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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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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42,003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7.29 06:30
조회
193
추천
8
글자
12쪽

10-8

DUMMY

‘고구려와 함께 중원의 한복판까지 진출했던 우리 단천문은 북주(北周)의 정제(靜帝)를 고구려와 함께 압박, 신하국으로 조공을 바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남조(南朝) 진(陳)나라를 치기 위해 중원의 하남성에서 북주국 대병과 연합을 약조하고 선발대로 기다리던 우리는 북주의 정제(靜帝)와 그의 연합세력 남조(南朝) 진(陳)의 기습 연합협공에 패퇴하며 쫓기게 되었다.

그를 너무 믿은 우리가 바보였으니.

결국, 중과부적으로 밀려 쫓기던 우리는 이곳 천둥 산까지 쫓기다 산중 동굴에 은신하게 되었다.’


팽욱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한탄의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 사실을 암천계에 알리려 두 명의 제자를 보냈으나 죽음이 임박한 지금까지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 것을 보면···.’


그 부분에 멈춘 글은 앞선 글과 달리 심한 굴곡을 동반한 채 어지러이 휘갈겨 있었다.


처절한 고통이 엄습했음이다.


‘이대로 손 놓고 죽음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우리는 후일 이곳을 찾을 후인을 위해 많은 관문과 안배를 설치해 놓게 되었다.

후인이 이곳까지 왔다면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보냈던 두 제자의 희생으로 가능했을 터···

분명한 것은 후인이 고구려인이 틀림없을 것이란 믿음이다.

이글과 모든 안배가 과연 천기의 뜻대로 이루어질지 그것은 본 좌 역시 확인할 길 없어 안타까우나 우리의 희망이 후인을 통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노라.

이곳은 불안정한 화산 지대, 자연동굴을 인공으로 만들어 설치한 곳이기에 중심부가 흔들리는 순간 쉽게 파괴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후인은 모든 것을 취할 때까지 조심 또 조심해야 할 것이다.

아! 한 가지, 잊은 것이 있구나.

조사께서 천여 년이 흐른 이때 중원에 후인이 탄생, 세 개로 나뉜 단천문의 힘과 지혜를 합칠 것이라 하셨는데 그 말씀이 맞는다면 이곳을 찾은 그대가 곧 우리 민족의 수천 년 염원을 이룰 천하의 기재에 틀림이 없다.’


팽욱은 뜨끔했다.

천하의 기재?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은 조사께서 예언한 천하의 기재하고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어했다.

하긴 뭐 본인이 선택해 찾아온 것도 아닌데 뭐 어쩌겠나.


‘단천문의 진정한 도(道,) 무심(無心)의 도리를 깨달으려면 후인은 반드시 이곳에 산재한 수많은 안배를 터득하고 익혀 출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분파되어 나뉜 암천계를 찾아 단천문의 후인임을 증명하고 지혜의 문인 육천공(六天孔)과 마계의 문인 오혈천의 문을 활짝 열어 그대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혜의 문이 열리는 날 그대는 백두산 천구곡을 찾아 민족의 반만년 꿈인 천하제일 대국의 염원을 이룰 신세계를 찾도록 하여라.

단천문 5대 문주 팽도천(彭道天)’


육천공(六天孔)!

후일 그가 큰 어려움에 빠졌을 때 그를 시험에 빠트렸던 지혜의 문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그는 결국 그 육천공의 시험을 풀어내고 위대한 깨달음을 얻어 낼 수 있었는데 그게 좀···.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한 백두산 천구곡, 그곳은 단천군께서 깨달음을 얻었던 곳으로 미래, 민족의 염원이 담겨 있는 곳으로 무공, 지혜, 그 이상의 초현실 세계와 연결된 미지의 장소다.


각설하고.

사상과 정신에 대한 문구와 알 수 없는 궁극의 도, 그리고 육천공, 오혈천, 천구곡 등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아 갸우뚱했으나 거대한 중원을 대부분 차지하고 마지막 순간, 적의 모계에 빠져 웅대했던 계획이 무산되고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되어 깊은 산중에 은둔하며 후일을 도모하셨다는 것.


