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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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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5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30 13:15
조회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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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5.미지와의 조우(02)

DUMMY

오후 11시. 평소라면 환한 네온싸인과 함께 시끄러운 소음으로 가득 차 있어야 할 번화가였지만, 지금은 사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달만이 나의 발걸음을 비추어주는 밤. 거리에 나와 있는 것은 나 뿐이었다.


“고작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이렇게 변했을 줄이야.”


내 집의 경우, 케이론이 지키고 있었기에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다른 곳은 폐허 그 자체였다.


***


내가 거리를 이곳저곳 쏘다니면서 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있을 때.


“그리도 좋으십니까?”


케이론은 내가 준 검을 보물이라도 되는 양 품 속에서 꺼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진심 어린 선물을 받았는데, 기분 좋지 않을 리가 있겠느냐. 또한 검을 선물 받은 것은 처음이라. 더더욱 애착이 가는구나.]


그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아 걸음을 멈추자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하는 케이론.


[검은 모든 무기의 기초라고 제자들에게 설파하고 다녔지만 제자들 중 검을 주무기로 사용하려고자 하는 이들이 없었고, 아이들이 영웅이 되고나자 사람들에게 난 검을 가르치지 않는 스승이 되어버렸고 그 소문에 살이 붙어 검을 싫어하는 게 되어버렸다. 그 소문의 실체를 알아버렸을 때는 되돌리기 힘들 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 소문이 거짓임을 바로 알 수 있었을텐데 라는 실 없는 생각이 나를 스쳐갔다.


[인기척이 느껴진다. 경계를 늦추지 말거라]


검을 애지중지하며 손에 꼭 쥐고 있던 케이론의 입에서 나온 경고.


나는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보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부시럭.


그 순간 내 귀에도 들린 부시럭 소리.


그 소리가 난 곳을 쫓아가보니 왠 쪽빛 털을 지닌 여우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우굴에서 뛰쳐나온 여우같군, 혼자 잡을 수 있겠느냐?]


“쉽지는 않을 듯 합니다.”


예상대로 여우는 쉽게 잡혀주지 않았다.


“푸헤헹!”


크기는 성인 남성의 주먹만 한 것이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잡힐 듯 말 듯 나를 농락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멈춰서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 밖에 안 되냐는 듯 비웃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결국 온전하게 잡는 것을 포기하고 검을 꺼내 들었다.



검을 든 모습을 본 새끼 여우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했다.


여우의 모습일 때는 보이지 않던 이름이 그녀의 머리 위에 떠올랐다.


“구미호 랑이라. 네가 여우굴의 주인이구나?”


“으잉? 당신 이 곳 원주민들 중에서 꽤나 유명한 사람이구나? 내 이름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여태 셋 정도 밖에 못 봤는데. 물론 둘은 시시하게 내 손에 죽었고.”


그녀는 나 이외에도 다른 생존자들을 만나보았는지 자신의 이름을 부른 것에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나에게 흥미를 보였다.


“랑이라고 부르면 되겠나?”


“흐음 원래 그 이름으로 불리는 걸 싫어하지만, 당신의 얼굴은 내 취향이니까 봐줄게. 나한테 뭐가 궁금해?”


“너 정도의 실력이라면 이 곳의 지배자를 선언했어도 충분했을텐데. 어째서 그러지 않았지?”


“아. 별 것 아닌데? 지배자가 되면 이렇게 주변을 못 돌아다니거든. 한 곳에만 박혀 있는 건 내 취향이 아니라서. 네 질문에 답했으니 이번에는 내가 질문할 차례네?”


그녀는 소녀의 모습에서 막 성인이 된 풋풋함이 남아있는 여성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 모습은 네 취향이야?”


“아니다.”


갑작스레 이상형을 물어오는 랑. 일단은 아니라고 답을 해주었지만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은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 아깝네. 그럼 다시 네 차례!”


생글생글 웃어보이는 랑은 나의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전역에 있는 존재들 중 네가 이길 수 없는 이들은 몇이나 되지?”


