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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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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99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15 14:13
조회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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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 선별(3)

DUMMY

그렇게 라우엔툼과 대치하기를 수분.


사실 그에게 정공법으로 다가가서는 내게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저쪽은 대마법사인데 반해 나는 이제 고작해야 걷는 것을 배운 인간 나부랭이였으니까.


그렇기에 내가 선택한 것은 무덤에 박혀 있는 십자가였다.


십자가에는 어떠한 이유에선지 흑마법사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성력이 담겨져 있었다.


쑤우욱.


“무슨 수로 나와 겨루려하는지 궁금했다만 고작 생각한 게 그것이라니? 어리석도다. 어리석어.”


그는 녹이 잔뜩 슨 십자가를 보자마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묘지에서 뽑아낸 십자가를 던졌다.


쇄에엑.


꽤나 빠른 속도로 날아간 십자가는 그의 손짓 한 번에 균형을 잃고 볼품없이 떨어졌다.


테에엥.


“여기에 있는 십자가들이 대충 백여개 정도 되는데. 너한테 닿는게 하나쯤은 있겠지.”


“네가 어떤 방식으로 나를 상대할지 궁금해 선공을 양보했을 뿐. 고작 그런 방식으로 내게 대적하려 한다면 더 볼 것도 없다.”


〈다크 볼〉


어느새 그의 손에 떠오르는 야구공만한 크기의 구체.


콰앙.


그 구체는 내게로 와 폭발했고 작은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던 라우엔툼은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려 흑관이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발걸음은 날아오는 십자가에 의해 저지당했다.


그는 날아오는 것을 느끼고 피했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고 있었던 탓에 어깻죽지에 스치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가긴 어딜가. 멀쩡한 사람 죽여놓고.”


“재밌는 이야기를 해준 보답으로 위력을 줄이긴 했지만, 네 녀석 하나를 죽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팩하고 고개를 돌려 아직 죽지 않아 다행이라는 표정과 함께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폭발의 연기가 걷히고나서 보인 나의 모습은 상의와 하의가 다 그을리기는 했어도 그 외에 크나큰 타격은 없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상황을 수습해 뭔가 대단한 것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포장되기는 했지만 죽을 뻔 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가 쏘아내는 검은 구체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진화한 특성은 진화 이전에는 위험하고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정도 느낌을 주는 경보기 역할에 그쳤었지만. 이번에는 생각이 흘러들어왔다.


저걸 맞으면 가루조차 남지 않으니 어서 대피하라는 꽤나 자세한 느낌으로.



’왜 그만한 물건을 주면서까지 특성을 주지 않으려 했던 건지 이해가 가는군.‘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사실에 감탄하기보다 눈앞에 적을 상대하는데 온 신경을 쏟아야했다.


아까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는 게 느껴졌으니까.


“이제야 날 제대로 봐줄 생각인가봐?”


“아니, 어느 정도의 마법을 네게 선보여야 죽지 않을지를 고민하다보니 시간이 좀 걸렸군.”


〈데스 메테오.& 유도〉


아까의 마법을 외울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로 뽑아낸 의미를 알 수 없는 언어들.


그 언어들의 읆조림이 끝나자 새까만 밤빛 하늘은 보라색 염료를 흩뿌린 것처럼 보랏빛 하늘로 변했다,


그렇게 변한 하늘에선 아름답고 커다란 유성들이 명확하게 나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콰카카캉,


나는 이 광경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온몸 전체로 울려 퍼지는 직감 경보가 나를 현실로 끌고 왔다.


‘젠장. 이거 괜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든 건 아닌가 모르겠네.’


나는 그렇게 특성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유성들을 하나둘 피해 도망쳤고, 그 와중에서도 근처에 보이는 십자가라는 십자가는 다 집어던졌지만, 조준은커녕 그냥 맞으면 좋고라는 생각으로 던졌기에 당연히 맞을 리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등 뒤에서 날 조롱하는 라우엔툼.


“드워프도 망치질하는 재주 하나는 일품이라더니. 네 장기는 피하는 것이로군. 제국의 일급 암살자들의 수준과 엇비슷한 걸 보니.”


뿌득.


도망치고 하늘에선 유성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상황임에도 어째서 나를 조롱하는 그의 목소리는 잘 들리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은 그저 애꿎은 내 이빨을 깨무는 것으로 화를 삭힐 수 밖에 없었다.


