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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생활 님의 서재입니다.

마법사로 각성하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은퇴생활
작품등록일 :
2022.11.29 18:49
최근연재일 :
2023.03.02 12:00
연재수 :
96 회
조회수 :
548,155
추천수 :
10,137
글자수 :
721,874

작성
23.01.06 19:00
조회
4,843
추천
97
글자
20쪽

흑염룡

DUMMY

[현아! 절대 이쪽으로 오면 안 된다! 엄마랑 수민이 잘 부탁해.]


“아버지!!”


전화기를 붙들고 소리를 질렀지만, 이미 끊겨버린 전화기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빨리! 빨리!”


다시 아버지의 전화로 통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아무런 신호도 가지 않았다.


기지국에 문제가 생겼거나, 전화기가 부서졌거나 한 것 같았다.


“제길!”


황급히 지하실에서 튀어나와, 대마법사의 로브를 착용하고는 마법을 시전했다.


“비행!”


그렇게도 배우고 싶었고 배우자마자 사용해 보고 싶었던 마법이었지만, 이런 식으로 사용하게 될지는 몰랐다.


여기에 눈에서 빔만 쏠 수 있다면 완벽했을 텐데, 눈알 빔을 완성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비행마법만 먼저 사용하게 되어버렸다.





던전 웨이브.


요즘 들어 갑작스럽게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지만, 나와는 크게 관계없는 일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물론 던전 웨이브 중에 하나는 내가 수습을 했기 때문에 전혀 관계없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내 지인이 그것도 아버지가 던전 웨이브에 휘말릴 줄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제발!’


파주의 하늘을 날아가는 내 속도는 일반 자동차의 속도에는 못 미쳤지만, 대신에 장애물의 방해 없이 일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집에서 자동차를 타고가면, 2시간은 걸리는 곳에 있는 부천시에 아버지의 공장이 있었다.


2시간은 너무나 긴 시간이다.


머릿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던 군인들의 모습이 아버지의 얼굴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더 빨리! 제발!’


급박한 내 마음과 관계없이, 내 머리는 본능적으로 비행 마법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내 마나를 쪼개 날려 보내는 거구나.’


대지 자석 마법은 대지에 존재하는 마나들을 쪼개서 상대방의 몸에 고정을 시키고, 그로인해 발생하는 인력을 이용하는 마법이다.


그것과 비슷한 원리인 비행 마법은 내 몸 안에 있는 마나를 쪼개, 내가 날아갈 방향에 투사하고 고정 시키는 마법이었다.


쪼개진 마나는 하나로 합쳐지고 싶어 하는 인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내가 날려 보낸 내 마나는 홀드 마법의 원리로, 허공의 한 지점에 고정되어 있다.


그러니 고정된 내 마나를 향해 내 몸 안에 존재 하는 마나들이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게임에서는 비행마법의 습득 조건에 홀드 마법이 10레벨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현실에서는 습득 조건 없이 습득은 가능했지만, 기반이 되는 스킬의 레벨이 낮으면 마법에 대한 이해도도 당연히 떨어지게 된다.


‘그러면 투사하는 마나의 양을 늘리면, 속도는 올라갈 것이다.’


[비행이 2레벨로 상승합니다.]


속도가 빨리지는 만큼, 내 몸의 균형은 점점 더 잃어가고 있었다.


‘크윽! 틀어진 곳은 마나를 분사해서 균형을 잡는다.’


[비행이 3레벨로 상승합니다.]


왼쪽 팔꿈치 부분으로 마나를 분사하니, 다시 균형을 잡기 시작했다.


‘마나를 굳이 허공에 고정시킬 필요가 있나?’


마나를 더욱 먼 곳으로 날려 보내기 시작하자,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멀리 날려 보낼수록 더 빨라졌다.


다만 허공에 멈춰서거나, 급박한 전투의 순간에 회피를 하기 위해서는 간격 조절이 필수일 것 같았다.


[비행이 4레벨로 상승합니다.]


속도가 빨라지는 대신, 비행 자세를 잡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마나를 뭉쳐서 날려 보내니, 자세 제어가 힘들다. 내 몸과 일대일 대응이 되도록 해 보자.’


온몸의 마나들을 일정하게 분포하도록 선정해,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 날려 보냈다.


[비행이 5레벨로 상승합니다.]


그러자 내 몸이 안정을 되찾았다.


내 눈에 보이는 마나로 이루어진 내가 먼저 자세를 취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내 몸이 그 위치에 도착해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비행이 6레벨로 상승합니다.]

