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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970
추천수 :
233
글자수 :
102,840

작성
15.12.0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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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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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6쪽

5장. 멸인대 (1)

DUMMY

열 명이 넘는 인원이 앉고도 남을 커다란 원탁에 단 두명만이 차를 나누었다. 상석에 자리한 킨사르는 방금 시녀가 내어 온 차를 내려다 보았다. 잔 안에 담긴 맑은 색의 액체에 잔잔한 파동을 만들었다. 고요하면서도 전부를 휘감는 파동이 꼭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달그락.

찬잔이 흔들릴때마다 청정한 향기가 진동했다. 이제는 티클라칸의 사람이 된 넷째 킨샤나가 보내 온 선물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놈이다. 아비가 쓰러지고 일년도 안되어 티클라칸의 애송이와 눈이 맞아 가를 떠난 여동생이다. 어찌보면 적대적인 가문에, 그것도 키나타르 가문과 칼을 들 날이 올지도 모르는 티클라칸이지만 동생의 선택이니 보내주었다. 아비가 멀쩡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킨사르는 차를 음미했다. 지긋이 눈을 감고 가슴까지 청정한 향이 퍼지며 엉클어진 생각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찻잔이 비워지자, 그제서야 킨사르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원탁의 끝과 끝. 얼마 안되는 거리지만 결코 가깝지 않은 위치에 앉은 상대를 바라보았다.

걍팍한 인상에 온갖 귀금속을 두른 늙은이가 킨사르의 눈에 비쳤다.

킨사르의 맑은 얼굴이 밝은 미소를 그렸다.

“어르신, 차가 어떠신지요. 워낙 귀한 놈이라 저도 잘 마시지 않는 놈입니다.”

“허허, 과연. 대공자 덕택에 죽기 전에 호사를 누려봅니다.”

늙은이는 차가운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덕담을 입에 담았다.

늙은이의 잔을 쥔 손이 움직일때마다 금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거슬렸다.

원로원주 라무타르.

킨사르와 마주 앉아 차를 즐기는 이 늙은이의 정체는 감히 쉽게 입에 담을 위인이 아니었다.

쿠도룬이 쓰러지고 가장 득세한 인물이다. 과거엔 쿠도룬을 도와 숱한 피를 손에 뭍힌 인물이지만 삼년 전까지만 해도 그저 노쇠하여 죽을 날만 기다리는 늙은이에 불과했다. 자식과도 권력을 나누지 않는 쿠도룬이다. 그렇다보니 젊은 날 모든 것을 바친 라무타르 임에도 말년은 그리 평탄치 못했다. 손에 쥔 조그마한 권력마저 쿠도룬에게 빼앗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던 라무타르였다.

‘훗, 인생이란 어찌 될 지 모르는 거지.’

라무타르는 차를 비우고는 쓴웃음을 삼켰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죽기 전에 찾아 온 이 기회가 너무나 달가웠다.

“대공자. 밤이 깊었소. 늙은 몸이라 찬공기만 쐬어도 뼈마디가 쑤신다오.”

킨사르의 웃음이 짙어졌다. 편안한 표정으로 라무타르를 바라보았다. 아비의 눈빛이 광망히 뻗어나가던 시절 항상 고개를 땅에 처박고 목숨 걱정만 하던 위인이 이제는 감히 자신과 눈을 맞추며 농을 지껄이고 있지 않은가.

“어르신, 조용한 밤 아들같은 이 몸과 차 한잔 나누는 것이 싫으신지요.”

“허허, 그럴리가. 다만 할 일 많은 대공자께서 귀한 시간을 허투로 쓰는 것 같아서 말이지.”

짜증이 솟구쳤다. 노회한 너구리처럼 말 한마디에도 진의를 숨기고 자신을 떠본다. 쿠르나하와 자신의 상황을 영악하게도 이용하려는 라무타르의 의도가 뻔히 보였다.

킨사르는 식어버린 찻물을 들이켰다. 청정한 맛은 온데 간데 없고 쓰기만 했다.

“대공자, 늙은이가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것도 곤욕이라오.”

라무타르는 어깨를 주무르며 킨사를 재촉했다. 이 늦은 시간에 킨사르와의 대면은 그로서도 썩 내키는 자리는 아니었다.

그제서야 킨사르는 하려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버님이 저리되고 가내가 소란스럽습니다.”

“그것도 머지 않아 가라 앉겠지.”

