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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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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03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14 13:05
조회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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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1.선별(2)

DUMMY


악마의 신나보이는 웃음을 본 뒤로 어디론가 알수없는 곳에 떨어진 내 눈 앞에 펼쳐진건 끝없이 이어진 길이었다.


거기에 대해 길은 나에게 직진만을 강요했다.


내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으면 뒤에서는 과자를 베어물어 삼키는 듯 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렇다면 여기엔 어떻게 할 거지?’


만약 내가 앞으로 가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서 버틴다면 어떤 반응으로 나를 이끌까 싶어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자 나의 뒤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무언가.


나는 인기척이 난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고개를 돌린 그 곳엔 무언가라는 표현으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인 공포를 자극하는 생물이 떡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그 생물은 나와 눈을 마주치자 씨익 웃어보였다.


“너였구나? 반갑네. 잡식성.”


반갑게 인사를 한 후 나의 특성은 더 이상 저 생물을 도발하지 말라며 경종을 울려대었지만, 나는 그것을 억지로 무시하곤 그 녀석에게 다가갔다.


녀석은 다가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는 못했는지 약간은 놀란 표정을 잠시 보여주었지만. 이내 흥미로운 먹잇감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이 말을 알아들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의 이유를 설명하며 녀석의 흥미를 죽이기 위해 노력했다.

“알아. 알아. 지금의 난 너에게 한 입 거리도 되지 않는다는 걸, 그냥 나는 길을 저렇게 먹어치울 수 있는 생물이 있다는 게 신기했을 뿐이야.”


진심이 전해진걸까. 아니면 나의 말을 알아들은 걸까. 알 수 없었지만 이내 그 녀석은 흥미를 잃은 그러나 확실한 경고가 담긴 하울링을 내뱉었다.


“크아아아!!”


꽤나 길게 이어진 하울링에 본인 스스로 만족한 녀석은 배부른 고양이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녀석이 원래 있어야 할 어둠 속으로 돌아갔다.


그 뒷모습이 사라지기 무섭게 나는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녀석이 위협이 먹혔다고 생각하도록.


’아직은 필패지만, 언젠가는 그 여유만만한 얼굴을 일그러트려주마.‘


어느새 나의 입가엔 공포가 아닌 즐거움으로 가득 찬 미소만이 피어있었다.


***


앞으로 걸어가던 나의 발걸음은 이내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추었다.


한 눈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의 크기의 철문은 푸른 쇠사슬로 꽁꽁 묶여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이 너머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알려주었다.


그런 눈앞에 보여지는 사실과 달리 정작 이 철문을 맞이한 나는 김이 샐 수밖에 없었다.


‘묘지인가.. 이러면 조금 식상한데.’


철문 너머로 보이는 거대한 관과 그 관을 통해 흘러나오는 부정적인 기운은 나의 예상을 반쯤 확신으로 만들어주었고, 이윽고 날아온 메시지가 나머지 반의 빈자리를 채웠다.


『인간 이강율의 대적자는 언데드(undead)입니다. 과연 당신이 그들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어줄 수 있을까요? 부디 무운을 빕니다.』


‘무운은 개뿔. 언데드가 그래봤자 언데드지.’


입에 발린소리를 내뱉는 메시지는 꼴 보기 싫어 재빨리 지워버린 뒤 조금씩 열리고 있는 철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디 나를 기다리고 있는 무대가 내 흥미를 조금이라도 채워주길 바라며..


***


‘그래. 인정한다.’


-경과시간: 01:00. 선별 통과 인원. 07/∞-


묘지에 들어오고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보통 영화나 다른 미디어에서 나오는 언데드들은 주인공이 묘지에 들어오면 스켈레톤들이 떼를 지어 환영식을 열어준다거나, 혹은 무언가 강력한 존재들이 나와 괴롭히거나 하던데 말이지.’


꽤나 이상한 곳에서 영화 같은 오락거리가 아닌 현실임을 자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소득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곳 자체가 평범한 묘가 아니니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지.’


나는 내가 찾은 단서 중 놓친 것은 없는지 전체를 다시 한번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가장 첫 번째로 둘러볼 것은 문을 넘어오기 전부터 시선을 끌었던 거대한 관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는 수 많은 무덤들이었다.


‘먼저 이곳은 데이비드라는 가문의 묘였다.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은 듯 곳곳에 먼지가 묻어있었지. 여기까지였다면 평범한 묘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없었다.’


무덤을 둘러보던 나의 시선은 어느새 그 무덤 위에 존재하는 십자가로 옮겨졌다.

