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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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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41,994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9.04 06:30
조회
131
추천
8
글자
11쪽

13-1

DUMMY

한편.

둘의 뒤를 은밀히 추적하던 육대수는 자신 외에 또 다른 자가 추적하는 것을 발견하고 의아했다.


무술 수준이 꽤 있어 경신술을 전개하는 데 몸놀림이 가벼웠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뒤를 따르던 육대수는 어떤 자일까 궁금했다.


‘저놈 정체가 뭐지? 지난번 감방 근처에서 얼쩡거리다 죽은 놈하고 관계있는 놈일까? 클클, 뭐가 어떻게 되었든 일 참, 재미있게 돌아가는 고만 클클클···.’


둘이 들어간 지 한참 되었는데도 불구 한동안 수풀에 몸을 숨기고 두리번거리던 흑의인은 1각의 시간이 지난 후, 뒤따르는 자가 없음을 확인하곤 안심이 되었는지 거침없이 관제묘로 들어갔다.


관제묘에 들어선 놈은 곧바로 괴이한 남방 사투리를 구사하며 큰소리쳤다.


‘가만··· 저놈 하는 대로 놔두었다가 혹, 쳐 죽이기라도 하면.’


만사 도로 아미타불이다.

또다시 일을 그르칠 순 없다는 생각에 즉시 관제묘로 날아들던 그는 갑자기 흑의인 앞으로 뭔가 또르륵, 굴러드는 것을 발견하고 멈칫 걸음을 멈췄다.


‘응? 저게 뭐지?’


거무튀튀한 둥근 금속체. 불길한 느낌에 즉시 몸을 뒤로 날렸다.


피했다는 생각은 그의 착각, 펑! 폭발음과 함께 강력한 힘에 대책 없이 날려감과 동시에 화끈한 통증이 전신을 휘감았다.


후두두둑!


우박처럼 쏟아지는 파편과 메케한 화약 냄새, 그리고 뭉게뭉게 피어난 흙먼지가 기세 좋게 사방으로 퍼졌다.


‘허억~!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숨을 죽여 기다리던 가소운은 전혀 생각지 못한 큰 위력의 폭발음에 순간 귀가 막혔는지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골이 흔들려 멍한 순간 꾸역꾸역 치솟았던 먼지가 가라앉고 차츰 시야가 트이기 시작했다.


‘억~! 이럴 수가! 토기입상에서 비쳐든 빛, 이게 와~아!’


파편에 구멍이 숭숭 뚫린 토기입상, 바닥에는 사람인지 검은 옷조각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물체가 벌러덩 드러누워 있었다.


그리고 문을 비롯한 천장과 벽엔 토기입상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구멍이 숭숭, 땅바닥에 긴 빛의 막대를 만들며 뻗어 있었다.


먼지가 가라앉고 주변이 잠잠하자 가소운이 조심조심 기어 나왔다.


“으으으.”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가느다란 신음이 귓전을 파고들었다.

소리를 쫓아 바닥을 보니 쓰러져있는 흑의인의 처참한 모습이 보였다.

보는 순간 그의 얼굴이 움찔 하얗게 탈색됐다.

무섭게 일그러진 찢긴 얼굴, 그 얼굴이 찢어진 달빛에 교교히 반사되어 비쳐들었다.


참혹했다.

깨진 머리에서 하얀 뇌수가 걸쭉한 죽처럼 흘러내리고 몸 곳곳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반경 1장을 피로 흠뻑 물들였다.


더듬더듬, 기다시피 나온 그는 압력 빠진 풍선처럼 쭈그러든 사내의 시신을 어쩔 수 없이 봐야 했다.


한 사람의 몸에서 이렇게 많은 피가 나올 수 있다니.

산채에서 잔인한 장면을 많이 봐온 그였지만 이 같은 참혹한 시신은 처음 대했다.


"어,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정말 무, 무서운 무기다!"


그 작은 쇳덩이 하나가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벌써 두 번째, 시신의 피가 손에서 묻어 나는 듯했다.

호흡에 섞인 짙은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 폐부를 진하게 자극했다.

