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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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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972
추천수 :
233
글자수 :
102,840

작성
15.12.0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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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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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5장. 멸인대 (4)

DUMMY

쿤돌의 눈이 높이 향했다. 태양이 따갑게 내리쬐자 심기가 불편했다. 맑은 공기도 높이 솟아오른 저택도, 그 위에 더욱 높이 고개를 든 첨탑도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도 밝다. 스스로 모든 것을 무너뜨리려, 유일한 벗과 그 뜻을 같이 했었다. 헌데 아직 너무도 밝다. 미친 것일지도 모른다. 하나 인간들이 자신을 이리 만들었다. 그 업을, 자신을 미치게 만들었던 그 죄를 그들은 수 천, 수 만배로 사죄해야 할 것이다.

불쾌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백 개의 눈알이, 거기다 저기 거만한 눈과 조롱 섞인 웃음을 짓고 있는 철의 기사들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젠가는 알 것이다. 자신들의 죄를 말이다.

쿤돌의 입이 열렸다.

“네놈들이 원하는게 무엇이냐?”

용병들의 굳은 눈이 빛을 발했다.

“돈을 원하느냐? 아니면 명예를 원하느냐? 아니면 힘을 원하느냐?”

용병들의 꼼지락 거리는 입술이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했다.

누군가 입을 열었다.

“살아 남길 원합니다!”

그 말이 파문이 되어 큰 함성이 되었다.

“맞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를 빌어먹을 삶이 지겹습니다. 목숨 걱정 안하고 편하게 살고 싶습니다.”

“크크크”

쿤돌은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살고 싶다라... 그렇다면 잘못 찾아 온 것이다. 가장 먼저 죽을 놈들이 바로 저들이다. 아니 가장 먼저 죽어 가장 오래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어렵구나. 그래도 약속하지. 죽더라도 살려내주지.”

말 장난이다. 적어도 용병들은 그리 생각했다. 쿤돌은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와 용병들과 어깨를 같이 했다.

이에르가 망령을 씹어 저들의 체질을 감별했다. 음기에 특히 민감한 자들. 술법을 새기기에 적합한 체질들이다. 생각보다 특출나지 않으나 그렇다고 실망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이들은 시간만 벌어주면 될 자들이다.

쿤돌이 용병들 사이를 헤집으며 그들의 면면을 꼼꼼이 살폈다. 기질을 살폈으니 이제는 내부를 관찰할 차례.

쿤돌이 걸음을 옮기자 이에르가 그의 뒤를 따랐다. 장난기 가득하던 얼굴이 잔뜩 상기된 채 고개도 들지 못하고 쿤돌의 뒤를 따랐다. 혹여 쿤돌의 그림자라도 밟을까 조심하는 태가 역력했다.

“돈, 무공, 여자. 당분간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 대신 조건은 목숨. 나에게 목숨을 줘야 할 것이다.”

쿤돌이 백의 용병들 사이를 누볐다. 무심한 눈이 용병들의 면면을 살피며 지나쳤다. 그때, 용병들 사이에 조용히 섞여 있던 인물들이 쿤돌의 뒤를 따랐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았다. 당연히 그러했던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런 움직임이라 눈여겨 보지 않았을 뿐.

이윽고 쿤돌이 용병들을 둘러보고 단상 위로 다시 걸음을 옮겼을 때는 단상 아래 이에르와 두명의 인물이 더 서 있었다.

그제서야 용병들이 의아한 눈으로 등장한 두 인물을 바라보았다.

원숭이와 돼지!

튀어나온 하악과 무릎까지 닿는 길다란 팔, 거기다 빽빽히 채우다시피한 이상한 기호의 문신들이 이상하다 못해 기괴할 정도였다. 또다른 사내는 어떤가. 온몸이 비곗덩어리다. 볼살에 파뭍혀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뚱보 사내. 걷는게 대단할 정도로 살로 뒤덮은 사내였다. 저런 체형의 사내들은 맹세코 본 적이 없다.

“낄낄, 뭘 그리 놀라냐? 용도 대가리가 있고 뱀도 대가리가 있으며 하다 못해 지렁이도 대가리가 붙어 있는데, 네놈들에게도 대가리는 있어야지?”

그제서야 용병들은 눈 앞의 기괴한 사내들의 정체를 알았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칼밥을 오래 먹으려면 머리를 잘 만나야한다. 그 머리란 어디까지나 힘! 실력이 우선이다. 저런 병신들은 더더욱 아니 될 마이다.