‘모든 무덤이 십자가를 달고 있다. 모양과 크기도 제각각이지만. 그 색깔만은 모두 붉은 색이지. 물감이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진한, 피를 들이부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붉은색.’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주어진 천적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현 상황, 그리고 모아온 단서를 억지로 끼워맞춰가며 가설 하나를 세워보았었다.


‘무덤마다 있는 무기들의 문양과 빛나게 그려진 이들의 갑옷으로 추정해보면 이들은 성기사 집단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나의 문장은 거기서 멈추었고 그 밑으로 수많은 물음표와 갖가지 자투리 단어들이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꽤나 정확할 거라고 생각한 그 가설은 단 하나의 물건에 의해 폐기되고 말았다.’


나는 혀를 차며 메모를 다음 장으로 넘겼고, 그 장에서는 나의 가설을 폐기하게 만든 물건에 대해 쓰여있었다.


‘흑관.’


묘지의 정중앙에 자신의 존재감을 오롯이 뽐내고 있는 그것 말이다.


내 임의로 흑관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그 누구라도 저 관을 본 순간 같은 이름을 지어줄 것만 같았다.


‘아무리 봐도 이 곳의 키포인트는 흑관인 것 같단 말이지.’


내가 지금 말한 것 외에도 찾은 단서들의 끝은 모두 저 관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이곳에서 계속 머무른다고 하여 달라질 것도 없는 노릇이니 어찌 되었건 흑관으로 향하는 것은 언젠가 해야 할 일이었다.


***


‘예상 외네. 가장 정리가 잘 안되어 있을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관 근처로 올수록 묘들은 단정해졌고, 십자가 또한 십자가 원형의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순간 하나의 생각이 나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고, 그제야 풀리지 않던 의문들이 하나 둘 나름의 답을 찾아갔다.


“저 관은 데이비드 가문의 시조 혹은 그 업적에 준하는 이를 기리기 위해 정중앙에 만들었고,”


그 다음 나의 시선은 마치 도미노처럼 세워진 묘자들에게 향했다.


‘그 업적을 기준점으로 두어 이들의 업적을 줄 세워 묘지의 배분 또한 마쳤다. 뛰어난 이들은 흑관의 앞. 그보다 못한 이들은 흑관의 뒤. 십자가 또한 그것과 동일하게 맞추었다. 이 정도가. 지금 유추해 낼 수 있는 전부인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는 것이 못내 기쁜 나머지 아무도 없는 허공에다 소리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단 한 가지 문제.


‘되려 그렇다면 시조의 관 아니 무덤에는 가장 커다란 십자가가 있어야 하는데. 어찌 그의 무덤은 십자가는커녕 오히려 튀어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쇠사슬이 매여있는 것이지?’


멀리서 윤곽만 보였을 때는 보이지 않던 쇠사슬이 관을 칭칭 동여매고 있었다.


[왔는가. 데이비드 가문의 50번째 집행자이자, 나에게 영원한 자유를 선물해줄 마지막 퍼즐이여..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나의 의문을 해소해주려는 듯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는 환희와 분노 그리고 해방감이 느껴졌지만, 나는 갑자기 이게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활자들의 이야기의 끝을 찍으라는 의미를 어렴풋이 알아차렸을 뿐.


“저기 미안한데. 나는 그 쪽이 기다리던 데이비드 가문의 후손도 아니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물해줄 생각이 없어. 딱 봐도 그 쪽에게 자유를 주려면 내가 죽어야 할 것 같거든.”


내 말에 대답이라도 하려는 양 검은 관은 거리를 좁혀내 앞에서 멈추었다.


쇠사슬은 가만히 있으라는 듯 관을 더욱 세게 조였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챙그랑. 끼이이익.


푸른 빛을 내던 쇠사슬은 힘을 다 소진한 듯 입구에 있던 쇠사슬들처럼 힘없이 끊어졌고, 그와 동시에 관의 문은 기름칠하지 않은 오래된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안의 있던 사람에게 빛을 선사해주었다.


“반갑네. 낯선이여. 어쩌다 이런 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자네는 오늘 나의 자유의 재물이 될걸세.”


문을 열고 나온 이는 다름 아닌 노인이었지만 역시나 그 관에 잠들어있던 이답게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푸른 머릿칼과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노인은 마법사들의 전유물인 로브를 입고 있었으며 손가락마다 낀 색색의 반지들은 그 모양새들로 하여금 나 대마법사다. 하고 광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이름은 라우엔툼. 한 때 모든 세상의 주인이었던 자일세.”


그는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인지 살기는커녕 경계심조차 품지 않았다.


그저 데이비드 가문의 피가 섞이지 않은 다른 존재가 어째서 이곳에 올 수 있었는지를 궁금해 하는 중이었다.