진화한 직감이 해결책이라고 제시한 한 십자가가 라우엔툼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줄만한 물건이길 바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


하늘에서 빗발치던 유성은 모두 다 떨어진지 오래였고 나 또한 몸이 성한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목표한 곳에 도착했다는 것에 만족했고, 뒤따라오던 그는 감탄하며 하늘을 원래의 색으로 돌려놓았다.


“이계인이라는 것을 그저 재밌는 이야기로 치부할 수 없는건가. 다른 이들은 물론 나조차 찾지 못한 녀석의 무덤을 찾다니.”


흑관이 위치한 곳에서부터 한참을 걷고 또 걸어 도착한 이 무덤은 오늘 내가 마주한 무덤 중 가장 소박하면서도 형편없었다.


그의 무덤에 박힌 십자가 또한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러 겨우 십자가라고 우길 수 있을 정도의 형체만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감탄에 잠긴 것과는 정반대로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아무리 직감이 나의 중요한 분기점의 선택에 도움을 주었고, 그 결과로 지금의 내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닌 건 아니었다.


‘저건. 볼품이 없어도 너무 없는데.’


직감 녀석은 이곳에 온 것으로 위기 상황이 해결되었다고 보는 건지 아무 반응도 없었다.


하지만 나에겐 뽑는다는 선택지 외에 다른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뒤에는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회한에 잠긴 라우엔툼이 태산처럼 버티고 있었고, 앞에는 초라한 무덤뿐이었기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봐야 하는 건가.’


나는 마음을 잡고 초라한 무덤 앞의 십자가를 뽑았다.

스르릉.


뽑기 힘들거라는 나의 예상과는 명검이 검집에서 뽑히듯 경쾌한 소리를 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십자가가 뽑히자. 초라한 무덤은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그저 흙으로 스러졌다.


“꼴이 우습구나. 기껏 찾은 묘도 이렇게 사라지다니. 데이비드 라 펜티넬.”


[드디어 나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 사람이 자리에 당도한 건가. 후손이 아니라는 점은 아쉽지만...]


나는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오른손에 쥐어진 십자가가 붉게 빛나기 시작하자. 그 검을 꼭 쥐었다.


그러자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은 색을 잃은 듯 흑백으로 나의 눈동자를 비추었고 그 어떤 것을 보더라도 불쾌감이 들 정도로 생동감은 사라져 버렸다.


세상엔 나 혼자 남겨진 듯한 적막만이 나를 반겼다.


‘..뭐야?’


갑자기 이렇게 변한 이유를 찾던 나의 시야에는 축하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참가자 이강율. 선별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통과 소요 시간 03:00, 15번째로 통과하셨으며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이 곳에 남아 당신만의 엔딩을 찍어낼지. 아니면 그저 미션을 클리어한 것에 만족하시고 돌아가실지. 선택하세요.』


시스템의 관여가 만들어낸 시공간의 멈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한결 나아진 목소리로 답을 전했다.


“뭘 당연한 걸 물어, 당연히 이 이후부터가 재밌어질 것 같은데, 여기서 몇 시간 더 있다가 같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 같고.”


『이강율의 의지를 확인.』


아참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인데. 내가 어떤 엔딩을 찍어내도 ‘나에겐’ 불이익이 없지?”


나의 질문을 들은 메시지는 사무적인 멘트만을 날리던 때와는 달리 개인의 감상을 뱉어내며 사라졌다.


『역시. 전해들은대로 상당히 특이한 분이시군요. 그 부분에 관해서라면 걱정하실 필요가 없으십니다. 그럼 계속해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시간을 정상화 시키겠습니다.』


그 메시지는 이내 사라졌고 멈추어버린 세상은 돌아왔다.


***


“흐으으음. 예상은 했지만 한평생, 누군가에게 신앙을 바쳐보긴커녕 검조차 잡아본 적 없는 샌님 같은 손이로군.”


시간이 돌아오자마자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의 느낌으로 추정하건데. 이 양반도 하고싶은 것만을 해오면서 살던 사람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제가 누군지는 지금 상황을 보시면 아실거라 생각하고 혹시나 해서 여쭙는 겁니다만.”


나는 뜸을 들인 뒤에 남자라면 그 누구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질문을 그에게 건네었다.


“할아버지. 저 미친 노인네랑 당신이랑 둘 중 누가 더 강합니까. 아니 이길 수는 있어요?”


