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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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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3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28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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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악연의 종지부(3)

DUMMY

“정령과의 계약을 파기 시킨다는 조건을 붙인다면 나도 당신의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하지.”


“그 정도야 뭐, 승자인 내가 배려해주지.”


마치 선심을 쓰듯 이야기하는 디스니엘을 보며 얼굴을 찌푸리기도 잠시 강율은 광산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머지는 불을 제련하는 땅이 그들을 어떻게 설득하는가에 달렸다.’


강율은 오랜시간이 걸릴테지만 결국에는 그들이 승낙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


광산의 내부 상황은 강율이 예상한 것과는 사뭇 달랐다.


“굳이 저희의 의견을 물으러 오실 필요도 없었습니다. 대장. 당장 나가 그 소년의 제안을 받아들이세요.”


불을 제련하는 땅과 강율의 대화를 다 들을 수 있었던 드워프들은 오히려 뭐하러 자신들의 의견을 묻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다.


“아니 이 머저리들아! 이게 그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냐?”


그들을 설득해야 하는 불을 제련하는 땅이 그들의 시원한 결정에 의아해하자. 한 드워프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대장 물읍시다, 우리가 지금 저 소년 말고 다른 대안이 있습니까? 없잖아요.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죽습니다.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바엔 대장의 복수라도 하고 죽는게 훨씬 값지잖아요. 그 소년의 말대로.”


“...미안하다. 내가 못난 탓에 이런 지경까지 왔구나.”


“그런 소리 하지마십쇼. 대장이 우리에게 베풀어 준 은혜는 목숨 세 개 정도는 내줘야 갚을 정도니까.”


“고맙다. 고맙다라는 말 밖에 너희들에게는 할 말이 없구나.”


진심으로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워하는 불을 제련하는 땅의 모습을 본 모두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


광산에서 나오는 불을 제련하는 땅의 얼굴을 보자 강율은 미소를 지었다.


“결정이 났군요.”


“..그 전에 강율군. 하나만 약속해주게. 우리의 목숨을 바친다면 정말로 저 디스니엘을 죽일 수 있는가?”


“어차피 제가 디스니엘을 죽여버리는 것을 두 눈으로 보실 겁니다. 목숨이라는 거래 조건을 내건 이유는 그 이후 깃발을 저쪽의 숲으로 가져가 꽂는다면 당신들이 사라지기 때문이었어요. 아 깃발 좀 맡아주시겠어요?”


깃발을 맡긴다는 말을 듣고나서야 마음 속에 있는 한 줌의 걱정조차 털어낸 불을 제련하는 땅은 그가 넘겨준 깃발을 받으며 그에게 응원을 보냈다.


“...믿겠네. 부디 우리의 선택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기를..”


***


불을 제련하는 땅과의 합의를 끝낸 강율은 디스니엘과 마주했다.


“디스니엘. 네가 왜 초재생에 목을 메는지 추리를 해봤다. 가만히 있기엔 조금 심심해서 말이야.”


강율은 준비한 재료들을 하나 둘 땅바닥에 내려놓으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말을 붙였다.


“실프. 큰 테이블을 만들고 우리들을 조금 높은 곳으로 올려다오, 모든 이들이 이 결과를 보도록. 그 이후 넌 정령계로 돌아가.”


강율의 말을 신경쓰지 않는 듯 태연하게 행동하는 디스니엘였지만, 바로 앞에 서 있는 강율까지 속이기엔 무리였다.


“엘프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노안이었고, 그에 비해서 드워프들은 다 동안이더군?”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는 듯 으르렁거리는 디스니엘.


“...쓸데 없는 소리하지말고, 준비해 온 내기를 얼른 시작하는 게 좋을게다. 이강율.”


“네가 모두가 볼 수 있는 환경을 깔아줬는데 빼는 건 내 성미에 안 맞아서.”


강율의 말투는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확신을 더해갔다.


“그래서 아까 깃발을 가져오면서 물어봤지. 엘프들의 평균 수명과 드워프들의 평균수명을.”


“계속해서 입을 나불거린다면 제안을 없던 것으로 하고 너부터 죽여주겠다.”


진심으로 화가 난 디스니엘의 상태를 알려주려는 건지 한동안 잠잠하던 강율의 특성이 그에게 닥치고 준비해온 것들이나 꺼내라며 입을 막았다.


