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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님의 서재입니다.

단천문(檀天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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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礎(고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2
최근연재일 :
2024.09.16 06:30
연재수 :
108 회
조회수 :
41,989
추천수 :
1,020
글자수 :
611,675

작성
24.08.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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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
추천
11
글자
12쪽

11-1

DUMMY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팽욱.

넋이 나갔는지 미동도 할 수 없었다.


“에이, 지겨워! 이게 뭔 짓이야!”


아래에 있던 사람들의 소리가 문득 들리자 자동반사적으로 움직인 그의 신형, 재빨리 시신 둘을 구석으로 치우더니 나무 벽 뒤에 스며들 듯 빨려 들어가 몸을 감췄다.


크르릉! 왕!


짖는 소리와 동시에 하얀 이를 드러낸 개가 은신해 숨어 있는 벽을 향해 껑충 달려들었다.


하지만 은신술로 벽 뒤에 은신한 그를 어떻게 할 수 없자 발톱으로 긁으며 울부짖었다.


바로 이어 올라온 두 산적은 빈 벽을 긁으며 울부짖는 개를 보고 놀라 발검 자세를 취하며 숨을 죽인 채 조심조심 초소 내외를 훑었다.


하지만 허탕, 아무 흔적도 발견되지 않자 버럭 화를 냈다.


“이 멍청한 똥개 새끼는 밑에서 허탕 질로 화딱지 나게 하더니 아무것도 없는데 짖어대고 지랄이냐! 그리고 소가 설가, 이 자식들은 왜 코빼기도 안 보여!”


“글쎄 말입니다, 아직 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갔나 봅니다.”

“저 개새끼 짖지 못하게 입 틀어막고 나무에 묶어버려!”

“알겠습니다. 조장 어른!”


조장이라 불린 사각 턱의 사내는 헛방만 날리는 개새끼 때문에 화가 뻗칠 대로 뻗쳐 미칠 노릇인 데다 아직 교대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가버린 졸병 놈들 생각에 열이 뻗칠 대로 뻗쳤다.


주둥이를 묶어 잠잠해진 개를 지나 들고 있던 도로 애꿎은 주변 나무를 콱 찍었다.


그가 씩씩거리며 도를 뽑아 들고 돌아선 순간이었다.

언뜻 그의 시야에 아까 봤던 헝겊과 유사한 색깔의 천이 눈에 띄었다.


움찔, 누군가 침입했다는 사실을 직감으로 알아챈 그는 몸도 돌리지 않고 도를 수평으로 그었다.


씩씩거리던 녀석의 이상한 눈빛과 흔들리는 신형을 보고 들켰음을 직감한 팽욱은 중정혈로 파고드는 도를 즉시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헛!!”

“흥!”


도가 움쩍달싹 않자 즉시 우각을 뻗어 인중을 치는 산적. 이미 그의 공격 방향을 예측했던 팽욱은 행운유수 영을 구사, 빙글 돌아 순간 포착된 그의 옆구리 혈도를 찍어 눌러 제압했다.


그리곤 즉시 넋을 잃고 서 있던 졸개 역시 제압했다.


쿠쿵!


동시에 혈도가 제압되어 바닥에 뒹구는 두 사람, 둘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팽욱은 이들의 아혈과 사지 혈도를 점혈,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었다.


개 역시 제압해 둔 건 불문가지. 정신없이 죽이고 제압했지만, 막상 상황이 종료된 순간 겁이 덜컥 났다.


황급히 숨겨둔 시신을 끄집어냈다.

영문도 모른 채 일격을 다해 절명한 그들. 죄책감에 심장이 덜덜 떨려 시신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어 망설이는 순간 누군가 또 다가오는 기척.


'저, 정신 차리자. 저, 저 사람들은 어, 어차피 죽을 팔자였어, 그래 맞아···'


자신의 행위를 애써 자위하며 지척까지 다가온 놈들을 상대하려 했건만 갑자기 얼어붙은 몸에 꼼짝할 수 없었다.


“교대하러 왔어!”


천둥소리 같은 걸걸한 사내들의 목소리. 무의식적으로 검에 손이 갔다.


검이 검집에서 반 이상 뽑힌 상태에서 동작을 멈췄다.


또 사람을 죽일 거냐는 질책이 메아리가 되어 윙윙 머릿속을 울렸다.


그러나 그 틈을 비집고 나원평, 혁린천 두 친구 녀석들의 얼굴 역시 불현듯 떠올랐다.


그제야 이곳에 왜 왔는지 목적을 깨달았다.

황급히 소리가 들려온 곳 근처에 몸을 감췄다.

덜컹!

생각지도 못한 바닥에서 열린 둥근 철문.

철문의 윗면엔 나무의 뿌리가 붙어있었다.

그들이 열지 않았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절묘한 형상.


“수고들 했어, 억!”


둔탁한 소리에 이어 말 없는 몸뚱이들의 쿵 하는 탁음, 좁은 바닥이 그들로 가득 메워졌다.


신속 정확한 손속.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그들은 그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제압당했다.


