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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990
추천수 :
233
글자수 :
102,840

작성
15.11.18 15:56
조회
426
추천
12
글자
9쪽

2장. 기묘한 일행 (2)

DUMMY

한슨은 땅 속에서 울리는 알 수 없는 소리에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키자 머리가 흔들렸다. 반가운 벗과 함께 모처럼 술을 퍼마신 탓이다.

하나 지금도 물렁한 살들이 물결치듯 떨리는 것이 술에 취해 착각하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한슨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시체가 수 십은 파뭍힌 이곳 지하창고에 쥐새끼처럼 몰래 들어오는 자가 좋은 뜻을 가진 자일리는 없다. 몸을 모로 새우고 단잠을 자고 있는 이에르를 깨우려 슬며시 손을 뻗었다.

"......!"

한슨은 내뻗던 손을 멈추어야만 했다. 곤히 자는 줄만 알았던 이에르가 눈을 번쩍 뜨고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멍청한 돼지 놈아. 감이 많이 죽었구나."

까드드득!

무언가 비집고 올라 오는 소리. 땅을 헤집는 소리와 섞인 익숙한 기음.

뼈가 맞부닥치는 끔찍한 소리다. 그제서야 한슨의 낯빛이 환해졌다.

"이 시발놈이! 오자 마자 지랄이냐!"

푸학!

땅을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척추의 모양을 한 창이었다. 끝이 날카롭게 갈린 것이 섬뜩함을 자아냈다. 땅을 뚫고 나온 창은 순식간에 한슨의 옆구리마저 뚫어 놓았다.

"크하하하. 빌어먹을 원숭이 새끼 면상을 녹여주마!"

한슨은 배를 관통당한 채로 소리쳤다.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에 고통보다는 오히려 미소가 어려있었다. 배가 뚫린 곳엔 누런 액체가 흘러내렸다.

한슨은 배에 꽂힌 골창을 움켜 쥐었다. 동시에 한슨의 입술 끝이 호선을 그렸다 .골창에서 느껴진 서늘한 기운이 그의 기분을 부풀게 한 것이다. 너무나도 익숙한 기운이다.

촤악!

배에 꽂힌 골창을 뽑아들었다. 독을 충분히 머금은 놈이 싯누런 색을 띠었다.

뼈잡이 마르코. 친우가 지척에 있다. 뼈로 이어 붙인 창을 귀신처럼 휘두르는 용맹한 그가 아니던가. 한슨이 마르코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때 쇳소리가 섞인 거북스러운 음성이 들렸다.

"고름 덩어리 돼지놈아! 그 지랄 맞은 독들은 여전하구나."

한슨은 뒤쪽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꺾었다. 지상으로 이어진 낡은 계단에 강인한 체격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크크큭! 마르코 네놈도 못생긴 면상은 그대로구나!"

검은 피부에 괴상망측한 문신으로 상체를 뒤덮은 사내. 질기고 탄력적인 근육으로 뒤덮인 기형적으로 긴 팔은 땅에 닿을 듯 했으며 앞으로 달려나갈 듯 튀어 나온 하악이 영락없는 원숭이였다.

쿵!

한슨은 다짜고짜 마르코의 이마를 들이받았다. 질세라 마르코도 이마를 들이밀었다.

"시발놈아. 살아 있으면 형님에게 인사부터 해야지. 배때지부터 가르기냐?"

"돼지새끼 육수 맛 좀 보려고 칼질 한번 했다."

깨진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얼굴을 적셨지만 누구 하나 아랑곳 않고 눈을 부라렸다.

괴상한 외양과 합이 맞는 술법으로 예전부터 둘도 없는 사이인 그들이다. 죽은 줄만 알았던 친우의 생사를 확인한 그들은 대면부터 남달랐다.

"이놈이... 이 몸은 보이지도 않는게냐?"

한슨과 장난스런 대화를 나누던 마르코는 콧날을 찡그리며 이에르를 바라보았다.

"크크크, 귀신 부리는 노인네도 정정해 보이는군 그래."

