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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초코슬라임
작품등록일 :
2024.05.14 12:57
최근연재일 :
2024.06.04 13:1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418
추천수 :
2
글자수 :
103,428

작성
24.05.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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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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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2.선택(03)

DUMMY

“여러분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네요.”


갑자기 일어난 일에 웅성거리는 관객들 사이로 퍼지는 카드니엘의 장난끼 가득한 목소리.


“일단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당신들은 살았습니다. 그럼 나와 여러분 모두를 살린 이강율 참가자에게 박수.”


살았다는 말에 어리둥절하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나에게 각자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퍼부으며 자신의 감정을 전하기 시작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든 이들이 내게 감사를 표했지만 그들 중 가장 극적인 행동을 보인 이는 자신의 엄마가 붙잡혀 있던 그 여자였다.


깔끔하고 단정했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지 못할 만큼의 흙먼지와 피멍. 그리고 상처로 뒤덮인 온 몸을 끌고 와 절을 했다.


“히끅, 감사..합니다. 보답할 방법이 없는 은혜를 입었어요.”


여자는 감정이 북받치는지 눈물을 흘리면서도 내 말이 들리기 전까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까 말했을텐데. 나 또한 목적이 있어 그렇게 한거니까. 그렇게 감사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럼 여러분. 저는 이강율 씨와의 거래 내용을 위에 보고하고 올게요. 그전까지 자유시간을 가지세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인질들을 원래 있던 곳으로 보냄과 동시에 결계 또한 해제한 듯 우리에게 득달같이 달려오는 다른 이들.


나에게 다가오는 그들에게선 나를 깔보던 시선이나 없는 사람 취급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대단하다는 감정만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대단해. 너. 저 나사빠진. 천사랑. 무슨. 거래를 했기에.”


“너 검 따로 배운 적 없는 것 같은데. 나에게 배우는 건 어때? 딱 봐도 신뢰가 가는 몸이라 자부하는데?”


나에게 다가온 넷 중 가장 적극적인 둘. 이 사태에서 인간을 선택한 것이 나 뿐이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해주듯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인간인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나는 땅딸막한 몸집을 가진 드워프, 마치 드워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도 않은 체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가면서도 허리에 매여진 검을 힐끗거리며 쳐다보곤 했다.


나머지 하나는 아예 상상도 하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검.


펜티넬이 내게 선물해준 순백의 검과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푸르스름한 색깔을 가진 검이 하늘에서 뜬 상태로 말을 걸고 있었다.


“하하. 어때? 네가 가진 검과 똑같이 변해봤는데.”


당황해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나지만, 저런 모습을 가진 이를 마주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에 표정에 드러난 듯 했다.


“너도 검이 말하는 걸 처음 보는구나? 그럴 수 있지.”


너무 담담하게 말하는 바람에 나는 순간적으로 그 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을 뻔했다.


“그건 그렇고 따로 배운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나에게 배우는 건 어떠냐? 딱 봐도 신뢰가 되는 몸뚱아리를 가졌다고 나름 자부하는 중인데.”


사과를 하기 전 검이 건네온 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당장 검이나 다른 무기를 배울 것이라면 케이론의 계약을 미룰 이유가 없었기에.


“제안은 고마우나, 아직 무언가를 본격적으로 익힐 생각은 없다.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이 검이었기에 사용했을 뿐이다. 아마 다른 무기가 있었더라면 그 무기를 사용했겠지,”


검의 모습을 한 존재는 시무룩하면서도 애써 내색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너라면 금방 검이라는 무기가 가진 아름다움을 알고서 검에 인생을 바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가 아무런 대꾸 없이 침묵으로 상황을 무마하려하자 드워프와 검은 서로 관심사가 동일한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여주며 그들만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나마 다행인가.’


그들에게서 빠져나와 한 숨을 돌리고 있는 와중. 나에게 다가온 그린스킨들의 대장.


“이봐. 인간.”


거대한 몸집과 온몸을 뒤덮은 문신을 가진 존재.


그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위협이 되었기에 검을 쥐고 그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행동을 취하며 입을 열었다.


