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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969
추천수 :
233
글자수 :
102,840

작성
15.12.0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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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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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5장. 멸인대 (3)

DUMMY

키나타르 가문에 때 아닌 소란이 일었다. 가내의 모든 눈들이 오로지 한 곳을 응시했다. 하던 일도 멈추고 발걸음 돌렸고 기사들의 땀방울마저 차갑게 식게 만들었다.

까악 까악!

음울한 눈알을 뒤룩이며 까마귀가 낮게 날았다. 퍼덕이는 날개짓 사이로 수많은 인파가 보인다. 까마귀의 검은 눈알에는 수 많은 인파가 웅성이며 너른 연무장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곧 비를 쏟을 듯 어두운 날씨가 까마귀의 고약한 울음 소리와 묘하게 어울렸다.

보름 전, 키나타르 가문에서 용병을 고용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나 소문은 소문일뿐 누구도 진실로 여기지 않았다. 위명이 자자한 철혈의 기사단이 건재하며 여태껏 외인을 받아들인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헌데!

대대적으로 공문이 돈 것이 바로 사흘 전.

헛소문으로 치부하던 이야기가 사실이었던 것이다.

일생일대의 기회.

높은 급여는 차치하고서라도 키나타르 가문이 내건 조건은 절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키나타르 가문에서 검술을 내놓겠다는 것! 험한 칼밥을 먹고 사는 부평초같은 목숨인 용병들에게 쿤 왕국 최고의 가문에서 검술을 가르친다는 조건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비록 겉핥기일지라도 대 가문의 검술을 바로 옆에서 견식할 기회는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쿠도룬의 신상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소문이 알게 모르게 퍼지고 있었다. 쿠도룬의 얼굴을 마지막을 본 게 수년 전이라는 사실은 그 소문에 신빙성을 부여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저 콧대 높은 키나티르 가문에서 용병들을 모집한다니.

무언가 일이 터지긴 터진 모양.

키나타르 가문의 너른 연무장을 빽빽히 모인 인파들. 하나같이 험악하고 각양각색의 복색과 무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그들이 누군인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용병들.

키나타르 가문에서 용병을 모집한다는 소리에 한달음에 달려온 파리 목숨들. 어쩌면 이 자리에서 파리 목숨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경 오백 여명의 인파들이 모였다. 모두들 칼 하나에 목숨을 건 거친 자들. 듣기 껄끄러운 욕설과 제각각의 기형 무기들을 들고 잔뜩 인상을 쓴 용병들이 키나타르 가문의 고요를 깨고 있었다.

저벅 저벅.

일단의 무리들이 대로를 가로질렀다. 가내의 식솔들이 고개를 숙이며 황급히 길을 터주었다. 묵빛 갑주에 아가리를 벌린 사자의 무늬를 새긴 철의 기사들. 갑작스런 소란에 검을 맞대고 땀을 흘리던 기사들이 바삐 걸음을 옮겼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이!”

이윽고 당도한 중앙 연무장에는 자신들의 눈을 의심할 상황이 벌어져 있었다. 높디 높은 키나타르의 의기를 한낱 무지렁뱅이들이 망치고 있었다.

선두에 서 있던 거대한 덩치의 기사가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굳게 움켜쥔 주먹이 활짝 펴진 순간.

수 십명의 묵빛 기사들이 빛살같이 산개하며 용병들을 에워쌌다

“뭐,뭐야!”

“철혈의 기사단! 철의 기사들이다!”

순식간에 무장한 기사들이 자신들을 에워싸자 여기저기서 놀란 음성이 터져나왔다.

하나같이 잔뼈가 굵은 용병들이다. 싸움 실력보다 눈치, 곧 귀가 밝은 자들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쯤은 쉽사리 눈치 챌 수 있었다.

검을 빼든 채 살기등등한 기세를 흩뿌리는 기사들로 인해 삭막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영문도 모른 채, 그저 자신들은 키나타르 가문에서 직접 돌린 공문을 보고 모인 것 뿐이거늘, 자신들을 향해 살기를 흘리는 철의 기사들을 보며 혼란스러워 했다.

선두에서 지휘하던 철의 기사, 휴트는 등에 짊어진 거대한 도끼를 뽑아 들었다.

콰앙!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졌다. 휴트는 도끼를 땅에 박아 놓고는 거대한 덩치를 부풀리며 주위를 쓸어 보았다.

“하찮은 것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소란을 피우는 것이냐! 당장 돌아가라!”

휴트는 목청을 돋웠다. 쿠도룬이 병상에 누워 소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런 참담한 광경을 목도하자 눈이 돌아간 것이다.

그때 휴트의 옆에 서있던 기사가 다가왔다.

“보십시오. 막내 공자의 소행입니다.”

휴트는 구겨진 종이를 건네받고는 빠르게 내용을 훑어보았다. 실소가 터져나왔다.

“이런 미친놈을 보았나!”

키나타르의 이름을 걸고 용병들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더욱 웃긴 것은 쿤돌 직속의 호위부대를 뽑는 다는 것이다.