'죽은 분들껜 후~··· 어떻게 해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중 친구 녀석들 구하게 되면 이후 죄를 청하겠습니다.'


속으로 백배사죄하며 죄를 청한 그는 그 말이 뻔뻔스러운 말이란 걸 알지만, 더 지체했다간 또 몰려들 녀석들 때문에 한 발도 떼지 못하고 덜미를 잡힐 것 같아 불안했다.


바닥에 쓰러져 눈만 멀뚱멀뚱 뜬 졸개에게 다가가 아혈을 풀고 물었다.


“이 구멍 아래에 길이 있느냐?”


졸개는 답하려다 무슨 이유인지 입을 다물었다.


재촉해도 말이 없는 녀석에 화가 치민 그는 놈의 눈동자가 자꾸 옆으로 돌아가는 걸 발견하고 원인이 조장이란 걸 확인, 즉시 기절시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재차 확인 후 졸개를 노려봤다.


“저, 저기 저곳으로 가면···.”


그의 귀신같은 동작에 놀란 졸개는 두려움에 말을 잇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통로만 가리켰다.


사실 팽욱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현재 그의 모습은 굳이 인상을 찌푸리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있는 유령과 다를 바 없는 대단한(?) 용모의 상 괴물. 두 친구의 소재와 이곳 구조, 산적 우두머리에 대한 무공 등에 대해 물었다.


아쉬운 건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라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점. 다만 2년 전 이곳에 괴불이선이란 마물이 수십의 선량한(?) 산채 사람들을 때려죽이고 다치게 했으며 그 일로 한동안 산채를 폐쇄했다가 삼노마 중 이노마가 재건에 성공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했다.


경계가 삼엄해진 건 그때 이후.

이곳을 호령하는 건 삼노마의 둘째 마천두(馬千頭). 셋째 마종두는 그때 불구가 되어 술과 여자로 세월을 보내고 있고. 감옥엔 누가 갇혀있냐 물었더니 대부분 최근에 붙잡힌 양민들이지만 잘 모르는 한 사람이 2년째 뇌옥 깊은 곳에 갇혀있다고 했다.


그는 괴물의 간자가 되어 탈옥을 주도한 것은 물론 같은 산채 동료를 이간질해 반 이상 불구가 되도록 만든 죄로 지금까지 독방에 갇혀있다고 했다.


“오, 그래? 넌 그 사람 얼굴을 봤느냐?”

“보지 못했습니다. 듣기론 나이가 아직 30이 안 된 젊은 사람이란 것만 압니다.”


30이 안 된 청년이란 말을 듣는 순간 갇혀있는 사람이 두 친구 중 하나는 아닐까 걱정 반 기쁨 반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그 사람에 대해 닦달했지만 입을 닫아 더 묻지 못했다.


얻을 건 다 얻었다는 생각에 녀석을 기절시킨 뒤 즉시 통로에 몸을 실었다.


바위를 깎아 만든 통로는 겨우 사람 하나 빠져나갈 폭으로 좁았다.


직선거리론 겨우 30장 정도의 높이지만 나선형의 빙글빙글 돌아 내려오는 길이라 무엇이 튀어나올지 몰라 경계하며 가다 보니 시간이 꽤 소요됐다.


밑에 닿은 그는 출구에 몸을 붙이고 바깥 동정을 살폈다.


스르륵!


다행히 출구에 붙어 경계를 서는 자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2장정도 떨어진 거리에 산적 둘이 장창을 꼬나들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출구에서 왼쪽으로 50보를 가면 큰 철문이 보이고 그 출문 안쪽에 동굴을 개조해 만든 감옥이 있다고 했지···'


2년 전 감옥에 끌려간 전력이 있지만 기절하는 바람에 아무 기억도 없다.


경계를 서는 자들은 이곳 출구에 있는 두 명이 감옥 입구와 출구 사이를 교대로 왕복하며 지키고 있었고 목책 위 5명과 망루 4곳에 각각 2명씩 교대로 지키고 있었다.


이미 날은 어두워 경계를 서는 자들 이외에 이동하는 자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 방금 내려온 초소로 경계병이 교대하는 시간은 세 시진 후다.


‘산채의 산적 총수는 백 명이 넘는다고 했다. 들키면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운 것이고 더 골치 아픈 건 각 초병이 비상시 불어댈 종을 하나씩 휴대하고 있다는 점···’


섣불리 움직이다 들키면 큰 낭패다.

걸리면 즉시 제거해 종을 치지 못하도록 차단해야 한다.


움직이기 전 위로 올라가 타다 꺼진 횃불의 그름으로 검게 칠해 위장한 뒤 맞지 않는 녀석들의 옷과 신발을 벗겨 입고 늘어진 머리는 질끈 묶었다.


다시 내려와 동정을 살폈다.

출구를 지키는 놈들은 2각에 한 번씩 감옥과 이곳 출구를 규칙적으로 왕복하며 경계하고 있었다.


