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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 각성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2.11.29 18:49
최근연재일 :
2023.03.02 12:00
연재수 :
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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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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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1,874

작성
23.02.0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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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영원한 갈망의 마법사(1)

DUMMY

마법이 너무나 좋았다.


스스로 마법사의 하인을 자처할 만큼.


어깨 너머에서라도 훔쳐 배우고 싶어, 무작정 마법사를 찾아가 하인이 되기를 간청했다.


한참을 엎드려 간청하는 자신을 내려다보던 늙은 마법사는 자신의 몸에 노예의 낙인을 새겨주었다.


마치 귀한 것을 하사하는 것과 같은 근엄한 표정으로.


5년을 노예로 살았다.


늙은 마법사는 5년을 노예로 살아온 자신에게, 죽기 직전에야 자신의 마법서를 넘겨주고서는 자신을 비웃어주었다.


“백 날, 천 날을 익혀봐라. 마나의 재능을 타고나지 못한 네놈은, 고작해야 가장 밑의 단계가 한계일 것이다. 너의 젊음을 질투한다. 너에게 마법서를 건네준 이유는 너의 절망을 보고 싶은 내 치졸한 노욕이다. 마음껏 익히고, 절망해라.”


그 말을 남기고 그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마지막까지 지독히도 끈적한 질투의 눈빛을 보내던 두 눈을 뜬 상태로.


운이 좋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그날이 가장 운이 좋은 날이었다고 자신 할 수 있었다.


5년의 인생을 바쳐 얻어낸 마법서를 품에 안고, 미친 듯이 울었다.


그리고 자신은 마법사가 되었다.





자신이 수발을 든 늙은 마법사는 괴팍하고 신경질 적이었다.


실력도 고작해야 3단계 중반에 불과했지만, 단 하나는 누구보다 뛰어났다.


바로, 남의 재능을 알아보는 능력.


그가 공언한대로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이 도달한 곳은 고작해야 1단계였다.


품속의 마법서에 적혀있는 마법이라고는 고작해야 10여 가지뿐이었지만, 그마저도 자신이 직접 쓸 수 있는 마법이라고는 단 두 가지뿐이다.


그래도 자신은 좌절하지 않았고, 언젠가는 다가올 그날을 위해서 온갖 상상들과 직접 몸으로 체득한 마나 이론들을 접목하여, 새로운 마법 체계와 수많은 마법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서클 마법이라는 새로운 마법 체계와 수없이 많은 1서클 마법들이 자신의 손에서 만들어져, 그 신비를 자신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들보다 더욱 더 많은, 자신이 사용할 수는 없는 마법들이 자신의 손에서 탄생했다.


비록 자신의 경지가 낮아 실제로 사용해볼 수 없었지만, 틀림없이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운명은 가혹하게도 자신에게 충분한 시간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자신의 젊음을 질투한 늙은 마법사의 추잡한 감정이 무색하게도, 자신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니.


대륙의 모든 인간들에게 남은 시간이 부족해졌다.


처음 던전이라는 것이 발견되고, 고작해야 1년.


그 1년 사이에 대륙에 존재하던 다섯 개의 왕국과 한 개의 제국이 무너졌다.


마지막 남은 변방의 왕국 하나만이 인류가 이땅에 살았다는 것을 증거하고 있을 뿐이었다.





대륙의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신은 고작해야 1서클 마법사이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수많은 마법들은 고작 1서클 수준이 아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마법들을 모든 마법사들에게 공개했다.


처음에는 고작해야 1단계 주제에 무슨 마법이고 신비냐며 비웃었지만, 내 서클 마법 이론들을 보게 된 고위 마법사는 그 진위 여부를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인류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마법사들의 마법 경지는 그대로였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마법들의 위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고, 효율적으로 변했다.


그 마법의 위력에 힘입어 인류는 다시 영토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꿈같은 나날이었다.


자신이 이론으로만 만들어냈던 마법들을 모든 마법사들이 직접 사용하며, 자신의 서클 마법의 이론이 맞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그렇게 대륙에 새로운 질서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황제와 귀족은 사라지고, 마법의 서클이 새로운 계급으로 대두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질서는 새로운 분란을 일으킨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다.