추락 후 회복 단계에서 보았던 시신들이 바로 뒤쫓던 적장들의 시신임이 틀림없을 것이란 사실. 직접 눈으로 체험하고 확인한 사실이기에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내가 고구려 후손이었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다는 말 아닌가, 북주와 남조를 언급한 걸 보니 시대가 지금으로부터 무려 900년 전 그때가 분명하구나."


그렇다면 정확히 맞는다.

자신이 태어난 해가 바로 갑자 원년이고 북주로 거슬러 올라가면 900년 전이니.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 그것은 조상에 대한 경외감으로 재탄생했다.


“5대조 어른께서 남기시길 단천문 2대 조직인 암천계를 찾아 그곳에 남겨진 육천공과 오혈천을 찾아 민족의 영광을 재현하라 하셨는데 아무 단서도 없이 어떻게 그들을 찾아···.”


아무리 선견지명이 있는 선조라지만 헛다리 짚으신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었다.


어쨌든 인연이 자신에게 이어지며 행운과 불행을 함께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했기에 그는 자신에게 지워진 무거운 짐의 무게를 새삼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 어쨌든 마지막 관문까지 모두 통과했으니 이젠 이곳을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짐은 그 이후 생각해 봐야지 뭐···'


그가 모든 글을 읽고 생각에 잠겨 있는 순간이었다.


꾸긍!


거대한 소리와 함께 석조 제단이 한쪽으로 밀려나며 그 자리에 뻥 뚫린 거대한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의 정(正) 반장 크기의 엄청난 규모. 열린 구멍을 통해 음습하고 탁한 공기가 바람을 타고 위로 풍겨 나왔다.


오랜 세월 밀폐되었던 공기가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만나 풍기는 냄새이리라.


이곳이 신선한가?

모르겠다.

구멍 아래를 내려다본 그의 입에선 놀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어두운 입구 아래로 형성된 커다란 구조물, 깊이를 알 수 없는 나선형 대리석계단을 시작으로 빙글빙글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또 다른 모험이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은 희망의 모험이 아닐까?

쿵쿵 뛰는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리석계단에 발을 얹었다.


한발, 한발 천천히 내딛는 그. 그의 몸이 제단 밑으로 내려서기 무섭게 위에 있던 제단이 굉음을 내며 스르륵 닫혔다.


깜짝 놀란 그는 시선을 들어 올려다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빛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엄습하는 두려움, 그러나 차츰 어둠이 눈에 익자 계단 아래 멀리서 야명주의 희미한 빛이 비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제야 들어오는 주변 사물들의 구조와 형상. 절로 안도의 숨이 흘러나왔다.


10장 정도 빙글빙글 돌아 내려왔을까 이번엔 상당히 넓은 석실이 시야에 들어왔다.


동시에 들이닥친, 코를 틀어막게 하는 탁하고 습한 냄새, 코를 감싸 쥐고 입구로 들어섰다.


“오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수효의 책자, 족히 수천 권은 됨직한 책자들이 돌을 파내 형성한 서가를 촘촘히 메우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넓이로 그를 압도했다.


대 기연, 책으로 아니 전설로만 읽어왔던 천년의 기다림이 그를 맞이한 순간이다.


마치 전기에 감전된 듯 쭈뼛 서는 머리카락과 오돌토돌 불거져 일어나는 피부, 이 모든 것이 바로 자신을 기다리며 존재해 왔다는 건가?


웅장한 규모의 서책에 그는 절로 위축이 되었다.


덥석!


무릎 꿇고 앉은 팽욱, 벅찬 감동에 도저히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문주님! 아니 사부님 이 엄청난 민족자산, 제가 기필코, 기필코 챙겨 모두 가지고 가겠습니다.'


갑자기 찾아 든 엄청난 행운과 그에 수반된 책임감, 과연 자신 같은 약한 존재가 해낼 수 있을지. 서책의 수효만큼 그가 느끼는 책임은 비례해 커졌다.


그러나 천년을 기다렸다 했다. 천기가 그를 증명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그것 때문에 수많은 관문을 설치 그를 시험했던 것이니 나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아니 꼭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슴 깊이 돼 뇌이며 입술을 질끈 깨문 그는 천천히 서고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어억!”