“이제 와 자기 부하들의 복수를 하겠다는 그런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아니겠지?”


내가 성장했다고 해도 그것은 검이라는 무기에한해 어떻게 다루는지를 알아낸, 그야말로 기초를 이제 막 알아가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눈 앞에 서 있는 오크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의 강자였다.



지금 이 순간. 직감이 발동하지 않는다는 건 나를 죽이겠다거나 위협하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몰랐기에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크흐흐...역시 세상은 넓군. 이 몸에게 그런 말을 하는 인간들도 다 보고 말이야. 먼 훗날의 일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넌 내게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은 이름이 궁금해서 찾아왔을 뿐.”


오크는 코웃음치며 솥뚜껑 같이 크고 단단한 손을 내 앞에 내밀었다.


악수를 하고 싶진 않았지만 해주지 않는다면 물러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얼른 그의 손을 붙잡고 나의 이름을 밝혔다.


“..이강율이다. 내 이름을 들었으니 나도 네 이름 쯤은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린스킨의 14대 족장. 쿠르마치, 이강율. 기억해두겠다. 다음에 만날 때는 부디 지금보다 더 성장한 상태이길 빌지.”


자신의 이름을 일러준 쿠르마치는 등장할 때처럼 공간을 찢어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떠나버렸다.

***


“짠. 내가 다시 돌아왔어요.”


카드니엘이 사라진지 세 시간이 지나, 돌아왔을 때는 선별자들 간에 유대감이라는 것이 조금이나마 형성되어가는 중이었다.


물론 그들은 나와 가장 친해지고 싶어하는 것이 눈에 보였지만, 나는 일부러 그들과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중이었다.


“좋네요. 같은 참가자들끼리 이렇게 친해지는 건 필수요소죠.”


카드니엘은 여전히 기분이 좋은지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였다.


“다행히! 윗선에서도 강율씨의 계획이 마음에 든 모양인지 재빠르게 승인이 났답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릴게요. 빠르게 승인이 났다는데 저는 왜 늦은걸까요?”


카드니엘의 질문이 끝나자, 모여있던 이들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 꽂혔다. 심지어는 질문을 던진 그녀의 시선마저도.


“아마도 천사님...”


“어머? 우리 사이에 천사님이라는 딱딱한 호칭은 안 어울리는 것 같은데요. 그냥 니엘이라고 부르세요. 이강율 참가자.”


거래를 제안한 뒤부터 묘하게 거리를 좁히고자 노력하는 그녀였지만, 나로서는 전혀 달갑지 않았다.


“카드니엘님이 늦으신 이유는 제 거래에 맞춰 저희에게 줄 보상을 들고 오시느라 늦으셨을 겁니다.”


보상이라는 말에 모두에게 돈 화색도 잠시 그 분위기를 깨뜨리는 끊어진 단어들.


“나. 질문이. 있다. 카드니엘.”


“당신에게는 내 이름을 부를 자격을 준 적이 없습니다. 드워프씨. 하지만 질문이 뭔지는 들어봐드리죠.”


“대체. 강율과 무슨 거래를. 했길래. 그들이 물러간거냐? 심지어. 강율과. 반가운 인사도 했다. 그 초록 뚱땡이.”


그 질문을 들은 카드니엘은 나를 보며 의외라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설명을 안했구나? 강율 씨가 나 없는 사이에 설명 할거라 생각해서 안 했거든.”


“제가 당신과의 거래내용을 일찍 말했다면 지금과도 같은 분위기는 없었을 겁니다. 오히려 저를 적대했다면 모를까. ”


“뭐 당사자가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어쩔 수 없죠.”


다른 이들로선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들 나름대로 각오는 했고. 과정이 어찌 되었건 누군가의 소중한 이를 살려낸 강율에 대한 고마움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들은 카드니엘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는 그들의 표정에서는 여전히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


탁. 탁.


카드니엘이 손가락을 두 번 튕기자 아까 보았었던 돌림판들이 나타났다.


