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983
추천수 :
233
글자수 :
102,840

작성
15.11.20 08:08
조회
396
추천
9
글자
11쪽

3장. 디그의 던전 (4)

DUMMY

한슨은 지겨움에 몸을 들썩였다. 몇 시간째 키메라를 붙들고 있는 이에르의 뒤통수가 야속하기만 했다. 혼자 흥분해 난리를 떠는 이에르. 물 만난 물고기처럼 생기 가득한 그의 모습을 보자니 뭐라 투덜되기도 애매했다.

애꿏은 마르코만 붙잡을 뿐이다.

“마르코. 우리 잠깐 나갈까? 흐흐, 아까 몇 개 점찍어 놓은 거 있는데 말이야. 그러지 말고 금붙이 구경이나 하자고.”

은근한 한슨의 말에 구미가 동하는지 마르코도 압맛을 다셨다. 우람한 덩치의 기사 조각상이 들고 있던 금빛 창이 떠오른 것이다.

“아니, 여기서 기다린다.”

하나 마르코는 고개를 저었다. 저기 누워있는 키메라들의 끔찍한 몰골과 조급한 이에르의 모습이 자아내는 기시감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어휴! 앞뒤 꽉 막힌 놈 같으니라고! 야, 피겔 너도 싫어?”

고개를 끄덕이는 피겔. 전혀 미덥지 못한 한슨과 단 둘이 던전을 해맬 바에는 차라리 이에르와 마르코의 옆이 안전할 것 같았다.

“시발! 그러고도 물건 달린 사내 새끼냐?”

한슨은 미쳐버릴 것 같았다. 간단한 술식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자신이기에 이에르가 시름하고 있는 복잡한 술식들을 보는 것만으로 치가 떨렸다.

“빌어먹을... 어찌된게 흔한 독초 한뿌리 보이질 않는군.”

입맛이 쓸 뿐었다.


한슨이 투덜대는 그 시각. 녹슨 철문 밖에서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디그의 초상화.

붉은 피 한방울이 그림 귀퉁이에 뭍어 있었다. 순간 디그의 어깨 너머에 끔찍한 망령이 스르르 움직였다. 그러자 흔적도 없이 피가 그림에 스며들었다.

츠츠, 츠츠츠

망령이, 디그의 어깨에 앉아있던 망령 하나가 피를 먹고는 그림 속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두더지 새끼야? 그 면상 왜 그런거냐?"

한슨은 무료함에 피겔을 옆에 두었다. 한슨이 기억하는 피겔은 나름 준수한 얼굴의 사내였다. 칠년 만에 해후한 그의 몰골은 변해도 너무 변해있었다.

"악귀가 그리 만든거냐?"

한슨이 재차 묻자 피겔이 대답했다.

"아니, 비참하게도 너무나 멀쩡히 살아남았어."

"그런데? 얼굴이 왜 그 꼬라지냐?"

"... 내가 이리 만들었다."

"엥?"

피겔은 더는 말하기 싫은지 굳게 입을 다물었다.

한슨은 자신을 외면한 채 구석을 몸을 옮기는 피겔의 뒤통수를 흘겨보았다.

제 놈만 사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 살아남은 모두 비참하고 슬픈 사연 한 두개쯤은 다 가진 자들이지 않은가.

"쳇! 비싸게 굴기는."

한슨은 바닥에 등을 누이고는 잠을 청했다. 무료하기 그지없는데 잠이나 자두는게 나을 듯 했다.

그때 바닥을 뒹굴던 한슨이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눈을 빛냈다.

“이에르! 네 새끼들 아직 수습 안했어? 저기 한 놈 보이는데?”

한슨이 가리킨 손 끝에는 희끄무레한 망령 한 마리가 날파리처럼 공중을 날아다녔다. 온통 키메라의 술식에 정신이 팔린터라 이에르는 한슨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대가리를 처박고는 술식들을 풀이하기 바빴다. 마르코도 대수롭지 않은 눈으로 그저 망령들을 힐끗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전에 이에르가 풀어놓은 망령들 중 하나일거라 생각한 탓이다.