걸음을 옮기는 순간 갑자기 다리가 꼬이며 힘이 쑥 빠졌다.


이게 무슨 일일까?

팽욱은 한참 허리를 굽힌 체 바닥만 내려다보고 있어야 했다.


고개를 들기만 하면 노란 별이 수없이 맴돌며 어지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때 문득 발견한 자신의 복부, 가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툭툭 불거진 앙상한 갈비뼈 그리고 움푹 들어간 뱃가죽. 살아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지독한 허기가 족쇄처럼 잡았던 것.

생각해보니 입에 무엇을 넣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잊고 있었던 원초적 본능이 육체를 자극하자 정신이 지배하던 육신은 힘없이 의지를 잃고 해결수단을 쫓아 코를 벌름거렸다.


앞선 학습효과에 따라 주변 벽면을 두드리며 공간의 존재를 살폈다.


수백 평에 이르는 공간 벽면을 배를 움켜쥐며 확인, 또 확인하며 이동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기대했던 공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허탈!

아무것도 없다.

넓은 석실은 그의 기대를 보기 좋게 붕괴시키며 큰 실망감을 안겼다.


아무리 대단한 게 서책에 담겨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인가.


당장 배고픔에 굶어 죽는다면 쓸모없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것을. 허탈한 마음에 멍하니 서 있던 그의 시선에 그제야 수천 권의 서책이 두 눈을 가득 채웠다.


“혹! 서책 뒤에?”


벽면에 없다면 서책의 뒷면에 어떤 비밀 입구를 남겨 두지 않았을까?


한 가닥 희망이 뇌리를 스쳤다.

없는 힘을 쥐어짜 서가에 다가선 그는 서책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닿았다 싶은 순간 꽉 움켜잡았는데.


“어~억! 이, 이게 어떻게 된 일···.”


서책을 잡는 순간 부스스 흩어져 쏟아지는 책의 부서진 가루. 그와 동시에 우글우글 몰려나오는 이름 모를 수많은 벌레.


너무 놀라 경악하며 움찔 뒤로 물러선 그는 자신의 손가락 사이를 유영하듯 펄렁이는 종잇조각을 멍하니 바라봤다.


‘난, 난··· 단지 허기진 배를 채우려 했을 뿐인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가슴이 철렁, 쿵쿵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던 그.

문득 스친 불길한 생각에 소름이 쫙 돋았다.


'만지자마자 가루로 부스러질 정도면 다른 서책 역시···.'


벌렁벌렁 뛰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며 조심조심 먼 곳에 있는 서가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곳 역시 비슷한 상황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이 서책들은 보통의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니다.

바로 천년의 민족자산이다.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 기분이 언짢았지만, 꾹 참고 조심조심 책자에 손을 가져갔다.


덜덜 떨리는 손길, 긴장에 그의 얼굴은 창백하다 못해 하얗게 탈색되어 갔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누런 책자, 제발 이것만은 하는 생각으로 힘차게 뽑아 들었다.


“허~억!”


손이 닿기 무섭게 약속이라도 한 듯 일시에 썩어 무너져 내리는 서책들.


마치 약 올리려는 듯 우글우글 쏟아져 나오는 이름 모를 벌레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주먹이 절로 불끈 쥐어졌다.


이것들은 우리 민족 대대로 전해져야 할 귀한 자산인데 한 줌의 조각이 되어 없어지다니. 부릅뜬 그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갔다.


희미하게 흐려지는 시야. 그는 미친 듯 뛰어다니며 서책들을 뽑아 확인했다.


없다.

대충 헤아려 보아도 수천 권은 될 듯싶은 장서가 제대로 성한 모습으로 있는 건 단 한 권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으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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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4-1 24.09.13 85 6 12쪽
106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24.09.12 100 8 12쪽
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4 9 12쪽
100 13-1 24.09.04 132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40 10 12쪽
98 12-6 24.09.02 146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8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8 9 12쪽
93 12-1 24.08.26 151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5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86 11-6 24.08.15 180 8 12쪽
85 11-5 24.08.14 180 11 12쪽
84 11-4 24.08.13 182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81 11-1 24.08.09 195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13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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