[비행이 7레벨로 상승합니다.]

[비행이 8레벨로 상승합니다.]

...


그렇게 비행 마법이 12레벨이 되었을 때, 부천 시내의 상공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비행 속도는 스포츠카의 최고 속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콰아앙!! 쾅!!]


[두두두두두!!]


“크허허허헝!!!”


온갖 폭발음과 총성, 몬스터들의 괴성이 한데 어우러져 들려오고 있었다.


3미터 정도의 크기인 근육질의 몬스터는 6등급 최강인 오우거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 오우거들의 숫자는 미친 듯이 총기를 난사하고 있는 군인들의 숫자를 훌쩍 뛰어 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군인들의 진영은 이미 모조리 붕괴되어 있었고, 소수의 군인들끼리 건물과 건물 사이를 오고가며, 시가전을 벌이고 있었다.


아버지의 공장 근처 상공에서 잠시 멈춰 서서,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공장에 진입하기 전에 주변의 오우거들부터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어그로를 끌어주면 다른 사람들은 안전해 질 거야.’


하늘에서 바라본 부천 시내의 모습은 아수라장이었다.


인간의 두 배에 가까운 크기의 괴물들인 오우거들은 전투 감각을 타고난 천부적인 전사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능까지 있어서, 오히려 더 폭력적이었고 파괴를 즐겼다.


수많은 오우거들이 주변 건물들의 벽을 부수고 문을 뜯어내며, 숨어있는 사람들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 비명을 지르는 인간을 발견하면, 팔과 다리를 잡아들고 뜯어내며 웃고 있었다.


너무나도 혐오스러운 장면이었다.


‘오우거는 4대 속성에 내성이 높다. 그리고 전기 속성에도 어느 정도 내성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내 머리는 냉정하게 판단하기 시작했다.


마치 컴퓨터에서 관련 자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서 오우거의 속성과 약점에 대한 정보가 튀어나와 오우거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얼음 속성을 이용하고, 마법 경로는 하늘에서 내리꽂는다!’


최대한 주변에 피해가 가지 않는 공격 루트가 머릿속에서 조합이 되고, 어느새 내 옆에는 수없이 많은 아이스 에로우들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6등급 오우거를 단번에 죽이는 것은 어렵다. 내가 할 일은 다른 헌터들이 오기 전까지 오우거들의 시선을 잡아 놓는 것이다.’


손을 휘저으니, 목표로 한 오우거들에게 얼음 화살들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곡선으로 무릎 관절을 노린다!’


건물들 사이에 있는 오우거의 무릎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건물들을 부수며 공격을 하는 방법외에는 각도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에로우의 몸통에 돌기들이 하나씩 생겨나자 기묘한 회전을 시작하며, 오우거의 정수리와 어깨를 피해 오른쪽 무릎에 정확히 타격을 가했다.


스킬 분석실에서 코치들과 같이 만들어낸 돌기를 이용한 곡선 비행이었다.


[쩌저적! 쩍!]


오우거의 무릎에 정확히 명중한 아이스 에로우의 촉이 부서지며, 안쪽에 압축되어 있던 얼음 속성 볼이 순식간에 튀어나와 주변을 얼리기 시작했다.


‘다섯 발씩이면 충분해!’


오우거들마다 한 개에서 10개까지 다양한 숫자의 에로우들을 날려 보내, 효과를 눈으로 확인했다.


내 두뇌는 모든 정보들을 순식간에 조합해 최적의 숫자를 도출해 내었고, 내 육체는 무의식적으로 마나를 움직여 적절한 숫자의 아이스 에로우들을 오우거들에게 배정하기 시작했다.


[쉬아아악!! 쉬악! 쩌저적! 쩍!!]





“으아아아!!”


도로가에 주차되어 있는 택배 차량 안에서 벌벌 떨고 있던 배송 기사가 눈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오우거를 보며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 소리를 들으며, 오우거는 오히려 히죽 웃어주었다.


“안 돼!! 살려주세요!!”


아무도 자신을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너무나도 간절하게 ‘살려 달라’ 외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웃고 있던 오우거는 그 거대한 손을 내밀어 택배 차의 문짝을 그대로 뜯어내 버렸다.


그리고 그 끔찍한 손은 택배기사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마치 더 크게 비명을 질러보라는 듯이 아주 천천히.


[쉬아아악!! 쩌저저적!]


“크허허헝!!”