파벌이 나뉜 마법사들 간의 전쟁이 벌어졌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목 놓아 부르짖었지만, 자신의 역할은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두려워한 각 파벌들의 수장들 중의 누군가, 혹은 전부가 사주한 암살자에 의해 습격을 받았다.


자신은 고작해야 1서클 마법사지만, 세상에서 가장 강한 1서클 마법사다.


암살자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허무함을 느낀 자신의 감정 때문에 인류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결국 남은 것은 이 마법서 한 권 뿐이구나.’


이제는 필요가 없어진 마법서이지만, 자신의 비루한 시작을 잊지 않기 위해 평생을 품안에 가지고 다녔던 늙은 마법사의 마법서 한 권만이 여전히 자신과 함께 해주었다.


그렇게 인류를 구원했지만, 인류에게 버림받은 1서클 마법사는 조용히 사라졌다.


그리고 인류 최후의 도시가 몬스터들의 손에 무너진 그 날.


최후의 생존자가 된 1서클 마법사는 허무를 마주하게 되었다.


- 너 최후의 인류이자, 인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은 마법사야. 선택을 하거라. 최후의 인류로서 죽을 것이냐. 어둠을 받아들여 타락한 채로 살아갈 것이냐.


삶도, 죽음도 자신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한 가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어둠을 받아들여 타락을 한다면, 내 마법 경지를 올릴 수 있는 것입니까? 언제까지고 마법을 연구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까?”


그저 마법을 더 연구하고 싶었고, 자신이 만든 마법들을 직접 사용해 보고 싶었다.


- 너들은 내 종속이 되어, 영원한 시간 속에 박제되어 살아갈 것이다. 너 중에 하나는 분명히 어떤 인류도 가보지 못한 경지에 너의 발자국을 남길 것이다. 그러나 너는 그 성장을 잊을 것이다. 그리고 네가 이루어낸 성장에 대한 기억만 남을 것이다.


“어쨌든 성장은 가능하다는 것이군요. 좋습니다. 타락하겠습니다.”


- 언제나 선택은 스스로가 하는 법. 너의 선택을 존중한다. 너는 이제부터 영원한 갈망의 마법사다.





대부분의 세상에서 자신들은 침공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던전을 숨겼다.


누군가가 먼저 자신의 던전을 찾아내지 않는다면, 던전의 주인으로서, 허무의 종속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들은 자신을 배신한 인류로부터 숨어살던 때처럼, 던전에서 숨어살며 마법을 만들고 스스로 그것을 익혔다.


던전은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수하이자, 종속들을 만들어 준다.


그러다 종속이 늘어날 수 있는 한계까지 늘어나면, 던전 밖으로 종속을 내보낼 수가 있게 된다.


그러나 자신은 종속들을 철저하게 통제하며, 던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단속했다.


모든 것은 자신의 마법 연구를 위해서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던전은 던전의 주인인 자신에게 신비로운 힘을 선물해 준다.


탈피.


낡은 몸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어느 세상의 자신인지는 모르지만, 그 누군가가 처음 탈피를 한 날.


천형과도 같던 1서클을 넘어서, 2서클이 되었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던전을 뛰쳐나가, 2서클 마법을 난사했다.


그러다 다른 던전의 주인들이 대륙의 모든 인류들을 몰살하게 되자, 자신의 몸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자신이 쌓았던 경지에 대한 기억만을 가진 채로.


지독한 갈망만을 간직한 채로.


자신이 분명히 올라섰던 그 경지에 대한 기억은 자신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또 다른 세상에서의 자신은 다른 던전의 주인들을 자신의 손으로 잡아 죽이기 시작했다.


인류가 살아남는다면, 자신의 경지도 영원토록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언제나 인류는 최악의 선택을 한다.


던전에 들어가면 각성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몬스터의 형질을 받아들이게 되고, 허무의 노예가 된다.


인류는 그들 스스로 던전으로 걸어 들어가 허무의 노예가 되었고, 자신들을 구원해줄 열쇠인 각성자들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잡아 죽였다.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올라선 각성자들의 횡포를 견디지 못해서였다.


그렇게 몇 번째 자신의 경험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높은 경지까지 올랐던 세상에서의 자신은 인류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끝이나 버렸다.