‘빙고.’


강율은 자신의 위기감지가 발동함으로 자신의 추리가 옳았고 이 내기의 승리 또한 자신이 될 것이라고 확신헸다.


“워워. 진정해. 내기를 시작도 전에 사람 하나를 죽일셈인가 디스니엘? 나는 그저 내 추리가 맞는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은근슬쩍 떠보는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디스니엘.


“이제 준비는 다 끝났으니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 질문을 하지. 넌 스스로의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인가?”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줄 알고 살기를 뿜어내 테이블을 엎으려고 했던 그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강율.


“장난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준비한 내기의 종목의 승패는 운이 크게 작용하는 종목이기에 묻는거다.”


“그런 질문이라면 운은 평범하다고 보는 게 맞겠지. 아닌가. 너라는 인간을 만나, 내 평생의 목표에 더욱 더 가까워질테니 운이 좋다고 해야하는건가?”


방금 화를 낸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비웃는 웃음을 보여준 디스니엘.


“글쎄. 일단 너와 내가 내기를 할 종목은 이거다.”


그는 7개의 빈컵과 7개의 숫자가 달린 컵을 그에게 보여주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 보이는 7개의 컵 중에 2개의 컵엔 아까 내가 보여준 회복약을 넣을 것이고 나머지 세 컵은 회복약에 물을 탄 액체를. 그 외의 컵에는 내 피를 담을 것이다. 이 중에서 3개를 골라 마시면 된다. 그것들 모두가 회복약이거나 회복약에 물을 탄 것이었을 경우, 너의 승리. 그게 아니었을 경우 나의 승리. 상당히 간단하지 않나?”


“네가 그 회복약에 무슨 짓을 해놓았을지 알고 내가 마시지?”


디스니엘의 의문은 타당했다.


“아직 내 말 다 안 끝났다. 당연히 그런 질문 나올 줄 알았으니까 빈 컵을 준비했지. 액체를 컵에 따르는 건 이 곳에서 유일하게 두 종족에 연관이 없는 한 존재에게 부탁할테니. 걱정하지마라.”


강율이 말하는 두 종족과 관련이 없는 존재는 카드니엘을 말하는 것이었고, 그제서야 납득을 하는 디스니엘.


“좋군. 관리자라면 공정한 게임을 해야만 하는 책임이 있으니, 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나?


“네가 마시는 컵 외에 다른 컵을 나는 깨트려버릴 것이다.”


“오호 순전히 운이로구만 시작하지.”


“부탁드립니다. 카드니엘.”


“이건 나중에 빚으로 달아두겠어요.”


카드니엘은 강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타나 병을 열어 컵에 따르고 있었다.


***


카드니엘이 총 7개의 액체가 담긴 컵을 만들어 둘 사이에 놓았고 지체없이 둘은 내기를 진행했다.


“1번.”


“그렇다면 나는 3번을 고르지. 혹시 네 선택을 바꾸고 싶으면 지금 말하는 게 좋을거다.”


“아니 바꾸지 않는다.”


“그 선택에 후회가 없길 바라지”


강율은 그 말을 끝으로 3번 컵을 깨버렸고, 두 대상의 결과는 카드니엘이 말해주었다.


“일단 이 귀쟁이가 마신 1번 액체는 물에 탄 회복약이었고, 이강율 참가자가 깨트려버린 3번 액체 또한 동일합니다.”


“네가 먼저 고르도록 해라.”


디스니엘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더니 강율에게 선택권을 쥐어주었다.


“그럼 사양하지않고.”


그 말에 강율은 2번을 깨트려버렸고, 디스니엘은 5번을 골라 마셨다.


치이익.


그와 동시에 갑작스레 생긴 디스니엘의 변화.


“내기의 승자는 정해졌군. 디스니엘. 잘 가라.”


5번 액체를 마시자마자, 녹아내리는 디스니엘의 몸을 보며 강율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이강율!”


디스니엘의 몸은 여름날 바깥에 내놓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강율을 쳐다보며 절규하기 시작했고, 그는 대수롭지 않게 그 의문에 답해주었다.


“네가 다 말해줬다. 널 쓰러트릴 수 있는 방법을.”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최근에 그 실험이 끝났다고 네 입으로 말했다, 안정화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불을 제련하는 땅을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이곳에 왔겠지.”


