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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968
추천수 :
233
글자수 :
102,840

작성
15.11.21 08:03
조회
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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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2쪽

3장. 디그의 던전 (7)

DUMMY

"이 빌어먹을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냐?”

그 모습에 한슨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올랐다. 위험할때 등을 보이는 것은 동료가 아니다. 역시 믿을 놈이 못되는 것이다.

"히익! 한슨!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칼을 뱃가죽에 비비며 피겔의 목을 따려던 한슨. 한슨은 하얗게 질린 피겔의 표정을 보았다.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한슨은 말을 잇지 못했다. 피겔의 다음 말이 한슨의 말문을 막히게 한 것이다.

"키메라! 키메라들이 몰려 오고 있어! 도망쳐야 돼!"

"무, 무슨 소리를...!"

"수십! 수십이 넘는 키메라가 몰려 온다고!"

피겔의 외침에 일행은 사위를 둘러보았다. 하나 어떠한 낌새도 느낄 수 없었다.

"멍청이들아! 발 밑이라고!"

피겔이 사색이 된 얼굴로 발로 땅을 찼다. 피겔이 발을 구르자 쩌적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갈라졌다. 그 틈으로 엄청난 음의 기운이 느껴졌다. 한슨의 얼굴도 피겔처럼 하얗게 질렸다.

"시발... 여기가 지옥이었어..."

한슨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난 음의 기운이 땅 속에서 뿜어졌다. 저기 쓰러진 키메라보다 더 짙고 음울한 기운이 넘실댔다

이에르는 감히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똑똑히 보았다. 땅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키메라들을. 수십마리의 끔찍한 악마들이 몸을 드러냈다. 누구보다 먼저 마르코가 골창을 거머쥐고 키메라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



디그는 하품을 했다. 그렇게 자고도 아직 잠이 쏟아졌다. 무척이나 지루한 하루였다. 그의 기분을 알았는지 모처럼 공기를 마시며 흥분하던 망령들도 몸을 사렸다.

디그는 턱을 괴고 침상에 걸터앉았다. 수백년의 시간이 흘렀건만 변한게 없다. 과거 자신을 찬양하고 따르던 한심한 족속들과 자신의 잠을 깨운 놈들이 하는 짓거리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얼마나 멍청한가. 써먹지도 못할 하찮은 키메라를 앞에 두고 낑낑대는 꼴이란...

자신을 따르던 한심한 네크로멘서들. 자신의 술식 하나, 권능 하나를 배우기 위해 꼬리치던 개들. 그때의 버릇을 아직도 답습하고 있는 불청객들이 너무도 한심했다.

뭐부터 물어보아야 할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디그는 다시 한번 하품을 하고는 나른한 어투로 말을 했다.

"살아남은 인간들은 얼마나 되지?"

디그의 말에 이에르의 고개가 들렸다. 고통에 절규하던 그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수십의 키메라들에 둘러싸여 몸을 뜯기던 이에르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양쪽에 붙어 자신의 팔을 뼈째 으스러뜨리는 와중에 멀어져가던 의식을 깨운 것이다. 갖가지 짐승들의 외형들이 지옥의 악마들이 현신한 것 같은 키메라들. 헌데 그중에 한마리가 말을 했다. 인간의 말을 말이다.

"살아 남은 인간들이... 얼마나 되느냐."

침상에 앉은 디그가 재차 물었다. 그러자 디그와 망령으로 연결된 키메라가 디그의 음성을 그대로 뱉어냈다.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디그의 음성이 키메라의 거북한 쇳소리로 울렸다.

그래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디그가 손가락을 펴며 누르는 시늉을 했다. 키메라가 손톱을 세우며 이에르의 가슴을 짓눌렀다.

"커억!"

이에르가 고통에 머리를 흔들자 흉물스레 뽑혀 신경다발에 매달린 눈알이 대롱거렸다. 남은 한쪽 눈으로 눈앞의 키메라를 노려보았다. 고통도 고통이지만 키메라가 인간의 말을 뱉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찌 인간의 말을..."

디그는 짜증이 일었다. 말이 겉돌고 있다는 것이 무척 귀찮은 것이다. 이래서 먼지 같은 지식을 쌓은 놈들이 싫다. 죽음을 앞둔 와중에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궁금증을 가지다니. 한심했다.

디그는 양손을 들어 허공을 감싸고는 손가락을 움찔거렸다.

그러자 키메라의 양손이 이에르의 머리통을 감싸고는 손가락을 깊이 박았다. 손등에 새겨진 술식이 희미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말을 하는 것보다 기억을 뽑아내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다.

"으으윽!"

