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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975
추천수 :
233
글자수 :
102,840

작성
15.11.1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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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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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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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장. 디그의 던전 (3)

DUMMY

불과 수 백년 전. 과거의 네크로맨서는 지금의 처지와는 사뭇 달랐다. 지하와 어둠에 숨어 명맥만을 가까스로 유지하는 지금과는 달리 밝은 태양 아래 고개를 들고 수 많은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지식을 전했었다. 생과 사를 연구하고 세상의 신비를 파헤치는 선지자였으며 탐구자였다. 자연을 닮아 모방하는 것을 목표로 여긴 원소술사들과 달리 자연을 지배하며, 나아가 내부에 모든 원소를 담은 인간을 연구한 것이 네크로맨서들이었다. 죽어가던 부모 형제를 다시 살려내고 잘려진 팔다리를 이어 붙이는 네크로맨서들의 술법은 단순히 태양과 땅을 향해 머리만 조아리던 원소술사들과 비할 것이 아니었다. 인간들의 지배자이자 신앙이 바로 그들이었다.

다시 말해 닮느냐 정복하느냐의 차이가 원소술사들과 네크로맨서들을 갈라놓았다.

누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차이였음에 그들은 반목하다가도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였으나 더는 아니었다. 결국 모든 술사들의 정점에 네크로맨서가 오른 것이다.

시간이 흘러 네크로맨서들은 인간을 연구하는 단계를 지나 통제하고 바꾸려했다. 죽은 자의 혼을 뽑아내고 시체를 일으키는 금단을 행하기도 했다. 그 절정이 바로 키메라였다. 인간과 짐승의 결합. 단순히 팔다리를 섞어 붙이는 정도가 아닌 본질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들이 행해졌다. 인류의 진화라는 명목하에 너무나도 많은 피가 흘렀다. 남녀 노소, 심지어 어린 아이들마저도 뼈와 살을 갈랐다.

그런 흐름을 집대성한 이가 바로 아버지 디그였다.


"놀랍구나... 정말 놀라워."

이에르는 눈앞의 물체에 온 정신을 빼앗겼다. 던전에 발을 디딘 이후 놀람의 연속이었다. 신비롭고 획기적인 술식들에 시선을 빼앗겼으나 이것 키메라는 엄청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디그가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맥이 끊겼다던 수인혼합을 이곳에서 발견하게 되다니.

가만히 키메라를 손으로 쓸자 싸늘한 촉감이 이에르의 흥분을 돋우웠다.

보물! 키메라의 가죽에 새겨진 문양이, 손 끝에 느껴지는 문양의 형태가 그의 피를 들끓게 했다. 잊혀진 술식, 고대의 형태를 가직한 술식의 총화를 쏟아부은 결정체.

보다 못한 마르코가 잔뜩 긴장한 음색으로 말했다.

"건드리지 않는게 좋을 것 같은데..."

이에르는 마르코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키메라를 쓸어보며 중얼거렸다.

"순환 술식인가? 아니야, 그런게 아니야."

이에르는 홀린 듯 손날을 세워 키메라의 살가죽을 갈라 보았다. 쉴새 없이 이곳 저곳을 가르고 잘라보았다.

푸욱!

순간 팔꿈치까지 키메라의 가슴에 박아 넣고는 무언가를 찾는 듯 휘저었다.

"없다! 심장이 없어. 그렇구나! 이 술식이 심장의 역할을 하는 거구나."

마르코는 눈살을 찌푸렸다. 골창을 거머쥔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이에르의 부자연스런 행동에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보다 냉철한 이에르가 어느순간부터 돌변했다. 벽돌 하나 모래 하나도 조심스레 대하던 그가 흥분에 휩싸여 이성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게름칙했다.

고개를 돌려 나란히 누워 있는 키메라들을 둘러 보았다. 광장에서 보았던 석상의 괴물들이 여기 피륙을 덮은채 누워있었다. 인간의 몸과 짐승의 몸. 지옥에서나 볼 법한 악마다. 꺾인 날개에 사자의 갈귀, 산양의 거대한 뿔. 늑대의 주둥이를 가진 이놈들은 인간의 모습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거기다 피부 구석구석까지 빽빽하게 채워넣은 술식들이 그 기괴함을 더욱 공포스레 만들었다.

"마르코! 저 미친 노인네를 말려야 되는거 아냐?"

한슨의 좁은 눈동자가 불안스레 떨리는 것이 겁먹은 기색이 역력했다. 그런 한슨의 뒤틀린 심사에 기름을 붙고 있는 피겔이었다.

"이 시발놈아 숨지말고 나와. 재수없게 뒤에서 얼쩡거려?"

한슨의 커다란 덩치에 숨은 피겔이 고개만을 내민채 대답했다.

"내,내가 땅 파는 재주말고는 없어서... 자네들은 그래도 제 한몸 건사할 능력이라도 되지. 이번만 봐주게."

"이 시발..."

한슨은 피겔의 뒷덜미를 낚아챈채 마르코의 옆으로 슬쩍 다가왔다.

"저것들... 죽은 것 맞지? 무언가 계속 불안한 것이 영 찝찝하단 말이야."

"......"

한슨도 마르코처럼 묘한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한편 이에르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키메라를 해체했다. 가슴을 가른것도 모자라 키메라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들러붙은 근막을 뜯어내자 시뻘건 고기덩이만이 남았다. 그의 표정은 진중하기만 했다. 순간 바삐 놀리던 손을 멈추고는 경외에 찬 눈으로 손에 들린 가죽을 일행들에게 펼쳐 들었다.

"보게. 이것을! 얼마나 놀라운가!"

