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徐萬秀 님의 서재입니다.

베른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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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수
작품등록일 :
2015.11.03 19:34
최근연재일 :
2015.12.09 22:4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8,985
추천수 :
233
글자수 :
102,840

작성
15.11.20 11:53
조회
427
추천
10
글자
9쪽

3장. 디그의 던전 (5)

DUMMY

허리를 세우고 검은 눈알을 굴리는 이에르는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했다. 한슨과 마르코가 키메라를 상대로 예상외로 분전하고 있었다. 평생을 지하에 숨어 숨만 쉬고 있었던 것이 아님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처럼 저들도 복수를 갈망하며 뼈를 깎는 수련을 했으리라.

마르코의 움직임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민했으며 술식을 펼치는 흐름도 더욱 노련해졌다.

한슨도 마찬가지. 예전의 한슨은 몸을 쓰는 것을 천하게 여겼었다. 그럴 것이 그의 독수를 누가 있어 버티겠는가. 하나 저주 받을 악귀들은 달랐다. 두꺼운 피부를 한슨의 독이 녹이지를 못했다. 그런 악귀들에게 살아남기 위해 어설프나마 몸을 놀리는 법을 익힌 한순이었다. 가죽을 잘라내고 그 속에 독을 뿜는다면 분명 악귀들도 버티지 못할테니 말이다.

그들의 세월이 얼마나 처절했을지는 지금의 몸놀림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한슨! 비키라니깐!”

공간을 찢어 발기며 짓쳐 들어오는 하얀 골창이 한슨의 어깨를 뚫어 놓았다. 놀란 마르코가 뼈 가시를 뽑아 키메라의 골창을 때려 궤적을 바꾸지 않았다면 대가리가 뜯겨 나갔을 것이다.

“크으으윽!”

한슨은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으로 신음했다. 하나 어깨가 덜렁거리는 와중에도 눈빛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개놈아! 이거나 처먹어라!”

한슨은 덜렁거리는 팔을 휘젓자 붉은 피가 쏘아졌다. 단순히 뱃가죽을 갈라 뽑아 낸 독수가 아닌 본신의 피를 말이다.

“크아아악!”

독수에 살점이 녹아 들어가자 키메라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타들어가는 것보다 더욱 빨리 새살이 돋았다.

“악귀보다 더한 새끼잖아!”

한슨은 입술을 씹었다. 독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면 자신은 큰 쓸모가 없다. 악귀들에게 처절하게 당하고 뼈저리게 느꼈던 절망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암담함이 밀려 들었다.

사실 한슨의 독이 전혀 소용없지는 않았다. 육체를 복원하는 순간에 찰나의 빈틈이 보였다. 찢어지고 뜯긴 몸을 메우는 동안, 육체를 움직이는 술식들 중 일부에는 음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마르코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우웅!

붉은 골창의 끝이 파르르 떨리며 기음을 토해냈다. 한슨의 귀에도 똑똑히 들릴 정도의 큰 소리였다. 혼신의 힘을 실은 골창이 울음을 토함과 동시에 눈부신 광휘가 터졌다.

파악!

굵은 다리가 땅에 상처를 내며 마르코의 몸뚱이가 키메라를 향해 짓쳐 들었다. 몸을 복원하는 동안 생긴 그 짧은 틈이면 마르코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쿠 타르난 바아”

땅을 뚫고 튀어나온 뼈가 키메라의 발목을 관통하며 움직임을 봉쇄했다.

푸아아악!

광휘를 머금은 골창이 키메라의 어깨를 뚫었다. 가슴을 뚫을 찰나, 키메라의 하얀 골창이 마르코를 향해 휘둘러졌다. 비록 느려졌다하나 감히 눈으로 쫓기 힘들 속도였다. 고개를 꺾으며 골창을 흘린 마르코. 그로인해 내지른 팔이 흔들렸다. 가슴이 아닌 어깨로 만족해야 했다.

마르코의 팔 근육기 꿈틀대며 부풀었다. 그러자 골창이 회전하며 관통력에 절삭력을 더했다.