끔찍한 오우거의 비명이 들려오고, 택배기사의 눈에는 자신을 노리던 오우거가 괴성을 지르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지 않았거나, 전혀 생각지도 않은 각도에서 공격이 오지 않았다면 충분히 피해낼 공격이었지만, 눈앞에서 비명을 지르며 떨고 있던 인간에 너무 심취한 대가는 오우거의 얼어붙은 오른쪽 무릎이었다.


그 사이에 택배기사는 반대쪽 차문을 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그러나 택배기사는 거대한 공포 때문에 자신이 왜 차량 안에서 벌벌 떨고 있었는지, 순간적으로 망각해 버렸다.


아파트형 공장 7층에서 모든 것을 주먹으로 박살내며 인간을 찾고 있던 오우거가 인간의 비명 소리를 듣고는 그대로 날아올랐다.


강력한 근력에 어울리는 점프력은 30여 미터가 넘게 떨어져있던 택배 기사의 머리위로 정확하게 도착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으아악!!”


자신의 심장을 쥐어뜯는 듯한 엄청난 살기에 택배기사는 그대로 쓰러져 기절을 해버렸다.


피어.


인간을 사냥감으로 생각하는 능숙한 포식자들이 내뿜는 피어는 일반인들이 절대로 감당할 수가 없었다.


방금 전에는 자신을 놀이감으로 생각했기에 오우거가 피어를 뿜어내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마음껏 뿜어낸 오우거의 피어에 정통으로 노출되어버렸다.


아직 오우거가 도착하기도 전의 허공에서 발산하는 살기일 뿐인데도, 택배기사는 그대로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되었다.


첨단 무기들로 무장한 군인들이 충분한 공격력을 갖추고도 몬스터 사냥을 힘들어하는 이유가 바로 이 피어 때문이다.


쓰러진 택배기사의 위로 정확하게 날아 내리는 오우거의 발바닥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엄청난 점프력으로 만들어진 운동에너지는 위치에너지로 변환되었고, 그 위치에너지는 다시 운동에너지로 변환해 인간의 몸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운동에너지를 감당하기에는 기절한 택배 기사의 몸은 너무나 연약해 보였다.


[쉬아악! 퍼엉!]


바로 그 순간 날아온 에로우와 그 안에서 터져 나온 강풍이 오우거의 몸을 아주 조금 더 멀리 날려 보내지 않았다면, 택배기사는 그대로 한 줌의 핏물로 변했을 것이다.


“크허허헝!!”


불안정한 착지인데도 능숙하게 낙법을 펼쳐 바닥을 구른 오우거는 자신을 공격한 적을 순식간에 포착해냈다.


[뿌드득!! 후아앙!!]


원거리 공격 스킬이 없는 오우거지만, 주변의 모든 것이 오우거에게는 원거리 무기가 되어 주었다.





승용차가 날아오기 시작하고, 화단에 놓여있던 커다란 바위가 허공을 날았다.


주차장입구에서 자동으로 주차비를 정산해주던 무인 장비가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내 두 눈은 나를 향해 날아오는 물건들의 경로를 파악하고, 바람 속성 마법을 이용해 경로만 살짝 틀어내고 있었다.


그 정도의 마법만으로도 충분했다.


‘사거리 쫓기는 여성. 아이스 에로우를 오우거 왼쪽 발목에 집중! 상가 1층에 숨어있는 군인, 오우거 접근. 파이어 에로우로 나무를 태워 냄새 소거.’


내 탐색 마법이 감지하는 곳에 있는 모든 인간들과 오우거들의 위치와 동선을 파악하고, 그에 맞추어 다양한 전략들이 순식간에 세워졌다.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지 아까부터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저 이런 이적이 너무나 감사할 뿐이었다.


‘아버지는 괜찮으실까?’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의 공장 안쪽으로 지금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나조차도 놀랄 정도로 냉정한 내 머리는 우선순위를 결코 망각하지 않았다.


나에게 어그로가 끌린 오우거들이 점점 더 몰려들어와, 온갖 물건들을 나에게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래. 지금은 내가 어그로를 끌어주며, 시간을 끄는 게 최선이다.’


다행이도 비행 마법이 있었기에, 전략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늘을 날지 못했다면, 오우거들에게 진즉에 잡혀서 팔 다리가 뜯겨 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왜 승천 길드가 안 오는 거지?’


승천 길드에서 꾸민 일이라면 뒷수습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 시간이면 도착을 했어야 하는데, 감감 무소식이었다.


‘크윽! 마나가 점점 떨어져 가는데..’


비행 마법은 4서클 마법 치고는 많은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은 아니지만, 그건 내 마나의 3분의 2를 한 번에 사용하는 체인 라이트닝에 비해서일 뿐이다.


