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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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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98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22 18:0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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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3. 엘프와 드워프(03)

DUMMY

“..그래서, 우리는 그들과 대립하고 싸울 수 밖에 없네. 누군가는 우리를 보고 미련하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엘프들과 우리들의 관계는 되돌리기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이니까.”


불을 제련하는 땅의 마지막 말에는 비장한 각오 같은 건 없었지만, 그가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먼 이들을 끌어들이고 말았다는 죄책감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런 눈으로 우리를 보는 것보다 지금 우리가 맞서야 할 엘프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게 어떤가 싶은데..”


그 정적을 깬 것은 검이었다,


검 또한 드워프들과 엘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아까 보여 준 가벼운 모습은 벗어던지고,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대화를 주도해나가려 노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열세네. 엘프들과 전면전으로 붙는다면 비등비등하거나 우리의 우세라 말할 수 있지만, 그들의 강점인 거리와 속도를 포기하고 순순히 붙어줄거란 생각은 들지 않네.”


“그들의 성격을 이용하는 건 어떤가요? 도발을 한다던가?”


불을 제련하는 땅의 근심을 해소하고자 의견을 내어 본 바람을 때리는 돌.


“그들은 오만할 뿐 바보는 아니다. 오히려 그런쪽으로 간다면 우리의 필패일 것이네.”


이런 식의 무의미한 대화가 오가자 검은 질문을 틀었다.


“좋아요. 질문을 바꾸죠. 당신. 드워프들이 엘프들에게서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게 뭔가요?”


검이 질문을 바꾸자 그들은 가슴을 탕탕치며 입을 모아서 한 단어를 입에 담았다.


“제작!”


다른 이들이 제작이라는 한 마디를 망설임없이 외친 것과는 달리 그들의 대장인 불을 제련하는 땅은 이것을 공유하는 것이 맞는지 망설이는 중이었다.


“이미 엘프들을 이길 무엇을 만들고 있었군요. 어르신. 그게 뭡니까?”


검이 그 낌새를 눈치채고 그에게 묻자 그는 마지못해 이야기를 꺼냈지만, 그 말엔 자신감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자신은 없네. 언젠가 그들에게 한 방을 먹여주고 싶어 쓸만한 무기를 만들어보고는 있지만. 그걸 지금 이곳에서 만들어낸다고 해도. 또 그게 먹힐지는 나 또한 예상할 수 없어. 더군다나 자네들의 희생도 불가피하고.”


“지금은 그것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닙니까? 어차피 여러분들이 다 죽으면 저희도 죽으니까요. 뭐든 해보고 죽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시간이라면 내가 어느 정도 벌어줄 수 있는데.. 아우.. 머리야.”


그 순간 대화에서 완전히 배제된 체 꿈나라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보이던 주정뱅이가 머리를 붙잡고 일어났다.


“단 선불이야. 드워프들의 특제맥주만 몇 박스. 그게 내 거래 조건. 뭐 그 맥주의 질에 따라 나의 노력의 강도가 정해질테지만.”


갑자기 아무런 말도 없다가 일어난 사람이 자신들이 아끼는 술을 내놓으라는 소리에 분노하는 드워프들.


“이런 엘프만큼이나 악독한 이 같으니라고. 우리가 너를 어떻게 믿고 우리 종족의 특산물인 붉은 달 맥주를 줄 수 있겠나. 하다못해 회의에 참가하지도 않은 자네를.”


분노한 드워프들과 달리 붉은 맥주라는 단어를 듣자 침을 질질 흘리기 시작하는 그.


“붉은 달 맥주라.. 꽤나 알코올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이름이네. 쳇 어쩔 수 없구만, 이번만 후불로 하자고.”


“,,하? 당신 주정뱅이가 아니라 미친놈이었군.”


어이없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은 그는 흐르는 침을 연신 삼키며 드워프들에게 통보했다.


그 대신 붉은 맥주라는 게 내 예상보다 훨씬.. 츄릅. 맛있어야 할거야.”



***


카드니엘이 말한 10분이 지난 뒤.


나는 어느새 푸르른 녹음이 가득한 숲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와 동시에 울리는 그 장난끼 많은 목소리.


「자, 제가 드린 10분의 시간이 다 지났죠! 이제 곧 엘프들과 드워프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낀 인간들의 혈투가 시작됩니다. 과연 두 종족과 인간들의 생존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다 듣고 있던건가. 카드니엘도?’


나만 홀로 동 떨어져 이런 곳에 내버려 둔 것을 보아하니 그럴 가능성이 컸다.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를 모른다는 것뿐 .’