“크아아악!”

키메라의 포효가 다시 한번 던전을 떨어 울렸다.

이번에는 분노보다 고통에 가득 찬 포효였다.

어깨 죽지가 뚫리고 왼팔이 떨어져 나갔다. 웅크린 키메라가 잘린 어깨를 부여잡고 고통에 신음했다.


이에르가 살펴 본 저 키메라는 감히 상상도 못할 술식들의 집합체였다. 인간의 몸에 수 십가지가 넘는 짐승들을 섞은 키메라의 육체가 붕괴되지 않고 저렇게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경이 그 자체였다. 오랜 시간을 썪지 않고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놀라운데 저 복부에 새겨진 술식이 뽑아내는 생명력은 감히 상상도 못할 방식이었다.

이에르의 눈에 욕심이 어렸다. 망령이 키메라를 깨운 것이라면 자신의 망령도 저 키메라를 차지하지 못할 것도 없다.

이에르의 손을 뻗자 망령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생전 이름있는 기사, 하나 결국 타락하여 동료를 죽인 배신자. 어렵사리 이놈의 시체를 빼돌려 혼을 뽑던 기억이 떠올랐다. 며칠을 고생했던 놈이다.

이에르는 손에 들린 망령을 향해 입김을 불었다. 음기가 가득 찬 숨결을 받은 망령은 고통과 쾌락에 동체를 부르르 떨었다.

이에르의 눈이 기회를 노렸다. 한슨과 마르코가 틈을 만들어 주기를 참고 또 참았다. 혹여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동료가 목숨을 잃는다면 평생을 후회할지도 몰랐다. 하나 어쩔 수 없다. 늙을 수록 목숨 욕심은 커져만 갔다. 또한 지식에 대한 욕망도 나날이 커져갔다.

자신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다. 어쩌면 여생의 실마리가 저 키메라의 몸에 숨겨져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이에르는 눈을 빛내며 기다렸다. 한슨의 어깨가 꿰뚫리자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순간 마르코의 골창이 키메라의 팔을 뜯어 놓는 것이 보였다.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이에르의 손짓에 숨결을 머금은 망령이 슬며시 키메라를 향했다.

“잠시 멈춰!”

이에르의 음성에 마르코는 내지르던 골창을 급히 회수했다. 단 일수면 저 키메라의 대가리를 쪼갤 수 있는 상황이다. 팔을 잃은 놈은 눈에 띄게 동작이 느려져 있었다. 수 백개의 술식들이 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복원 술식만이 잘린 어깨를 매우려니 다른 술식들이 급격히 힘을 잃은 것이다.

“시발! 누구는 모가지 걸고 싸우고, 누구는 뒷짐지고 구경만 하더니 이래라 저래라야? 마르코! 당장 저 새끼 대가리를 날리라고. 지금이 기회야.”

마르코는 이에르를 바라보았다. 일단은 이에르의 말을 들어보는 것이 먼저인듯 했다.

“빨리 말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저놈을 산산조각 낼 것이다.”

이에를 황급히 말을 이었다.

“지금껏 본 바로는 저놈은 불량품이다. 술식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너무나 균형을 이루었단 말일세.”

“너무나 균형을 이루었다라...”

마르코는 이에르의 말을 곱씹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르의 말뜻을 파악한 것이다. 그도 이에르만큼은 아니더라도 술식이라면 조예가 깊었으니 말이다.

균형. 듣기엔 좋은 말이나 술법에 있어서는 좋은 뜻이 아니다. 한쪽으로 조금만 치우치면 금방 무너져버리니깐. 저 키메라가 그러했다. 몸에 상처가 생겨 복원 술식에 무게추가 기울어 버리니 다른 술식들이 제 기능을하지 못하고 느려졌다. 그로인해 놈의 팔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마르코가 짧게 말했다.

“균형이 아니라 비율이지.”

이에르는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상대와 말이 통하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

이에르가 말을 이었다.

“지금 저 놈을 일으키는 것은 망령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가슴에 새겨진 술식에서 망령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다지 강한 놈처럼 보이진 않는군.”

