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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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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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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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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4. 악연의 종지부(2)

DUMMY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군, 가자 바람을 때리는 돌”


검은 불을 제련하는 땅과 디스니엘의 대치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그가 자신들에게 내린 밀명을 떠올렸다.


***


“그대들이 해주어야만 하는 일들이 있네.”


다른 드워프들이 마정석 대포의 조립에 집중하고 있을 때. 불을 제련하는 땅은 둘을 몰래 불러내었다.


방금 전까지 드워프들의 사기를 복돋아가며 진두지휘했던 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어두운 표정.


그 표정에 둘은 그가 무언가 안 좋은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눈치챘지만, 태연하게 대답했다.


“무슨 일입니까?”


“아마 우리가 지금 만들고 있는 대포는 그 녀석을 물리치지 못할 거네. 제대로 완성되어도 그를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작품일세.”


그는 드워프들이 조립하고는 마정석 대포를 힐끗 쳐다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게도 자네 덕에 정찰병을 비롯한 모든 엘프들을 생포할 수 있었고 그 덕에 다른 방법을 시도 할 수가 있게 되었지,”


“그러고 보니 몰살만이 이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는 게 아니었죠?”


바람을 때리는 돌은 그가 할 말을 눈치챘고 그 대답을 들은 불을 제련하는 땅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대포는 그의 눈을 속이기 위한 미끼라네. 최대한 발버둥쳐보겠네. 부디 우리가 다 죽기 전에 깃발을 뺏어 그대들의 목숨을 부지하길 바라겠네.”


거기까지 말을 마친 불을 제련하는 땅은 바람을 때리는 돌에게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게 뭐죠?”


“이건 내 평생의 지식들을 정리해논 것일세. 부디 바람을 때리는 돌. 그대가 우리가 얼마나 대단했던 종족인지를 알려주었으면 하네.”


그러나 바람을 때리는 돌은 그 책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지금은 받지 않을게요. 나중에 할아버지가 직접 저한테 가르쳐주세요. 저 드워프로 태어난지 이제 하루라구요?”


“그러면 이동 스크롤이라도 들고 가게. 그 깃발을 뽑은 다음 스크롤을 찢으면 이 공간으로 오게 될 걸세, 우리를 선택해준 자네들이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겠네.”

***


불을 때리는 돌과 검이 엘프의 진영으로 달려가기 시작하는 사이.


엘프들과 드워프들은 디스니엘이 보여준 광경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대장로님.. 어째서 그런 선택을.. 설마 매년 일정한 수의 엘프들이 사라진 것도 당신의 소행입니까!! 대답하세요! 대장로!!”


모두 놀랐지만 그들 중 가장 놀란 것은 니두르였다.


그를 훈련시키고 이 자리까지 키워준 것이 디스니엘였고,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그의 측근을 자처했다.

자신의 낳아준 어머니가 세계수라면, 디스니엘은 그에게 있어 모든 것을 가르쳐 준 아버지였다.


그러나 그의 실체는 자신이 알고 있던 믿고 따를 수 있는 엘프가 아니었다.


“니두르? 다른 이들은 몰라도 너는 날 이해해줄거라 생각했는데 실망이로군. 뭐 상관없는 일인가? 이 모습을 본 이들은 모두 죽어야 하니.”


니두르의 대답을 바라는 절규에 돌아온 대답은 비소와 실망이라는 눈빛 뿐이었다.


***


“그러면 약속대로 이제 네 목을 가져가 볼까?”


디스니엘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불을 제련하는 땅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터벅, 터벅.


그저 걸음걸이 일뿐인데도 여유로움이 넘실넘실거렸다.


어느새 그와 불을 제련하는 땅 간의 거리가 서로의 입김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지자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는 굳이 정령의 이름을 불러가며 그를 이 곳에 소환했다.


“실프.”


“왜 그러느냐? 디스니엘. 나를 이 모습으로 불러낸 것은 오랜만이로구나. 내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겠지?”


초록빛 치마를 입은 소녀가 디스니엘의 옆에서 나타났다.