이에르는 마르코의 어깨를 두드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말없이 마르코도 이에르의 굽은 등을 쓰다듬었다.

같은 처지의 그들이, 손가락질 받으며 겨우 목숨만을 연명하던 그들이 칠 년만에 더러운 지하에서 다시 만났다.


네크로맨서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렇게 모인 것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했다. 그만큼 악귀들의 시야는 넓고 빌어먹을 늑대들의 후각은 귀신같이 자신들을 찾아낼 테니깐 말이다. 목슴을 걸고 그들이 다시 모인 이유.

이에르의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쾅!

"그러니깐 두더지 그 배신자 새끼가 살아 있었단 말이지."

낡은 탁자를 후려치며 한슨은 이를 갈았다. 악귀들의 습격에 홀로 모습을 감춘 배신자 피겔. 땅 속을 제 집처럼 드나드는 능력으로 인해 두더지라 불리던 자다. 제 한 몸 살기 위해 일족을 버리고 도망쳤던 더러운 배신자가 살아 있다니.

한슨은 굳은 표정을 한 마르코의 어깨를 툭치며 말을 이었다.

"어쩔거야? 피겔 그놈이라면... 원한이 제일 깊은 것은 바로 너잖아?"

마르코는 입술을 씹었다. 살기가 들끓었지만 그의 서늘한 눈빛이 이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닥쳐. 그딴 배신자 새끼가 살아 있던 죽었던 관심 없다. 이에르... 겨우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모인 것이라면 실망이 클거야."

언젠가는 피겔을 꼭 찾아 죽이리라 다짐했던 마르코다. 그만큼 갚아 줄 원한이 깊었다. 하나 그건 어디까지 개인적인 원한. 자신들을 지하에서 움직이게 만들 이유치고는 너무나 빈약했다. 더군다나 악귀들을 잡아 죽일 기회라는 말로 자신을 부르지 않았던가.

이에르는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일세."

이에르는 손을 등 뒤로 넘겨 허공을 움켜 쥐었다. 어스름한 기운이 그의 손 안에서 요동쳤다. 작은 망령 하나가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래. 나도 피겔따위의 생사는 관심없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놈이 해줄걸세."

이에르는 그 말을 끝으로 눈을 까뒤집었다. 흰자만이 가득한 눈이 검게 물들며 요사스런 기운이 넘실됐다.

"루 사르 루 사아."

진언을 외자 이에르의 손아귀에 붙들린 흐릿한 기운이 점차 형체를 갖추었다. 철저한 어둠에 팔이 돋아나고 얼굴 부근에 눈과 입으로 보이는 형태가 슬핏 갖추어졌다. 망령이 실체를 갖춘 것이다. 이에르는 망령에 의해 검게 물든 손을 놀렸다. 그러자 망령들이 한슨과 마르코의 입 속으로 스르르 스며들었다.

"그놈이 본 것을 자네들도 직접 보게나."


-어둑한 실내. 틈새로 비치는 한 줄기 빛이 실내의 정경을 아수라이 비추었다. 빛이 머문 자리마다 뿌연 먼지들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들추었다.

거대한 공동. 수 백의 조각상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다. 인세에 보지 못한 끔찍한 악마를 형상화한 조각들이 어둑한 실내와 맞물려 지옥을 방불케 했다. 지름 일 미터는 넘는 대리석 기둥들이 천장을 떠받치는 지하 공동.

던전이 분명했다.

공동 중앙 천장에서 자그마한 균열이 일었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시커먼 손이 들락 거렸다. 천장에 뚫고 나온 손이 바삐 움직이더니 제법 큰 구멍을 만들었다. 이내 머리통이 구멍 사이로 쑤욱 튀어나왔다.

얼굴의 절반이 함몰 된 끔찍한 모습. 뒤틀린 얼굴이 꿈에서라도 보기 싫을 정도였다. 고개를 내민 사내는 연신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순간 끔찍한 얼굴을 가진 사내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이내 천장에서 기어나와 벽에 들러붙어 천천히 벽을 탔다. 바닥에 발을 딛고는 절뚝이는 걸음으로 몸뚱이를 옮겼다.

