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스텔지아의 문서저장고

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6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31 13:15
조회
6
추천
0
글자
11쪽

05. 미지와의 조우(03)

DUMMY


얼마전까지도 여러가지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을 편의점은 페허가 되어있었고, 그 곳에서 한 남자가 태평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식사가 만족스러운 듯 배가 슥슥 긁으면서 누군가를 찾았다.


“이봐.리퍼. 내가 보는 건 당신도 볼 수 있지?”


리퍼라고 불린 남자는 온 몸을 검은 로브로 뒤덮고 있었고, 자신의 몸만한 낫을 등 뒤에 건 체 나타났다.


[무슨 일이냐. 머저리.]


“방금 중구의 지배자가 생겼다는 메시지 말이야. 그렇다면 이제 내 맘대로 한다? 당신이 지배자가 정해질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그랬으니까.”


남자는 자신의 애병인 톱을 손질하며 콧노래를 불렀다.


“어디를 썰어야 비명소리가 더욱 생생하게 울려퍼질까요?”


자신의 계약자를 보며 뒷 목을 잡는 리퍼.

“내가 습관처럼 말했지 않은가. 살인이라는 건. 상대를 한 방에 제압하고, 상대를 가지고 노는 것으로 완성되는 예술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리퍼에게 중지를 치켜세운 남자는 얼마 남지않은 치아가 다 보이게 웃었다.


“당신의 개똥철학 따위 난 받아들일 생각 없어. 애초에 우리의 계약은 살인을 같이 즐긴다는 것. 그게 끝이 아니던가?”


“그래! 그랬지. 하지만 이 정도 서툴줄 은 몰랐단 말이다! 네가 초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널 감옥에서 꺼내주지도 않았다.”


그 남자는 말과 함께 계약자가 방금까지 있었던 방의 커튼을 열어젖혔다.


“개소리.”


“봐라. 이게 서툴지 않다면 누가 서툴다는 것이냐!”


자신의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계약자에 열이 뻗힌 리퍼는 겨우 겨우 닫힌 문을 열어젖히자 그 곳에는 몸을 사시나무 떨 듯 떨면서도 살고 싶다는 듯 애원하는 눈빛을 보내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사지 중 하나가 절단되기 일보직전이라는 것이었고, 문을 열리자마자 본 남자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아이씨. 피 냄새 안나게 겨우 닫아놨구만. 그걸 왜 또 열고 난리야!”


톱과 자신의 도구를 손질하던 그는 갑자기 열린 문으로부터 풍겨져나오는 피냄새에 질색을 하며 계약자를 째려보았다.


“피 냄새를 좋아하지 않는 살인자라니. 너는 그것부터 글러먹었다. 이 녀석아. 그리고 절단을 가르쳐 준지 며칠인데. 아직까지 한 사람의사지도 제대로 못 자른단 말이냐! ”


두 남자의 섬뜩한 이야기가 오고 갈 때 문 안에 쳐박혀 있던 이들 중 하나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살려줘.. 우리가 잘못했다.”


그 목소리는 모기소리만큼 작았지만, 남자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를 향해 다가갔고 그가 다가오자 문 안의 사람들은 그와 멀어지고자 물러났고, 그 덕에 쪼그려 앉을 수 있게 된 남자는 덜렁덜렁거리는 팔을 발로 밟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으아아악. 제발..”


팔이 밟힌 남자는 제발 발을 떼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그 목소리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이어나갔다.


팔을 밟힌 남자의 애원소리가 커질수록 더 쎄게 밟으면서 주변을 흁었다.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못배운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쪽들이 먼저 덤벼온 거 까먹으셨어요? 저는 정당방위였다고요? 그러니까 입 다물고.”


남자는 눈을 치켜뜨며 그들 모두의 눈을 바라보며 말을 내뱉었다.


“내 숙련도를 올리는 인형 신세에 만족하세요. 혹시 알아? 내가 살인 연습을 하다가 실수로 당신들을 곱게 죽여줄지?”


쾅.


남자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았다.


“쯧. 네 놈은 존중이라는 걸 모르는 놈이로구나. 나 또한 살인자지만은 적어도 여자들에게만은 상냥했거늘.”


“내가 볼 땐 당신은 연쇄살인마보다 배우라는 직업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어떻게 입을 벌릴 때마다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오지?”


