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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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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42,005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8.19 06:30
조회
166
추천
9
글자
12쪽

11-8

DUMMY

“여기 이 사람은 오던 길에 우연히 만나 길동무하며 왔던 사람이기에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오. 그리고 보시다시피 무공도 전혀 모르고 힘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오. 다 내가 저지른 짓이니 잡아가려면 나를 잡아가면 될 것이오."


"형님!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러십니까."

“형님이라니! 우린 겨우 세시진 전 만난 사이 아니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혼자 뒤집어쓰겠다는 걸 바로 알아챈 가소운, 그의 계책을 알 수 없어 답답했지만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 그런다는 생각에 억울하지만 입을 닫았다.


"이 모든 일은 내 불찰과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네. 자네를 이용해서 미안하네. 내 관아에 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터이니 미안하지만, 자네는 이 물건들 잘 보관하고 있다가 내게 다시 전해주면 고맙겠네. 길어야 하루면 다시 나올 수 있을 게야."


"흥! 짧은 시간이지만 속을 터놓고 형님이라 부른 저도 속였는데 그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입니까?“


“미안하네. 어쩌겠나! 이 동네에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네. 겨우 오늘 하루 사귄 사이지만 그래도 호형호제하며 함께 있던 정이 있지 않은가. 나오면 내 꼭 보답함세.”


“아, 알겠소. 그렇지만 이건 너무 억울하게··· 후~우!”


둘의 뻔한 수작에 군관이 코웃음을 쳤다.


"놈! 이제야 제대로 실토하는구나. 여봐라! 이놈이 무슨 개수작 부리려 헛소리하는데 똑같은 놈들이니 둘 다 끌고···"


당장 끌고 가라 호통치는 군관 곁으로 어느새 다가왔는지 당무정이 붙더니 뭐라 귀엣말로 속삭였다.


듣고 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던 군관은 그의 진의에 고개를 갸웃하다 알겠다며 가소운의 포박은 풀어주고 팽욱만 강제로 끌고 객점을 나섰다.


"가자, 이놈! 네놈이 운이 좋아 마음씨 좋은 분들을 만났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둘 다 관아에 잡아가 도륙을 냈을 것이다."


“고, 고맙소!”


이유는 모르나 일단 풀어준다 하니 고맙다며 인사를 건넨 팽욱. 포승줄을 잡아끄는 군졸을 힘으로 저지하며 가소운에게 말했다.


“내일까지 여기서 기다리다 혹 오지 않으면 이 쪽지에 적힌 친구들을 찾아 이 물건들 전해주면 고맙겠네.”


“끝까지 민폐를 끼치는구려. 쩝, 좋소! 기다릴 테니 꼭 오시오! 기한은 단 하루요! 알겠소?”


잠시 기다리란 말을 꺼낸 뒤 허벅지에 찼던 단도를 풀러 쪽지와 함께 그에게 건넸다.


‘우리 집 대대로 내려온 신물인데··· 어쩔 수 없지 감옥에 가면 모든 물건을 압수 당할 테니··· 그래도 아우가 보관하는 편이 낫지.’


“이 물건, 내겐 정말 귀한 것이네. 꼭 잘 보관했다가 주시게.”

“정말 귀찮게 하는구려. 알겠소!”


물건을 건네자마자 질질 끌려가는 팽욱, 가소운은 그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켜봤다. 군졸들이 앞서가는 걸 확인한 군관 역시 막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이었다.


“하하하! 군관 나으리! 그냥 가시면 어떻게 합니까? 소저의 물건 잘못했으면 잃어버렸을 텐데 덕분에 찾게 되어 고맙소이다.”


“하하! 무슨 말씀을··· 저 힘만 센 무식한 자는 단단히 혼을 내, 다시는 나쁜 짓 못 하게 하겠소이다. 그럼 이만!”


군관에게 공치사를 넘기며 넙죽 인사를 건넨 당무정은 군관이 총총걸음으로 사라지자 돌아서 일행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헛기침을 연발했다.


당무정, 그는 정통 정파 가문의 인물로 애초 심성이 악한 자는 아니었기에 목표로 삼았던 팽욱의 제거에 성공하자 그의 친구와 물건을 이유 불문, 놓아달라 청했다.


그들이 나가는 끝까지 지켜보던 황보 유미는 이 모든 일이 대체 왜, 어떤 연유로 벌어지게 된 건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오라버니, 저 사람은 제가 처음부터 쭉 봤는데 절대 그런 짓을 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어요!"


말투에 작은 떨림이 묻어났다.


"황보소저! 소저가 어찌 사람을 안다 그러시오. 원래 이 세상은 험하고 못된 자들이 많아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무서운 세상이란 말이오. 사람 너무 쉽게 믿지 마시오."