'녀석들의 뒤를 은밀히 숨어 따르다 열쇠를 빼돌려 감옥 우측의 돌출된 바위에 몸을 감추면···. 좋아, 그렇게 하자!'


곧 행동으로 옮겼다.

단천문 신법은 정말 오묘했다.

자신들의 뒤를 따름에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감옥 앞에 이르러 기계적으로 돌아서는 순간 재빨리 허리춤의 열쇠를 슬쩍했다.


이후 재빨리 벽에 몸을 은신하며 숨을 죽였다.

잠시 뒤 초병은 다시 감옥에서 출구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됐어! 이때야!'


입구에서 출구까지 걸리는 시간은 반 식경, 그 사이 감옥 철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재빨리 철문을 따고 안으로 잠입했다.

막 들어선 순간, 두 초병도 동시에 돌았다.


‘후우!’


안도의 숨이 나왔다.

저들을 쳐 죽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순찰을 돌지 않으면 망루에서 알아챌 것이고 즉시 걸린 비상에 사면초가가 될 것이다.


산적이 깊은 곳을 향해 다가갔다.

양옆으로 감옥이 나란히 있었지만 잠들었는지 기척이 없다.


중간의 횃불을 안내 삼아 십여 장을 들어서니 막힌 벽이 보였다.


'벽의 우측에 있다고 했지.'


조심조심 다가가 우측을 살핀 순간 꿈틀, 시커먼 물체의 움직임이 시야에 포착됐다.


'원평! 아님 린천?'


눈을 부릅뜨고 내부를 뚫어지게 봤지만 그림자게 가려 어렴풋이 보이는 희끄무레한 물체, 사람이 있음을 확인한 그는 즉시 잠긴 자물쇠를 움켜잡고 힘으로 당겨 부수려 하는 순간이었다.


“으으··· 난, 난 죗값을 받아야 마땅한 놈이야.”


‘응? 이 목소리는??’


쥐죽은 듯 조용하던 감옥에서 갑자기 울부짖듯 들려온 처연한 저음, 듣는 순간 두 친구의 목소리가 아님을 알아챘다.


'처음 듣는 목소린데··· 그럼, 이 여기에 없는 거야? 그럼 저 안에 있는 저자는 누구지?'


허탈함에 힘이 쭉 빠졌다.

둘 중 하나라도 있었으면 했다.

아니, 전혀 다른 사람이었으면 하는 이율배반적인 갈등도 있었다.


그런데 확실한 후자인 상황, 열까 말까, 갈등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 이때 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 그 사람 죽은 지 오늘로 꼭 2년이 흘렀구나···. 나원평이란 사람이 꼭 전해달라 신신당부했는데··· 허송세월이나 보내고···.”


나원평? 사내의 입에서 분명 친구의 이름이 나왔고 죽은 지 2년이 됐다고도 했다.


그럼 죽은 사람이 누구지?

귀를 바싹 기울였지만, 소리는 더 이어지지 않았다.


저 사내가 친구 나원평을 알고 있음은 물론 무슨 부탁을 받은 게 분명했다.


즉시 자물쇠를 부수고 뛰어들어갔다.


“누, 누구시오!”


낯선 침입자에 놀란 사내가 소리 지르려는 찰나, 잽싸게 달려들어 입을 막았다.


“쉿! 조용히 하시오! 당신 구해주러 왔소! 묻는 말에 가감 없이 대답해 주시오. 알겠소?”


겁에 질린 사내의 표정. 그는 등 뒤의 횃불로 인해 누군지 알아볼 수 없어 두려웠다.


하지만 구해준다는 말에 최소 적의는 없다는 뜻이니 표정을 누그러뜨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나원평이란 이름을 말하던데 그를 아시오?”

“나, 나원평이요? 아니요! 그, 글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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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13-5 24.09.10 110 8 13쪽
103 13-4 24.09.09 113 7 13쪽
102 13-3 24.09.06 123 8 13쪽
101 13-2 24.09.05 123 9 12쪽
100 13-1 24.09.04 131 8 11쪽
99 제 13 장 다시 만난 그리운 여인 24.09.03 139 10 12쪽
98 12-6 24.09.02 145 9 17쪽
97 12-5 24.08.30 161 9 17쪽
96 12-4 24.08.29 147 9 14쪽
95 12-3 24.08.28 142 8 12쪽
94 12-2 24.08.27 147 9 12쪽
93 12-1 24.08.26 150 10 11쪽
92 제 12 장 새로 찾은 조부(祖父), 그러나 24.08.23 173 10 12쪽
91 11-11 24.08.22 164 7 13쪽
90 11-10 24.08.21 165 8 16쪽
89 11-9 24.08.20 171 8 12쪽
88 11-8 24.08.19 166 9 12쪽
87 11-7 24.08.16 176 9 12쪽
86 11-6 24.08.15 179 8 12쪽
85 11-5 24.08.14 179 11 12쪽
84 11-4 24.08.13 181 11 11쪽
83 11-3 24.08.12 189 10 11쪽
82 11-2 24.08.10 186 11 11쪽
» 11-1 24.08.09 195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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