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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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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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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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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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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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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장. 디그의 던전 (1)

DUMMY

한슨은 턱살을 긁었다. 세 겹, 네 겹은 접히는 살덩이를 긁으며 일행을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진중한 모습. 상기된 표정 속에 기대감이 보였다. 피겔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들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다.

피겔은 불안한 눈으로 일행들을 살피며 조심히 말을 이었다.

"그렇게 목숨을 붙인 채로 예르나할의 던전에 몸을 숨겼어.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자... 배신자가 된 내 자신이 너무나도 끔찍했다. 믿지 못하겠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시도하기도 했었지."

피겔은 음성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회한에 가득 찬 과거를 말하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 없었다.

"후우... 내가 이곳 예르나할의 던전에 몸을 숨긴 이유는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야. 혹시나 남아 있을 지 모르는 술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너희들처럼 나도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여태껏 숨을 쉬는 이유야."

마르코는 눈을 감고 피겔의 말을 듣고 있었다.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화를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나 몇 년을 뒤지고 뒤져도 나오는 것은 먼지 밖에 없었다. 시발... 술식이 그려진 벽돌마저 남김없이 다 뜯어 갔더군.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살아 갈 유일한 목적이었으니깐... 아무튼 수 년이 지나도록 나는 던전 속을 헤메었지. 그러다 혹시하는 생각에 이 년전부터 땅을 파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그래. 신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땅을 파 내려갔다. 미친 놈처럼 파고 또 파고 그 짓만 반복했지. 그러다! 그러다 발견했어! 그곳을! 아버지가... 아버지가 잠든!"

피겔은 격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입으로 감히 아버지를. 네크로맨서의 왕이자 처음이며 모든 것인 디그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에 휩쌓였다. 비록 초상화 속 모습이긴 하지만 말이다.

"쓰읍."

한슨은 탐탁치 않았다. 피겔의 말이 어느정도 사실이라는 것은 두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믿을 수는 있다. 그래도 초상화 밑에 적혀진 작은 글귀 하나만으로 디그의 던전이라고 믿기는 힘들지 않은가. 자신도 아버지의 수많은 업적과 그때의 영화를 듣고 자랐다. 아버지의 위대함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정신을 차려야한다. 죽은 자가 어찌 산 자를 도울 수 있겠는가. 남겨진 것들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치도 않으며 더욱 중요한 것은 아버지의 던전의 아닐 수도 있다.

"이봐! 정말 아버지의 던전이 맞아? 그저 그림 하나 보았다고 그 곳이 아버지의 던전이 확실한 것은 아니잖아?"

"그렇지, 아버지의 후손이 잠든 곳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근데... 대안이 없잖아. 맞던 아니던 가야만 해."

피겔의 말이 맞았다. 대안이 없다. 그의 말처럼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았는데 굳이 미리 산통을 깰 필요는 없다.

"나 혼자서 도저히 던전을 헤멜 자신이 없었다. 지천에 깔린 술식들을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으니깐."

피겔은 이에르를 빤히 쳐다 보았다. 자신의 주위를 배회하며 주시하는 망령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망령이 일족을 데려오기를 기다렸다. 자신이 본 것을 주인에게 알리면 자신을 찾아 올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 망령의 주인이 이에르라는 것을 몰랐을 뿐이다.

"그래서 기다렸지. 누군가가... 살아남은 형제가 찾아 오기를 말이야. 그것이 자네들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에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때를 기다리며 망령들을 부려 혹시나 살아남은 네크로맨서들을 찾게 했다. 그 덕분에 이렇게 다시 모일 수 있었다.

"피겔. 자네가 보기엔 어떻던가."

피겔은 이에르의 물음에 표정을 굳혔다. 옛 기억 속의 이에르는 정말 끔찍한 늙은이였다. 마르코도 한슨도 무섭지만 이에르만큼은 아니다. 지금의 넉넉한 모습을 과거에는 감히 상상도 못했다. 손에 뭍힌 피만해도 수천은 될 터였다.

피겔은 눈알을 굴리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흙 냄새를 맡았을 때 적어도 오 백년은 되어 보였어. 이곳 예르나할의 던전과 비교해보면... 음, 너무 깨끗해. 까발려진지 오 십년이 지났는데도 이곳엔 귀기가 남아있잖아? 헌데 거긴 아무런 기운도 느낄 수 없었어. 아버지의 그림을 보지 못했더라면 네크로맨서의 던전인지도 몰랐을 거야. 처음엔 사냥개들의 던전인 줄 알았다니깐."

피겔이 말한 사냥개들이란 악귀들에게 붙어 긍지를 버린 미천한 원소술사들을 말하는 것이다.

"흐음..."