한슨은 다시 한번 이에르를 불렀다.

“이봐! 저거 네 새끼... 어라?”

순간 한슨의 눈이 부릅 떠졌다. 똑똑히 본 것이다. 저 망령이 누워있는 키메라의 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말이다.

등골이 서늘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궁둥이를 들썩이는 저 이에르가 망령을 흘릴리는 없다.

그제서야 황급히 마르코가 몸을 일으켰다. 방심했다. 뇌 속을 콕콕 찌르는 기분 나쁜 기시감의 정체가 어쩌면 저것 때문일지도 몰랐다.

대기가, 사방이 음울한 기운으로 넘실됐다. 살갗을 찌르는 기운이 너무나 강렬했다. 그 진원은 저 키메라다!

“시발! 이에르 도데체! 도데체 뭘 건드린 거야!”

의심되는 것은 저 미친 늙은이가 키메라의 몸에 새겨진 술식들을 잘못 건드렸을 가능성이다.

푸확!

이에르는 보물처럼 정성을 들이던 키메라의 머리통을 뽑아 올렸다. 줄줄이 딸려나오는 척추와 장기들의 끔찍함이 일행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조심해! 무언가 키메라를 건드렸다.”

이에르의 표정이 싸늘했다. 정신을 차린 이에르는 사방에서 옥죄어 오는 음기에 머리가 차갑게 식어갔다. 정신을 빼놓고 술식을 연구하던 순간, 등 뒤 망령들의 흐느낌과 아우성을 들은 것이다.

이에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키메라의 몸뚱이에 새겨진 술식들이 빛을 발하며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기 시작했다.

“마르코! 어서 저것을 막아!”

마르코가 땅을 박찼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지며 마르코의 몸뚱이가 튕겨 나갔다. 그 끝에는 골창이 번뜩이며 키메라의 대가리를 쪼개려 했다.

퍽!

“으윽!”

하나 한발 늦었다. 마르코는 배를 부여잡고 땅을 굴러야만 했다. 복부에는 피가 흥건했다.

“저... 저건!”

마르코는 뚫린 배의 고통보다 눈앞에 나타난 광경에 기함을 토했다.

땅을 뚫고 올라 스물 네개의 뼈가 나타났다. 마르코의 손에 들린 골창과 똑같은 형태. 심장을 보호하는 늑골처럼 키메라를 감싼 골창이 땅에서 돋아 난 것이다.

골창 너머로 키메라가 몸을 일으켰다. 두꺼운 뿔을 달고 파충류의 얼굴을 한 키메라가 숨을 들이켰다. 검은 털이 수북한 산양의 네 다리가 이미터가 넘는 키메라의 몸뚱이를 바로 세우고 있었다.

“후욱, 후욱! 크아아아악!”

포효, 숫사자의 갈귀가 벼락을 맞은 것처럼 파르르 떨어 울렸다.

“이 빌어먹을!”

한슨은 배에 박힌 골창을 뽑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배를 긋자 누런 체액이 흥건히 터져 나왔다.

“이 몸이 지옥 구경 시켜주마!”

독수를 뽑아 낸 한슨은 손을 털며 고함쳤다. 흩뿌린 독수가 키메라의 가슴팍을 때렸다.

치이이익!

살이 타들어가고 뼈를 녹이는 독수. 한 방울이면 송아지도 한 줌 혈수로 녹일 끔찍한 독수였다.

“크크크”

한슨의 진한 미소가 섬뜩했다. 수 십년을 몸 속에서 삭힌 독수를 맨 몸으로 받았으니 결말은 뻔했다.

“끄아아악”

철판을 긁는 듯한 거북한 쇳소리가 키메라의 입에서 뿜어졌다. 한슨은 귓청을 울리는 거북한 소리에 인상을 찌푸렸다. 손가락 마디가 저릿저릿하며 온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저 빌어먹을 비명에 음기가 서린 탓이다. 가죽을 녹이고 근육을 가닥가닥 끊어 놓은 독수가 끔찍한 고통을 선사하자 키메라는 참지 못하고 목청을 떨었다.

