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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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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01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17 12:4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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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2.선택

DUMMY

핑그르르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돌림판이 가리킨 곳은 도봉구였다.


“안돼... 왜 하필 우리 지역이야. 다른 지역도 많잖아!!”


도봉구에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여자는 망연자실하며 주저앉았다.


모두들 그 여자를 측은하게 바라보면서도 위로의 한 마디조차 건네지 않았다. 속으로 다행이라는 말만 뱉어낼 뿐.


“자 그러면 이제 인질도 잡혔겠다. 다른 주인공들도 불러볼까요?”


망연자실과 안도 두 가지 모순된 감정들을 가진 이들을 뒤로한 천사는 한쪽 날개로 빈 공간을 건드렸고 그것은 공간을 찢어내기 시작했다.


쩌어억.


공간이 찢기기 시작하자 틈이 벌어졌고 그 틈을 통해 몬스터들이 쏟아져나왔다.


“저것들이 내가 아는 고블린이나 오크들 같은 그린스킨이라고?”


그들의 수는 우리의 수 배, 아니 어쩌면 수십배는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리에게 그리고 나에게 놀라운 구석은 보편적으로 알고 있던 고블린이나 오크의 외형을 하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마치 텔레비전에서 흔히 보여주던 규율이 제대로 잡힌 군인 같았고, 그들의 눈빛에서는 살기가 너울거리는 중이었다.


“자자. 햇병아리 인간 여러분. 아직 메인디쉬는 오지도 않았는데 놀라면 어떻게 해요!”


천사는 이런 우리의 반응에 신나하며 아직 나오지 않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했다.


그러던 와중. 균열이 일어났던 공간이 더 커지고 있었다.


아니 누군가 손으로 우왁스럽게 그 틈을 더 벌리고 있었다.


와지직.


“무슨 틈이 이리 좁나?”


그 틈을 벌리고 등장한 이는 이들을 통솔하는 대장격의 인물이었다.


초록빛 일색의 다른 이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황토빛이 도는 초록색 피부를 가진 오크가 가장 맨 마지막으로 등장했다.


“천사. 고작 이들이 우리의 상대란 말인가? 숱한 전장을 떠돌며 무수한 경험을 쌓은 이들에 대한 모독이 아닌가!”


그는 우리들을 가볍게 슥 훑고는 재밌다는 표정을 지은 채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천사에게 실망이라는 표정과 함께 이 사태를 설명하라는 눈짓을 보내고 있었다.


“초록 돌대가리씨. 우리가 오냐오냐해주니까. 우리가 네 밑으로 보이는 모양인데요. 하. 아니다.”


그녀는 짜증을 내며 우리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간 중 아무나, 저 무식한 놈의 사지 중 하나를 잘라 오면 선물을 줄게요. 아 아니면 아무도 안 죽은 채로 다음번 미션을 실행할 수 있게 해준다던가?”


“하... 어이가 없군. 태어난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질 게 분명한 이들이 감히. 감히. 나에게 상처를 낸다고? 천사. 비약이 심하군. 하긴 천사라는 종족과 그들의 종이라는 점만 아니었어도 너는 나에게 언젠가 죽었을 테니.”


우리 인간은 천사와 오크라는 고래 두 마리의 틈 사이에 낀 새우집단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그들 사이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


“천사. 그래서 언제 시작하지? 이 자리가 너희가 만담하라고 만들어진 자리는 아닐 텐데?”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둘의 신경전을 끝낸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까 그 도봉구의 주민이었다.


그 여성은 어느새 정신을 차린 건지 그들 사이로 자신의 지팡이를 들이밀며 말했다.


“천사? 내가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당신이 한 말 지켜 저 초록 뚱땡이의 사지 하나만 바친다면 무슨 소원이든 들어준다는 거.”


여성의 비장한 각오에 천사는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그것은 오크도 마찬가지였다.


“후후후. 당연하죠. 제가 아무리 짓궂은 면이 있더라도 저 카드니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는 사람에게까지 그러지는 않는답니다?”


“그 패기. 마음에 들었다. 부디 그 패기가 우리 군단을 넘어. 나에게 닿는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말이야.”


천사는 한 사람의 난입에 더 이상 불필요한 언쟁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우리 모두에게 동시다발적으로 하나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선택! 당신들의 앞에는 아직 대적하기 힘든 상대와 대치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곳에 나타났고 그들은 그것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것입니다, 당신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건가요? 방관? 배신? 도움?


