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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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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979
추천수 :
233
글자수 :
102,840

작성
15.11.22 11:05
조회
396
추천
12
글자
8쪽

4장. 태동 (1)

DUMMY

태양은 생명이요, 빛이며 불이다. 태양의 뜨거운 열기와 빛이 초목을 키우고 짐승을 살찌운다. 태양의 빛이 비추지 않는 곳은 없으며 있다하여도 그곳은 어둡고 음습하여 더러운 곳이니 신성한 빛이 발길을 들이지 않는 것뿐이다. 태양의 은총을 받은 인간이 이지를 갖고 사물을 분간할 수 있는 그 순간부터, 인간은 태양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굽히고 이마를 땅에 찧어야 한다. 그것이 태양이 내려주신 염화의 축복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이다.

룬타하르는 평생을 태양신을 섬기며 기도를 올렸다. 눈을 뜨고 잠드는 그 순간까지 오로지 태양신의 은혜에 감사하고 이마를 땅바닥에 붙였다. 오로지 태양만이 유일한 신이며 오롯한 광휘의 주체이며 자신의 내부를 휘도는 열기의 주인이라 믿었다.

적어도 그는 그리 믿고 싶었다.

룬타하르는 이마를 땅에 붙히고 엎드렸다. 태양신을 섬기던 그 자세로 몸을 낮추었다. 다만 부들거리는 사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땀으로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는 것이 달랐다.

"룬타하르..."

룬타하르는 자신을 부르는 음성에 더욱 고개를 숙였다. 이마가 깨져 붉은 피가 보였으나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마,말씀 하소서..."

일곱개의 태양이 그려진 붉은 법의를 입은 룬타하르. 세상의 절반을 차지한 유일한 나라인 루안 제국을 떠받치는 여섯 기둥 중 하나인 로하르 공작가의 수좌이자 불을 다루는 화염술사들의 지배자가 바로 그의 위치였다.

그런 그가 사지를 굽히고 머리를 박으며 떨고 있었다.

"룬타하르..."

"히익!"

룬타하르는 자신의 귀에 속삭이는 나즈막한 음성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 언제 자신의 옆에 왔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분명 저기 높은 권좌에 앉아 자신을 내려다보던 반 로힘 공작이 아니던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가?"

룬타하르는 반 로힘 공작의 은근한 말에 식은 땀을 흘렸다. 제국의 힘이라는 반 로힘. 그의 진실을 아는 몇 안되는 이가 바로 룬타하르였다.

룬타하르는 더욱 머리를 조아리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제자들의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세개의 태양을 갖춘 자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룬타하르의 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잠깐의 시간이 룬타하르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잠시 뒤 끈적끈적한 음성이 이어졌다.

"네개, 다섯개의 태양도 괜찮다. 혹은 일곱개도 말이야. 일곱개쯤 되면 더욱 달콤할거야."

"히익! 시간을! 제발..."

룬타하르는 소리쳤다. 일곱개의 태양, 자신의 목숨을 말하는 것이다.

끔찍한 소리에 고개를 들어 감히 눈앞의 사내를 마주 보았다.

룬터 반 로힘.

그의 이름을 딴 반 로힘 공작가의 주인이며 자신의 주인이기도 한 사내가 웃음기를 머금고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허리에서 찰랑이는 검은 머릿결, 검은 눈동자와 검은 입술의 아름다운 얼굴의 사내. 묘하게도 누군가와 많이 닮았다. 저 맑은 얼굴 뒤에 숨겨진 끔찍한 내면을 룬타하르는 몸서리치도록 잘 알고 있었다.

"나는 기다릴 수 있어. 알지 않은가.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야."

룬타하르는 '사람'이라 자신을 칭하는 로힘이 너무나 역겨웠다. 자식과 형제 같은 제자들의 피를 마시는 악마가 어찌 사람이라 말인가!

"그런데 말이야. 내 식구들은 전혀 자비롭지 않아. 거기다 인내심도 없지."

"다,당장. 당장 제자들의 목을 따 피를 뽑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심이..."

로힘은 검은 입술을 핥았다. 상상만해도 몸이 달아 오르는 것 같았다. 태양을 숭배하는 화염술사들의 뜨거운 피맛을 상상하자 식욕이 동했다.

세상에 나와 숱한 피의 생명력을 흡취하였으나 여기 루안 제국의 염화술사들이 그중 제일이었다. 특히 세개 이상의 태양을 가진 술사들의 피맛은 엄청난 쾌락이었다.

일곱개의 태양을 가진 유일한 인간인 룬타하르. 그의 피맛은 어떨까. 세개를 가진 염화술사들의 피맛이 주는 쾌락은 평범한 인간들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 일곱개는 어떠할지 상상만으로 침이 가득 고였다.