넋을 잃고 멍한 표정으로 시신을 내려다보는 가소운, 금방이라도 벌떡 시신이 일어나 달려들 것만 같았다.


공포, 질식할 것 같은 공포가 물밀 듯 밀려들어 숨 쉬는 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탕탕!


갑자기 들린 소리에 정신이 퍼뜩 돌아왔다.

또 누가?

소리가 들린 방향을 쫓아 두리번거리던 그는 소리가 형님이 계셨던 곳이란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폭발 뒤 무작정 튀어나오며 형님을 깜빡 잊었기 때문이었다.


멍청한 자신을 질책하며 서둘러 달려가 토기입상 뒤로 돌아선 그, 굳었던 그의 얼굴이 순간 활짝 폈다.


그사이 형님이 손가락은 물론 발까지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비가 풀렸군요. 형님!"


형님이 움직일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기뻐 펄쩍 뛰었던 그는 이내 시무룩한 표정으로 변했다.


다른 부위는 여전히 마비된, 겨우 손발만 움직일 수 있는 반신불수의 상태였다.


실망감에 좌절하던 그는 또다시 움직이는 형님의 손가락을 확인하고 서둘러 자신을 손을 갖다 댔다.


"아우! 철환탄 덕에 잠시 무사했으나 폭발음을 듣고 사람들이 곧 몰려올 거야. 서둘러 여기를 벗어나자!"


화들짝, 왜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저리는 오금을 꽉 움켜쥔 그는 즉시 팽욱을 들쳐업고 달아났다.

넘어지고 일어서길 수차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돌아보니 멀리 십여 개의 횃불이 점점 크기를 확대하며 관제묘로 몰려드는 광경이 보였다.


"후~우, 형님 아니었으면 또 곤욕을 치를 뻔했군요."


캄캄한 산길,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지만 무작정 산으로, 산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섰는지 가시넝쿨에 찔리고 바위에 찍혀 손과 발, 성한 곳이 없었다.


아픈 통증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언제 그 무서운 늙은이와 자객이 들이닥칠지 몰라 죽어라 길을 재촉했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길 한 시진.


"형님, 여기서 쉽시다. 이젠 정말 때려죽인다 해도 못 가겠소.”


땀으로 후줄근한 몸을 축 늘어뜨린 그는 순간 철퍼덕 쓰러졌다.

한편,

폭발 직전 몸을 날린 육대수는 다행히 목숨만은 건졌으나 철환에 상상치 못한 상처를 입고 말았다.


몸에 박힌 것은 두 개, 심장을 가까스로 비낀 하나와 허벅지에 박힌 하나, 치명적인 살상 부위는 겨우 피한 셈이다.


일반적인 대결상황이었다면 호신강기로 스스로 보호할 수 있었지만, 갑자기 당한 기습이었기에 대책 없이 당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는 즉시 지혈한 뒤 이를 부드득 갈며 추적하려 했다.


하지만 충격에 정신이 가물가물, 뒤쫓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어이없는 상황에 이가 갈렸지만, 불리한 상황이니 일단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팽욱을 풀밭에 누이고 휴식을 취하던 가소운은 바스락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벌써 꼬리가 잡힌 것은 아닐까 걱정에 고개도 들지 못한 그는 귀만 쫑긋 세웠다.


미세한 호흡, 뭘까?

상당히 거친 호흡이 점점 크기를 키우며 확대되어 다가왔다.

언뜻 스치는 공포, 머릿속을 가득 채운 무서운 상상에 등이 서늘해진 그는 공포를 간신히 억누르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읍!!’


입에서 답답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불꽃,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은 붉은 두 점이 노려보고 있었다.

순간 백지장처럼 하얗게 비어버린 그의 머릿속.

이때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 호랑이 눈에서 눈을 떼지 말고 지금 자세 그대로 가만히 있어야 한다.”


“혀, 형님!”


천군만마, 매일 듣던 그의 목소리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반가운 마음에 형님이란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차! 순간 가슴이 철렁. 실수. 다급히 얼굴을 든 순간 귀를 찢는 커다란 울음소리와 빛처럼 빠른 속도로 덮치는 시커먼 물체에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으악!”