“자네 이름이 뭐지? 어째서 데이비드가 와 나 사이의 저주를 풀고 타인이 이 묘지에 서 있을 수 있는건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묘지를 발견조차 하지 못할텐데.”


이건 나에게 기회였다. 나의 궁금증과 모자란 이 묘지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알 수 있는.

나는 태연함을 가장하여 그에게 거래를 요구했다.


“마침 잘됐네. 나도 당신이랑 이 공간에 궁금한 게 많았거든. 서로 궁금한 걸 하나씩 물어보는 건 어때?”


라우엔툼은 가소롭다는 듯 허허 웃었다.


“간덩이가 큰 놈인지 아니면 정신이 나간 놈인지 모르겠군. 내가 네 놈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라도 있는게냐?”


“뭐 그거야 그쪽 맘인데. 그쪽 시선이 자꾸 나라는 존재를 신기해하는 것처럼 느껴지길래.”


“너도 참 미친놈이로군. 네 녀석 정말 그놈들의 핏줄이 아니란 말이더냐?”


“일단 칭찬은 고마워. 종종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듣곤 하는데 요새 주변 지인들한테서는 그런 소리를 못 들어서 섭섭했던 참이었거든.”


나는 털썩 주저앉으며 대답을 건넸다.


“그 질문에 답을 주자면 정말 아니야. 당신이 이곳에 묶인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묶여서 이 자리에 올 수밖에 없었거든. 대답을 했으니 자 그럼 내 차례. 너는 데이비드 가문의 시조인가?”


털썩 주저앉았을 때도 나를 이상한 놈 취급하던 그였지만 내 질문에는 아예 어처구니가 없는 듯 단발마를 내뱉고 있었다.


“하... 천오백년을 살다보니, 별일이 다 생기는군. 이 몸이 그 미친 놈들의 시조가 아니냐는 질문을 들을 줄이야.”


아예 라우엔툼은 나보다 한술 더 떠 나에게 자신과 그들이 이러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는데...


라우엔툼은 생각 외로 설명을 잘했지만 그와 별개로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당신은 아무런 죄도 없는 흑마법사인데, 척살령이 내려졌고, 마지막으로 남은 분풀이로 데이비드 가의 시조에게 후손들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환각을 보여주는 저주를 걸었다.라는 뻔한 이야기네. 그 아이들을 죽임으로서 화를 해소하고.”


두 시간에 걸친 말들을 고작해야 3분 내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애송이치고는 요약하는 능력이 뛰어나구나.”


라우엔툼은 자신의 이야기를 완벽하게 요약해내자 흡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 반응에 어이가 없었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는 침음성을 흘렸다.


“그래서 원하던 정보는 다 얻었느냐?”


“뭐야? 다 알고 있었던 모양이네. 내가 정보를 캐낸다는 걸?”


억지로 괜찮은 척하는 나와는 달리 라우엔툼은 개운한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오랜만의 대화상대는 쉽게 죽일 필요는 없지. 더군다나 그놈들과 비슷한 미친놈이라면 더더욱. 부디 그 요약 실력에 걸맞은 실력을 갖추었기를 바라네. 선공은 양보하지. 오라 애송이.”


라우엔툼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에 밀리고 싶지 않아 나 또한 허세를 잔뜩 부렸다.


“내가 양보를 받으면 배로 돌려드리는 편인데? 괜찮겠어? 라우엔툼?”


“클클. 대마법사를 상대로 그렇게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도 실로 오랜만이구나...”


그 허세를 가소롭게 쳐다보는 라우엔툼.


그렇게 우리는 어두운 밤. 깊고 깊은 몸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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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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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5.미지와의 조우(05) 24.06.04 5 0 11쪽
19 05.미지와의 조우(04) 24.06.03 4 0 12쪽
18 05. 미지와의 조우(03) 24.05.31 6 0 11쪽
17 05.미지와의 조우(02) 24.05.30 7 0 11쪽
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8 0 11쪽
15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9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2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0 0 12쪽
12 03.엘프 VS 드워프(04) 24.05.23 11 0 11쪽
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2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4 0 11쪽
8 02.선택(03) 24.05.19 16 0 11쪽
7 02. 선택(02) 24.05.18 17 0 11쪽
6 02.선택 24.05.17 23 0 12쪽
5 1. 선별(4) 24.05.16 23 0 13쪽
4 1. 선별(3) 24.05.15 24 0 12쪽
» 1.선별(2) 24.05.14 37 0 12쪽
2 1. 선별 24.05.14 63 1 14쪽
1 프롤로그 24.05.14 92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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