“크하하! 제깟 놈이 버틸까 보냐!”

한슨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천하에 누가 있어 자신의 독수를 버티랴.

순간 키메라의 배에 그려진 술식이 빛을 토해냈다. 그것을 시작으로 독수에 타들어가던 살덩이가 아물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살이 돋고 녹은 가죽이 생성되며 시뻘건 살덩이를 뒤덮었다.

“이,이런... 말도 안돼!”

쾅!

산양의 뒷다리가 땅을 박찼다. 터질 듯이 조밀한 근육들이 당겨지더니 거대한 악마가 공중을 갈랐다. 그와 동시에 수 백년의 세월을 버틴 고송을 연상케하는 놈의 뿔이 한슨을 겨냥했다.

“비켜!”

마르코였다. 넋을 놓은 한슨이 놈의 뿔에 꿰뚫리기 직전 마르코가 어깨로 한슨을 들이받으며 키메라의 앞을 막았다.

“쿠 타라하!”

촤아악!

짧은 진언 뒤로 마르코의 상체에서 뼈가 튀어나왔다. 늑골이 가슴을 뚫고 날카로운 끝을 세웠다. 굳건히 땅을 받치고 뼈를 뽑아낸 마르코. 몸을 띄운 키메라는 뼈 가시에 몸체를 처박았다. 세상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이상 뼈 가시에 꿰뚫릴 것은 뻔한 일. 하나 마르코의 기대와은 달리 뼈 가시는 놈을 꿰뚫지 못했다. 오히려 너무도 쉽게 부러져 나가자 마르코는 바닥을 굴러야만 했다.

마르코는 똑똑히 보았다. 뼈가시가 가죽을 뚫고 몸에 박히자 몸에 새겨진 술식이 빛나는 것을. 그러자 뼈가시가 순식간에 부서졌다. 무언가 알지 못하는 술법이 펼쳐진 것이 분명햇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내려치며 몸을 세운 마르코.

“한슨! 넌 빠져! 독이 소용 없으면 넌 방해만 돼!”

“흥! 예전의 나인줄 알아? 두 눈 크게 뜨고 보기나 하라고!”

“돼지놈! 걸리적 거리면 네놈 대가리부터 따 주마.”

마르코는 이번에는 제법 긴 진언을 외우고는 땅 속으로 길다란 팔을 박아 넣었다. 땅 속을 헤집던 팔이 뽑혀 올라오자 붉은 빛이 감도는 골창이 뽑혀 올라왔다. 지금껏 쓰던 놈들과는 빛깔부터 달랐다.

마르코가 창을 뽑는 동안 한슨은 갈라진 배 속으로 팔뚝을 집어넣었다. 한바퀴 휘젓더니 이내 손에 들린 것은 뭉툭한 식칼 한 자루였다. 자신의 독을 견디고 머금을 쇠붙이를 몇 년이나 찾았다. 그놈이 한슨의 손에 들린 식칼이었다. 여기저기 홈이 파인 검신이 한슨의 독수를 한껏 머금었다.

한슨과 마르코가 동시에 키메라를 향해 뛰어들었다. 오랜 시간 손발을 맞춘 것처럼 둘의 연수가 제법 어우려졌다.

“으헙!”

마르코의 골창이 키메라의 가죽을 할퀴고 뒤이어 한슨의 식칼이 벌어진 가죽을 헤집었다. 생사를 나눈 벗이다보니 칠 년이 지난 지금도 호흡이 맞아 들어갔다.

긴 팔과 긴 창으로 거리를 점한 마르코가 손을 놀리자 키메라의 온몸이 붉은 피를 쏟아냈다. 그럴때마다 몸에 새겨진 술식들이 빛을 발하며 상처가 빠르게 아물었다.