남자는 또 다시 리퍼에게 중지를 치켜드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큼. 시끄럽다. 얼른 가자꾸나.”


이번에는 자신이 말해놓고도 민망했던 모양인지 리퍼는 남자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이거 봐. 자기한테 불리한 이야기만 나오면 말 돌리는 거.”


***


[네게는 아무 손해가 없는 일이거늘 이렇게까지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고민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계속되었고. 이를 보다못한 케이론이 내게 직접 물어오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의문도 당연했기에 나는 내가 고민하는 이유를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케이론 생각해보십시오. 지금 저는 무릇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다가 저 구미호의 수련까지 받아들인다면 그 이목이 더욱 더 집중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안 그렇다고 백 퍼센트 확신할 수가 없어요.”


[흐음..]


내 의중을 이해한 케이론도 이내 침음성을 내뱉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데, 구미호의 아이들과 같이 다닌다면 형평성의 문제로 다른 신들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네는 걱정하는 것이로구만.]


“맞습니다. 다른 이들이라면 옳다구나라며 받아들일 계약이지만, 조금 더 멀리 그리고 신중하게 바라봐야했으면 해서요. 또한 구미호의 의중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니까요. 더더욱.”


[그 구미호 말인가? 짧은 시간 지켜봤지만 자네를 향한 마음만은 진심인 것 같던데. ]


“일단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몸을 움직여 주변의 정보라도 얻으러 다니는 게 어떻겠습니까?”


케이론의 말을 못들은척하며 다른 곳으로 말을 돌렸고 그는 알면서도 넘어가 주겠다는 듯 내 의견에 긍정을 표했다.


“그러면 나가세. 오늘은 처음이니 검술의 기본을 가르쳐 주겠네.”


***


“구미호님께서 지배자 역할을 왜 받아들이셨나 했더니, 얼굴은 봐줄만 하군.”


사람들은 내가 여우 굴에서 나온 것을 보더니.대뜸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었다.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닌 만나는 이들 전부.


[보통 요괴나 타 종족에게 자신이 사는 지역을 강탈당하면 공포에 떨거나 되찾자고 분노의 칼을 가는 게 정상 아닌가? 아니면 인간들이 특별한 것인가?]


나도 맨 처음에는 그와 같은 반응이었지만, 이내 만나는 모든 이들의 나이와 연령대를 알게 되자 그 궁금증은 풀렸다.


“운이 좋은건지. 나쁜 건지..”


[그게 무슨 소리지?]


“케이론. 지금 만났던 이들은 전부 노인입니다. 인간을 벗어났다고는 하더라도 평생 쓰던 말투를 버리기는 힘들죠. 그리고 나이가 든 이들은 미신이나, 그런 것을 잘 믿는 경향이 있죠.“


[그러니까 네 말은 이 곳의 사람들이 구미호를 수호신으로 받들어 모시고 있다는 건가? 그게 가능한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세가지 조건만 갖춰진다면요.”


나에게 대답을 바라는 눈짓을 보내는 케이론.


“검술의 기본을 가르쳐 준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내 의문의 해결이 먼저다. 또한 구미호를 수호신으로 모시고 있다는데, 그들에게 칼이라도 겨눈다면 이 곳의 사람들이 그대를 어떻게 보겠나?]


“그도 그렇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첫째. 구미호 랑의 외모는 누가보더라도 신비롭죠.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경외감이 들 정도로.”


[하긴. 내가 봐도 이쁘긴 하더군..]


“두 번째는 이들에게 절대 헤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줬을 겁니다. 무슨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외로움이죠.”


[외롭다? 그게 저들과 구미호에게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지?]


“같이 하루를 지낼 누군가를 옆에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낍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못 사는 생물이니까요.”


[저들에게도 특성이나 종족선택권이 주어졌을텐데?]


케이론의 합당한 의문이었지만 그의 의문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빠져 있었다.


“노인들이 시스템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아마 이들의 특성과 종족은 랜덤으로 정해졌을테고, 튜토리얼을 클리어하지 못했을 뿐 살아는 남았죠. 오히려 그게 더 그들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부추겼을 겁니다. 평생 살아온 외모와 다른 모습과 한 순간 망해버린 세상에 대한 허무함. 그 틈을 구미호가 채워준겁니다. 방금 지나오면서 다 보셨죠? 그들한테 한 마리씩 붙어있는 여우들. 감시일지. 아니면 그녀가 진짜 친구를 베풀었는지는 몰라도.”