이미 파주에서 날아오느라 많은 마나를 소모한 상태였다.


각종 아이템들과 칭호들에 붙어있는 옵션들 때문에 버티고 있을 뿐이지, 아니었다면 마나는 예전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순수하게 내 마법 실력만으로 시전 했다면, 내 에로우 마법이 오우거의 속성 저항력을 이겨내고 무릎을 얼리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이제는 거의 한계에 달하고 있었다.


‘안되면 어느 정도 피해는 감수하고, 한 마리씩 확실하게 잡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즉사만 아니면 셀프 힐 마법이 정상으로 되돌려 줄 거다. 고통은 이미 익숙해.’


내가 입을 피해를 감수하고, 큰 것 한 방씩을 날려 한 놈씩을 처리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기 시작했다.


내 발밑으로 모인 오우거들만 하더라도 이제는 백은 훨씬 넘어보였다.


나에게 날아오는 물건들을 바람 속성 마법으로 피해내는 것도 점점 벅차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내가 공격을 할 기회는 적어지고, 그건 오우거들이 나를 향한 공격에 더욱 집중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주고 있었다.


[후웅!!]


“크윽!”


건물에 조금 가까워졌다고, 건물의 옥상에서 점프를 한 오우거의 손아귀에 잡힐 뻔 했다.


그 거리가 40미터는 넘었는데도, 가공할 만한 오우거의 점프력은 그 거리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콰아앙!!]


나를 잡지 못한 오우거가 그대로 날아가 건물의 벽에 쳐 박혔는데도, 별다른 상처도 없이 다시 나를 향해 부서진 벽의 잔해들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 이대로라면 답이 없어!’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큰 것 한 방을 날릴 계획을 세우고, 날아오르기 시작했을 때였다.


[스아아악!!]


순간적으로 온몸에서 소름이 돋아났다.


분명히 무언가가 일어났다.


[툭. 투툭.. 투두툭...]


내 밑에서 나를 향해 온갖 것들을 던져대던 오우거들의 머리가 순식간에 땅으로 떨어져 굴러가기 시작했다.


20 마리가 넘는 오우거들의 머리가 거짓말처럼 잘려나갔다.


[털썩.. 털썩. 털썩..]


그리고는 머리를 잃어버린 오우거들의 몸체가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이게 뭐지?’


오우거들의 머리가 있던 곳의 마나가 갈라졌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비록 실낱 같이 아주 얇은 흔적이었고 그마저도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내 영향력 안쪽에 있던 공간이라서 분명히 느꼈다.


[저벅.. 저벅.. 저벅..]


그리고 그를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 헌터 랭킹 부동의 1위.


3대 길드 중에 하나인 K.H.T의 수장.


흑염룡 강철 길드장.


“냄새 나는 것들이 어디서 내 앞 길을 막고 그래? 크흐흐흐. 막 이래.”


혼자서 이상한 말을 지껄이던 강철 길드장은 하늘에 떠 있는 나를 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이! 공중에 있는 헌터. 도내 탑 클래스 정도는 되어 보이는데? 그러나 조심하는 게 좋을 걸? 내 검에는 눈이 달려있지 않거든.”


그가 들고 있는 것은 자신의 키만 한 [도]였다.


“어.. 네.”


나는 그의 경고 같은 말에 비행 마법을 해제하고, 그의 근처로 내려와 마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하찮은 것들을 승천시켜 볼까?”


치켜든 커다란 도에 선명한 검기가 맺히기 시작했다.


아니. 검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선명했고, 너무나 파괴적으로 보였다.


[타앗! 쩌저적. 스악.]


내 두 눈에 강철 길드장의 근육들이 꿈틀대는 모습이 포착되자, 그의 의도가 저절로 분석되기 시작했다.


그가 노리는 대상과 접근 방법, 도를 휘두르는 경로까지 미래를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그려졌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가 더욱 쉽게 해낼 수 있게 오우거의 오른팔에 아이스 에로우를 날려 시선을 끌어주었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을 움직이던 그 감각이었다.


[터텅...]


내가 날린 아이스 에로우를 피하려다 틀어진 자세의 오우거의 목을 향해, 강철 길드장의 도가 원래 그렇게 하려고 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경로를 틀었다.


오우거는 자신의 목이 잘린 지도 모르는 채로,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강철 길드장은 내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내 눈을 바라보았다.


“훗. 내 발목을 잡을 정도는 아니라는 건가? 가지. 파트너.”


길드장의 말에 오그라진 내 손가락을 겨우 펴내며, 길드장의 뒤를 받쳐주기 시작했다.