주의: 방관을 선택할 경우. 오크들과의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으며, 그 외 어떤 행동도 취하실 수 없습니다.』


***


어느 순간 나타난 활자들과 마치 자신을 누르라는 듯이 빛나는 세 단어가 있었다.


나는 그 단어들을 눈에 담고 각 선택에 따른 리스크와 보상을 계산해보았다.


그러자 싱거울 정도로 빠르게 나온 결론.


‘일단은 첫 번째 웨이브는 참가한다. 앞으로 있을 것의 척도로 삼기엔 손색이 없어. 앞으로 어떤 종족들이 나를 맞이할지 모르는데 그나마 정보가 있는 것들을 상대하는 게 맞다.’


나는 망설임 없이 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맨 마지막으로 선택을 했던 것인지 내가 발걸음을 뗌과 동시에 다른 이들은 관객들과 같은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야... 3명이나 도전을 택했다니. 이 카드니엘은 감격했습니다. 그러면 이 투기장을 더욱 재밌게 해줄 인질들을 소환해 볼까요?”


천사는 날개를 퍼덕여 고척 스카이돔의 빈자리에 도봉구. 정확히는 그 절망하던 여자의 가장 소중한 사람을 포함한 무작위의 사람들을 불러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당장 내보내줘!”


갑자기 소환된 그들의 표정은 어리둥절하기도 잠시 몸이 좌석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혼란에 빠졌다.


“선발대와는 참으로 다른 수준이 떨어지는 이들이군요. 몇의 머리를 내가 가져가야 이것들이 입을 다물려나요?”


카드니엘은 우리를 대할 때와 달리 가차 없고 잔혹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서슴없이 보여주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조용해진 관객들.


그제야 웃음을 띄운 뒤 아무것도 모른 체 잡혀온 이들에게 상황설명을 하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은 여지껏 본 모습 중 가장 들뜬 것처럼 보였다.


“이제야 관객 여러분의 태도가 좀 얌전해졌군요. 좋아요. 좋아요. 저는 착한 카드니엘이니까 여러분이 왜 이곳에 잡혀 왔는지 이야기해줄게요.”


박수까지치며 관객들의 주의를 끌어모은 그녀,


“간단해요. 당신들은 운이 없었거든. 하필이면 선별자의 가장 중요한 사람이 도봉구에 거주 중이었고, 하필이면 당신들이 그 도봉구 사람들이었거든.”


하필이면 이라는 단어를 강조해 말한 천사는 어느 한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고, 모든 이들의 시선 또한 그녀를 따라 한 곳에서 멈추었다.


그 자리에는 꽤 세련된 옷을 입은 여자가 앉아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는 것을 눈치 챈 듯 애써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이미 얼굴은 모든 사람에게 각인 된지 오래였다.


“저기 저 사람이 그 사람인 건 비밀 아닌 비밀.”


이 사태를 버린 천사는 키득키득 웃으며 잠시 좌중을 둘러보았다. 당연히 다른 모든 이들의 원망은 그 여자에게 향했고, 그 화살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천사. 악독한 건 여전하군. 언제쯤 시작할 거지?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다간 저 여자가 네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카드니엘의 폭주를 막은 것은 입가에 카드니엘과 같은 미소를 띈 채 아까의 여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오크였다.


오크의 말에 한 순간 표정을 찡그렸던 카드니엘은 오크와 그녀 사이에 흐르는 묘한 감정의 기류를 느낀 듯 재빨리 관객들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아차차. 그랬구나. 자 다들 여러분 집중. 그렇다고 내가 여러분에게 여기서 살아나갈 방법을 알려줄테니, 그런 눈은 그만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너무 오래 뜸을 들인 밥은 맛이 떨어지니까요”


***


천사가 좌중을 손에 쥐고 노는 사이. 나와 도봉구 주민. 그리고 가까이하는 것만으로 술 냄새가 나는 남자는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이수진. 아시다시피 도봉구 주민이고, 엄마를 지켜야 해서 이 자리에 서게 됐어. 우선 고맙다는 인사를 할게.”


여자는 엄마가 인질로 잡혀 있기 때문일까. 우리들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자 했다.


“끄윽... 나는 그런 건 관심 없고. 나한테 관심 있는 어느 신. 나부랭이가 술 두 상자를 보상으로 걸었기 끄윽... 때문이다.”