차갑고 냉정한 그의 말.


"아니에요. 저렇게 맑은 눈을 가진 사람이 어찌···."

"유미야! 저자의 무공실력 눈으로 똑똑이 보지 않았느냐? 저 무공이면 우리 눈 속이는 거 일도 아니다. 거기에 확실한 물증과 자백까지 무슨 증거가 더 필요하겠느냐. 세상엔 겉 다르고 속 다른 사람 천지다. 늦었으니 그만 돌아가자!"


황보 유미의 오빠 황보 천군은 황보 유미의 활달하지만 착한 심성을 잘 알기에 동정심에 그러는 줄 알고 동생 말의 말미를 자르며 돌아가자 일행을 보챘다.


객점 내에 있던 사람들은 끌려가는 팽욱의 뒷모습과 관병들에게 매달려 저 사람은 죄가 없다며 소리소리 지르는 작은 청년을 가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아직 그들에게 안타까운 미련이 남은 그녀.


'아까 그 장한, 그 사람은 그의 잘못을···.’


문득 그 역시 사람들의 의견에 동조하며 오히려 부추겼지 않은가.

하지만 혹 변심해 구명을 도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황급히 객점 내로 시선을 돌렸다.


없다. 언제 사라졌는지 30대의 흑의 장한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 모든 소동이 그 사람으로 인해 벌어진 일인데 정작 자기를 도운 사람이 곤경에 처한 이때 불까지 지르고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개나 고양이도 구해준 은혜는 갚는다는데 하물며 사람이··· 동물만도 못한···. 거기서 얼마나 큰 곤욕을 치를까···. 후~우!"


혼자 말로 한숨 쉬며 안타까워하자 질투심이 폭발해 험한 인상의 당무정은 앞에 놓인 애꿎은 돌을 뻥 걷어차며 신경질을 부렸다.


"별 더러운 놈이 다 나타나 좋은 기분 다 망치게 하네!"


"하하! 잃어버린 패물도 찾았고 범인도 잡혀갔으니 우리도 상한 감정 풀 겸 집에 가서 술이나 거나하게 합시다. 당제!"


멀리서 온 친우가 생각지 못한 일로 봉변 치른 것이 미안했던 황보천군은 크게 웃으며 일행을 독촉했다.


일행이 대로변에 나오자 점소이가 흰색 대원마(大宛馬) 두 마리를 끌고 나왔다.


기골이 장대하고 털에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보통 말과는 질적으로 달라 보였다.


"호오, 이렇게 체 폭이 넓고 가슴이 깊으며 몸길이가 키보다 길고 네 다리는 비교적 짧고 골격이 굵은 것을 보니 천리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에 버금갈 훌륭한 말인 것 같네!"


"하하! 자랑 같지만 호북에서 이곳까지 수천 리 먼 길이지 않은가. 그 먼 길을 달려왔지만 지친 기색이 하나도 없었어."


"자랑할만하겠네! 어디 한번 타 봐도 괜찮겠나?"

"물론이지! 타보게!"


네 남녀 중 당무정과 당설화, 황보천군 세 사람은 깔깔거리며 말을 번갈아 타고 내렸다.


하지만 황보유미 그녀만은 한 발 떨어진 거리에서 수심 가득한 얼굴로 힘없이 일행 뒤를 묵묵히 따라가고 있었다.


관아에 붙들려온 팽욱.

관병들은 절차 없이 목에 칼을 씌우고 쇠사슬로 팔과 다리를 묶어 놓은 뒤 바로 독방에 넣었다.


저녁도 주지 않고 면회를 신청한 가소운을 흠씬 두들겨 패고는 근처에 얼씬도 못 하도록 만들더니 캄캄한 한밤중이 되자 끌어내 무차별 몽둥이찜질을 해댔다.


팽욱은 입감 직후 포박해 갔던 군졸과 간수의 속닥이는 소리를 들어 무슨 수작을 부릴지 알았다.


멀쩡한 척 버텨봐야 화만 돋워 나만 괴로울 게 뻔하니 일부러 큰 비명에 아프다며 펄쩍펄쩍 뛰는 고통스러운 연기로 그들의 경계심을 풀도록 만든 뒤 소운 아우의 면회가 가능한 시점이 되면 뇌물로 구워삶든 이빨로 구워삶든 여러 계책을 고민했다.


여차하면 탈옥하겠다는 생각을 바꾼 이유는 섣불리 탈옥했다가 밖에 있을 가소운은 물론 본인 역시 수배자 신분이 되어 평생 도망자 신분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감옥 밖 담장에선 거의 매일 가소운의 사정하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간수들은 요지부동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사람을 굶겨 죽일 심산인지 며칠 동안 물만 조금씩 주고 아무것도 주지 않으며 밤만 되면 몽둥이찜질이 일상이 되다시피 했다.