그게 지금의 자신보다 더 먼 미래의 일인 것인지, 한참을 앞선 기억인 건지는 모르지만, 그 기억들 때문에 자신은 은둔을 선택했다.


은둔은 자신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식이다.


그나마 가장 오랫동안 마법 연구를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숨어 지내며, 계속해서 마법 연구만 하던 차에, 자신의 던전을 훔쳐보는 존재를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던전을 발견한다며,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던전의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그것은 던전 주인으로서의 의무였다.


한 번도 탈피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면 상관이 없었을 테지만, 벌써 다섯 번의 탈피를 끝낸 자신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번 생에도 마법의 끝을 보는 것은 힘들겠구나.’


우연히 발견했다기 보다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 한 것으로 보였다.


‘하아.. 던전을 나가고 싶지 않아 방치한 내 잘못이지.’


자정에 리젠 된 개체 중에 하나가 빠져나간 것을 느꼈지만, 그 하나 때문에 던전이 들킬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놔두었는데, 그것이 들켰나보다.


그렇게 잠시 자신의 나태함을 후회하며, 자신의 던전을 살펴보던 생명을 살펴보았다.


‘마법? 이곳에도 마법사가 있었구나!’


자신이 보기에도 세련된 방식의 생명체 조종 마법이다.


생명체에게 호감을 주는 마법의 알고리즘과 마나의 공명을 이용한 정보 전달 방식이 꽤나 흥미로웠다.


‘이 호감을 주는 마법은 생명체의 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구나.’


자신은 오로지 마나의 현상과 마법 발현에만 특화된 존재라서 이런 종류의 마법은 정말 신비했고, 부러웠다.


마법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들이 발전해야만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에 호기심이 솟아났다.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한계와 독학의 한계가 이런 곳에서 들어나게 된다.


부러웠다.


정말 미치도록 부러웠다.


이정도 경지에 오른 그의 신체가 부러웠고, 타락하지 않은 그 고결함이 너무나 부러웠다.


자신은 어느새 자신의 젊음을 질투하던 늙은 마법사가 되어 있었다.


그의 마나를 추적하여 그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그와 마주하며 말을 했다.


“나는 어둠에 굴복한 비겁한 마법사다. 타락하지 않은 마법사야. 정말로 부럽구나. 너의 그 찬란한 인생을 그대로 두고 싶지만, 내가 짊어진 천형과도 같은 의무는 어쩔 수가 없구나. 지금 너를 만나러 가마.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할 일들을 서둘러 하거라. 내 그 정도 아량은 있느니라.”


느껴지는 후배 마법사의 경지로는 절대 넘볼 수 없는 벽 너머에 자신이 서 있다.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더 젊고 재능 넘치는 후배 마법사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에게 호의를 베풀어주었다.


비록 자신이 강제로 던전을 벗어난다면 그의 경지는 두 단계는 떨어지게 되겠지만, 동급만 되어도 자신을 이길 마법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 후배는 자신을 이길 수가 없다.


그런 자신의 아량에 후배 마법사는 입을 열었다.


- 올 때, 아이템이나 SP 많이!


"그게 무슨 말이더냐? 아이템? SP?"


- 아재요. 어느 시대 사람인거요? 모르면 그냥 후딱 오기나 하셔. 알아서 아이템이나 SP는 챙길 테니까.


후배 마법사의 도발에 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다리거라. 내가 해가 지기 전에..”


- 가려했지. 너와 내가 있던 그 언덕 풍경 속에~


저속한 도발인지 뻔히 알고 있지만,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만큼 자신의 질투심과 갈망은 자신의 단단한 이성으로도 붙잡을 수 없을 만큼 거대했으니까.


자신의 종속들과 골렘을 데리고, 던전을 나섰다.


“여전히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구나.”


던전을 나선 자신의 눈에, 너무나 아름다운 석양이 펼쳐져 있었다.


아무리 많이 보았어도 절대 질리지 않는 풍경이다.


수없이 많은 세상들의 자신들 중에서는 이 노을을 너무나 사랑해서, 몇날 며칠을 한 자리에 멈춰 서서 노을만 지켜보던 자신도 있다.