둘 사이에 대화는 필요가 없었다.


길드장이 공격 의지를 보이면, 나는 자연스럽게 그가 하고자 하는 미래가 눈앞에 보였다.


그리고 그 의지가 현실에 행사될 수 있게, 최적의 서포트를 시작했다.


오우거의 눈앞에 빛 속성 마법이 터지며 시선을 빼앗아 주면, 어김없이 오우거의 머리는 하늘을 날았다.


강철 길드장이 공격을 하면, 옆에서 날아오는 오우거의 주먹에 대지 자석을 집중해 경로를 틀어주었다.


그러면 오우거의 목이 강철 길드장의 도가 휘두르기 가장 좋은 각도가 되어주었다.


[서걱. 서걱. 서걱.]


우리는 급하게 움직이지 않았다.


오우거들이 알아서 우리들에게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천천히 걸어갔고, 오우거들의 목은 너무나도 손쉽게 잘려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들의 머리위로 끊임없이 에로우들이 하늘 높이 쏘아지고 있었다.


탐색 마법으로 파악된 오우거들에게 계속해서 에로우들을 날려 어그로를 끌고 있었기 때문에, 오우거들이 우리 쪽으로 모조리 몰려오고 있었다.


“훗. 마음에 드는데 파트너. 그나저나 많이도 몰려오는군. 그렇다면 큰 것 한 방이 필요하겠지? 어이. 조심 하라구. 방심하면 같이 휩쓸려 갈 수 도 있어서랄까? 어쩌면 대륙이 절반으로 갈라질 수 도?”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오우거들을 보면서도 강철 길드장은 자신의 커다란 도를 바닥에 꽂아 넣고, 여유롭게 왼팔에 감겨있던 붕대를 풀기 시작했다.


“오래 걸리십니까?”


내 질문에 강철 길드장은 왼쪽 입 꼬리만 살짝 들어 올려 웃으며, 말을 했다.


“나에게는 영원. 적들에게는 찰나.”


아무리 봐도 평범해 보이는 붕대인데, 왜 그걸 지금 풀고 자빠져 있는지 모르겠다.


‘그냥 폼 잡지 말고, 빨리 뭐라도 하라고!!’


저렇게 폼을 잡는 강철 길드장과 나를 위협하는 오우거들의 돌진은 내가 막아내고 있었다.


그 대가로 나는 과부하로 인해 온몸에서 마나 아지랑이가 생길정도로 죽을힘을 다하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강철 길드장이 사용하는 스킬들은 저 왼손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지금 강철 길드장이 준비하는 공격은 저기 하늘에서 기운을 모으고 있는 소환수인 흑염룡의 침식 스킬이기 때문이다.


“울부짖어라! 흑염룡이여!!”


[헛소리 그만해라! 주인 놈아! 내 발톱이 오그라든다!! 그리고 나는 흑염룡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나! 나는 동방을 수호하는 청룡이다!]


강철 길드장의 이명이 흑염룡인 이유는 저기 있는 청룡의 이름이 흑염룡이기 때문이다.


왜 청룡의 이름이 흑염룡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노에 찬 흑염룡의 침식 스킬이 무너지는 하늘처럼, 오우거들에게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크아아아아!!”


“크허허헝!!”


그러자 백이 넘는 오우거들은 울부짖으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부들거리고만 있었다.


“크흐흐흐흐! 하찮은 것들... 너희들이 나를 상대하려면 백만 년은 이르다.”


강철 길드장은 오른손으로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 안고, 왼손은 직각으로 세워 자신의 얼굴 앞에 들고 괴상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거 손 반대입니다.”


내가 말을 하자, 슬그머니 양손의 위치를 바꾸는 똘아이였다.


작가의말

주인공에게 똘아이라는 소리를 듣는 흑염룡.

그는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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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멸망한 세상의 대마법사. +5 23.01.12 4,784 99 19쪽
47 허무의 종속(2) +7 23.01.11 4,569 100 21쪽
46 허무의 종속(1) +5 23.01.10 4,737 93 21쪽
45 저주받은 헌터 +5 23.01.09 4,947 98 19쪽
44 마나하트 +6 23.01.07 4,927 115 16쪽
» 흑염룡 +6 23.01.06 4,844 97 20쪽
42 학원 제휴 +4 23.01.05 5,341 99 17쪽
41 일회성 던전 공략(2) +11 23.01.04 5,289 96 17쪽
40 일회성 던전 공략(1) +6 23.01.03 5,419 10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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