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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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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41,996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9.0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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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추천
9
글자
12쪽

13-2

DUMMY

마비가 풀리지 않아 불편했던 팽욱은 미처 대처할 사이 없이 닥친 위기일발의 상황에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가소운의 몸을 밀쳐냄과 동시에 우각을 번쩍 치켜들었다.


비상시를 대비해 감춰두었던 비밀병기인 단도가 신발에서 쩍,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단도는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날카로운 예기를 뿌리며 둥근 포물선을 그렸다.


앞발을 세워 달려들던 호랑이는 차가운 검광에 움찔, 상체를 비틀어 피하고는 숨 돌릴 틈 없이 앞발로 강하게 후려쳤다.


순식간에 펼쳐진 대여섯 번의 연속 타격, 윙윙, 공기가 찢겨나가는 듯싶었다.


코앞까지 날아든 어른 머리통만 앞발, 채이면 즉시 머리 없는 귀신이 될 위기일발의 상황이다.


“타앗!”


호통과 함께 전력을 다해 몸을 비틀었다.

엉뚱한 곳을 찍어 화가 난 호랑이는 즉시 땅을 발판삼아 도약하며 날아왔다.


엄청난 앞발이 숨 돌릴 틈 없이 떨어져 내리자 피할 여력이 없었던 팽욱은 죽기 살기로 녀석의 심장을 노려 일권을 쭉 뻗었다.


퍽! 으악! 캥!


찢어지는 파열음과 동시에 어깨에 불같은 고통이 쩌릿하게 번졌다.

호랑이 발톱이 그의 어깨 살점을 할퀴며 스쳐 갔다.

그의 처절한 비명과 울부짖는 호랑이의 울음이 동시에 산등성이를 타고 메아리쳤다.


너무 고통스러워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

아우 목숨이 내게 달렸다.

아까의 일권에 녀석이 잠시 주춤했지만, 치명상을 입히진 못했는지 아직 멀쩡히 서 있다.


정신 못 차리는 이 기회를 놓치면 마지막이란 생각에 그는 회삼귀일장 폭(爆)을 비틀대는 녀석의 심장을 향해 전력을 다해 쏟았다.


물컹!


손에 느껴지는 융단 같은 털과 살, 그리고 뼈. 뜨거운 피와 살점의 감각이, 때리는 순간 진득하니 묻어났다.


동시에 얼굴에 확 뿌려진 더운 피의 비. 예상치 못한 그의 일격에 숨통이 터진 듯 요란한 포효와 함께 호랑이는 붕 떠 날더니 1장 여 떨어진 커다란 소나무 등걸에 쿵 하고 부딪쳤다.


충격에 크게 흔들린 소나무에서 주먹만 한 솔방울이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곤 그의 의식 역시 희미해지는 호랑이의 형상과 함께 아득해졌다.




“형님 덕에 제가 살았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나긴 한다만 호랑이는, 호랑이는 어떻게 되었냐?”

“하하, 저기 저쪽에 목이 부러진 채 있지 않소!”


그제야 고개를 돌려 확인한 팽욱,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꿈같았는데 실제였구나. 후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런데 형님, 호랑이 말고 무슨 다른 악몽이라도 꾼 것이오? 소리소리 지르게.”

“내가?”

“예, 영, 영화? 그리고 뭐, 안되라며 소리 질렀잖아요.”

“죽어 영혼이 되기 싫다는 소리였겠지.”


어눌한 답이었지만 그에겐 둘도 없는 위대한 형님이었기에 흘려넘긴 그는 싱긋 웃으며 뭔가를 그에게 내밀었다.


아우는 음식 준비를 하느라 그가 지른 헛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다행이다.


“배고프시죠? 아마 허기가 져 그럴 겁니다. 드십시오.”


허기라는 말에 즉시 배에서 허기후(虛飢吼)가 발동되었다.

그래 배고플 때가 되었지.

그의 손에서 시전된 식탐 신공은 귀신처럼 가소운이 쥔 고깃덩이를 향해 날아갔다.


꿀꺽!


입에서 살살 녹는 맛 정말 천하일품이다.


"꿀맛이구나!"

"호랑이 고기올시다.”

"호랑이?"

"그리고 상처에 바른 것 역시 호랑이 뼈고.”


약육강식, 언뜻 떠오른 고사성어다.

반대로 자신이 당했다면 호랑이의 식사 거리로 전락한 것은 바로 자신이지 않을까?


‘세상 이치 다 그렇다지만 하~아, 물고 물리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던 그는 문득 무의식중에 꾼 꿈이라지만 원망의 시선 뒤 대뜸 몸을 던져 자살하는 꿈이 께름칙했다.