라무타르는 팔장을 끼며 의자에 허리를 기대며 여유로운 표정을 그렸다. 그리 되려면 자신의 입김이 작용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뿐만 아니라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 또한 예사로운게 없더군요. 티클라칸, 뿌리도 없는 놈들이 세를 불리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라무타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킨사르의 말에 동조했다. 아닌게 아니라 왕국의 상권을 틀어쥐고 있는 티클라칸인지라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하여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마르지 않는 자금의 출처 또한 밝혀진게 없는 터라 쉽사리 손을 쓰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과거 일개 상인의 집합체에 불과하던 티클라칸 가문이 키나타르 가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위치에 오른 것이 불과 오십 여년 전이다. 쿤 왕국과 시작을 같이 한 키나타르 가문으로서는 그 자체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헌데 몇 년 전부터는 세 가문을 논할때 티클라칸을 가장 먼저 손에 꼽는 자들마저 생기는 실정이었다. 모두 쿠도룬이 쓰러지고 난 다음부터였다.

돈이 있으면 권력을 살 수 있고 권력이 있으면 사람을 살 수 있다. 돈으로 사던 용병 나부랭이가 아니라 권력을 가지게 되면 실력자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킨사르의 근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나 라무타르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말투다.

“대공자께서 그런 근심을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 반은 해결 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소.”

“과찬이십니다.”

“어허, 과찬이라니. 지금이야 티클라칸 잡놈들이 설치고 다니는 것도 어디까지나 호랑이들의 영역 싸움 탓에 늑대가 설치는 꼴이 아니겠는가. 한 철이지, 한 철이야.”

라무타르의 말이 단지 반말만은 아니었다. 쿠도룬의 두 아들, 킨사르와 쿠르나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아무리 티클라칸이라도 함부로 행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둘의 재능은 넘쳐 흘렀으니 말이다.

고요하나 불같은 킨사르. 그리고 불 같으나 고요한 쿠르나하.

평소 무겁고 진중하나 한번 결단을 내리면 과감한 킨사르와 반대로 호방하고 번뜩이나 중요한 순간에는 많은 변수를 고심하고 철저해지는 쿠르나하 아니던가.

“그래서 말인데...”

킨사르는 자세를 고치며 허리를 세웠다. 라무타르를 내려다 보는 형국이었다.

“오늘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상한 소리?”

“쿠르나하와 원로원의 어르신 몇 분이 같이 식사를 하셨더군요. 알아보니 어르신과 죽마고우이신 르노엘 님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군요.”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나 공교롭게도 시기가 묘했다. 쿠도룬이 위급한 순간에 하필 그 시간에 쿠르나하와 모종의 모임을 갔다니. 단순한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허허허, 대공자가 이 밤에 나를 부른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군. 충분히 오해할 수 있어.”

라무타르는 별 것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대공자께서 걱정하는 마음 내 충분히 알겠네. 우리들이야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목숨이지 않은가.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성격도 유해 지는 법이지. 단지 셋째 공자와 굳이 척을 질 필요는 없지 않겠나. 그렇다고 우리가 대공자를 지지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걸세. 너무 조급해 하지 말게나.”

킨사르의 눈섭이 순간 꿈틀거렸다. 감히 자신에게 시덥쟎은 조언을 하고 있다.

‘감히... 감히 나한테...’

킨사르는 콧날을 매만지며 꿈틀거리는 입매를 감춰야만 했다.

라무타르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으며 킨사르의 신색을 살폈다. 변함없는 표정, 여유로운 몸짓.

하나,

‘끌끌, 속은 뒤집어 질테지.’

줄타기다. 원로원들이 쥐고 있는 삼천의 병력. 비록 철혈의 기사단과 비하자면 하찮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그 창대를 쥐는 쪽이 차기 가주에 한발 다가서는 것이리라. 그런 상황을 너무도 잘 아는 라무타르였다.

‘흥, 내 패를 헐값에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지.’

지금은 아쉬운 쪽은 누가 뭐래도 킨사르였다. 후일을 기약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한 발 빼는 것이 옳았다.

결국 킨사르는 준비한 말을 꺼내야만 했다.

“자치권. 저번에 말씀하셨던 남쪽 루미르 지방의 영지 세 개에 대한 자치권을 약속하겠습니다.”

“호오!”

라무타르는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원하는 대답을 들은 것이다. 킨사르가 약속한 땅은 바로 자신의 기반인 곳이다.