[대단한 요괴로군. 그 수단이 대단한걸.]


내 설명이 끝나자 그는 순수하게 탄성을 내뱉었다.


“예, 덕분에 저희는 더 골치 아파졌지만요.”


[골치 아픈 일을 대신 처리할 사람이 자네가 되면 되지 않는가? 마침 저기 그 제물이 다가오는 것도 같은데?]


케이론의 말대로 저 멀리서 털이 수북한 이종보행하는 늑대가 여우 굴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여우 고기!! 여우 모피!!”


이 곳의 노인들이 들으면 빗자루로 매찜찔을 하러 뛰어나올 소리를 계속해서 외치며.


“마침 좋은 먹잇감이 제 발로 걸어왔네요.. 저 남자를 통해서 노인들에게 환심을 사면 되겠군요.”


[저 남자와 싸우지 않고, 그냥 구미호의 남편이라는 좋은 핑계가 있다는 걸 명심하게]


“케이론 저희 같은 팀 아닙니까?”


[농담일세. 농담. 어서 가세]



**


”그래서 리퍼. 이제부터 날뛰어도 되는거지? 커버는 당신이 치는 거다. 그럼 처음은!“


어느새 지하상가를 빠져나온 남자는 리퍼에게 다시 한번 약속을 확인시켰고, 리퍼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마음대로 하게. 약속은 약속이니.]


리퍼의 확답을 받은 남자는 뒷 일을 걱정하지 않은 체 톱을 꺼내 자신의 시야에 닿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위이잉. 위이이잉.


그렇게 한동안 시내를 난장판으로 만든 남자.


얼마나 지났을까. 남자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리퍼를 찾았다.


”이봐!! 리퍼! 어떻게 된 게 생명체는 하나도 안 보이는 거지? 나 말고 다른 놈이 벌써 이 구역을 먹은 거 아냐?“


[아니 그럴 리가 없네. 이 곳의 침입자라면 자네에게 연락이 왔을테니. 아마도 초반에 이 곳의 인간들은 쓸려나간 듯 싶네.”


남자를 달래려는 듯한 목소리의 리퍼,


그의 설명을 들은 남자는 흥이 식은 듯하다가도 다시 질문을 건넸다.


“우리구역은 내 동족들이었는데. 다른구역은 어떤 몬스터들이 둥지를 틀었을까? 리퍼는 알겠지?”


[머저리야. 우리도 너희와 계약한 이후부터는 같은 플레이어의 취급이기에 다른 정보는 알 수가 없다. 다만 네가 너와 계약하기 전 친한 성좌가 나에게 귀띔하기를..]


“재미 없는 정보면 알지?”


남자는 전기톱을 툭툭 건드리며 협박 아닌 협박을 리퍼에게 건넸다.


[허허. 이 미친놈. 너는 아직 내 발끝조차 닿지 못한다. 이 곳과 가까운 중구에 여우 굴이 생겨났다고 하더군. 그 곳에 뭐가 사는 지는...]


리퍼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여우라는 말을 들은 남자가 원래의 종족으로 변신해 발에 모터를 단 듯 중구를 향했기 때문에.


“좋았어!! 오늘 저녁은 여우 고기랑 여우 모피로 치장한다!”


리퍼는 자신의 계약자를 보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하..저 라이칸슬로프를 언제 쓸만한 살인자로 만들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05.미지와의 조우(05) 24.06.04 5 0 11쪽
19 05.미지와의 조우(04) 24.06.03 4 0 12쪽
» 05. 미지와의 조우(03) 24.05.31 7 0 11쪽
17 05.미지와의 조우(02) 24.05.30 8 0 11쪽
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9 0 11쪽
15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10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3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1 0 12쪽
12 03.엘프 VS 드워프(04) 24.05.23 12 0 11쪽
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3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5 0 11쪽
8 02.선택(03) 24.05.19 16 0 11쪽
7 02. 선택(02) 24.05.18 18 0 11쪽
6 02.선택 24.05.17 23 0 12쪽
5 1. 선별(4) 24.05.16 24 0 13쪽
4 1. 선별(3) 24.05.15 24 0 12쪽
3 1.선별(2) 24.05.14 37 0 12쪽
2 1. 선별 24.05.14 64 1 14쪽
1 프롤로그 24.05.14 93 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