이에르는 눈알을 까뒤집으며 피눈물을 쏟았다. 반쯤 벌린 입에서 허연 거품도 쏟아냈다. 이에르의 머리통을 들쑤시는 키메라의 손끝이 이에르의 뇌신경 한올을 건드렸다. 수많은 정보와 영상들이 폭포수처럼 디그에게로 전달되었다.

"시발놈들아... 그냥 죽여라..."

사지를 벌린 채 대자로 뻗은 한슨이 핏물 섞인 음성을 토했다. 사지에 뼈창들이 몸을 뚫고 땅 깊숙히 박힌채로 말이다. 누런 침을 흘리며 먹잇감을 바라보는 맹수의 그것처럼 키메라들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가 지옥이다. 마르코도 피겔도 모두 같은 모습. 온몸이 뜯긴채로 땅에 박힌 처참한 모습들. 피겔은 죽었는지 미동도 없었다. 유독 발악이 심했던 마르코는 가슴에 커다란 창이 하나 더 박혀있었다. 실낫같은 숨결이 그의 상태를 말해주었다.

부푼 기대를 안고 발을 디딘 곳이 이런 지옥인줄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리 허망하게 죽으려고 여태껏 숨어 살았단 말인가. 원통헀다. 복수를 하지 못하고 이렇게 죽으려니 너무나 억울했다.

"커어억!"

한슨은 날카로운 손톱이 두개골을 뚫고 뇌를 파고드는 이물감을 느끼며 몸을 떨었다. 저기 키메라 하나가 이에르의 머리를 헤집는 것처럼, 자신을 내려다보던 키메라도 손을 뻗은 것이다.

한슨은 두눈을 질끈 감았다. 어서 빨리 고통이 끝나기만을 빌고 또 빌었다. 악귀들에게 살을 뜯기던 그때의 공포보다 수천배는 더한 공포가 온몸을 휩쓸었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뇌를 녹일것 같은 고통 한슨은 게거품을 토했다. 뭍에 던저진 생선처럼 펄떡이던 한슨 두 눈에는 붉은 피와 섞인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디그는 불청객들의 머릿속에서 뽑혀진 기억들을 찬찬히 음미하며 보았다. 한참을 미동도 않고 영상들을 보던 디그. 지루한 영상들에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어릴적 기억들이 지나가고 그토록 원하던 영상들이 스쳐 지나갔다. 평생을 바쳐 만들어낸 자식같은 신인류들의 모습들. 자신의 맥을 이은 네크로맨서들을 찢어발기는 용맹스러운 모습들을 보며 디그는 희열을 느꼈다. 불바다 속에서 늑대들에게 몸을 뜯기는 네크로맨서들이 보였다. 회색 늑대... 아마도 자신들의 피를 먹였는지 송아지만한 크기의 늑대들이 사방을 들쑤셨다. 회색 늑대를 타고 거병을 휘두르는 압도적인 자식들의 위용을 보며 디그는 미소지었다. 장성한 자식의 모습을 바라보는 아비의 얼굴처럼. 대견함에 뿌듯했다.

저놈들은 늑대를 기초로 베른의 뼈와 살을 받아들인 놈들이다. 베른의 피부와 머리칼을 받은 자식들과 베른의 피를 심은 자식들과는 다른, 오로지 힘과 살육에 미친 광기만을 기른 자식들이다.

디그는 자식들이 네크로멘서들을 산채로 뜯으며 포효하는 모습에서 감동마저 느꼈다. 그가 바랬던 모든 것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어떠한 술식들도 두꺼운 가죽을 뚫지 못했으며 저기 할버드에 두른 오러는 모든 것을 가를 힘이 깃들었다. 술식으로 움직이는 키메라따위는 비교할 수 없는 그 자체로 완성 된 새로운 종족이다. 디그는 숨죽이고 이어지는 영상들을 바라보았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미쳐 날뛰는 자식들을 하나하나 뜯어보았다. 그가 평생을 바친, 베른의 육체를 섞어 만든 자식들을 보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한참을 몰두하며 영상을 보던 디그는 무언가 거북한 장면에 시선을 멈추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장면들이 지금 펼쳐지고 있었다.

뚱보 네크로맨서가 인간들 틈에 섞여 사는 모습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그런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인간들의 모습들이!

"어... 어떻게 아직 인간 세상이 건재하단 말인가... 무언가... 무언가 잘못되었다."

자식들의 뇌에 인간에 대한 끝없는 적의를 심어놓지 않았던가. 그들의 먹이라고 인식시켜 놓은 인간들의 세상이 아직 건재하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식들을 풀어 놓은지 삼백년이 지났다. 그정도 시간이면 인간들을 부리며 최상위 포식자로서 인간을 짓밟고 그들의 우월함을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신인류임을 증명해야 했다. 헌데... 어째서!