“실프. 정령의 계약에 의해 승리자는 당연히 나겠지?”


“그렇다. 이제 저 드워프의 목은 디스니엘. 너의 소유나 마찬가지지.”


“그렇다면 그 계약의 집행을 좀 늦춰도 아무런 상관이 없나?”


“당연하지. 고작 그런 것을 묻기 위해 나를 소환하지는 않았을텐데?”


“흐흐. 역시 너는 나를 잘 안단 말이지. 오랜만에 세상에 나왔는데. 조금 더 있지 않겠는가? 곧 있으면 정말 재미난 것들이 펼쳐질 것이니. 내가 보장하지.”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정령과의 대화를 끝낸 디스니엘,


“불을 제련하는 땅.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이네만. 나를 포함한 엘프들이 이 곳에 있다고 해서 빈집털이를 시도하는 건 아니겠지?”


“...”


정곡을 찔린 듯 움찔한 불을 제련하는 땅과 그를 보고 여유를 마음껏 뽐내는 디스니엘.


“혹시나 그랬다면 자그마한 희망이라도 버리는 게 좋을 걸세. 내 말을 못 믿겠다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기다려 줌세.”


***


‘할아버지의 말대로 아무도 없어. 아까 포로로 잡힌 엘프들 중에서 위리디아도 있는 것을 확인했지만. 수민과 강율이 보이지 않아.’


아무런 저항없이 숲에 들어와 깃발을 찾으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둘.


“바람을 때리는 돌.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지만 강율과 수민이 저 앞에 있더라도 그들을 상대하지 않고, 바로 깃발을 뽑아서 스크롤을 찢는다.”


“오셨군요..”


작전 회의를 하고 있던 둘을 향해 다가오는 수민.


그러나 수민의 모습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붉게 충혈된 눈과 퉁퉁 부풀어 오른 두 손. 그리고 입가 사이로 흐르는 침까지.


“바람을 때리는 돌. 아무리 봐도 수민의 상태가 이상하군. 네가 수민을 막을테니 너는 깃발을 찾아 스크롤을 찢어라.”


“하지만...”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말은 무슨 소리죠? 저는 오늘 지금 이 상태가 되고 나서야 겨우 정상이 되었는걸요? 설마 두 사람이 말하는 깃발이라는 게 이걸 찾으시는 걸까나?”


“젠장.”


이렇게 된다면 홀로 깃발을 찾아 돌아가는 작전은 폐기할 수 밖에 없었다.


“디스니엘께서 말씀 하시길. 제가 깃발을 가지고 있다가 혹시나 이 깃발을 노리는 자들이 있거든 처리하고, 합류하라는 명령을 내리셨거든요. 당신들이 스크롤을 넘기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이진 않을게요. 하지만. 굳이 저랑 싸우시겠다면 각오는 하셔야 될거랍니다?”


수민의 말을 들은 둘은 어쩔 수 없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굳이 끝이 보이는 선택지를 고르시겠다니 아쉽네요. 하긴 몇 초 뒤에 소멸당하나 지금 저한테 죽나 그게 거기서 거기지. 그러면 최대한 빨리 죽여드릴게요.”


수민은 흐르는 침을 닦으며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그들을 향해 겨누었다.


“이렇게 비열한 식으로 나오는군. 디스니엘. 정신차려라. 이수민. 그따위 싸구려 약에 취하다니. 보기 안쓰럽다.”


그리고 그런 대치 상황 속 모습을 드러낸 이강율.


***


슈우웅.


한참 시간이 지난 후. 광산 깊은 곳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오호. 도착했나보군.”


누군가가 도착했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챈 것은 디스니엘였다.


그러나 그에 화답하는 목소리는 두 사람의 예상을 벗어난 목소리였다.


“다른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나 봅니다, 디스니엘? 처음 뵙겠습니다. 이강율이라고 합니다. 불을 제련하는 땅.”


“네가 그 곳에서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나의 승리구나. 불을 제련하는 땅.”