이렇게 수족처럼 부리고 또한 배를 채울 수 있는 유용한 사냥개가 로힘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좋아. 룬타하르. 시간을 조금 더 주지. 세개의 태양이 모자르다면 네개를 바쳐야 할거야."

룬타하르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조아렸다. 자신이 살려면 어서 빨리 제자들의 실력을 키워야 하리라. 자신이 평생을 바친 비의라도 당장 풀어야겠다 생각했다.

쿵 쿵 쿠웅!

그때, 바닥을 때리는 거친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콰앙!

"로히이이임!"

거칠게 문을 박착고 한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룬터하르는 엎드린 자세로 슬핏 등장한 사내를 곁눈질했다. 그리고는 질끈 눈을 감았다. 혹여 숨소리라도 새어나갈까 입을 양손으로 막고는 더욱 몸을 움츠렸다. 그것만이 살길이니깐.

"로힘! 쿤에 박아 둔 네 새끼들! 당장 물려!"

짐승의 울음이 섞인 듯한 음성이 울렸다. 거대한 체구의 기괴한 차림의 사내는 로힘을 향해 소리쳤다.

전신을 붕대로 감은 사내. 족히 이미터는 넘을 엄청난 체구. 걸음을 옮길때마다 꿈틀대는 근육이 감싼 붕대를 뚫고 나올 듯했다. 밖으로 드러낸 것이라곤 세로로 길게 갈라진 샛노란 눈알뿐이었다.

로힘은 불쾌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미소를 그렸다.

"쿤? 쿤 왕국은 내 동생들의 놀이터다. 내가 어찌 할 수 없어. 루어에게 전해.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크르르, 루어라는 이름으로 탈라를 부르지마라. 그가 지어 준 비루한 이름을 버린지 오래다."

로힘은 삐져나오려는 웃음을 삼켰다. 한낱 이름을 버린다고 자신들의 정체성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 루어... 아니, 탈라에게 전해. 쿤은 포기하라고."

쩌저적!

순간, 붕대로 전신을 감싼 사내의 발 밑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단단한 대리석 바닥을, 발구름도 없이 기세만으로 찢어 놓은 것이다.

로힘은 미간을 찌푸렸다. 감히 루어의 형제인 자신에게 보일 행동은 아니다. 비록 눈 앞의 사내가 루어의 직계라 하더라도 자신 앞에서 저런 무례를 저지르다니.

하나 로힘은 찌푸린 미간을 풀어야만 했다. 루어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 아니던가. 아직은 시간이 필요했다. 피를, 생명력을 조금 더 모아야 한다.

로힘은 인내를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것이 탈라의 뜻이라면... 알겠어. 쿤에서 무슨 짓을 하던 상관 않겠다. 내 동생들이 알아서 행동 할 거야."

"흥. 하찮은 거머리 따위 치우면 된다."

조소를 남기고 등을 보이며 붕대의 사내가 사라졌다. 남은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룬타하르와 싸늘히 식은 표정의 로힘뿐이었다. 오로지 네크로맨서들을 사냥에만 몰두하던 놈들이 갑자기 쿤을 노리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로힘은 우두커니 서서 턱을 쓸었다. 놈들이 쿤을 노리던 상관 없다. 알아서 흘러 갈 일이다. 다만 그의 기분을 건드린 것은 마지막 한마디 때문이었다.

"한낱... 거머리라..."

로힘은 주체할 수 없는 살기를 조용히 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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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5장. 멸인대 (2) 15.12.07 206 5 7쪽
18 5장. 멸인대 (1) 15.12.07 236 5 16쪽
17 4장. 태동 (4) +3 15.11.25 352 7 9쪽
16 4장. 태동 (3) +1 15.11.24 316 10 11쪽
15 4장. 태동 (2) +1 15.11.23 33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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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3장. 디그의 던전 (7) +1 15.11.21 417 13 12쪽
12 3장. 디그의 던전 (6) 15.11.20 392 11 9쪽
11 3장. 디그의 던전 (5) +1 15.11.20 427 10 9쪽
10 3장. 디그의 던전 (4) 15.11.20 396 9 11쪽
9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6 10 8쪽
8 3장. 디그의 던전 (2) 15.11.19 380 13 8쪽
7 3장. 디그의 던전 (1) +2 15.11.19 520 13 12쪽
6 2장. 기묘한 일행 (3) 15.11.19 437 14 13쪽
5 2장. 기묘한 일행 (2) +1 15.11.18 426 12 9쪽
4 2장. 기묘한 일행 (1) 15.11.18 518 14 12쪽
3 1장. 깊은 잠을 자다 (3) +1 15.11.18 557 15 9쪽
2 1장. 깊은 잠을 자다 (2) 15.11.18 590 15 8쪽
1 1장. 깊은 잠을 자다 (1) 15.11.18 1,007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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