일단 이 곳에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기에 일단 무작정 길을 나섰다.


나의 걱정을 알아챈건지 다시 한 번 울려 퍼지는 카드니엘의 목소리.


「아차차. 여러분에게 알려주지 않은 게 있네요. 이번 결투는 서바이벌과 진지싸움이 결합 됐답니다! 귀쟁이들의 진영은 숲이고, 드워프들의 진영은 광산입니다. 모두가 다 죽거나, 혹은 진영에 꽂힌 깃발을 자신의 진영으로 가져와 같은 색으로 만들어내면 끝!」


***


강율이 숲에 떨어진 것처럼 드워프들은 광산으로 엘프들은 숲으로. 그 외의 인물들은 각자 선택한 진영에 맞게 소환되었다.


“진지공사가 먼저다. 이것들아. 철광석부터 캐지말고!!”


질 좋은 광산을 보자마자 눈이 돌아간 드워프들은 불을 제련하는 땅의 통제를 벗어나 미친 듯이 철광석을 캐기 시작했다.


콱콱콱.


그들의 곡괭이질에 철광석은 마치 종이가 찢기듯 무더기로 그들의 품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호오!! 우리 부족의 광산보다 질이 좋은 광산이잖아. 얼른 더 캐!! 오늘의 작업량은 2000개다!”


철광석의 질을 보자 더욱 눈이 돌아간 드워프들.


하지만 이어지는 소리에 그들은 모든 행동을 멈춰야만 했다.


꽈앙!!


다른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곡괭이 소리.


그 소리의 주인은 분노로 가득 찬 불을 제련하는 땅이었다.


“지금 이 곳에 우리가 철광석을 캐러 온 것이냐? 이 머저리들아! 우리가 엘프들에게 지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거다! 협동 정신이 없고 잘 뭉치지도 않지!”


늙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쩌렁쩌렁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


“...”


곡괭이질로 가득 차 있던 광산은 한 순간에 고요함 속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불을 제련하는 땅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드워프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하며 곡괭이로 땅을 찍어파면서 물었다.


까앙.


“또 우리는 엘프들에게 패배할 것인가? 우리를 선택해준 이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그런 몰상식한 종족으로 남고 싶은가!”


“아닙니다!”


까앙.


그의 땅을 두드리는 소리는 땅을 칠 때마다 더욱 커졌고, 그 소리에 맞춰 목소리 또한 덩달아 커졌다.


“그게 아니라면 그대들의 대장인 내가 못미더운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날 믿고 따라라! 적어도 부끄럽지 않은 전투가 되게끔 할테니까!”


쾅쾅.


그의 마지막 말에 화답하듯 드워프들은 자신의 곡괭이로 화답하며 그의 지휘를 일사불란하게 따르기 시작했다.


“불을 제련하는 땅이라고 했었지. 저 할아버지가 왜 부족의 장인지 알겠군.”


이 사태를 처음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검은 한 마디를 남기고는 드워프들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


난잡하고 시끄럽던 드워프들의 진영과는 달리 엘프들의 진영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할 일을 스스로 찾아가며 구색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저는 뭘 하면 되나요?”


서로의 합이 너무 잘 맞아서 다른 종족인 자신이 들어갔다가는 오히려 그들에게 방해가 될 것만 같아 가만히 있던 수민은 현장을 진두지휘하던 엘프에게 찾아가 물었다.


“아까 말한 것을 듣지 못했나? 당신들은 그저 관객에 불과할 뿐이라고.”


엘프는 아까 강율에게 했던 말과 같은 말을 반복할 뿐.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아까 분명 강율씨가 저와 그 위리디아씨가 이 곳에서 여러분들로부터 배웠으면 하는 것을 말해줬던 것 같은데요?”


한 두 번 이렇게 내쫓으면 사라질 줄 알았던 것인지 이수민이 따지고 들자 현장을 지휘하던 엘프.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그녀를 마주한 뒤. 위 아래로 훑은 다음 혀를 찼다.


“하? 강율? 그 이름은 아까 그 혼자서 별동대를 하겠다는 버러지겠지? 쯧. 너는 그 버러지보다 좋은 선택지를 골랐으면서 머리는 그보다 돌아가지 않는군.”


“뭐..뭐요?”


수민은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엘프의 말에 당황했다.


“왜 배우려고 하면서 누군가가 가르쳐주기만을 바라고 있지? 적어도 그와 너와 같이 온 엘프는 자신이 할 일을 찾아서 하고 있지 않나? 배우고 싶다면 스스로 움직여서 쟁취해라.”


자신을 쏘아붙이는 말투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은 개미의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반박할 수 없었다.


