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스텔지아의 문서저장고

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1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16 13:15
조회
23
추천
0
글자
13쪽

1. 선별(4)

DUMMY

『경이롭습니다. 라우엔툼과 데이비드가의 오래된 앙금을 푸는 것으로도 모자라, 끝까지 엔딩을 보려는 당신의 집념에 저희는 감동했습니다. 특히..』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시야를 가득 메운 활자들.


스륵. 스르륵.


스크롤을 내려도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진심이 가득한 찬사들.


하지만 내게는 정신을 잃은 후 기억이 없다,


아마 저들이 보낸 찬사는 그 이후 일어난 노인네들간의 싸움의 영향이겠지.


그들의 결착과 그 당시 상황을 알 수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웠지만, 이렇게 무사하게 돌아온 것만으로 감사해야 함을 나는 알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이러지 않으면 된다. 그거면 되는거다. 이강율.’


소리 없이 다짐한 나는 미련 없이 그들의 찬사의 구간을 넘겨 결론이라 적힌 부분에서 스크롤을 멈췄다.


『결론: 당신은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도 한참 뛰어넘었고, 그들을 쌍방구원한 것에 가산점을 더해 총 등급 A를 부여 합니다. 참고로 당신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호오?”


꽤나 후한 점수에 지나간 일이지만, 펜티넬에게 조금 더 상냥하게 대했더라면 A+을 노려 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결론을 다 읽고나자, 스크롤은 바람에 휘날리는 꽃들처럼 내려가 마지막 지점에서 멈추었다.


그 지점엔 이런 제목이 붙어있었다.


자신만의 엔딩을 만들어 낸 보상.


그 곳에는 짤막한 펜티넬의 코멘트와 함께 무언가가 동봉이 되어있었다.


“다음 번에 만날 수 있다면 검의 기초부터 가르쳐 줄테니 일단 그 검으로 뭐라도 하고 있어라.”


나는 그 코멘트에 담긴 그의 마음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기에 웃으며 그것을 챙겼다.


[펜티넬이 수습 성기사이던 시절 사용하였던 검. 오래되었지만 관리를 잘한 탓인지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으며 미약한 신성력이 깃들어 있다.]


***


그렇게 받은 보상을 갈무리하고 있던 와중 나타난 악마.


복장을 보았을 때 이 악마는 나를 그 묘지로 보낸 이였다.


그 전과의 차이가 있다면 악마의 오묘한 눈빛이 온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여전히 복장은 우스웠지만 그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그것을 마냥 우스꽝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패션으로 느끼게끔 만들어주었다.


“안녕하신가요. 아직 선별 시험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고 있는 소문의 당사자. 묘지 탐방은 즐거우셨는지요.”


그는 내게 과할 정도로 관심을 표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전에는 보지 못했던 두 쌍의 뿔과 외알안경. 그리고 특유의 불 그을음 냄새까지 풍겨왔다.


과하게 예를 차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짐작이 가는 이들을 통칭하는 이름을 내뱉었다.


“베엘제붑 소속의 악마 중 하나?”


“제가 어디 소속의 악마이건 관객분들과 당신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궁금하시다면 지금의 저는 이 흥미로운 대회에 진행을 맡은 무수한 종중에 하나라고 설명드릴 수 있겠군요.”


그러나 악마는 유도 심문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려 했다.


“말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서 내게 온 이유가 뭐냐? 악마.”


“하하. 성격도 급하셔라. 하지만 그런 이들을 저희는 싫어하지 않죠.”


너스레를 떨던 그는 이내 나의 시야에 무언가를 띄우고 그것을 천천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2. 선택.


선별에서 살아남은 당신. 당신은 이제 이곳에 서 있어도 될 최소한의 조건을 증명해냈습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 적응했지만, 모두가 당신처럼 그렇게 잘 적응하진 못했습니다. 이제 곧 이 세상에 당신들을 제외한 다른 존재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겁니다. 적응하지 못한 이들의 생사는 이제 당신의 손에 달렸습니다. 》


“너무 서론이 긴데.”



“예 그래서 제가 이 자리에 온 겁니다. 서론은 길었지만 참가자께서 선택해야 할 건 세 가지 중 하납니다. 아. 어쩌면 두 가지일 수도 있겠군요.”


악마는 즐거운 듯 안면에 미소를 띄우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 정도 시험에 통과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만큼 이제 떨어지는 사람들도 생겨나다보니 지켜보시는 분들이 이제 싫증이 나셨거든요. 거기엔 당신이 눈을 높여준 탓도 있고,”


“어쩌라는거지?”


“그래서 저희가 시기를 좀 앞당기기로 했습니다. 흠 보자.”


악마는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계를 보고는 나에게 내밀었다.