휴트는 입술을 씹으며 도끼자루를 두드렸다. 자신이 모르는 모종의 일이 벌어진 듯 했다.

“당장가서 킨사르님에게 알리거라. 어찌된 일인지 직접 들어야겠다.”

휴트는 고개를 들어 연무장 중앙에 마련된 단상을 바라보았다. 급조한 티가 역력한 빈 단상을 노려보며 이빨을 갈았다. 아무리 망나니 막내 공자라도 쿠도룬의 직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싫어한다해서 엎어버릴 명분도 이유도 없다.

‘흥! 그렇다고 가만히 두고 볼 수야 없지.’

일단은 어찌 된 일인지 알아보는 게 순서인 듯 했다. 휴트는 검을 뽑아 든 채 용병들과 대치한 철의 기사들에게 눈짓하고는 추이를 지켜보았다.

“아직은 움직이지 마라. 단, 거슬리는 자는 죽여도 좋다.”

웅성 웅성.

휴트의 음성이 크게 퍼지자 소란이 더욱 거세졌다. 기사들에게 내린 경거망동하지마란 명령이 아니라 용병들에게 경거망동하지말라는 경고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연무장 귀퉁이를 돌아나오는 한 인영이 보였다.

휴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며 거친 음성을 돋우었다.

“흥! 철 없는 애송이 자식.”

휴트의 눈이 향한 곳에 검은 의복을 입은 한 사내가 등장하는 것이 보였다. 쿤돌이었다.

쿤돌은 연무장을 쓸어 보며 느리게 걸음을 옮겼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용병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쿤돌은 천천히 마련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용병들의 굳은 눈이 전부 쿤돌에게로 향했다. 모르지 않는다. 키나타르의 막내 공자가 천하의 망나니라는 것을. 또한 자신들을 모집한 이가 바로 저 쿤돌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나같이 굳은 눈으로 쿤돌의 모습을 새겼다. 어찌 되었던 자신들을 거느릴 자이며, 용병이라는 빌어먹을 이름을 버리게 해줄 구세주이니 말이다.

“낄낄, 이놈들아 눈알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구나. 공자님이 아니라 나한테 잘 보여야지.”

그때 괴상한 외양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름살 가득한 백발의 노인, 거기다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가 굽은 꼽추 늙은이였다.

용병들의 눈이 꼽추 늙은이에게로 향했다. 볼품없는 외양의 늙은이가 지팡이를 짚으며 쿤돌 바로 아래, 단상 앞에 섰다. 그리고는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용병들을 처다보았다. 그 모습이 거친 용병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하나 늙은이의 정체를 모르는 이상 쉽게 입을 열기도 애매했다.

늙은 꼽추, 이에르는 무에 그리 즐거운지 연신 히죽거리며 고개를 꺾었다.

얼마만에 밝은 태양아래 고개를 빳빳이 들고 활보했던가. 이 모든 것이 저기 쿤돌의 모습을 한 아버지 덕택이다. 이에르는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으며 용병들 무리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좋구나 좋아. 이 거칠고도 생생한 생명력이 가슴을 뻥 뚫어주는 구나.”

이에르의 쇳소리 섞인 음성이 용병들 사이사이를 누볐다. 멀뚱한 눈으로 미친 노인의 행태를 이빨을 갈며 참는 자가 보였다. 이에르는 용병들 사이를 헤집으며 엉덩이를 툭 차기도, 혹은 지팡이로 쿡쿡 찌르기도 하며 고기덩이를 감별하듯이 비위를 건드렸다.

“에잉, 쭉정이들 천지구만. 건질게 없어.”

“잉! 네놈 뒈질 놈이 여긴 왜 왔누.”

결국 참지 못한 자가 나타났다.

“이 미친 노인네가 죽을려고!”

사내는 칼을 꺼내들며 이에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칼을 높이 세워 들고는 정확히 이에르의 대가리를 향해 휘둘렀다. 거칠게 살아 온 이 답게 이에르의 쉰소리를 참지 못한 것이다.

이에르와 사내의 눈이 마주쳤다. 곧 칼날이 대가리를 빠개놓을 순간에 헤벌쭉 웃는 이에르의 얼굴이 보였다.

“거봐! 자네는 뒈질 운명이라니깐.”

퍼억!

순간 사내의 머리통이 빠개지며 피분수와 잔해를 흩뿌렸다.

“히익!”

불행히도 옆에 있던 탓에 피와 뇌수를 뒤집어 쓴 자들의 혼비백산한 음성만이 정적을 깼다. 이에르는 피를 뒤집어 쓰고도 기분좋은지 휘파람마저 불어재꼈다.

용병들의 눈이 한 곳을 향했다. 거대한 도끼를 던져 사내의 대가리를 날려버린 철의 기사, 휴트를 향했다. 휴트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는 입을 열었다.

“내 말했지? 경고망동하지 말라고. 함부로 칼 빼드는 놈 있으면 대가리를 빠개놓지. 약속 하마!”