“헹. 나를 전투력 측정기로 쓰려는거야? 진짜.. 얼굴만 내 취향이 아니었으면 가슴을 찢어서 간부터 빼먹는건데!”


그녀는 순간 손톱을 빼들어 강율을 향해 할퀴는 시늉을 했고, 그와 동시에 위기탐지가 자리를 벗어나라고 했을 정도로 그녀의 발언은 섬뜩했다.


내가 긴장했음을 눈치챈 그녀는 씨이익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벌써부터 놀라면 어떻게 해! 일단 그 질문에 답부터 해주자면 내 근처의 구역에 있는 애들 중에는 날 이길 애들은 없어!”


퍼엉.


이번에는 아까 변화한 그 성인이 나이를 더 먹은 모습으로 변신해 나타났다.


“연상은 어때? 이건 네 취향이겠지?”


“난 처음 본 너를 좋아하지도 않고 같은 인간이 아닌 너를 좋아하게 될 일도 없을거다. 도대체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뭐지?”


“왜 그러기는! 내가 그 쪽한테 반했으니까 이러지!”


나는 내가 들은 것이 순간적으로 무슨 말인지 해석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는거지?”


“괜찮아. 넌 내 것이 될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그녀는 자신의 할 말만 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케이론? 지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겁니까?”


워낙 황당한 상황에 그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그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글쎄. 오랜 시간을 살아왔고, 기상천외한 일들을 많이 겪어왔다 자부했지만 인간에게 고백하는 구미호는 내 인생에서도 처음이구나.]


***


다소 황당한 일을 겪은 우리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려 앞으로의 일들을 상의하고 있었다.


그 바탕이 된 것은 여태껏 내가 모아온 정보들과 구미호 랑이 전해준 정보들이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 여우의 말 믿을 수 있는 걸까요? 그녀의 머리 위에 써 있던 수식어가 분명 장난을 좋아하는이였으니 제게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 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은 낮에도 주변을 돌아다니며 그 이야기가 맞는지 틀린지부터 체크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는 게 어떻겠나.]


힌창 케이론과 상의를 하던 도중 변화를 알려오는 상태창,


『구미호 랑이 중구의 지배자를 선언했습니다. 앞으로 중구 지역 전체에 여우들이 대거 출몰하며, 여우들은 생존자들을 시도 때도 노릴 겁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생존하여야 합니다. 부디 생존자들의 무운을 빕니다.』


“혹시 구미호가 말한 방법이 지배자의 선언이라면 사라지기 전에 했던 말이 진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구미호라는 존재가 그렇게 바보 같은 이유로 지배자를 선언할 리가 있나? 그녀도 윗 선에서 어느 정도의 내용은 다 알고 올텐데?]


“그렇겠죠?”


***


불과 5분 전까지만 해도 구미호가 그런 이유로 지배자를 선언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둘은 결국 여우 굴에 잡혀와 버렸다.


“내가 있던 세계는 이미 다 내가 부수고 망가트려서 이주 할 곳이 필요했거든. 어느 정도 저 쪽에 협력만 해주면 이 곳에 우리들이 살 곳을 마련해주고, 마음대로 하게 해준댔으니까.”


“아니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다. 정말 네게 한 눈에 반해서 날 붙잡아 온 거냐?”


“아이참. 성격도 급하셔라 내 이야기 안 끝났어. 그렇게 그 쪽에서 요구한 걸 들어주다보니 어느새 여우 굴에 이무도 안 오더라고?”


“그거야 네가 오는 족족 죽였으니까.”


내가 굴에 들어오자마자 본 것이 사람들의 시체와 해골이었으니


“그래. 내가 좀 많이 죽이긴 했지. 한 70명 정도 죽였나? 그 순간부터 밤에는 사람들이 안 다니더라. 그런데 너는!”


내가 대답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고, 이를 거부한다면 나의 입을 바라보고 있는 수 많은 새끼여우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몰랐기에 나는 결국 입을 뗐다.