그렇게 5일 정도 흘렀을까?

그 날도 여전히 반복되는 구타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누워 있는데 축시(丑時:오전1시~오전3시)쯤 누군가 감옥 철문을 두드리며 불렀다.


"총각! 자고 있소!"


처음 보는 중년 여인이 창살에서 반 장 떨어진 거리에서 자신을 향해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돌아누운 그는 일단 영문을 모르기에 지켜보기로 하고 꼼짝 않고 있었다.


"총각! 일어나! 먹을 것 갖고 왔소!"


바람에 실려 밥과 고기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냄새를 맡은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와~, 이 냄새··· 돼지고기 볶음 아냐!'


그가 사족 못 쓰고 좋아하는 돈육이다.

냄새를 맡는 순간 지독한 허기가 물밀 듯 밀려왔다.

참을 수 없는 유혹에 신음을 내뱉으며 몸을 돌린 그는 엉금엉금 창살 근처로 기어갔다.


"으으··· 누, 누가 절 찾아왔습니까?"


사슬 끌리는 소리와 힘없는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

그건 뒤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간수의 눈을 속이기 위한 그의 기만행동. 비틀비틀 창살에 머리를 내민 순간 놀랐는지 떨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 있는 사람, 사람이 맞아요?”

“하하! 맞소이다. 꽁꽁 묶여 있으니 해를 끼치진 못할 거요. 걱정하지 말고 어서 아가씨가 주라고 한 음식 주고 오시구려.”


“아~ 그, 그래요. 으~음, 알겠소.”


해골 같은 몰골이 불쑥 달빛에 드러났으니 남자라도 놀라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을 것이다.


간수가 삼지창을 쿵쿵 찍으며 웃자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가슴을 쓸어내린 그녀는 힐끗 팽욱을 본 뒤 고개를 돌린 채 음식을 내밀었다.


"이보시오! 이 음식, 우리 아가씨가 총각에게 갖다 주라 해서 갖고 온 것이라오. 식기 전에 어서 드시오!"


"아가씨요? 전 이 동네 아는 사람이 없는데··· 누구를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외모로 풍기는 살벌함과는 달리 생각보다 차분한 그의 말에 그녀는 그제야 얼굴을 돌려 그를 봤다.


문득 다가선 보석처럼 맑고 투명한 그의 눈. 두렵던 그녀의 마음은 그의 눈을 마주한 순간 일순 진정되며 말투 역시 편안해졌다.


"글쎄··· 총각은 이름을 대도 모를 거야, 황보유미라고. 아가씨가 말씀하시길 며칠 전 동네 입구 객점에서 봤다고 하더구먼."


"황보유미?"


어릴 적 기억의 소녀와 같은 이름이다.


'혹, 그 소저가 그때 그 소녀?'


생각해보니 비슷한 이목구비.

기억을 더듬는 순간 무슨 연유인지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뛰며 소름마저 돋았다. 하지만 아닐 거란 부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동명이인이겠지 확률적으로 어떻게···.'


반문하곤 말이 없자 여인이 말을 이었다.


"아가씨는 등용현에 있는 황보가의 셋째 여식이오."

"셋째요? 그럼 그때 객점에서 어떤 옷을···"

"그때 취록색 단복을 입고 계셨다고 했소."

"예~에? 그러면 그 아가씨가···"


운명이라 느꼈던 그녀, 소중한 자신의 물건까지 훔친 도둑이란 생각에 그를 증오하며 다시는 찾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기억에서 지웠는데 정반대로 사람까지 보내 음식을 챙겨 보냈다니 팽욱은 뛸 듯이 기뻤다.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총각, 친구 정말 잘 두었더라, 어떻게 알고 왔는지 우리 장원에 작은 총각이 매일 찾아와 형님을 살려 달라 애원하면서 형님만 빼내 준다면 하인이라도 되겠다며 울먹이는데 그렇지 않아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아가씨가 부탁해 이렇게 들어온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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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4-1 24.09.13 85 6 12쪽
106 제 14 장 흑천단과의 악연 24.09.12 100 8 12쪽
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4 9 12쪽
100 13-1 24.09.04 132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40 10 12쪽
98 12-6 24.09.02 146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8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8 9 12쪽
93 12-1 24.08.26 151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5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 11-8 24.08.19 167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86 11-6 24.08.15 180 8 12쪽
85 11-5 24.08.14 180 11 12쪽
84 11-4 24.08.13 182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81 11-1 24.08.09 195 11 12쪽
80 제 11 장 깨진 반쪽 옥패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고 +1 24.08.08 214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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