그 이후로 아무도 함부로 입을 여는 자가 없었다. 이에르가 자신을 배회하며 헛소리를 하던 혹은 지팡이로 불알을 건드리던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대가리가 날아가는 상황을 목격한지라 간이 쪼그라들었다.

이에르는 용병들 사이를 한바퀴 헤집고는 단상 아래로 향했다. 그리고는 펴지지 않는 허리를 가까스로 한뼘 정도 들고는 겨우 쿤돌과 눈을 맞췄다.

“백명, 목표치는 겨우 맞출 수 있겠습니다.”

쿤돌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는 담담히 말했다.

“걸러라. 백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돌려보내.”

“히힛! 백 명, 지옥행 백 명! 키킥.”

이에르는 손을 돌려 등 위 어딘가를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는 허공을 움켜쥔 손을 입에 넣더니 무언가를 씹기 시작했다. 누구도 그 기괴한 행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내 숨을 깊이 들이쉬더니 가슴을 크게 부풀렸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부릅떠지더니 실핏줄이 터지기 시작했다.

“스으으읍! 하아아아아!”

그리고는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숨결을 토해냈다.

“으으윽! 뭐야! 이 끔찍한 냄새는!”

“콜록 콜록!”

각양각색의 반응이었다. 기침을 심하게 하는 자부터 코를 막는 자, 혹은 갑자기 복통을 느끼고 배를 움켜쥐는 자까지. 그런 반응을 보인 자가 물경 백에 이르렀다. 나머지는 아무렇지 않은지 멀뚱히 서서 이상한 눈으로 고개만 갸웃 거릴 뿐이었다.

“자자! 좋구나 좋아! 거기 너! 너! 너! 그리고 거기 뒤에 너! 킬킬, 네놈들은 망한거라고. 합격이니깐 크크크!”

괴상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격렬한 반응을 보인 자들은 하나같이 합격이란 소리를 들었다. 멀뚱히 서서 지켜보던 자들은 전부 불합격이란다. 대체 어떤 근거로 합불을 가리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합격이란 말을 들은 이도 그렇지 못한 이도 누구하나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해가 안되니깐. 검이라도 휘둘러보고 혹은 하다못해 무거운 바위덩이라도 들어서 힘자랑이라도 해보고 합불을 가린다면 이해라도 가지,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시험을 누가 따르겠는가.

거센 반발이 빗발쳤다. 예상했던 일이다.

여태껏 가만히 서서 지켜보던 쿤돌이 손가락을 들어 가장 반발이 심한 다섯명을 지목했다. 칼을 빼들고 소리치던 자들이다.

“약속한 대로 대가리를 따라!”

쿤돌의 눈이 휴트에게로 향했다.

막내 공자의 명령이었다. 쿠도룬의 직계인 쿤돌의 명령을 거부할 대외적인 명분도 없거니와 자신이 뱉었던 말이기도 했으며 거기다 자신이 원하던 일이기도 했다.

휴트가 손짓하자 연무장을 둘러싸고 있던 철의 기사들 중 다섯이 검을 빼든 채 몸을 날렸다.

단 일수에 머리 하나! 일격에 생명 하나!

퍽!

튀어나갔던 잔상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섯의 머리가 하늘로 비산했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었단 듯이 제 자리로 돌아와 피뭍은 검을 땅으로 휘둘렀다.

후드득!

피가 땅을 적시는 그 순간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으며 누구도 이 곳에 남으려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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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5장. 멸인대 (4) +1 15.12.09 253 4 11쪽
» 5장. 멸인대 (3) +2 15.12.07 199 3 12쪽
19 5장. 멸인대 (2) 15.12.07 205 5 7쪽
18 5장. 멸인대 (1) 15.12.07 235 5 16쪽
17 4장. 태동 (4) +3 15.11.25 352 7 9쪽
16 4장. 태동 (3) +1 15.11.24 315 10 11쪽
15 4장. 태동 (2) +1 15.11.23 330 11 13쪽
14 4장. 태동 (1) +1 15.11.22 396 12 8쪽
13 3장. 디그의 던전 (7) +1 15.11.21 417 13 12쪽
12 3장. 디그의 던전 (6) 15.11.20 392 11 9쪽
11 3장. 디그의 던전 (5) +1 15.11.20 427 10 9쪽
10 3장. 디그의 던전 (4) 15.11.20 396 9 11쪽
9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5 10 8쪽
8 3장. 디그의 던전 (2) 15.11.19 380 13 8쪽
7 3장. 디그의 던전 (1) +2 15.11.19 519 13 12쪽
6 2장. 기묘한 일행 (3) 15.11.19 436 14 13쪽
5 2장. 기묘한 일행 (2) +1 15.11.18 426 12 9쪽
4 2장. 기묘한 일행 (1) 15.11.18 517 14 12쪽
3 1장. 깊은 잠을 자다 (3) +1 15.11.18 557 15 9쪽
2 1장. 깊은 잠을 자다 (2) 15.11.18 590 15 8쪽
1 1장. 깊은 잠을 자다 (1) 15.11.18 1,006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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