’


‘저놈 뒤에 어떤 신이 있는지는 몰라도 당신은 인간 상대로는 꿀릴 거 없는 사람이라고.’


라이칸슬로프의 진심어린 칭찬에 잭 더 리퍼는 눈 앞에 있는 존재가 자신의 계약자가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한번 쳐다보았다.


칭찬을 하는 놈의 얼굴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독기와 살인에 대한 열망, 생존에 대한 간절함이 얼굴에서 읽혔다.


‘그래. 내가 이런 눈빛 때문에 이 머저리랑 계약을 했던 것이었지.’


자신이 처음 살인을 했을 때와 같은 눈.


이 사실 하나에 처음부터 그에게 끌렸던 리퍼는 마음을 다 잡고 품 속에서 계약서를 꺼냈다.


‘좋다. 계약자. 네 이름은 뭐지?’


“도화준. 내 이름은 도화준이다. 잭 더 리퍼.”


“좋다. 도화준.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구두 계약으로 진행하고 저 인간을 이기고 나면 정식으로 계약을 맺도록 하지. 자신은 없지만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겠다.”


리퍼는 깔끔한 성격을 나타내는 정갈한 글씨로 자신의 이름과 도화준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계약자 도화준과 잭 더 리퍼의 계약이 진행됩니다. 현재 전투중임으로 임시계약을 체결합니다.]


***


“강율. 조심해. 쟤들 뭔가 달라졌어.”


녹빛벽이 사라지고 나타난 그들의 변화를 제일 먼저 눈치챈 건 랑이었다.


물론 강율 또한 그들이 걸어오는 순간부터 무언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배짱 하나는 좋네. 아까도 내가 말했지? 원래 변신할 때 공격하는 게 국룰이라고. 너는 이번 변신 전에 날 죽이지 못한 걸 뼈저리게 후회할 거다. 마지막은 뭐 나한테 살려달라고 빌게되겠지만..”


아까의 거대한 모습과는 달리, 전체적인 체형은 강율과 비슷해졌으며 그의 손에는 낫 대신 두 자루의 단검이 쥐어져있었다.


백정이라는 말 알아? 내가 실수로 사람을 죽이기 전까지는 인간 백정이었거든. 역시 나한테는 낫이니 톱이니 하는 것보단 이런 발골칼이 어울리네. 오랜만에 잡는데. 며칠 전에 잡은 것처럼 편안해.”


그는 발골칼의 날부분을 자신의 혀로 삭 쓸어올리며 강율을 향해 나머지 한 자루를 날렸다.


챙.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발골칼을 쳐낸 강율이었지만, 그것 정도는 예상했다는 듯 화준은 그가 쳐낸 발골칼을 잡은 체 그에게 돌진했다.


***


챙. 채앵. 챙.


아까와는 달리 호각을 다투는 두 사람.


두 자루의 발골칼을 활용해서 물흐르듯 공격을 이어가는 화준과 그 공격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강율.


“진짜 이런 긴장감은 처음 소를 발골할 때에나느껴본 감정인데.”


몇 번의 수 싸움이 오가자 칼부림을 멈추고 감탄을 금치 못하는 화준.


“인간을 선택했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나? 내가 봤을 때는 그 인간이라는 선택이 너의 한계를 그어버린 것 같은데.”


“...”


“입을 다물겠다는 건가? 그러면 네 칼이 왜 그렇게 됐는지나 알려줄까?”


멀쩡한 화준의 발골칼과는 달리 강율의 검은 이가 듬성듬성 빠져있었다.


“몇 번 안 부딪혔는데 왜 이가 빠졌는지 궁금하지? 내 발골칼이 특별해서 그래. 다른 정형사들의 칼과는 달리 중간중간에 톱니를 좀 집어넣었거든.”


화준은 자신이 승기를 잡았다 생각한 모양인지 주저리주저리 말을 이어나갔지만, 강율은 자신의 검에 시선 몇 번을 주더니 그대로 화준에게로 달려들었다.


“호오. 그 검이 무너지기 전에 날 잡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아니길 바래.”


“..정말 시끄럽군. 고작해야 검의 이가 나간 것 가지고 이렇게 유난을 떨다니.”


기고만장한 화준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강율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익.. 후우.”


그러나 화준은 화를 내려다 이내 방긋 웃어보였다.


“그래. 그래. 지금이라도 그런 소리를 많이 해놔. 어차피 네 검이 부서지는 순간, 너는 끝이니까.”


까앙. 까앙. 까앙.


화준은 강율에게 상처를 입히겠다는 생각보다 검을 부러뜨려 그를 농락하고자 하는지 검에 상처를 내는데 집중했다.


[강율. 이것이라도 쓰겠나?]


아무 말없이 보고 있던 케이론이 선물 받은 검을 내밀 정도로 강율의 검은 이내 막대기와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강율은 그 대답 대신, 검을 손에서 놓았다.


푸하학.


갑작스럽게 검을 놓는 바람에 화준의 발골칼은 그의 어깻죽지를 베었고, 그 곳에서는 피분수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강율!”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랑의 비명소리와 나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


그러나 가장 이 순간을 기뻐해야 할 화준은 어이가 없는 듯 헛웃음을 내뱉을 뿐이었다.