“비켜!”


갑자기 몸이 뭔가에 쓸려 붕 뜨자 이젠 죽었구나, 생각한 가소운. 몸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을 상상하며 그의 의식은 순간이동을 통해 먼 나락의 세계로 떨어져 갔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으르렁! 하는 울부짖음과 벽력같은 고함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형, 형님!”


일장 정도 떨어진 거리, 팽욱이 죽은 듯 소나무 등걸에 몸을 기댄 채 꼼짝 않고 있었다.


오른쪽, 길이 1장이 넘는 거대한 호랑이가 목이 부러졌는지 빙글 돌아간 상태로 죽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 * *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 어둠을 지우며 멀리 동녘으로부터 붉은 해가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어렴풋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자연풍광, 그 빛줄기 사이로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다.


누굴까?

바로 영화 소저와 황보유미, 두 여인이었다.

이 세상에서 부모님 다음으로 사랑하는 두 여인, 두 여인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복장에 같은 동작으로 다가왔다.


반가운 마음에 힘껏 소리쳐 불렀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멀뚱멀뚱 발악하는 사이, 두 여인은 그가 보이지 않는지 깔깔 웃으며 스쳐지나 천 길 만길, 절벽 끝에 다 달아 우뚝 멈추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돌아섰다.


“왁!”


외마디 비명, 천사 같은 얼굴은 어디 가고 창백하고 퀭한 두 얼굴이 그를 봤다.


원망에 찬 시선, 놀란 그의 입에선 절로 왜? 왜? 라는 음성이 터졌지만, 소리가 되어 나오진 않았다.


당황하는 사이 앞을 보며 섰던 두 소녀가 말없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어, 어··· 안돼!”




비명에 허우적대던 팽욱이 번쩍, 눈을 떴다.

이마에선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힘겹게 눈을 뜬 팽욱.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시야를 가렸다.


똑, 똑, 규칙적으로 들리는 커다란 물방울 소리가 자신이 살아있음을 일깨워주었다.


‘아우~ 머리야···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두 소저는? 꿈?’


지끈지끈 아픈 머리에 인상을 찌푸린 그의 입에선 짧은 한숨이 나왔다.


가늘게 흘러나온 한숨, 꿈 모든 게 꿈이었다.

더럽게 기분 나쁜 꿈이다.

끄응, 신음과 함께 손을 짚어 상체를 세우려는 순간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이 어깨와 옆구리에서 동시에 전해졌다.


특히 심한 어깨 통증은 머리카락 모두를 쭈뼛하게 했다.


"형, 형님! 정신, 드십니까?"


울먹이는 가는 목소리, 그의 고개가 힘겹게 돌아갔다.

흐릿한 시선 사이로 비쳐드는 낯익은 얼굴. 소운 아우였다.


"형님! 저 가소운입니다, 알아보시겠어요?"

"여, 여기가 어디냐?"


반가움에 가소운의 목소리가 둥둥 떴다.


"관제묘에서 무작정 도망치고 있었는데 여기가···”

“억!!”

"형님, 아직 거동하시면 안 됩니다. 호랑이 발에 찍힌 상처가 너무 심하기에 움직이면 다시 터질지 모릅니다.”


"뭐? 호, 호랑이?"


가물가물 희미한 기억이 떠올랐다.


"예, 형님이 저를 덮치던 호랑이를 즉사시켰습니다.”

"정말? 내가 정말 호랑이를 때려죽였다는 말이냐?"


우러러보는 그의 눈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아우의 얼굴을 바라보는 팽욱의 눈 역시 그의 눈빛과 마찬가지로 뿌옇게 변했다.


더불어 아슬아슬했던 위기의 순간이 다시금 생생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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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13-6 24.09.11 105 7 13쪽
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3 9 12쪽
» 13-1 24.09.04 132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40 10 12쪽
98 12-6 24.09.02 145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8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7 9 12쪽
93 12-1 24.08.26 150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4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86 11-6 24.08.15 180 8 12쪽
85 11-5 24.08.14 179 11 12쪽
84 11-4 24.08.13 181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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