“우리가 무얼 보고 저들을 따르란 말이오!”

얼굴에 선명한 칼자국을 그린 한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망나니로 명성이 자자한 쿤돌이지 않은가. 그러니 쿤돌을 믿고 모인 것이 아니라 키나타르라는 가문의 이름을 보고 모인 자들이 태반이다. 헌데 이제는 듣도 보도 못한 자들을 상석에 앉히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도 나름 칼밥을 오래 먹은 몸이오. 적어도 나보다 강한 자를 상전으로 모셔야하지 않겠소. 싸우기도 전에 머리가 날아 갈지도 모르는 자들을 믿고 따르진 못하겠소. 병신들이라면 더더욱!”

타당한 말이다. 말은 타당하나 운은 없는 자였다. 마지막 말을 뱉지만 않았다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을 터였다.

“병신이라...”

원숭이 사내, 마르코의 입술이 꿈틀댔다. 그 순간 언제 뽑아 들었는지 녹슨 철창이 들려져 있었다.

하나 사내도 허투로 빌어먹진 않았는지 마르코가 손을 놀리는 순간 자신도 허리춤에서 칼을 빼들었다.

마르코와 사내의 거리는 십 미터. 한번의 도약으로 거리를 격하려 사내의 발이 땅을 박찼다. 장병기를 사용하는 자에게 거리를 주지 않으려 단숨에 짓쳐 들었다.

쉬이익!

마르코의 철창이 짓쳐 드는 사내에게로 내질러졌다. 사내의 상체가 땅으로 꺼지듯 낮게 깔리며 철창을 흘렸다. 숱한 싸움을 겪은 용병이기에 창을 쓰는 자들 또한 숱하게 만나보았다. 이 자리에서 숨을 쉬고 있는 자는 자신이기에 전부 베어 넘겼을 것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런 움직임으로 철창을 피하고는 단숨에 마르코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빼어든 칼이 매서운 빛을 뿜으며 휘둘러질 찰나,

퍼억!

사내의 머리통이 단숨에 터져 버렸다.

마르코가 빙글 뒤로 돌더니 창자루가 하늘로 솟아오르며 사내의 턱을 강타한 것이다.

비처럼 쏟아지는 피와 살점들을 맞으며 마르코의 눈이 한쪽을 응시했다. 그 시선 끝에는 휴트가 있었다.


“이놈들이! 내 칼을 뽑지 말라 했거늘!”

휴트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본보기로 다섯의 목을 딴지가 잠시 전이다. 헌데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는지 칼을 빼들고 설치지 않는가.

휴트의 손이 도끼자루로 향했다. 저기 원숭이처럼 생긴 놈의 목을 단숨에 빠개 놓아야 직성이 풀릴 터였다.

“잠시만, 기다려 보게.”

순간 휴트의 움직임이 굳었다. 자신을 제지한 음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너무도 잘 아는 터였다.

“대공자님!”

휴트가 무릎을 굽히여 킨사르를 맞았다. 일단의 소란을 보고 받은 뒤 한달음에 달려온 킨사르였다.

“흐음”

킨사르는 벌어진 광경에 깊은 신음을 흘렸다. 얼마 전 자신을 찾아와 생때를 부리던 쿤돌의 모습이 스처지나갔다.

수족을 직접 찾겠다 하더니 결국 이 뜻이었나 보다.

킨사르는 감히 생각지도 못한 쿤돌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멍청이인줄 알았더니 야심을 숨긴 것인가. 하나 킨사르는 고개를 저었다. 지금 쿤돌은 명을 재촉하는 것이다. 자신의 손짓 하나에 쿤돌의 목을 단숨에 딸 수 있다.

장담하건데 철혈의 기사 열만 부린다면 저기 모인 용병들은 물론 쿤돌의 목숨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지, 아니야.’

순간 킨사르의 뇌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쿤돌도 자신의 형제, 힘이 없다 뿐이지 누릴 권리마저 없지는 않다. 다시 말해 쿤돌을 말릴 명분이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입으로 지원을 한다느니 하는 헛소리를 내뱉은 이후이니 말이다.

“쿠르나하는 오지 않았더냐?”

“예.”

킨사르의 물음에 자신의 뒤에 시립한 기사가 입을 열었다.

“쿠르나하가 오지 않았다라... 크크, 여우같은 놈.”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쿤돌이 이리 크게 일을 벌였는데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일부러 오지 않은 것 뿐.

쿠르나하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손으로 콘돌의 만행을 못하게 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쿠르나하 자신은 그저 구경만 하겠다는 뜻.