“다른 이들은 움직이지도 않던 밤에 내가 돌아다녔고 이상한 냄새를 맡고 쫓아온 네가 거기서 한 눈에 반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냐?”


“그렇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거부하기엔 날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에는 순수함만이 가득했다.


“이봐. 랑. 너와 나는 싸워야 할 적이다.”


그녀에게 현실을 알려주려 했지만, 내가 오히려 그녀에게 역으로 당하고 말았다.


“적이였지만, 이제는 아니야. 내가 위에 다녀와보니까. 너 위에서도 촉망받는 인재라며?”


“여기 윗 선은 개나소나 다 다녀오는 건가.”


“나는 개나 소가 아니라 여우거든. 말은 똑바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총체적 난국이군.]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케이론의 한마디가 내 심정을 대변해주었다.


“장난이야. 너무 심각한 표정 짓길래. 여튼 천 년만에 찾은 내 이상형이랑 다툴 생각은 하나도 없어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너는 너무 약해, 가능성은 무지무지 큰데.”


“납치범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렇게 널 안 잡아왔으면 넌 나랑 대화를 해줬을까? 아니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잡아왔지. 내가 널 묶어놓기를 해 아니먄 협박을 해? 나는 네가 다치지 않게 수련시켜줄거야. 그래야 나중에 네가 나랑 붙을 때도 자연스럽게 내가 져서 네 밑으로 들어가지.”


이쯤 되니 랑의 말을 진심으로 믿어야할 지경까지 오고야 말았다.


“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지하게 묻겠다. 너는 나에게 반했나?”


내 진지함을 알아주듯 그녀 또한 진지하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응. 나는 당신에게 반했습니다. 그리고 이 곳의 원주민들 중에서도 순위권에 들 정도라면서얼굴도 내 취향인데다가, 앞으로 커나갈 가능성이 큰 사람이잖아?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어?”


결말은 전혀 진지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지만.


나는 평소 스스로를 냉정하고 차분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왜일까 저 여우를 보고 있으면 명치 부근에서부터 콱 막혀 오는 것을.


[수련이라? 강율은 나의 계약자다. 그 점은 유의해줬으면 하는데?]


“당연히 그 쪽으로는 안 건드릴 거에요. 아 당신이름이 강율이었구나. 이름도 이쁘네.”


“하..”


“자, 율씨 내 이야기를 들으면 있던 두통도 싹 날아갈거고, 내가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줄지도 몰라요. 우선 딩신 점령해야 하는 구역 있죠? 우리 애들 빌려줄게.”


“애들?”


“내 동생들. 당신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는 하나, 지금은 우리 애들이 당신 한 손으로 제압가능할걸?”


“허?”


나의 탄성을 듣고 내게 덤벼오는 수십의 털뭉치들.


“동생들? 언니가 이 사람 대할 때는 어떻게 하라고 했지?”


그러나 랑의 한 마디에 풒이 죽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는 털뭉치들.


“당신이 이해해줘요. 아직 어려서 싸가지가 없어요.”


마치 본인이 잘못한 듯 사과를 해오는 랑.


“됐어. 저 털뭉치들이 나보다 강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겠으니까. 네 계획이나 이야기 해봐.”


그 털뭉치들이 나를 향해 다가왔을 때 잠깐 이지만 위기감지가 반응했기에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 말은? 내 마음을 받아주겠다는 말이야?”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고, 그냥 내가 이용할 수 있는 건 다 이용해 볼 생각이야. 내가 여기서 거절한다면 넌 날 죽여서라도 가질 것 같으니까. 서로의 타협점을 찾은 것 뿐이야.”


내 말에 감동받은 그녀를 보면서 나는 내가 내뱉은 말을 취소하고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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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5.미지와의 조우(04) 24.06.03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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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5.미지와의 조우(02) 24.05.30 8 0 11쪽
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9 0 11쪽
15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10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3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1 0 12쪽
12 03.엘프 VS 드워프(04) 24.05.23 12 0 11쪽
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3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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