수없이 펼쳐진 조각들의 길을 지나 미로처럼 시커먼 통로가 나타났다. 차마 그 속으로 몸을 밀어넣을 용기가 나지 않는지 지체없이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공동을 배회하며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안전하다 여겼는지 고심 끝에 가장 너른 통로로 이동했다. 끝없이 이어진 길. 대리석 바닥과 반듯하게 깎여진 벽들. 양 옆으로 이어진 길다란 복도의 벽에는 난해한 술식들로 무늬를 넣었다. 익숙하면서도 처음보는 기호들. 사내는 술식들을 넋을 놓은채 한참을 바라보았다.

네크로맨서의 던전이다. 잊혀진 술식들이 분명했다.

사내는 마른 침을 삼키고는 그렇게 발걸음을 옮겼다. 기하학적인 무늬들이 사라지고 이번엔 고풍스런 명화들이 나타났다. 끔찍한 전쟁의 참상을 묘사한 그림부터 역시나 인세에 없을 악마들의 그림들이 이어진 벽이 지나쳐 보였다.

이윽고 커다란 문이 나타났다.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밀었다. 아니 밀려고 했다. 얼어붙은 듯 사내는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그의 눈은 부릅떠졌고 열린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고정 된 곳은 살아 움직일 듯이 생생히 묘사된 그림 한 점이었다.

커다란 문의 바로 옆 벽에 고이 걸려진 그림 한 점. 유달리 커다란 그림을 늦게서야 본 것이 이상할 정도.

흑의의 사내였다. 검은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는 하얀 피부를 가진 사내의 그림이었다. 검은 머릿결. 그보다 더욱 검은 눈동자. 그와 대비되어 피보다 진해 보이는 입술. 아름다운 사내의 그림이었다. 끔찍한 얼굴의 사내는 그 그림에서 눈을 떼질 못했다. 아니!

그의 눈이 바라보는 것은 검은 사내의 초상화가 아니었다. 초상화 아래에 쓰여진 작은 글귀. 그 글귀에 혼을 뺏긴 듯 넋을 놓았다.

사내의 눈동자에 비친 글귀는 바로.

"룬터 반...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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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장. 멸인대 (5) +4 15.12.09 264 6 12쪽
21 5장. 멸인대 (4) +1 15.12.09 254 4 11쪽
20 5장. 멸인대 (3) +2 15.12.07 199 3 12쪽
19 5장. 멸인대 (2) 15.12.07 207 5 7쪽
18 5장. 멸인대 (1) 15.12.07 236 5 16쪽
17 4장. 태동 (4) +3 15.11.25 352 7 9쪽
16 4장. 태동 (3) +1 15.11.24 317 10 11쪽
15 4장. 태동 (2) +1 15.11.23 330 11 13쪽
14 4장. 태동 (1) +1 15.11.22 397 12 8쪽
13 3장. 디그의 던전 (7) +1 15.11.21 418 13 12쪽
12 3장. 디그의 던전 (6) 15.11.20 392 11 9쪽
11 3장. 디그의 던전 (5) +1 15.11.20 429 10 9쪽
10 3장. 디그의 던전 (4) 15.11.20 397 9 11쪽
9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6 10 8쪽
8 3장. 디그의 던전 (2) 15.11.19 381 13 8쪽
7 3장. 디그의 던전 (1) +2 15.11.19 520 13 12쪽
6 2장. 기묘한 일행 (3) 15.11.19 438 14 13쪽
» 2장. 기묘한 일행 (2) +1 15.11.18 427 12 9쪽
4 2장. 기묘한 일행 (1) 15.11.18 518 14 12쪽
3 1장. 깊은 잠을 자다 (3) +1 15.11.18 557 15 9쪽
2 1장. 깊은 잠을 자다 (2) 15.11.18 591 15 8쪽
1 1장. 깊은 잠을 자다 (1) 15.11.18 1,008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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