쿤 왕국의 세 가문. 라이하르와 티클라칸 그리고 키나타르. 왕국이란 이름을 가진 쿤이기에 세 가문을 아우르는 왕실이 존재한다. 하나 일개 가문의 힘이 왕실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래로 쿤 왕국의 왕실은 그저 이 세 가문의 중재를 위한 곳으로 변한지 오래였다. 왕을 선출하는 과정 자체를 가문들의 조율과 허락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 가문의 가주의 위치는 왕, 혹은 그 이상을 의미했다. 그러니 킨사르의 제안은 단순한 약속 따위가 아니었다. 말을 뱉은 이상 진실인 것이다. 단, 킨사르가 키나타르 가문의 가주가 되었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허허허, 그 말씀 새겨 듣겠소이다.”

킨사르는 종이를 꺼내 직인을 찍으며 직접 확인까지 시켜주는 수고를 했다. 담담한 낯가죽 뒤에 꿈틀대는 핏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끌끌끌”

그 모습을 탐욕스런 눈으로 라무타르는 바라보았다. 늙은이의 권력욕. 그것은 어쩌면 시들어가는 생에 대한 욕망의 다른 형태인지도 몰랐다.

쿠웅!

그때 일단의 소란이 킨사르의 귀에 들렸다.

“놔! 이 개새끼들아! 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는 것이냐!”

킨사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야심한 시간, 그것도 자신의 집무실 앞에서 있을 수 없는 소란이었다.

“큰형님! 큰형님 잠깐 나 좀 봅시다!”

킨사르는 와락 구겨지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아차린 탓이다. 모를 수가 없다. 자신의 혈육의 목소리이니 말이다.

“허허, 형제들의 우애가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이 늦은 시간에 아우가 형을 찾는 것을 보니.”

너스레를 떠는 라무타르의 말에 킨사르의 눈에 슬핏 살기가 스쳤다.

‘늙은이... 반드시 죽여주지.’

킨사르는 짜증을 가라 앉히며 고요한 목소리를 뱉었다.

“막내가 찾아 온 것이냐?”

킨사르의 낮은 목소리에 문 밖에서 대기 중이던 묵빛 갑주의 기사가 방안으로 들어오며 허리를 숙였다.

“예, 쿤돌 공자님께서...”

순간 우악스런 손길이 가사의 등을 밀쳤다.

“비키거라! 감히 누구 앞을 막는 것이냐.”

벌겋게 익은 얼굴의 쿤돌이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역겨운 땀냄새와 술냄새가 실내에 진동했다.

킨사르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쿤돌 공자님, 시간이 너무 늦었습니다. 하실 말씀은 내일 아침에...”

“시끄럽다! 내가 못 올 이유라도 있느냐.”

고성이 울렸다. 술에 취해 소리 치는 모습이야 늘상 있는 일이니 대수로울 것은 없다. 하나 형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밤이 늦었습니다. 손님이 미리 와 계십니다.”

“되었다. 막내를 막지 마라.”

킨사르의 말이 떨어지자 그세서야 기사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허리를 숙이고는 물러났다.

쿤돌의 표정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비참하기까지 했다. 고압적으로 자신을 노려보며 막아서던 기사놈이 킨사르의 한 마디에 말 잘 듣는 개로 변했다.

“막내 공자께서 술을 많이 드셨나 보오.”‘

라무타르가 말했다.

“이런 늦은 시간에 막내 공자께서 대공자를 찾으시다니. 언제 이렇게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해지셨소.”

“아, 손님이 누군가 했더니 욕심 많은 뒷방 늙은이였군. 흥! 검버섯 핀 얼굴을 감히 누구한테 들이미는 것이냐!”

“뭐, 뭣이?”

쿤돌의 말에 라무타르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 하더라도 감히 자신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

아무리 안하무인이라도 자리를 가릴 줄 알았건만.

라무타르의 노성이 터져 나왔다.

“망아지마냥 뛰어다니더니 목이 날아가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순간,

“라무타르...”

“......!”

킨사르의 음성이 무겁게 가라 앉았다. 지금껏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지키던 킨사르의 표정이 급변했다.

“라무타르, 쿤돌은 쿠도룬의 아들이다. 내 동생이기도 하지. 말을 가려해라. 목숨이 붙어 있어야 영화를 누릴것 아니겠는가.”

“대, 대공자! 말이 심하오! 듣지 않았소. 막내 공자가 이 몸에게 하는 말을!”