“앞으로 15분 뒤에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GV-98123에서는 실존한적이 없는 것들이 튀어나올 겁니다. 당신네들이 즐겨쓰는 말로는 흔히 몬스터라고 하는 것들 말입니다.”


“그래서 그걸 나보고 막으라고?”


“에이. 저희가 설마 그런 일차원적인 것들을 당신에게 요구할까요?”


악마는 진정으로 즐겁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을 튕겨 사람 하나가 들어갈 만한 통로를 만들었다.


“우리는 당신의 선택을 존중할 겁니다. 그것이 방관이든 같은 인류를 지키는 선택이든 아니면 그것이 인류를 배반하는 행위일지라도.”


“아 그리고 한가지 더 기억하세요. 이제부터 하는 모든 행동은 우리가 기록하고 검토할 거라는 사실을 말이죠.”


***


뜻을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체 사라진 악마.가 만들어 준 통로를 타고 이동했더니 어느새 한 경기장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은 나에게 무척이나 익숙한 곳이었다.


‘고척 스카이돔.’


주변을 둘러보니 예닐곱쯤 되는 사람들이 나와 동시에 이 곳에 도착한 듯 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인간의 외형을 벗어던졌거나, 혹은 인간의 외형을 가졌음에도 나와 같은 동류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들 또한 다른 종족들 사이에 섞인 온전한 인간인 나를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바라 볼 뿐 그 어떤 대화나 신경전 같은 것이 오가진 않았다.


그들 또한 아는 것이다. 지금 서로 다투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라는 사실을.


“어서오세요. 자질구레한 이야기는 그 악마 놈에게 들었을테니 저도 본론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천사는 자신이 이런 일 따위에 불려나왔다는 사실이 불쾌하다는 걸 알리고 싶은 모양인지 투덜거리며 여덟쌍의 날개로 자신의 몸 전체를 가린 채 얼굴의 일부만 보이게끔 하고 등장했다.


“방관. 도움, 배반. 이 셋 중 한 가지를 고르면 됩니다.”


천사는 자신을 가리고 있던 날개 한쪽으로 벽면에 있는 시계를 가리켰다,


그 탓에 그녀의 가려진 다리의 일부가 공개되었고 그와 동시에 몇몇 이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이 곳을 채웠다.


“정확히 저 시계가 오후 6시 정각을 가리키는 순간 시작하겠습니다. 그 전까지는 자유롭게 행동하셔도 좋고요.”


그녀는 그 사실이 불쾌한 듯 표정을 찡그리면서도 곧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에 얼굴에 미소를 띄웠고 그 미소를 본 이들은 동경하던 이상형을 만난 것처럼 입가를 주체하지 못했다.


“단, 그 전까지 서로에게 위해를 입히는 행동을 빼고 말이죠.”


서릿발보다 차가운 음성으로 경고를 남긴 그녀가 사라지자 다른 이들은 나를 빼놓고 자기들끼리 모여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순수한 인간이라는 사실에 얕보인 것 같은데.이거?’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밑에서부터 끌어올랐지만 이내 그 감정을 한 쪽으로 밀어넣었다.


어차피 무시하고 깔보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일테니까.


나는 언제나처럼 주머니에서 팬과 메모지를 꺼내. 악마와 천사가 알려준 키워드를 토대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


【방관-아무것도 하지않는 것. 도움- 아마 적들이라고 규정된 몬스터들을 무찌르면서 그들을 보호하는 것. 배반- 인류가 아닌 이들의 편에 서서 인류를 공격하는 것.】


그들이 내게 알려준 정보를 토대로 정리한 아니 정리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단순한 내용이었기에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나의 맘에 걸리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 악마는 헷갈리게 내게 그런 말을 남긴 거지?


그것이 가장 의문이었다,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그에겐 없을텐데.


풀리지 않는 의문을 지금 당장 해결할 수는 없었고 이런 곳에 낭비할 만큼 시간은 충분치 않았기에.


어느새 시계는 오후 다섯 시 오십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10분간의 비는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 문득 첫 번째 미션의 보상으로 받은 상태창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상태창.’


속으로 그 단어를 외치니 나타난 상태창이었지만,그 모습은 내가 상상해오던 것들과는 조금 많이 달랐다.


「이름: 이강율.

종족명: 인간.

인지도:현재 gv-98123-07-371의 가장 뜨거운 감자.

성향: 중립 (악)

총평: 많은 이들이 새로운 슈퍼 루키의 탄생이길 바라고 있으나, 그들의 생각대로 될지는 미지수

보유 기술: 던지기-모든 던지기 행위에 보정이 붙음.

보유 권능: 직감-위기감지 특화- 위급한 상황에서 상시발동. 그 환경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는다.」


‘다른 사람의 상태창을 볼 수 없으니 내가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알 수가 없군,’


상상한 것과는 다른 불친절한 상태창에 아쉬움을 삼킨 나는 펜티넬이 보내온 검을 쥐며 심호흡을 몇 번 했다.