“크아아악!”

고통보다는 분노에 가까운 포효.

키메라는 왼팔을 들었다. 그러자 어깨 죽지에 새겨진 술식이 빙글빙글 돌며 빛을 뿜었다. 팔꿈치, 손등, 손바닥으로 이어진 술식들이 맞물리며 피를 쏟기 시작했다.

마르코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침을 삼켰다. 익숙한 술법! 너무나 잘 아는 술법이 발동 된 것이다. 뼈를 증식시키고 쇠보다 단단단히 만드는 자신의 특기가 발현되려 했다.

키메라의 손바닥이 찢어졌다. 아가리를 벌린 손바닥에서 하얀 뼈가 자라나기했다.

하얀 뼈! 마르코의 것과 동일한 형태의 골창이 키메라의 손바닥에서 튀어 나온 것이다.

마르코는 식은 땀을 흘렸다. 자신의 술법보다 한 단계 위의 술법이 분명했다. 눈부신 하얀 빛깔이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술법임을 말하고 있었다.

마르코의 온몸에 두른 문신들, 아니 술식들이 아우성쳤다.

저것을, 저 술식을! 어서 빨리 빼앗아 부족한 부분을 채우라고 소리치는 듯 했다.

마르코의 눈빛이 변했다. 반드시 키메라를 죽여야만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쿠 나르하 바르!”

마르코가 양손을 맞잡고 진언을 외었다. 귀화가 일렁이는 눈에서 음울한 기운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순간, 피부를 뒤덮은 술식들이 살아 움직이며 기음울 토해냈다.

까드득! 까드득!

뼈가 피부를 뒤덮었다. 짐승의 털처럼 수북히 돋아난 뼈들이 서로 엉겨붙으며 마르코를 감싸기 시작했다.

기사의 갑주처처럼! 아니, 뼈갑주다!

생명을 담은 것이 피라면 힘을 간직한 것이 뼈다. 독의 게르오르, 망령의 헤르타, 그리고 뼈의 르느할. 한때 르느할의 창이라 불리우던 마르코가 비의를 드러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베른 디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5장 수정했습니다. 15.12.07 177 0 -
공지 연재 주기에 대해서 15.11.18 335 0 -
22 5장. 멸인대 (5) +4 15.12.09 264 6 12쪽
21 5장. 멸인대 (4) +1 15.12.09 254 4 11쪽
20 5장. 멸인대 (3) +2 15.12.07 199 3 12쪽
19 5장. 멸인대 (2) 15.12.07 206 5 7쪽
18 5장. 멸인대 (1) 15.12.07 236 5 16쪽
17 4장. 태동 (4) +3 15.11.25 352 7 9쪽
16 4장. 태동 (3) +1 15.11.24 316 10 11쪽
15 4장. 태동 (2) +1 15.11.23 330 11 13쪽
14 4장. 태동 (1) +1 15.11.22 397 12 8쪽
13 3장. 디그의 던전 (7) +1 15.11.21 417 13 12쪽
12 3장. 디그의 던전 (6) 15.11.20 392 11 9쪽
11 3장. 디그의 던전 (5) +1 15.11.20 427 10 9쪽
» 3장. 디그의 던전 (4) 15.11.20 397 9 11쪽
9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6 10 8쪽
8 3장. 디그의 던전 (2) 15.11.19 381 13 8쪽
7 3장. 디그의 던전 (1) +2 15.11.19 520 13 12쪽
6 2장. 기묘한 일행 (3) 15.11.19 437 14 13쪽
5 2장. 기묘한 일행 (2) +1 15.11.18 426 12 9쪽
4 2장. 기묘한 일행 (1) 15.11.18 518 14 12쪽
3 1장. 깊은 잠을 자다 (3) +1 15.11.18 557 15 9쪽
2 1장. 깊은 잠을 자다 (2) 15.11.18 591 15 8쪽
1 1장. 깊은 잠을 자다 (1) 15.11.18 1,008 2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