“주는 것이나 먹고 꼬리나 흔들 것이지. 나와 대가리를 맞댈 생각을 하는 것인가. 체면을 차려줄 때 그만하게.”

라무타르는 침음을 삼켰다. 잠시 잊고 있었다. 킨사르가 쿠도룬의 장자임을. 판이 유리하게 돌아가자 절대 잊어선 사실을 망각해버렸다. 라무타르는 섬뜩한 듯 목줄기를 쓸며 몸을 일으켰다.

“대,대공자. 내 조만간 좋은 자리를 마련하겠소.”

황급히 자리를 뜨는 와중에도 탁자에 놓여진 서류뭉치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킨사르는 물끄러미 라무타르의 등을 바라보았다. 어찌 되었던 욕심많은 늙은이가 원하는 것을 챙긴 이상 쉽사리 행동하진 못할 것이다. 어찌보면 시기적절하게 쿤돌이 등장해 주어 라무타르에게 경고를 할 수 있었다. 어찌 되었건 말 실수를 한 것은 라무타르 쪽이며 자신은 그에 대한 경고를 한 것 뿐이니 말이다.

“앚아라.”

우두커니 서서 눈치를 보던 쿤돌은 슬그머니 의자를 당기며 킨사르의 맞은 편에 앉았다.

“큰형님!”

“막내가 술을 많이 했구나.”

“......”

킨사르는 묘한 눈으로 쿤들을 바라보았다. 단 한번도 먼저 자신을 찾은 적이 없는 쿤돌이었다. 아비만큰이나 형들을 무서워하는 쿤돌이 자신을 먼저 찾다니. 물론 어렴풋이 이유를 알고 있는 킨사르였다.

“이 늦은 시간에 술 기운을 빌려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테지.”

“형님! 너무 억울하고 분합니다.”

“흐음. 낮에 있었던 일 때문이구나.”

쿤돌은 술 기운에 흐릿한 눈으로 킨사르를 바라보았다. 셋째 쿠르나하 앞에선 고양이 앞에 쥐처럼 몸을 떨었다. 하나 큰형 킨사르는 아니었다. 속마음이야 어찌 되었던 겉으로는 그리 야박하지 않았다.

“끄윽! 어찌 형들이 저에게 이럴 수 있단 말입니까! 올해로 저도 스물입니다. 저도 한 핏줄 아닙니까? 큰형님이 그러했고 둘째 형도, 셋째 형도 딱 제 나이에 가업을 시작했습니다. 헌데! 헌데 저는 뭡니까! 아버지가 저리되었다고 저를 너무 홀대 하는 게 아닙니까?”

묵묵히 쿤돌의 말을 둘어주던 킨사르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쿠르나하에게 부탁했던 것을 나에게 들어달라? 그 부탁이라면 어렵구나. 철혈의 기사들은 스스로 주인을 정한 자들.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킨사르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 철부지가 떼를 쓰는 중이다. 그것도 능력도 없는 놈이 보검을 달라지 않는가. 하나 이어진 쿤돌의 말은 킨사르의 생각과는 사뭇 달랐다.

“아닙니다. 저도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리한 부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집안이 어찌 돌아가지는 나도 알고 있으니깐.”

“말을 가려해라.”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쿤돌이 탁자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킨사르는 고개를 절레 흔들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답답한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하나 시기가 좋지 않다. 조금만 기다리거라. 형들이 핏줄인 너를 모른체 하겠느냐.”

“되었소! 나도 바라지 않을테요! 단 내가 알아서 수족을 구할 것입니다. 약속하십시오! 가만히 보고만 있겠다고!”

킨사르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저리 말하는데 그것마저 막을 명분이 없지 않은가.

“좋아. 그리 하거라. 가능하다면 작은 지원은 해주겠다.”

“약속 하셨소! 나중에 딴 말하지 마시오.”

킨사르는 호기롭게 외치는 쿤돌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미 가내의 세력은 바닥까지 긁어 쿠르나하와 양분한 상태. 하나 쿤돌이 세를 만든다면 분명 자신의 휘하에 둘 수있다. 그리만 되면 제법 괜찮은 그림이 그려질 터였다.

‘훗, 말도 안되는 소리. 쿤돌이 무슨 수로.’

킨사르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접고는 푸근한 얼굴로 쿤돌을 마주 보았다.

“막내가 제법 철이 들었구나.”

“하하하, 두고만 보십시오.”

킨사르는 환한 웃음을 머금은 쿤돌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삼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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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5 1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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