“와.미친 놈이네. 저거. 와.”


그도 그럴 것이 화준의 두 자루의 발골칼 중 한 자루가 어느새 강율의 손에 들려있었다.


“솔직히 말해. 너 인간 아니지. 그 순간 발골칼을 손으로 잡는다는 게 평범한 인간의 머리에서 나올리 없잖아. 솔직히 말하면 네 팔 한쪽 제대로 잘라버릴 생각이었는데. 고작 어깻죽지라니..”


어깻죽지의 상처가 워낙 커서 주목받지 못했을 뿐. 강율의 오른 손바닥에서도 피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러나 강율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피를 털어내고는 발골칼을 쥐었다.


“그냥. 필요했으니 했을 뿐이다.”


“하.. 뭐 어쨌든 좋네. 사정거리도 같고 피가 철철흐르는 몸으로 어떻게 날 이기겠어. 나는 누구처럼 기다려주지 않아.”


“조금은 더 놀아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네 대처가 뛰어난 탓에 쓸데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으니 내가 널 과소평가 했다고 해야겠지?”


어깨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나오고 있고, 누가보아도 열세인 강율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허세라고 누구나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윽고 벌어진 일은 이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상식을 깨기에 충분했다.


***


방심했다. 딱 그 한 마디로 현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강율. 너도 참 구제불능이구나. 이제 초입인데, 당연히 이긴다고 생각하다니.’


라이칸슬로프.


역경을 맞이하면서 성장하는 만화의 주인공들처럼 두 번의 변화를 거듭한 늑대.


첫 번째 모습과 두 번째의 모습은 넘쳐나는 자신의 힘을 주체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같았다면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깨달은 듯 했다.


그랬기에.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모습에서 너무나 덜떨어진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세 번째 모습 또한 그다지 달라질 것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판단이 나를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


어깨에서는 피가 흐르고, 검을 잡은 손바닥

그래서였을까?


‘바보가 따로 없군.’


스스로에게 화가 난 것은 물론 펜티넬에게서 선물 받은 검조차 나무 막대기가 되어버린 상황에 기분이 더러웠다.

“조금은 더 놀아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네 대처가 뛰어난 탓에 쓸데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으니 내가 널 과소평가 했다고 해야겠지?”


치명상을 입힌 것으로 자신을 완전히 이겼다고 생각한 저 빌어먹을 짐승에게 내가 느낀 것보다 더욱 커다란 고통을 주기로 마음 먹었다.


“피를 너무 흘려서 헛소리를 하는구나? 괜찮아. 괜찮아. 내가 금방 고통을 덜어줄게. 너한테는 그래도 고마우니까.”


대답하기도 귀찮았기에 나는 그에게서 강탈해낸 칼을 들어 그를 향해 겨눴다.


“아 발악이라도 해보려고? 좋아.”


그는 나를 농락하려는지 아예 자신의 손에서 검을 놓고, 두 팔벌려 언제든지 들어와보라고 손가락을 까딱였다.


“후회하지마라. 검을 들어.”


나의 경고를 알아듣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목을 더 빼내어 도발을 하고 있었다.


[저저.. 개 같은. 아 욕을 한 건 아니네. 라이칸슬로프도 개과에 속하니. 그냥 딱 자기 동족들처럼 행동한다는 뜻이네.]


케이론도 그 모습에 참을 수 없었는지 욕을 해댔다.


나는 남아있는 힘을 다 끌어모아 그의 눈 앞으로 다가가 목을 쳐냈다.


서걱.


“어어? 내가 생각한 거랑 너무 다르잖..”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라이칸슬로프는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 꺽꺽대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탓일까.


상처는 얕았고 이 정도라면 죽지는 않을 것이었기에 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검을 다시 든 순간. 그제서야 자신의 죽음이 코 앞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나에게 호소했다.


“살려줘. 살려줘. 나는 이렇게 죽고 싶지않.,,”


하지만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

한 편 서울의 모처.


“응? 우리 강아지 죽었네? 주인을 문다고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이틀도 안 지나서 죽어버리다니.”


라이칸슬로프의 죽음을 알게 된 누군가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가 어디에서 죽었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 한 번 상처 입히겠다고 발버둥 치는 거 하나는 재밌었으니까. 복수나 해줄까?”


“중구. 여우 굴. 구미호. 인간.


눈을 감자 그녀에게 물밀 듯 밀려오는 정보들.


그 중에 필요한 정보들을 선별해낸 그 존재는 소름끼치는 표정으로 웃어보였다.


”어쩌면 그 멍멍이보다 더 재밌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는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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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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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미지와의 조우(05) 24.06.04 6 0 11쪽
19 05.미지와의 조우(04) 24.06.03 4 0 12쪽
18 05. 미지와의 조우(03) 24.05.31 7 0 11쪽
17 05.미지와의 조우(02) 24.05.30 8 0 11쪽
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9 0 11쪽
15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10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3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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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3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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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4.05.14 93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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