그렇게 잠시 붉게 물든 세상을 두 눈에 담은 다음, 좌표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마나의 막. 벡터 부여. 좌표 입력. 인원 설정.’


마나의 막으로 자신들을 보호하고, 벡터를 부여했다.


그리고 현재 좌표와 도착해야할 좌표, 행성의 크기와 자전 속도를 계산하여 마법을 실행했다.


“공간 도약.”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이기에, 금세 도착할 것이다.





“비상! 샛별 부장은 마창 기사단 데리고, 원래 있던 은신처로 긴급히 대피하세요. 블린이가 호위해.”


“네!”


“네. 삼촌!”


다행이도 샛별씨는 별다른 의문 없이, 바로 아이들을 수습해서 자리를 떠났다.


블린이도 샛별씨와 아이들의 호위로 보냈다.


‘분명히 나보다 훨씬 높은 경지의 마법사다.’


최소한 자신보다 두 단계는 높은 경지의 마법사로 보였다.


물론 자신은 아이템들과 칭호들의 힘으로 5서클 이상의 능력을 보일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다.


같은 계열의 힘을 사용하는 대상들 간의 경지 차이는 변수를 만들어내기 너무나 힘들기 때문에, 경지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놈의 심리를 예측하고 허를 찌르는 전략이다.


‘오늘 내가 가진 모든 SP를 사용한다.’


바람 속성을 이용해 진공 상태로 만들고, 단절 마법으로 진공 상태를 유지시켰다.


그리고 SP로 구매한 그것을 중앙에 놓고, 홀드 마법으로 붙들어놓았다.


아무리 진공 상태라고 하더라도 공기 입자들이 아예 없을 수는 없으니, 오래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놈이 올 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겠지.


마지막으로 놈에게서 느껴졌던 마나의 파장을 스위치로 만들어 놓았다.


‘잘 되어야 할 텐데.’


생각대로만 된다면 오히려 쉽게 해결이 될 수도 있지만,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두 번째 대비책도 세워놓아야 한다.


‘그나저나, 내 박복한 인생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구나.’


산책나간 블린이가 발견한 몬스터 한 마리가 이리도 큰 사건으로 되돌아올지는 상상도 못했다.


생각해보면 항상 그랬던 것 같다.


온갖 사건들이 자신을 따라 다니는 것 같다.


‘나중에 시간나면 푸닥거리라도 한 판 해야 하려나? 아니면 러시아의 샤먼을 찾아가서 점이라도 봐달라고 할까?’


그렇게 실없는 생각을 하며, 강적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지하 공동에 기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곳이구나. 열려라.’


후배 마법사의 마나가 검붉은 흙 아래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갈라지는 대지] 마법을 사용해 땅을 갈라내자, 숨겨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왔어?”


그곳에는 후배 마법사의 마나를 품고 있는 새 한 마리가 얌전히 앉아있었다.


“뭘 하는 것이지? 나를 도발 해놓고 정작 본인은 자리에 없구나. 겁쟁이인 것이냐?”


겁쟁이냐고 말은 했지만, 그럴 리는 없다.


마법사들은 대부분 높은 지능 수준을 가진 대신에 편협했고, 모든 현상에 대한 높은 호기심은 적에 대한 두려움조차도 넘어선다.


드높은 이성으로 냉철하게 판단하여, 자신의 희생이 필요한 경우에도 거침없이 그렇게 행한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전투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어떨 때는 야만 전사들보다도 더한 광기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 바로 마법사다.


그런 마법사가 전장에서 이탈하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죽거나, 전략을 구사하거나.


“그냥. 시간 끌려고.”


“도망갈 시간 말이더냐?”


“그렇게 생각해주면 고맙고.”


저 말투는 경지에 이른 자신의 부동심도 흔들 정도였다.


“집요한 마나의 추적자.”


후배의 마나를 추적해보니, 의외의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응? 내 던전으로 가는 것이더냐?”


“알아냈어? 궁금한 게 있어서 가는 거야.”


“무엇이 그리도 궁금한 것이더냐?”


오랜만에 가지게 된 지성체와의 대화라서 그런지 흥미가 생겨났다.


어차피 후배의 경지로는 자신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도 시도해 보게 하고 싶었고 후배가 생각한 돌파구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도 생겨났다.