**.


전광판의 시계가 정각을 가리키자마자 몸은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쿠쿵.


그와 동시에 이 곳에 있는 모두를 향해 알리듯 글씨가 하늘에 새겨짐과 동시에 사라졌던 천사가 다시 나타났다.


“자 여러분 달콤한 휴식은 잘 쉬셨나요! 휴식 시간이라는 게 원래 힘든 시간이 있어야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자 이 곳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첫 상대는!! 바로!!”


말투에서 알 수 있는 이 천사는 아까의 그 인간을 불쾌하게 생각하던 그 천사가 아닌 다른 천사였지만 그것에 신경 쓸 수 없었다.


그녀의 등장과 함께 룰렛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삐빅. 삐빅. 삐비빅.


아침 자명종 알람소리와 함께 멈춘 룰렛이 가리키고 있는 단어는 그린스킨이라는 단어였다.


말 많고 쾌활해보이던 천사는 그린스킨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사탕을 빼앗긴 어린아이처럼 울먹였다. 물론 울먹임의 내용이야 그렇게 귀여운 것이 아니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였고.


“히잉. 꽤나 쉬운 애들이 걸렸네요. 모처럼 강해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이런 약하디약한 애들이라니. 아쉽다아.”


그러나 그녀는 금세 기운을 차리고는 또 다른 룰렛을 돌렸다.


“하지만 괜찮아요!! 아직 이 게임의 메인 룰렛은 이제 막 돌아가기 시작했으니까!”


전자식이던 아까의 돌림판과 달리 이번에는 뭐가 쓰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었는데. 그 곳에는 서울의 지명이 적혀 있었다.


“설마? 아니지?”


정말 무작위로 설정된 행정구역이었기에 다들 감을 못 잡고 있던 와중 누군가가 절망감을 드러내며 아니기를 바라자 다른 이들도 서서히 그 의미를 깨닫기 시작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그런 이들의 마음을 철저히 짓밟았다.


“이야.. 역시 먼저 클리어한 선발대답게 머리가 잘 굴러가네요. 여러분이 생각한 게 맞아요. 이 돌림판에 적힌 지명은 모두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이름이에요!”


그녀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흥이 오른 듯 추가적인 정보를 더 풀었다.


“에잇 비밀인데.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 말할게요. 여러분이 사는 지역 중 한 군데가 걸리면 무조건 그 사람의 소중한 사람이 있는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불러와요!”


“...”


그녀애 텐션에 아무도 따라가지 못하자 그녀는 이내 큰 인심을 썼다는 듯이 말했다,


“이렇게 분위기가 침울해 있으면 쫄깃한 그 기분을 못 느낄테니까. 제가 큰 맘 먹고 룰을 바꿀게요!”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집중하기 시작하는 사람들.


“후후후. 이래야죠. 그래야 내가 진행할 맛이 나지! 원래는 총 5번의 웨이브를 해야하는 게 제가 위에서 받은 지침이에요! 하지만 3번의 웨이브로 바꿀게요!”


꽤나 유의미한 횟수의 차감에 시림들에게는 불가능하다는 생각보다는 해볼만하다라는 생각으로 바뀌어갔다.


“하지만! 저는 손해보는 장사는 싫어하거든요! 한 번의 웨이브가 끝날 때마다 가장 적게 기여한 사람을 죽일게요. 어떻게 하실래요? 거래에 응하시겠어요? 여러분?”


횟수 차감이라는 당근을 제시하지 않았더라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을 제안이 너무나도 부드럽게 우리 사이에 체결되었다.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나는 그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당히 노련한 솜씨다. 어쩌면 처음부터 시도해야 할 횟수는 세 번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구태여 내 생각을 그들에게 알릴 생각은 없었다. 전투 직전에 사기를 깎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었으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되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0 05.미지와의 조우(05) 24.06.04 5 0 11쪽
19 05.미지와의 조우(04) 24.06.03 4 0 12쪽
18 05. 미지와의 조우(03) 24.05.31 6 0 11쪽
17 05.미지와의 조우(02) 24.05.30 7 0 11쪽
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9 0 11쪽
15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9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3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1 0 12쪽
12 03.엘프 VS 드워프(04) 24.05.23 12 0 11쪽
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3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4 0 11쪽
8 02.선택(03) 24.05.19 16 0 11쪽
7 02. 선택(02) 24.05.18 18 0 11쪽
6 02.선택 24.05.17 23 0 12쪽
» 1. 선별(4) 24.05.16 24 0 13쪽
4 1. 선별(3) 24.05.15 24 0 12쪽
3 1.선별(2) 24.05.14 37 0 12쪽
2 1. 선별 24.05.14 64 1 14쪽
1 프롤로그 24.05.14 92 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