“망령이라.... 크큭, 그렇군! 욕심이 날 만도 해.”

마르코는 이에르의 뜻을 알아차렸다. 시체를 일으키고 썪은 짐승을 부리는 이에르의 능력을 마르코는 숱하게 보았다. 수 천의 썪은 군대를 부리는 헤르타 지파의 이에르 아니던가.

엄밀히 보면 저 키메라도 다르지 않다. 시체처럼 부리지 못할 것도 없다. 그리만되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다.

“뭔 개소리들이아? 사람 말을 해.”

한슨만이 무슨 소린지 몰라 어리둥정했다.

“쿠아아아악!”

우르르릉!

엄청난 키메라의 단말마의 비명!. 이에르의 망령이 키메라의 몸 속으로 스며듦과 동시에 터져나왔다. 가슴 부위에서 희끄무레한 망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여태껏 키메라를 부린 놈이다. 그렇다면 이에르의 망령이 키메라를 차지한 것일까?

이에르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실패다...”

이에르의 망령이 키메라의 몸뚱이에 들어앉아 음기를 흘려보냈다. 시체를 일으키던 대로, 썩은 짐승을 부리던 대로 말이다. 하나 결과는 달랐다. 가슴의 술식이 일그러졌다. 그로인해 모든 술식들이 깨져나갔다. 이에르의 망령은 단순히 기운만을 흘리고 몸뚱이를 차지할 줄만 안다. 미묘한 술식들을 제어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었다.

“쿠아아악!”

술식이 깨졌다. 수 백년을 붙잡아 둔 육체가 급격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천륜을 무시하고 역행한 대가를 한 순간에 지불해야만 했다. 키메라의 거센 몸부림에 땅을 할퀴었다. 손톱이 뜯겨나가고 살점이 사방으로 튀었다. 하나 껍데기의 고통따위는 혼이 찢기는 고통과는 비교할 수가 없었다. 키메라의 모든 구멍에서 피가 쏟아졌다.

피는 생명력.

생명력을 뿜어내고 난잡하게 이어붙인 육체를 붙잡을 술식들이 깨졌다. 펄떡이던 육체가 단말마의 비명을 끝으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키메라의 몸에서 터져버린 음기가 던전을 울렸다.

우르릉!

미세한 진동이 느껴질만큼 강한 음기의 파동에 일행은 신음마저 흘렸다. 거센 파도처럼 음기는 대기를 통해 널리 퍼져나갔다.

사방으로, 그리고... 더욱 깊은 지하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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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5장. 멸인대 (3) +2 15.12.07 199 3 12쪽
19 5장. 멸인대 (2) 15.12.07 206 5 7쪽
18 5장. 멸인대 (1) 15.12.07 236 5 16쪽
17 4장. 태동 (4) +3 15.11.25 352 7 9쪽
16 4장. 태동 (3) +1 15.11.24 317 10 11쪽
15 4장. 태동 (2) +1 15.11.23 33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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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3장. 디그의 던전 (7) +1 15.11.21 417 13 12쪽
12 3장. 디그의 던전 (6) 15.11.20 392 11 9쪽
» 3장. 디그의 던전 (5) +1 15.11.20 428 10 9쪽
10 3장. 디그의 던전 (4) 15.11.20 397 9 11쪽
9 3장. 디그의 던전 (3) 15.11.19 356 10 8쪽
8 3장. 디그의 던전 (2) 15.11.19 381 13 8쪽
7 3장. 디그의 던전 (1) +2 15.11.19 520 13 12쪽
6 2장. 기묘한 일행 (3) 15.11.19 437 14 13쪽
5 2장. 기묘한 일행 (2) +1 15.11.18 426 12 9쪽
4 2장. 기묘한 일행 (1) 15.11.18 518 14 12쪽
3 1장. 깊은 잠을 자다 (3) +1 15.11.18 557 15 9쪽
2 1장. 깊은 잠을 자다 (2) 15.11.18 591 15 8쪽
1 1장. 깊은 잠을 자다 (1) 15.11.18 1,008 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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