’혹, 두 사람 신변에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은 아닐까?’


생각을 거듭할수록 꿈은 더욱 뚜렷이 떠올랐다.

더불어 점점 커지는 불안감, 그중 그를 더욱 괴롭게 만든 건 강제로 헤어져 이별해야 했던 천사 같은 여인, 영화 소저. 싫지만 부모 뜻에 따라 시집을 가야 한다고 말했지 않은가.


그가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가소운은 의식이 돌아온 그가 기쁘고 반가웠는지 신바람이 나서 주절주절 허풍을 섞어 떠들었다.


“형님! 정말 안타까웠던 게 의식이 돌아와 보니 호랑이와 형님이 나란히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잖습니까. 혹여 형님이 죽었을까 놀라 심장에 귀를 대고 들었더니 미약하지만, 쿵쿵 뛰더라고요. 마음이 너무 급했던 전 피로 범벅이 된 형님을 황급히 들쳐업고 일어섰는데 이런, 어디선가 가느다란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뭡니까.”


“뭐? 그 호랑이 말고 또 다른 호랑이가 있었다고?”

“예~! 놀라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죠.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니 소리가 크지 않은 게 이상해 용기를 내서 다가가 보니 가까운 곳에 석굴이 있었고 그 안에 호랑이 새끼 둘이 눈만 껌뻑이고 있더군요.”


“아하~ 그러니까 어미 호랑이가 우리를 침입자로 착각해 달려들었다는 말이구나. 우린 우리 목숨을 노리고 달려든 것이라 착각한 것이고 녀석도 참, 재수 없는 놈이구나.”


"그래 그 새끼들은 지금 어디 있느냐?”

"저기, 안쪽에.”


어른 팔뚝만 한 작은 크기, 걷지 못해 픽픽 쓰러졌지만 품에 안겨 손등을 쪽쪽 빠는 것을 보니 새끼에게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안 됐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인생지사 새옹지마와 뭐 다를까 마는. 두 사람은 상처가 치유될 때까지 굴에서 머물며 시간을 함께 보내야 했다.


대충 아물고 기동할 만 하자 팽욱은 갖고 다니던 여러 가지 도구의 용도와 사용방법에 대해 가소운에게 설명해주고 막간을 이용, 호신에 이용하라며 어릴 적 배웠던 천무문의 무공 심법과 권장 법에 대해 차근차근 시범과 함께 전수해주었다.


그 후 일주일.

두 사람이 곤욕을 치렀던 동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곳 지명이 등용현이라는 대답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등용현이라면 바로 영화 소저가 있었던 곳.

그렇다면.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내 꿈에 그녀가 나타난 건 자신에게 닥친 어떤 위험을 예지하고 혹, 도움을 청하려 했던 게 아닐까.’


못 들었으면 모를까 들었으니 당연히 꿈과 현실이 곧바로 연계되며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래, 어서 찾아가자. 그런데 내 기억에 남은 건 등용현이란 이름과 호승관(虎勝館)이란 청색 현판이 전부 아니야. 그것만 가지고 과연 그녀를 찾을 수 있을까?’


멍청한 놈, 바보 같은 놈, 자신을 질책 또 질책했지만 없는 기억이 다시 떠오를 리 만무 아닌가.


더불어 생각나는 장씨 아저씨. 바보 같은 놈을 자식처럼 돌보아 주셨던 아버지처럼 고마운 분이다.


보고 싶다. 두 사람 신변에 혹,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영화 소저! 신변에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은 거죠?’


그녀의 아리따운 얼굴을 떠올리는 순간 또 다른 여인 황보 유미의 얼굴이 동시에 겹쳐 떠올랐다.


두 여인 모두 그의 꿈에서 자살하지 않았던가!


‘황보 소저에게도 어떤 위험이? 아니야, 그녀에겐 든든한 오빠들이 있어 괜찮을 것이야.’


둘 다 구할 능력이 된다면 구해주고 싶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손을 잡아끄는 건 연약하기만 해 보였던 여인, 영화 소저였다.


여동생과도 같은 여린 마음에 더 동정이 끌린 걸까?





하늘은 꾸물꾸물 비라도 내리려는지 해를 검은 구름으로 가리고는 눅눅한 바람을 사방으로 뿌리며 한낮인데도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다.


"아우! 그곳이 어디쯤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예, 형님이 말씀하신 모양의 장원이 거기에 있었소.”


일주일이면 대충 아물 줄 알았던 상처가 10여 일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야 회복되었다.