이에르는 턱을 쓸었다. 어쩌면 헛물을 켠걸 수도 있다. 하나 그들의 기대대로 아버지의 술법을 한자락도 얻지 못한다 하더라도 언제 냄새를 맡고 쫓아 올지 모를 회색 늑대를 피해 숨는 것도 나름 괜찮을 듯 싶었다. 악귀들을 태운 송아지만한 거대한 회색 늑대. 포효하는 늑대 위에서 할버드를 휘두르는 악귀들을 피해서 말이다.

피겔이 팔 다리를 휘저어 보았다. 어느정도 움직일만한지 몸을 일으켰다.

"나를 따라 와."

피겔이 절뚝이며 앞장 서자 뒤를 따라 일행들도 몸을 움직였다.

피겔이 일행들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던전 깊은 곳, 예르나할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던 그의 침실이었다.

역시 티끌 하나 남지 않은 폐허였다.

"여기로 내려가면 된다."

피겔이 눈짓으로 가리킨 곳은 대충 부서진 돌덩이로 가린 시커먼 구멍이었다.

"여기로 내려가라고?"

한슨이 자신의 배를 쓸어 보이며 피겔에게 인상을 찌푸렸다. 한슨의 덩치로는 도무지 견적이 나오지 않을 구멍이었다.

"대충 구겨 넣어."

마르코는 건조한 음성을 남기고 구덩이 속을 살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어 보였다. 마르코는 갈비뼈를 뽑았다. 구덩이의 벽면에 갈비뼈를 깊게 박았다. 잡고 내려갈 길을 터며 구덩이 속으로 몸을 집어 넣었다.

"그러길래 적당히 처먹어."

뒤를 이어 이에르도 노구를 이끌었다. 한슨은 피겔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먼 곳을 보며 딴청을 부리는 피겔.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한슨도 억지로 몸을 쑤셔 넣었다.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야박한 놈들!"

낑낑대며 한슨마저 구덩이 속으로 사라졌다.

"뒤는 내게 맡겨."

피겔은 일행들이 구덩이 속으로 사라지자 숨을 들이켰다.

"후우웁!"

그러자 흉곽이 산처럼 부풀더니 주위의 공기를 빨아드렸다. 피겔은 몸체가 두배는 부풀도록 숨을 들이키고는 구덩이 속으로 깊은 숨을 뱉어냈다. 일행들이 족히 칠 팔십미터나 되는 구덩이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자신이 입구에서 산소를 공급해야만 했다. 자신을 믿고 뒤를 맡긴 일행들을 향해 열심히 공기를 토해냈다.


쿠웅!

한슨이 발을 딛자 거대한 울림이 광장을 가득 매웠다. 이에르의 망령이 보여준 영상 속 그 곳. 시야에 가득 차는 외경 가득한 광장이 눈 앞에 펼쳐졌다.

"휘유. 직접 보니 진짜 말이 안나오는군."

한슨은 침음을 삼켰다. 압도적인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이에르도, 마르코도 한슨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이었다.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한 채 광장의 정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쿵!

마지막으로 피겔이 천장을 뚫고 바닥에 착지했다. 옷에 뭍은 먼지를 털어내다 석상처럼 굳은 일행을 보고는 자그마한 움직임도 조심스러워졌다.

이에르는 족히 직경 오 십미터는 됨직한 너른 광장의 구석구석을 눈으로 살폈다. 경이로울 정도로 사실적인 조각상들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감히 상상도 못할 끔찍한 흉상들. 갖가지 짐승들을 난잡하게 섞어 놓은 괴물들이 살아 움직일듯한 역동적인 모습이었다.

자세히 보니 조각들의 손에 들려 있는 무구들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었다. 진짜 쇠붙이였다. 얼핏 보아도 먼지만 닦아내면 당장 살을 베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벼려있었다. 그 뿐이랴, 값을 매길 수 없는 보석들이 조각상들을 도배하고 있었다.

"으음..."

하나 이에르가 진정 놀란 것은 조각상따위가 아니었다. 예상외로 너무나도 고요한 기운 때문이었다. 혼을 보는 이에르. 지천으로 널린 떠도는 혼령들이 이곳만은 피한 모양이다. 원귀들이 내뿜는 음의 기운들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자 오히려 경각심이 일었다.

하찮은 자신도 손에 뭍힌 피만해도 수를 헤아리기 힘든데, 아버지 디그라면 말해 무엇하랴. 헌데 그 흔한 원귀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들 절대 경거망동 하지마라.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

이에르의 음성이 다시 한번 일행들의 떨리는 마음을 건드렸다. 이에르는 옷깃을 여미며 걸음을 옮겼다. 혹여 옷깃이 조각에라도 스칠세라 조심 또 조심이었다. 보기만 해도 불길한 흉상이다. 닿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한슨은 연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조각상들을 훓어 보았다. 조각상 하나에 걸친 보석들만 수습하더라도 평생을 놀고 먹을 수 있을 듯했다. 그런 한슨의 마음을 알아차린 이에르가 혀를 찼다.