그리고 내 예상에 하나도 벗어나지 않는 대답을 보여주는 십자가 할아버지였다.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흑마법사의 시대를 끝장낸 장본인이자 제국에서 유일하게 대공의 작위를 받은 사람이니라!!”


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사람인 듯 보였으니 더더욱 이 질문에 민감하게 반응한 듯 했다.


“아, 잘 알겠습니다만, 그렇게 대단하신 분이 흑마법사들을 핍박하신 것도 모자라 후손들까지 이 고생을 하시게 만드셨습니까?”


“나이도 어린 놈이 어찌 한 쪽의 말만 듣고 이러느냐! 저 녀석은 제국을 멸망 직전까지 가게 만든 악적이니라!”


자신의 분노를 보여주려고 한건지 십자가의 색깔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진해져갔다.


“저는 그런 거 관심 없습니다. 당신이 저 미친 노인네를 이길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제 행보가 결정될테니까요.”


분명 십자가의 목소리는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자신을 잡을거라 생각해서 저렇게 고압적으로 나오는 것일터.


’이런 사람들한테는 처음부터 누가 갑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야 안 기어오르지.‘


“이 십자가를 저 노인네한테 주면서 여기에 당신을 가둔 이의 혼령이 잠들어 있습니다. 하고 저를 제자로 삼아주십시오. 한다면 저는 살 수 있습니다.”


“하이고. 벨라 신이시여. 어쩌다 제게 이런 미친 놈을 제게 보내셨나이까.”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나는 그의 칭찬을 받아들였지만 그는 나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칭찬이 아니다! 나도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지만, 너 정도 되는 놈은 처음 보는구나.”


“그래서 이길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자꾸 힐끔거리는 게 눈치를 챈 모양인데.”


나의 예상대로였다.


라우엔툼은 내가 십자가를 뽑은 것으로도 모자라 계속 중얼중얼거리자 확신이 선 듯 했다.


“애송이! 네가 그 녀석을 불러내는데 성공한 것이냐!!”


’이야 진짜 이 십자가만 공물로 바치면 나는 살아나갈 수도 있겠는걸.‘


혼잣말이었지만 당연히 누군가를 들으라고 한 말이었고, 나의 질문에 답하듯 십자가는 떨림을 멈추고 검으로 변해 손에 착 달라붙었다.


“아까 물었지? 저 늙은이를 이길 수 있냐고?”


목소리도 한층 더 광기에 휩싸인 라우엔툼을 봤는지, 진지한 목소리로 나에게 대답했다.


“이길 수는 있다. 다만.”


나는 이어지는 말을 끊었다.


“변명은 그만. 할 수 있겠다고 하시니까 믿고 갑니다. 애초에 이 십자가들. 저 미친 인간한테 한 방 먹이려고, 죽어가면서까지 신성력과 힘을 조금씩 나누어 담은 거 아닙니까?”


모처럼 정상적으로 이어지는 대화.


그리고 그 대화를 끊은 라우엔툼.


지금의 그와 아까의 그를 비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그는 미쳐버렸다.


“붉게 빛나는 십자가! 정녕 너로구나. 펜티넬! 이번엔 네 혼까지 지옥에 쳐박아주마!!”


그의 광기어린 말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지돗한 살기에 나는 그에게 뭐든 빨리 해보라며 재촉을 했다.


“뭐든 해보세요! 잘못하다간 우리 둘다 곱게 못 돌아갑니다!!”


“네가 말했으니 책임은 네가 지거라!”


그 말만을 기다린 듯 펜티넬은 십자가를 더욱 붉게 만들었고, 그것이 내가 정신을 잃기 전에 보았던 마지막 풍경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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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5.미지와의 조우(04) 24.06.03 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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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5.미지와의 조우(02) 24.05.30 7 0 11쪽
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8 0 11쪽
15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9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2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0 0 12쪽
12 03.엘프 VS 드워프(04) 24.05.23 11 0 11쪽
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2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4 0 11쪽
8 02.선택(03) 24.05.19 16 0 11쪽
7 02. 선택(02) 24.05.18 17 0 11쪽
6 02.선택 24.05.17 22 0 12쪽
5 1. 선별(4) 24.05.16 23 0 13쪽
» 1. 선별(3) 24.05.15 24 0 12쪽
3 1.선별(2) 24.05.14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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