“온전히 융합되지 않는 두 종족의 혈액을 내 피를 마시게 함으로서 더욱 연결고리를 헐겁게 했을 뿐이다.”


“내가 죽기 전에! 너만은 기필코 길동무로 대려가고 말겠다!”


그제서야 강율이 짠 판에 속은 것을 깨달은 디스니엘은 그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이미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해 속도가 느려진 그에게 강율이 잡힐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가 힘을 쓰거나 움직일 때마다 그의 몸이 녹아내리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디스니엘의 몸이 전부 녹아 찌꺼기들만 남았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파파팟.


그 찌꺼기들은 갑자기 인질로 잡은 엘프들이 감옥으로 침투해 그들을 하나둘 잡아먹기 시작했다.


사라지는 엘프들의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찌꺼기는 디스니엘의 형체를 되찾아갔다.


“대체 저희에게 왜 이러시는 겁니까. 대장로.”


“시끄럽다. 엘프의 대장로인 내가 저런 보잘 것 없는 인간 따위에게 농락을 당했다. 너는 그 사실이 분하지 않으냐? 기쁘게 나를 위해 죽거라!.”


“하다하다. 같은 엘프들의 피로 몸을 수복할 생각을 하다니 디스니엘 네 종족은 엘프가 아니라 뱀파이어가 더 어울리는 것 같군.”


멀리서 디스니엘을 조롱하던 강율은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손바닥을 그어 그 피를 디스니엘의 주변에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디스니엘은 그를 향해 다가오지 못하고 그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엘프들의 생명연장을 위해, 우리 종족의 번성을 위해 스스로 악역을 자처했을 뿐이다! 그런 내가 왜! 이런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디스니엘은 최후의 발악을 하려는 모양인지 살아있던 모든 엘프들의 목숨을 한 번에 거둬들여 본 모습으로 변한 뒤 강율의 피를 증발시킨 뒤 그를 마주했다.


“쯧. 결국 위디리아도 목숨을 잃었군. 안타깝게 됐어, 이봐 디스니엘. 엘프들은 네 손에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도 네가 행한 행동이 엘프들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나?”


이쯤되자 강율은 그의 진심이 궁금해졌다.


“고작해야 백년을 사는 인간이 우리가 겪는 고민을 어찌 알겠는가!! 저런 땅딸막한 드워프들보다 오래 살지 못하고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의 심정을!”


그러나 분노한 디스니엘에겐 그의 물음은 자신을 조롱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꼭지가 돌아 버렸군.”


성난 황소처럼 달려드는 디스니엘을 피해 움직이면서도 여유가 넘치는 강율.


“불을 제련하는 땅. 복수의 끝맺음은 당신이 하시겠습니까? 제가 죽일수도 있지만, 마지막은 당신이 끝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정말 그래도 되는가?”


장난이라고 말을 했다간 강율을 한 대 칠 기세로 바라보는 불을 제련하는 땅.


“그 전에 깃발은 제게 넘기시구요. 피를 빼서 그런가 지치네요, 저는 좀 쉬고 있겠습니다.”


강율은 깃발을 넘겨받고, 그에게 어서 처리하고 오라는 눈빛을 보냈다.


***


디스니엘과 불을 제련하는 땅의 승부는 싱겁게 불을 제련하는 땅의 승리로 끝이 났다.


혹시나 그 찌꺼기들이 드워프들의 몸을 잡아먹고 다시 소생하는 것이 아닐지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드워프들이 혼자 남은 나를 배신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었지만, 그들은 오히려 나에게 감사하다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며 나를 숲으로 빨리 보내려 했다.



“엘프의 진영이 아닌 드워프의 진영을 골랐더라면..”


엘프들과 달리 순수하고 착해빠진 이들이 자신의 선택으로 죽는다고 생각하니 입이 썼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몸은 정직하게 깃발을 꽂고 있었다.


탈칵.


깃발을 꽂는 동시에 터져나오는 상태창.


[축하합니다. 엘프의 진영을 고른 당신. 결국 승리를 쟁취했군요. 곧바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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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9 0 11쪽
»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10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3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1 0 12쪽
12 03.엘프 VS 드워프(04) 24.05.23 12 0 11쪽
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3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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