그의 말에 틀린 것은 없었으니까.


“,,,”


수민이 입을 다물자 더욱 더 강한 어조로 그녀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여기서 아무것도 못 보여준 널 위해 시간을 투자할 엘프는 없다.


그의 마지막 말이 단초가 된 듯 수민은 고개를 치켜들고 그에게 물었다.


“그럼 이거 하나만 가르쳐줘요.”


“손이 많이 가는군. 뭐지?”


“이 곳에 있는 엘프들 중 정령에 가장 능통한 존재가 누구죠?”


둘 만의 대화였지만 큰 소리로 묻는 바람에 귀가 좋은 엘프들의 귀에는 그녀의 말이 다 들렸다.


“호오. 승부욕을 자극하는건가. 시도는 좋았으나, 우리는 드워프들처럼 쉽게 흥분하는 종족이 아니라는 게 아쉬운 점이군.”


대장은 이제야 흥미롭다고 평했지만 이내 아쉽다며 말을 더하려는 찰나 그의 뒤에서 누군가가 나타나 수민을 데려가고자 했다.


그의 모습은 다른 엘프들보다 키는 작았지만 그냥 엘프 그 자체가 주는 느낌은 강렬했다.


“끌끌끌. 꽤나 재밌는 발상을 하는 손님이구만. 내가 이 손님을 대접해도 되겠나?”


“당신께서 원하신다면..”


거기에 더해 항상 반말을 고수하던 이들의 대장조차 이 존재에겐 존대를 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높은 위치에 존재하는 자임을 알 수 있었다.


“끌끌. 알겠네. 내가 이 손님을 대접하지. 계속 수고하게. 니두스,”


그리고 수민이 결정적으로 이 엘프가 무리에서 가장 강력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의 농담섞인 진담 한마디였다.


“아.. 참.. 나 하나 빠졌다고 그 덜떨어진 이들에게 상처를 입는 얼간이들은 없겠지?”


***


“손님대접이 변변찮아서 미안하네. 그래도 맛은 괜찮을게야. 하릴없이 나이만 먹다보니 차를 끓이는데 취미가 들었거든.”


그렇게 엘프들을 뒤집어 놓은 늙은 엘프가 수민을 데려간 곳은 어느 한 오두막 집이었다,


그는 그녀에게 내어줄 것이 없어 미안함을 표하고는 직접 차를 우려내 건네었다.


하지만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는 이가 건넨 것을 넙죽받아먹을 정도로 수민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러나 차를 마시지 않자 시무룩한 듯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엘프를 보고 있자니 안쓰러운 마음이 동한 수민은 차를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후룹.


단 한 모금을 머금었을 뿐인데 그녀의 입 안에서는 상당히 고급스러운 감칠맛과 함께 상쾌함이 맴돌았다.


“다행히 입에 맞았나보구만. 그래 원소술사 아가씨. 정령에 대해 무엇이 궁금해 우리 진영을 찾았는가?”


인자한 눈웃음을 지으며 자신에게 물어오는 그의 모습에서 수민은 어릴 적에 자주 갔었던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제가 다루게 될 원소들이 엘프들의 정령과 닮아 혹시나 정령에 능통한 이들이라면 이것의 정체가 무엇이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알 것 같았거든요,”


그는 그녀의 궁금증에 눈높이 맞춤 설명을 해주었다.


“흐음. 아마 그건 자네가 생각한대로 우리의 정령의 미진화체가 맞을거야. 우리 엘프들이랑 원소술사들은 같은 뿌리에서 시작했다는 게 정론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그의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 능력이 성장하는 것이 느껴져 수민은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르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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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5.미지와의 조우(05) 24.06.04 5 0 11쪽
19 05.미지와의 조우(04) 24.06.03 3 0 12쪽
18 05. 미지와의 조우(03) 24.05.31 6 0 11쪽
17 05.미지와의 조우(02) 24.05.30 7 0 11쪽
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8 0 11쪽
15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9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2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0 0 12쪽
12 03.엘프 VS 드워프(04) 24.05.23 11 0 11쪽
»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2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4 0 11쪽
8 02.선택(03) 24.05.19 16 0 11쪽
7 02. 선택(02) 24.05.18 17 0 11쪽
6 02.선택 24.05.17 22 0 12쪽
5 1. 선별(4) 24.05.16 23 0 13쪽
4 1. 선별(3) 24.05.15 23 0 12쪽
3 1.선별(2) 24.05.14 36 0 12쪽
2 1. 선별 24.05.14 63 1 14쪽
1 프롤로그 24.05.14 91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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