그사이 아우는 조심스럽게 염탐을 나가 동정을 살피고 돌아왔다.


기특한 놈, 형님의 걱정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기에 그녀가 살고 있을 장원을 먼저 알아본 모양이다.


고맙고 대단한 놈. 뛰어난 놈이 아닐 수 없다.


겨우 보름의 짧은 기간, 남들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해 쩔쩔맬 많은 법문과 절식을 모두 숙지함은 물론 벌써 심법 수련에 돌입, 미미하나 기를 발산하는 초보 경지에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당장 자신을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즉시 이용 가능한 간결식을 만들어 지도하자 역시 빠른 성취를 보였다.


그에게 지도하는 틈틈이 그 역시 심법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최근 땡추의 무공에 얼마나 무기력했던가.

그런 전철을 다시 밟지 않으려면 내공을 증진 시켜야 했다.

하지만 문제는 보름이상 꾸준히 노력했건만 마치 벽에 막힌 것처럼 진전이 없다는 사실.


‘무엇을 잘못한 걸까? 왜 수련을 거듭해도 이 모양이지?’


혼란스런 상태를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기에 고민으로 묻어두고 아우의 지도에만 전념했다.


시간이 흐르며 거동에 불편이 없게 된 어느 날 결심을 굳혔다.

어디인지 알고 나니 더 초조했기 때문이다.

함께 가자며 조르는 아우를 스스로 지킬 능력이 되었을 때 다니자는 말로 설득해 겨우 떼어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비밀병기 중 반 정도를 넘겨주며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지시한 뒤 서둘러 떠났다.



우거진 숲에서는 매미 우는 소리 요란하고 여기저기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참새는 먹이를 쫓아 좌에서 우로 포르릉 포르릉 날갯짓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한가롭고 정겨워 보였다.


‘그녀가 꿈에서 나를 원망한 것이 혹 정혼을 약속했다는 남자에게 강제로 시집가 자살이라도 하려는···, 아~ 아니야!’


도리질하며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끈적끈적, 손에 흥건히 묻어나는 땀을 옷에 훔쳐 닦고 헝겊으로 둘러싼 파검을 만지작거리며 먼 하늘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설마···,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꿈은 현실과 정반대라 하지 않았어? 괜찮을 거야.’


꼬불꼬불 이어지는 냇가를 따라 걸음을 잇노라니 커다란 낙엽송 잎사귀에 흰 점액을 끌며 기어 다니는 흐물흐물한 달팽이의 한가로운 움직임이 문득 시야에 들었다.


‘여유, 여유라···. 한가로움이라···, 느림의 미학이라···.’


그동안 자신의 의지보단 타의에 의해 휩쓸리고 괴롭힘을 당하며 살아왔고 지금도 뭔지 모를 이상한 악연에 나 자신을 돌볼 시간적 여유도 갖지 못했지 않은가.


느끼지 못하는 순간 팽욱은 자신이 이미 성인이 되었고, 그리고 이성을 그리워하게 됐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사치라 치부, 무시해 왔는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음일까?

영화 소저나 황보 유미에 대한 마음도 사실 아직 어떤 마음인지. 스스로 정리하지 못했다.


다만 뭔지 모를 끈이 자신을 잡아 묶어 강하게 끌어당긴다는 사실만 자각할 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몰랐다.


답답하게.

어둡던 하늘에서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며 콧등을 간질였다.


"이런, 서둘러야겠네.”


후두둑!

빗방울이 커다란 잎사귀에 떨어지며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니 잠시 후에는 단체로 합창하며 소리 지르고, 이윽고 수많은 연주자를 대동하며 자연의 파노라마를 연출했다.


천기신행(天氣神行)을 극으로 펼치며 신형을 날리자 좌, 우로 커다란 나무들이 비명을 지르며 빠르게 뒤를 향해 내 달리는데 먹구름 때문인지 사위는 벌써 캄캄해져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멀리 콩알만 한 불 방울이 아른거리며 불을 밝혔다.



"형님, 이것은 형님을 대신해 감옥에서 죽어있었던 자가 지녔던 사각 은패요. 가시거든 이것 또한 조사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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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4-1 24.09.13 85 6 12쪽
106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24.09.12 100 8 12쪽
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 13-2 24.09.05 124 9 12쪽
100 13-1 24.09.04 132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40 10 12쪽
98 12-6 24.09.02 146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8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7 9 12쪽
93 12-1 24.08.26 150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4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86 11-6 24.08.15 180 8 12쪽
85 11-5 24.08.14 179 11 12쪽
84 11-4 24.08.13 181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81 11-1 24.08.09 195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13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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