이에르의 격정에 찬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는 키메라의 가죽을 뒤집어 바닥에 넓게 폈다.

키메라의 가죽 뒤편. 근막과 맞닿은 뒤쪽에는 빼곡히 적힌 기호들이 적혀있었다. 감히 누가 있어 피부를 벗겨내고 그 뒤에 술식을 그린단 말인가.

수 백년을 썪지 않고 형체를 간직한 키메라. 겉에도 모자라 피부 뒤편, 드러난 근육들 하나하나에 새겨진 술식들의 경이로움에 이에르는 흥분에 몸을 떨었다. 지식의 총화를 쏟아 부은 이 키메라야말로 보물이다. 끊임없이 피를 돌리고 피 속의 잠력을 끌어낼 순환과 증폭의 술식들 모든 원소들의 내성과 폭발적인 힘을 담은 술식. 이에르가 대략 알아 본 것들만 해도 이정도다. 아직 수 백개나 되는 기상천외한 방식들의 술식들이 널려있다. 분명 뼈를 발라내어도 술식들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이에르는 감히 눈을 떼지 못하고 술식들을 붙잡고 시름했다.


***


모든 이들이 음의 기운들을 부리는 네크로맨서들의 술법과 술식들이 저주받을 악마의 것이라 손가락질했다. 그런 술법을 부리는 술사들을 악마의 종이며 현신이라 침뱉고 욕했다. 죽어 마땅할 존재들.

절대 아니다.

생기를 채우고 죽어 빠져나간 혼을 붙잡아 두는 고귀한 술법들이며 사특하고 삿된 기운을 뽑아내어 인체를 청정한 처음으로 돌리는 신비한 술식들이다.

이에르의 그런 믿음과 신념은 처절하고 지독했다.

언제부터 였을까. 일족이 악마의 종으로 낙인 찍히고 그늘에 숨어 고개를 떨구고 살아야 했던 때가.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것은 어찌보면 필연이다. 비록 방법이 끔찍하긴 하나 그 대의까지 지탄받을 것은 아니다. 이에르 자신의 손에 묻은 피는 자신이 죽어 지옥 끝에서 참회할 것이다.

단 한번도 일신의 쾌락과 욕심으로 인간의 뼈와 살을 가른 적은 없다. 한명의 죽음과 바꾼 실험으로 수천의 인간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자신이 짐을 지겠다 생각했다.

모든 일족의 마음이 그러했다. 과거에는 그런 일족의 길을 모두가 우러러 보았다.

악귀 놈들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에르의 호흡이 가빠졌다. 눈에 뻗친 실핏줄이 터질 듯 맥동했다. 자신의 피묻은 손이, 수 백의 망령을 짊어진 자신의 꼬부라진 등이 절대 악마의 그것만은 아니란 것을 기필코 증명하고 싶었다.

인간의 가면을 쓰고 피를 빠는 악귀들.

루안 국의 공작가 놈들을 기필코 찢어 죽이고 인두겁을 쓴 짐승들의 정체를 낱낱이 밝히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 눈앞에 놓인 키메라를 철저히 해체하고 분석하여 복수의 밑거름으로 삼아야만 했다.

이에르는 시간이 없음을 알았다. 늙고 약해지는 육체를 억지로 붙잡고는 있으나 그 시간이 많지 않음을 깨달았다.

초조했다.

그런 찰나에 피겔에게 붙여둔 망령이 돌아왔다. 엄청난 정보를 가진 채로.

살아남은 동료들을 모아 이곳에 발을 디뎠다. 사방에 가득한 외경을 목격하자 더욱 초조해졌다. 시간이 없음을 한탄했으며 너무 늦게 주어진 기회가 야속했다. 엄청난 술식들과 술법들, 눈앞의 키메라들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릴터였다.

그런 초조감이 이에르를 다급하게 만들었으며 그로인해 시야가 좁아진 것이다.

등 뒤의 망령들의 조용한 흐느낌을 이에르는 초조함에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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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장. 멸인대 (5) +4 15.12.09 264 6 12쪽
21 5장. 멸인대 (4) +1 15.12.09 254 4 11쪽
20 5장. 멸인대 (3) +2 15.12.07 199 3 12쪽
19 5장. 멸인대 (2) 15.12.07 205 5 7쪽
18 5장. 멸인대 (1) 15.12.07 236 5 16쪽
17 4장. 태동 (4) +3 15.11.25 352 7 9쪽
16 4장. 태동 (3) +1 15.11.24 315 10 11쪽
15 4장. 태동 (2) +1 15.11.23 330 11 13쪽
14 4장. 태동 (1) +1 15.11.22 396 12 8쪽
13 3장. 디그의 던전 (7) +1 15.11.21 417 13 12쪽
12 3장. 디그의 던전 (6) 15.11.20 392 11 9쪽
11 3장. 디그의 던전 (5) +1 15.11.20 427 10 9쪽
10 3장. 디그의 던전 (4) 15.11.20 396 9 11쪽
»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6 10 8쪽
8 3장. 디그의 던전 (2) 15.11.19 380 13 8쪽
7 3장. 디그의 던전 (1) +2 15.11.19 520 13 12쪽
6 2장. 기묘한 일행 (3) 15.11.19 437 14 13쪽
5 2장. 기묘한 일행 (2) +1 15.11.18 426 12 9쪽
4 2장. 기묘한 일행 (1) 15.11.18 518 14 12쪽
3 1장. 깊은 잠을 자다 (3) +1 15.11.18 557 15 9쪽
2 1장. 깊은 잠을 자다 (2) 15.11.18 590 15 8쪽
1 1장. 깊은 잠을 자다 (1) 15.11.18 1,006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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