무언가 놓친 것이 없는지 디그는 다시 이에르의 기억을 더듬었다. 지나간 기억들을 되돌렸다. 네크로맨서들을 살육하는 장면들이 다시 이어졌다. 순간 디그는 아스라이 들리는 자식들의 말소리를 듣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놀란 마음에 다시, 다시 또 다시 들어보았다. 분명히 들리는 말소리.

"크르르! 아버지를 찾아라! 아버지의 냄새! 그의 체취가 뭍은 모든 놈들을죽여라! 아버지! 크허어엉! 내 몸을 찢어 놓고 주무르던 아버지를 찾아라. 복수 하리라! 치욕을 씻으리라!"

그렇다. 자식들은... 아니, 신인류는 자신을 찾고 있었다. 아버지인 자신을 죽이려고...

베른... 신이라는 아버지에게 복수를 원하던 그. 베른의 피와 살이 섞인 신인류도 아버지에게 복수를 원하고 있었다. 바로 디그 자신을 향한 복수를.

디그의 입술이 부들부들 떨렸다. 생각지도 못한 전개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자식들이 아비에게 칼을 들었단 말인가. 완벽했다. 그의 계획대로 베른의 소원대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 생각했다. 신인류를 만들고 신이 되었다. 이제 그가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라 생각했었다. 유일한 벗을 죽음에 이르게 했으니 자신도 그의 뒤를 따르고 싶었다.

죽음!

삶의 목표를 잃고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건만...

"크큭! 크하하하하!"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 감히 자신에게 복수를 논하다니. 육체를 만들고 생명을 심어 준 자신에게 말이다.

디그는 한참을 웃었다. 너무나 재밌는 상황에 미친 듯이 웃었다.

"크크큭, 네놈들이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만들어 주었구나."

디그는 옛 기억을 끄집어 냈다. 배를 가르고 장기를 주무르던 기억들. 술식을 새기고 지우기를 무한히 반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고통의 절규들 사이로 원한에 이빨을 갈던 신인류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자신은 아버지임과 동시에 수많은 실험으로 죽음의 벼랑으로 밀었던 장본인이기도 했다.

디그는 흥분했다. 죽음을 갈구하던 그가 삶의 목표가 생겼음에 흥분했다.

그의 실험은 끝난 것이 아니다. 자식들이 진정한 신인류의 자격이 있는지 알아야 했다. 만약 자격이 없다면 폐기처분을 해야 한다.

그 자격이란.

"이 몸을 죽여라. 나를 죽이고, 구인류의 모든 것인 나를 넘어보아라!"

디그 자신이 죽음으로 증명하는 것이었다.

권태에 찌든 디그의 얼굴에 생기가 감돌았다. 업의 끝은 성취감을 주었으나 허무함도 주었다. 평생을 매달린 대업을 이룬 디그에게 그 허무함은 너무도 컸다. 삶의 목표를 상실한 그에게 새로운 시작이란 그 무엇보다 기다리던 것이기도 했다.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디그는 가슴을 부여잡고 희미하게 웃음을 보였다. 베른도 원하고 있다생각했다. 자식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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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5장. 멸인대 (5) +4 15.12.09 264 6 12쪽
21 5장. 멸인대 (4) +1 15.12.09 253 4 11쪽
20 5장. 멸인대 (3) +2 15.12.07 198 3 12쪽
19 5장. 멸인대 (2) 15.12.07 205 5 7쪽
18 5장. 멸인대 (1) 15.12.07 235 5 16쪽
17 4장. 태동 (4) +3 15.11.25 352 7 9쪽
16 4장. 태동 (3) +1 15.11.24 315 10 11쪽
15 4장. 태동 (2) +1 15.11.23 330 11 13쪽
14 4장. 태동 (1) +1 15.11.22 396 12 8쪽
» 3장. 디그의 던전 (7) +1 15.11.21 417 13 12쪽
12 3장. 디그의 던전 (6) 15.11.20 392 11 9쪽
11 3장. 디그의 던전 (5) +1 15.11.20 427 10 9쪽
10 3장. 디그의 던전 (4) 15.11.20 396 9 11쪽
9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5 10 8쪽
8 3장. 디그의 던전 (2) 15.11.19 380 13 8쪽
7 3장. 디그의 던전 (1) +2 15.11.19 519 13 12쪽
6 2장. 기묘한 일행 (3) 15.11.19 436 14 13쪽
5 2장. 기묘한 일행 (2) +1 15.11.18 426 12 9쪽
4 2장. 기묘한 일행 (1) 15.11.18 517 14 12쪽
3 1장. 깊은 잠을 자다 (3) +1 15.11.18 557 15 9쪽
2 1장. 깊은 잠을 자다 (2) 15.11.18 590 15 8쪽
1 1장. 깊은 잠을 자다 (1) 15.11.18 1,006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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