그 보상이라는 건 참가상의 개념이었던 모양인지 아까까지는 보이지도 않던 캔 맥주 한 박스를 팔로 추정되는 부분에 들이붓고 나머지는 바싹 마른 스펀지가 물로 채우는 것처럼 빠르게 마셔대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남자.


“알딸딸하구만. 꺼윽. 그래서 말인데. 나는 저 초록 이들과 싸우지 않을거야. 내가 싸웠다가 이 보물들에 흠집이라도 가버리면 어쩌누. 미안하게 됐수.”


술에 취한 남자는 고개를 까딱이는 것을 끝으로 자신의 술들을 껴안고 자신만의 세계로 여행을 떠난 듯했다.


이제 남은 것은 나 하나.


“쯧. 골치 아프게 됐군. 이강율. 저 취객의 꼴에는 한숨이 나오지만 한 가지는 통하는 게 있네. 나는 당신의 사정에 동정해서도 그렇다고 같잖은 인류애 따위에 이끌려 나온 것도 아니야.”


여자는 나조차 참전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까봐 표정이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내 목적에 의해 이 자리에 나왔다는 거니 서로 방해는 하지 말자는 소리를 하고자 하는거다.”


***


“페널티를 걸겠다. 카드니엘.”


어느새 조용해진 관객들.


자신들의 목숨줄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은 우리에게 기도 하거나 방해라도 될까. 숨죽인 채 지켜보고 있었다.


“패널티? 그렇게까지 걸어서 뭘 하려고?”


“지금 이 상황이라면 지나가던 원숭이에게 배팅을 걸어도 우리에게 거는 쪽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럼 재미가 없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


카드니엘은 그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게 이들의 운명인걸 내가 어찌하리? 나는 관리자라 너에게 페널티를 걸면 존재 자체가 소멸당하는데?”


“쯧. 쓸모없는 천사 같으니라고. 나나 우리 애들 중 정예는 나가지 않는다. 본디 우리 애들중에서 도태되어야만 하는 이들을 갑자기 소환되는 바람에 데려왔다.”


오크는 콧김을 세차게 불더니 무리 중 총 열의 인원을 불러내었다.


“이들은 원래라면 이제 갓 태어난 아이들에게 전투 경험을 주고 죽을 버러지들이지.”



불려온 이들은 모두 오크나 그들의 군대에 비해서 손색이 있을 뿐 인간에 비해서는 월등한 신체조건을 가진 이들이었다.


“이들을 저 둘이 모조리 쓰러뜨린다면 우리의 패배로 인정하마.”


“호오? 네가 어쩐 일이냐?”


“나에겐 어차피 필요하지 않은 아이들이다. 이들이 죽음으로 인해서 이 새로운 땅의 종에 대한 데이터를 세울 수 있다면 충분한 값이지.”


오크는 천사에게 그리 답한 뒤, 불려나온 이들에게 동기부여를 가장한 협박을 건네었다.


“만약 너희가 저 인간들을 쓰러트리지 못하고 죽는다면 우리 부족의 역사에 너희들은 가장 모자란 그린스킨이라는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그들도 그것만은 싫었는지. 도살장에 끌려가던 소 같던 눈빛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녀! 네가 만약 남자 둘보다 많은 이들을 쓰러트린다면 네게 나의 손가락을 잘라 주도록 하마. 그것으로 저 미친 천사도 만족할 것이다.”


수진은 그 말에 천사를 보았고, 천사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질 수 없죠. 만약 이강율 참가자가 수진 참가자보다 많은 인원을 쓰러뜨린다면 저도 보상을 걸겠습니다. 보상의 강도는 하는 거 봐서 결정하죠.”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이번 미션의 시작을 선언했다.


“그럼 지금부터 도봉구 인질들의 생존을 건 전투를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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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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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5.미지와의 조우(04) 24.06.03 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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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5.미지와의 조우(02) 24.05.30 7 0 11쪽
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8 0 11쪽
15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9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2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0 0 12쪽
12 03.엘프 VS 드워프(04) 24.05.23 11 0 11쪽
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2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4 0 11쪽
8 02.선택(03) 24.05.19 16 0 11쪽
7 02. 선택(02) 24.05.18 17 0 11쪽
» 02.선택 24.05.17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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