그리고 궁금하다는 것이 마법 관련한 것이라면 더 없이 좋을 것 같다.


누군가와 마법에 대해 토론을 하는 것만큼 즐거운 유흥은 없으니.


“던전 있잖아.”


“던전?”


“오랫동안 던전을 방치하면, 보스도 더 강해지고 몬스터들도 더 많이 리젠되잖아?”


“그렇지.”


“그런데 내가 보스룸을 완전히 박살낸 적이 있었거든?”


“그래서?”


“그 다음에 나온 보스 몬스터가 더 약해졌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던전에는 수명도 있잖아. 던전 벽을 많이 부수면, 던전의 수명이 줄어들더라고.”


“이런!”


후배 마법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미쳐있었다.


“네놈의 던전을 완전히 박살내면, 네놈의 경지가 내려갈까? 어느 정도나 던전을 박살내면, 던전이 사라질까? 궁금하지 않아?”


“공간 도약!”


“아! 잠시만!”


“무언가. 빨리 말을 하시게.”


“선물 주려고. 꺼어어..억.. 어우 느낌 이상해.”


놈의 말을 전하던 새가 조그마한 무언가를 토해냈다.


“이건 뭐지?”


무언가를 세상과 단절시키고 있는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마나 파장과 공명을 시작하며, 단절 시켰던 무언가를 세상에 풀어놓았다.


“반물질이라고 들어봤어? 쌍소멸이라고 알려나 모르겠네? 내가 이 양전자 0.1g을 사느라고 가지고 있는 SP를 몽땅 다 썼다. 죽어버리고 SP 몽땅 내놔!”


만나서는 안 될 물질들끼리의 만남은, 곧이어 거대한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콰아아아아앙!!!]


힘겹게 평탄화 작업을 했던 지하 공간의 열배에 달하는 구덩이가 새로 만들어졌다.


작가의말

몇 번 더 폭발 시키면, 지구 내핵까지 들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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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영원한 갈망의 마법사(3) +4 23.02.06 2,375 65 17쪽
68 영원한 갈망의 마법사(2) +6 23.02.04 2,405 61 16쪽
» 영원한 갈망의 마법사(1) +4 23.02.03 2,478 59 18쪽
66 레인보우 리자드 던전 +4 23.02.02 2,501 63 17쪽
65 관념 +6 23.02.01 2,588 65 17쪽
64 고블린 마을(2) +6 23.01.31 2,621 62 16쪽
63 고블린 마을(1) +6 23.01.30 2,750 65 16쪽
62 북한 진입(2) +8 23.01.28 2,853 71 19쪽
61 북한 진입(1) +4 23.01.27 3,173 63 19쪽
60 노예 +7 23.01.26 3,213 82 19쪽
59 히드라 +5 23.01.25 3,286 71 19쪽
58 경매 +3 23.01.24 3,480 76 17쪽
57 5서클 +11 23.01.23 3,574 82 18쪽
56 5서클 마법사를 위한 던전 +7 23.01.21 3,666 79 15쪽
55 고블린 대전사 +5 23.01.20 3,678 73 21쪽
54 마무리 +5 23.01.19 3,866 73 18쪽
53 전후처리 +7 23.01.18 3,908 93 17쪽
52 습격(2) +12 23.01.17 4,002 84 19쪽
51 습격(1) +4 23.01.16 4,102 85 18쪽
50 5등급 던전 +8 23.01.14 4,560 92 21쪽
49 슬라임 +3 23.01.13 4,482 93 19쪽
48 멸망한 세상의 대마법사. +5 23.01.12 4,784 99 19쪽
47 허무의 종속(2) +7 23.01.11 4,569 100 21쪽
46 허무의 종속(1) +5 23.01.10 4,737 93 21쪽
45 저주받은 헌터 +5 23.01.09 4,947 98 19쪽
44 마나하트 +6 23.01.07 4,927 115 16쪽
43 흑염룡 +6 23.01.06 4,844 97 20쪽
42 학원 제휴 +4 23.01.05 5,342 99 17쪽
41 일회성 던전 공략(2) +11 23.01.04 5,289 96 17쪽
40 일회성 던전 공략(1) +6 23.01.03 5,419 10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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