강율을 보자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는 디스니엘과 침울한 표정의 불을 제련하는 땅. 하지만 강율의 이어지는 말에 둘의 표정은 반대로 바뀌어갔다.


“아. 혹시 불을 제련하는 땅. 제게 디스니엘을 죽일 방법이 있다면 목숨을 내놓을 수 있습니까? 당신을 포함한 모든 드워프들의 목숨이요.”


“자네? 엘프의 진영을 선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째서 우리를 도우려는 건가?”


놀란 눈으로 강율을 바라보는 불을 제련하는 땅과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대답을 건네는 그.


“착각하고 계시는데. 저는 엘프의 편이지 디스니엘의 편이 아닙니다. 혹시나 해서 그 둘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허락을 받았으니까요.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으신다면 맘에 안 들어서라고 해두죠.”


“...잠깐 시간을 주게. 이건 나 혼자 결정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그러나 이어지는 강율의 말은 그의 마음을 기울게 하기엔 충분했다.


“한 가지 첨언하자면 어차피 드워프들은 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엘프 진영이니까요. 다만 당신들의 죽음이 복수를 위한 핏 값이 되는냐 아니면 그저 허무한 죽음이 되느냐의 차이입니다. 저에겐 확실하게 저 엘프를 죽일 방법이 있습니다.”


***


“디스니엘. 네가 말한 재미난 게 저 아이의 일탈이라면 상당히 내 맘에 드는군.”


실프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선전포고한 강율을 보았다면 디스니엘은 기가 찬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실프? 그렇지? 잘못 들은 것일테지?”


“아니. 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 저 인간은 너를 맘에 안든다는 이유로 드워프들에게 목숨을 내놓는다면 너를 확실하게 죽여준다는군.”


“크흐흐.. 실프. 우리가 함께 하면서 저런 소리를 내뱉은 존재가 있었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있었더라도 그저 용기 없는 자의 허세였지. 그런데 저 인간은 그런 이들과는 결이 다르군. 내가 살면서 만나본 인간 중 가장 흥미가 돋는 인간이야.”


***


불을 제련하는 땅이 드워프들과 상의를 하는 사이, 강율과 디스니엘은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봐. 이강율. 무슨 자신감이지? 내가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을 죽이면 끝인 것 아닌가? 지금은 불을 제련하는 땅의 절망을 보고 싶어 기다리고 있는 중일 뿐.”


“글쎄? 하지만 이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


강율이 그에게 던진 것은 이 곳에 들어오기 전 보상으로 받았던 회복약이 들어있는 병이었다.


“아까 들어보니. 드워프들의 재생력이 부러워서 그런 실험을 한 거라며, 내가 보상으로 받은 이 회복약을 연구해 양산을 할 수만 있다면 훨씬 더 좋아질텐데? 인명 피해 없이?”


“호오? 거짓말은 아니군. 이걸 마신다면 상태가 나아질 것이라는 것이 본능적으로 느껴져 헌데 이러면 내가 널 더 빨리 죽일 이유만 느는 것 아닌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회복약을 품 안에 넣는 디스니엘.


“그런 안전장치 하나 없이 내가 널 죽이겠다고 하는 것 같아 보여? 다행스럽게도 이 아이템들은 귀속템이야. 즉 내가 죽으면 사라진다는 거지. 넌 날 죽이지 못해. 그리고 다른 이들은 이것을 전부 써버렸다는 것만 알아둬.”


그의 말이 거짓말은 아닌 듯 디스니엘이 뚜껑을 따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열리지 않았지만, 강율이 손을 대는 순간 너무나도 쉽게 열리는 회복약.


그는 내친김에 효능을 보여주려는 듯 그것을 벌컥벌컥 들이켰고, 한 모금 한 모금 넘어갈 때마다 그의 몸에 있던 잔 상처들이 아물기 시작했다.


“어때, 이 정도면 거래 할만하지?”


“아직 부족하다. 네 녀석이 패배한다면 내 실험체가 된다는 조건까지 단다면 수락하도록 하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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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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