“훗, 그리는 안돼지.”

킨사르는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굳이 쿤돌을 막을 필요가 있을까. 자신은 쿤돌을 돕겠다고 후견인을 자처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쿤돌이 제법 그럴듯한 힘을 가지게 해서 그런 쿤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 들인다면. 비록 큰 힘은 되지 않겠으나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멍청한 쿤돌의 욕심을 어느정도 채워주고 쥐고 흔든다면 그것도 나름 그럴듯해 보였다. 무엇보다 모양새가 제일 나았다.

킨사르는 쿤돌의 행태를 지켜보기로 했다. 가문 내의 세력은 쿠르나하와 똑같이 나눠가진 상황에서 무게추를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기울이게 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힘을 가져오는 것뿐. 만약 자신이 먼저 외부의 힘을 가내로 들여온다면 쿠르나하 역시 자신처럼 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리되면 안된다. 가내에서야 장자라는 무기가 큰 힘이 될터이나 외부에 알려진 쿠르나하의 위명은 자신의 그것과 비교해서 훨씬 더 컸다. 그리되면 실력자들이 쿠르나하에게 붙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쿤돌을 이용하는 것 뿐. 쿤돌이 외부의 힘을 받아 들이게 하고 자신은 그런 쿤돌을 휘하에 부리면 될 일이다.

“대공자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미천한 놈들을 당장 쫓아 낼까요.”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휴트가 말했다.

“아니 되었다. 그냥 두어라.”

“대공자님! 아니 될 말입니다! 근본도 없는 놈들입니다. 저런 놈들을 받아들인다면 모두가 웃을 것입니다.”

휴트의 말에 킨사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당장 앞만 본다면 쿤돌의 작은 힘이 아쉬울 터이나 크게 본다면 오늘 일이 결코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철의 기사들의 불만이 쌓인다면 절대 아니된다.

킨사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때 쿤돌의 음성이 들려왔다.

“네놈이 이 자를 꺾어보아라. 그렇다면 없던 일로 하겠다. 그러나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다시는 이 일에 대해 입을 열지 마라.”

쿤돌의 말이 떨어지자 마르코가 철창을 들어 휴트를 향해 겨누었다. 휴트의 얼굴이 분노로 시뻘겋게 달구었다.

“어쩔텐가. 휴트?”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킨사르는 아쉽지만 깔끔하게 포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접었다. 쿤돌이 저리 말을 내뱉은 이상 휴트가 나설 것은 뻔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휴트의 도끼가 저기 괴상한 행색의 사내의 머리를 날려버릴 것이라는 사실은 더욱 뻔한 일이니깐.

“저 잡놈을 죽여버리고 용병들을 물리겠습니다.”

씹어뱉듯 억눌린 음성이 토해졌다.

“그리하게.”

킨사르가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렸다는 듯 휴트가 나섰다. 자신의 상체만큼이나 거대한 도끼를 한손에 거머 쥐고는 황소처럼 쿵쿵거리는 거친 소리를 만들며 걸음을 옮겼다. 그의 눈이 마르코의 전신을 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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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장. 멸인대 (4) +1 15.12.09 254 4 11쪽
20 5장. 멸인대 (3) +2 15.12.07 199 3 12쪽
19 5장. 멸인대 (2) 15.12.07 205 5 7쪽
18 5장. 멸인대 (1) 15.12.07 236 5 16쪽
17 4장. 태동 (4) +3 15.11.25 352 7 9쪽
16 4장. 태동 (3) +1 15.11.24 31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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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3장. 디그의 던전 (7) +1 15.11.21 417 13 12쪽
12 3장. 디그의 던전 (6) 15.11.20 392 11 9쪽
11 3장. 디그의 던전 (5) +1 15.11.20 427 10 9쪽
10 3장. 디그의 던전 (4) 15.11.20 396 9 11쪽
9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5 10 8쪽
8 3장. 디그의 던전 (2) 15.11.19 380 13 8쪽
7 3장. 디그의 던전 (1) +2 15.11.19 520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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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장. 기묘한 일행 (2) +1 15.11.18 426 12 9쪽
4 2장. 기묘한 일행 (1) 15.11.18 517 14 12쪽
3 1장. 깊은 잠을 자다 (3) +1 15.11.18 557 15 9쪽
2 1장. 깊은 잠을 자다 (2) 15.11.18 590 15 8쪽
1 1장. 깊은 잠을 자다 (1) 15.11.18 1,006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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