아까와 달리 개수가 늘어났고, 돌림판의 칸들은 가려져 있었으며 거대한 빔프로젝터가 함께 등장했다.


팟.


하늘을 배경삼아 켜진 빔프로젝터에서는 카드니엘에게 거래를 제안하는 나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그것을 보고 싱긋 웃으며 돌림판을 돌리는 카드니엘.


“과연 이 돌림판에서는 어떤 것들이 나올까요?”


핑그르르르


돌림판이 돌아감과 동시에 입을 떼는 과거의 나.


“인간. 아니 지구에 살아온 우리가 연약하다는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적어도 이 곳에 있는 이들은 증명은 해냈습니다. 그런데. 저희의 상대는 이 지구에서 살아갈 것을 증명했나요?”


빔프로젝트 안의 나의 입술이 멈춤과 동시에 돌림판도 멈추며 가리고 있던 것들이 나타났다.


화살표가 가리킨 것은 다음과 같았다.


드워프. 엘프.


“저를 비롯한 상부는 이강율씨의 제안에 일리가 있다고 여겨 여러분에게 다른 선택지를 드리려고 합니다.”


“현재 나온 두 종족 중 여러분들이 도울 종족은 어디인가요? 참고로 방관, 배신이라는 선택지는 지웠습니다. 가장 소중한 이들을 잃는 그런 참사는 면했잖아요?”


이 정도면 받아들일만 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마음을 부숴버리는 카드니엘.


“아 물론 패배한 종족을 고른 사람은 죽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소리에 뭔가 더 있나 싶어 머리를 굴리는 이들 사이에서 소리를 지르는 두 명.


“뭐냐!! 이거!!”


하나는 드워프였고, 나머지 하나는 로브를 두르고 자신의 정체를 숨겨왔던 이였다.


“나는. 강제로. 드워프가. 선택되었다. 강율. 설마. 너. 일부러. 이런거? 내가. 네 검을. 쳐다봤다고?”


드워프는 강율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아마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은 엘프도 나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제가 그러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믿어주시겠습니까? 저는 그저 제가 생각한 최선의 생존 방법을 그들에게 거래로 제안했을 뿐입니다.”


내가 그들에게 해줄 말은 했냐 안 했냐와 같은 1차원적인 대답이 아니라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세상에 대한 대답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겪을 일들은 이것보다 더 부조리하고, 더 악랄할 겁니다. 이 정도가지고 징징거린다는 건 내 목숨을 남에 손에 맡기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그러니 드워프. 엘프. 두 분 저희를 설득해보세요.”


나의 마지막 말에 모두가 나를 질린 듯이 바라보았지만 정작 그 시선을 마주한 난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직 나는 많이 부족하다. 살기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해야한다.’


『선택의 기로(1).

당신의 기지로 인해 인간들은 살렸으나, 당신과 천사의 거래에 따라 이제 이 곳에 모인 여러 종족들 중 두 종족은 멸망합니다. 당신은 어느 종족을 택할 건가요?


1. 드워프의 편에 선다.

2. 엘프의 편에 선다.


참고: 당신이 선택한 종족이 타 종족에게 몰살 당할 경우 당신도 죽음을 면치 못하니, 부디 신중한 선택을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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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05.미지와의 조우(04) 24.06.03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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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5.미지와의 조우(02) 24.05.30 8 0 11쪽
16 05.미지와의 조우(1) 24.05.29 9 0 11쪽
15 04.악연의 종지부(3) 24.05.28 10 0 12쪽
14 04. 악연의 종지부(2) +1 24.05.27 13 0 11쪽
13 04. 악연의 종지부 24.05.24 11 0 12쪽
12 03.엘프 VS 드워프(04) 24.05.23 12 0 11쪽
11 03. 엘프와 드워프(03) 24.05.22 11 0 12쪽
10 03.엘프vs 드워프(02) 24.05.21 13 0 12쪽
9 03.엘프vs드워프(01) 24.05.20 15 0 11쪽
» 02.선택(03) 24.05.19 17 0 11쪽
7 02. 선택(02) 24.05.18 18 0 11쪽
6 02.선택 24.05.17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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