"쯧쯧, 한슨 정신차려! 널린게 보석이라고. 그런건 나중에 수습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이곳이 안전한지, 누구의 던전인지 알아보는게 우선이야."

이에르의 엄포에 한슨은 입술을 삐죽였다.

"누가 몰라? 쳐다 보지도 못해? 늙어서 잔소리만 우라지게 해대네."

이에르는 혹여 작은 것이라도 놓칠세라 사방을 주시했다.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이 아버지의 던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걸음은 한없이 느리기만 했다. 좌우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들 사이로 움직였다.

한슨은 답답한 마음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가 보았던 영상 속의 피겔은 잘만 돌아다녀도 이렇게 살아 있지 않은가.

"이에르! 좀 빨리 가자고. 이 두더지 새끼는 잘만 돌아다니더만. 겁쟁이처럼 이러기야?"

"저놈은 멍청이잖아. 아무것도 모르고 이곳저곳 헤집는 놈이 미친거지."

가만히 있던 피겔이 한순간에 멍청이가 되어버리자 인상을 찌푸렸다.

한걸음 한걸음에 혹시나 있을지 모를 트랩을 찾기 위해 이에르는 온정신을 집중했다. 공기의 떨림을, 혹은 등 뒤에서 아우성치는 망령들의 소리를 들으려 비지땀을 흘려야만 했다. 음산한 토굴을 지나쳐 피겔이 향했던 굴이 나타났다.

"지금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 절대 아무것도 건드리지마. 특히 술식들은 더더욱!"

이에르는 눈을 빛내며 동굴 입구에 그려진 술식들은 바라보았다. 익숙한 진행. 음기운을 모으는 술식이 분명했다. 땅을 가리킨 고대의 기호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에르는 넋을 놓고 술식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아는 술식과 미묘하게 다르다. 그 차이가 어떤 결과를 발생시킬지 손수 발동시키고픈 욕구가 치밀었다.

이에르는 치미는 호기심을 억누르며 동굴 속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대단하네. 네놈은 이런거 본 적 있어?"

"없다."

한슨의 물음에 마르코가 짧게 대답했다. 들어선 통로는 발 밑부터 머리 위 천장까지 술식들로 가득찬 길이다. 좀체 한걸음 떼기가 쉽지 않았다. 선두의 이에르가 술식들을 보느라 발걸음을 떼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하아암. 지겨워 죽겠군."

지루했다. 대체 몇 시간째던가. 겨우 십 여미터 이동하는 그 짧은 길을 지나는데 서 너시간은 걸린 듯 했다.

마르코도 눈을 빛내며 술식들을 바라보았다. 뼈잡이인 마르코도 기본적으로 술식과 술법에 정통했다. 오로지 독만 뽑아내어 몸속에서 삭히고, 몸 쓰는 법만 익힌 한슨으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었다.

"야, 네놈도 이것들을 알아보겠냐?"

사방의 술식들을 가리키며 한슨이 묻자 피겔은 눈을 꿈뻑이며 대답했다.

"잘은 몰라도 흐름은 잃을 줄 알아. 내가 이래보여도 원소술과 생명술을 두루 익힌 술법사거든."

생과 사를 다루는 생명술을 익힌 술사들이 네크로맨서라면 불, 물, 바람, 대지의 원소술을 익힌 것이 원소술사들이다. 피겔은 대지술과 생명술을 함께 익힌 네크로맨서였다.

"흥! 잘났군, 잘났어."

한슨은 짜증이 치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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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4장. 태동 (3) +1 15.11.24 315 10 11쪽
15 4장. 태동 (2) +1 15.11.23 330 11 13쪽
14 4장. 태동 (1) +1 15.11.22 396 12 8쪽
13 3장. 디그의 던전 (7) +1 15.11.21 417 13 12쪽
12 3장. 디그의 던전 (6) 15.11.20 392 11 9쪽
11 3장. 디그의 던전 (5) +1 15.11.20 427 10 9쪽
10 3장. 디그의 던전 (4) 15.11.20 396 9 11쪽
9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5 10 8쪽
8 3장. 디그의 던전 (2) 15.11.19 380 13 8쪽
» 3장. 디그의 던전 (1) +2 15.11.19 520 13 12쪽
6 2장. 기묘한 일행 (3) 15.11.19 436 14 13쪽
5 2장. 기묘한 일행 (2) +1 15.11.18 426 12 9쪽
4 2장. 기묘한 일행 (1) 15.11.18 517 14 12쪽
3 1장. 깊은 잠을 자다 (3) +1 15.11.18 557 15 9쪽
2 1장. 깊은 잠을 자다 (2) 15.11.18 590 15 8쪽
1 1장. 깊은 잠을 자다 (1) 15.11.18 1,006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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